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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토요일 어느 낮의 일이었습니다. 낮술을 처음 해본다는 말을 백만번 하면서 나는 잘 모르니까 니가 다 알아서 해라 하지만 나는 낮술을 먹고야 말테다라는 의지가 있는 지인과 적당히 가벼운 낮술을 할 만한 곳을 찾아보고 있었습니다. 날도 후덥지근해서 막걸리 한 사발에 파전으로 점심겸 하면 괜찮을 것 같은데 그런 집들은 죄다 금정산성까지 올라가야 있어요. 근데 산까지 올라가고 싶진 않습니다. 마침 잠시 만난 지인의 지인이 이 곳을 일깨워줘서 가게 되었습니다. 본점은 금정산성에 있는 제법 유명한 국수집인데 지점을 부산대 지하철역 근처에 냈어요. 본점과 분점 분위기는 쫌 다릅니다. 여기 분점은 면순이들이 좋아할 여대생 취향 밝고 화사한 집이거든요.

금정산성 막걸리를 시켰습니다. 일반 막걸리보다는 좀 덜 달고 시큼한 맛이 강합니다. 503 아버님이 들러서 반하신 맛...(어딘가엔 아직도 셀링 포인트가 되고 있습니다;)

막걸리 친구 파전(8,000원) 파 자체의 단 맛이 잘 살아 있고, 새우와 오징어가 아낌없이 들어가 있습니다.

도토리묵(8,000원) 개인적으로는 이날의 베스트. 탱글탱글하면서 도토리의 쌉싸름한 맛이 잘 살아 있습니다. 

비빔국수(6,000원) 이 비주얼(+이번엔 안 시켰지만 비슷비슷한 새싹비빔밥도 참 곱습니다) 때문에 여대생 취향이라는 얘길 했던 거죠. 비빔양념장이 잘 숙성되어 매우 맛깔스럽습니다.

총평을 하자면 평소에는 가볍고 상콤하게 한끼 면식이나 비빔밥으로 해결하고 도토리묵이나 파전 맛도 기막혀서 낮술하기도 좋습니다. 앞으로도 종종 갈 생각입니다.

이렇게 둘이서 시키고 식사 겸 해서 동행은 1/3 마시고 저는 2/3 마시고 했더니 매우 배부르고 살짝 머리가 돕니다. 그러나 이미 술이 술을 부르는 상태였던 저는 집에 돌아와서도 부산양조장연합막걸리 생탁을 반병쯤 더 마시고 잠이 들었습니다. 이제 술 마셔도 된다고 안심한 모양인데 제발 정신 차렸으면 좋겠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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