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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그렇듯 제목만 거창하고 내용은 '일을 해야 하는데 하기 싫어서 쓰는 잡담'입니다. 왜 저는 일하려고 업무용 노트북만 켜면 글쓰기하이브리드샘이솟아리오레이비(...무한도전 전성기적 개그를 아직도;;;) 상태가 되는지 모르겠...아니 알겠습니다. 며칠 전엔 갑자기 나 자신에게 보상을 줘야 한다며 별 해괴한 걸 질렀는데 그건 기회가 되면 다른 글로 쓰겠습니다. 저는 가끔씩 제가 봐도 즉흥적이고 감정적입니다. 나이가 드니 점점 더...에휴.

동서양을 막론하고 클래식계란 상대적 한 줌의 소비자층에게 의존하여 의외로 영세한 구석이 있습니다. 그리하여 작금의 코로나 시대에 오프라인 공연이 줄줄이 취소되어 자금이 안 돌아가면 타격에 상당히 취약해져요. 이럴 경우 모체인 재단이 긴급 유동성을 잘 공급해주거나 상대적으로 타격이 약한 다른 사업에서 돈을 잘 끌어쓸 수 있으면 그럭저럭 버틸 수가 있는데 과거에 그러했다고 지금도 그러할 수 있을지는 또 다른 문제입니다. 누가 몇년 전에 재드래곤이 삼성 문화쪽에 자금줄을 끊어서 로댕을 팔게 될 거라고 하면 전 웃었을 겁니다만 그러나 그것이 현실이 되었습니다. 오너란 가치관이 잠자고 나면 바뀔 수도 있는 변덕스러운 존재이고 문화란 오너의 가치관에서 언제나 제일 뒷줄로 갈 수 있는 그러한 존재인 거죠.

각설하고, 이러한 상태에서 베를린 필하모닉은 기존의 '디지털 콘서트 홀' 구독 서비스(기존에 월 12,000원)를 전략적으로 3월 31일까지 무료로 전환하였습니다.

https://www.digitalconcerthall.com/ko/home?utm_source=www.berliner-philharmoniker.de&utm_medium=website&utm_campaign=brandbar&a=bph_webseite&c=true 

 

베를린 필하모닉의 디지털 콘서트홀

최고의 클래식 음악 지휘자와 독주자를 보고 들으세요 - 라이브 스티림, 또는 원하실 때마다 온디맨드로.

www.digitalconcerthall.com

기존의 잘 나가는 과거 아카이빙뿐만 아니라 현재 무관중으로 하는 베를린필의 새 공연들도 무료로 볼 수 있습니다. 갱신하면 4월 중순까지도 무료로 볼 수 있어요. 저는 매년 연말 베토벤의 합창 할 때쯤 베를린 필하모닉 홈페이지에서 깔짝대다가 '아니 그래도 구독은 좀...'(저는 구독이란 말에 좀 알레르기가 있어서 '구독이 뭐야 할부를 팔아먹기 편하려고 고급지게 바꾼 거지 뭘 ㅋ' 이러다가 몇달 전 대세에 순응해서 이 표현에 드디어 길을 들였습니다. 어쨌든 유료 컨텐츠 자동결제란 내 지갑을 자동으로 털어먹으려고 하는 짓이라는 지론이 있습니다)하다가 이번에 덜컥 발을 들이게 되었습니다. 들여놓고 보니 참....좋네여 어허허허.... 봄 지나고 유료로 전환되어도 볼 거 같네여 어허허허...

그리고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컨텐츠도 하루에 하나씩 제일 잘 나가는 에이스 컨텐츠를 무료 스트리밍으로 털어놓고 있습니다.

 어제는 카르멘이었고 오늘은 라보엠이네요. 어제 감상했는데 겁나 좋습니다. 이건 제가 메가박스나 부산 영화의 전당에서 세시간동안 만이천원 내고 보던 그 컨텐츠네요.(저는 오페라가 뮤지컬보다 더 취향에 맞습니다) 그리고 요즘은 오페라도 매우 자극적이라서(하긴 원작 내용 자체도 불륜 살인 치정 스와핑 등등 자극적이긴 합니다) 어제는 본 공연 전에 매우 적나라한데 너무 적나라해서 야하지 않은 현대무용 2인무도 보고, 카르멘이 남주 머리 위에(아니 남주였나 남조 뭐였나...다 좀 비슷하게 생겨서 구분이 잘...) 겁나 비싸보이는 샴페인을 병째로 콸콸콸 붓는 꼴도 구경하고 지금 사진에서 나오는 것처럼 카르멘 으앙 쥬금 전에 쓸데없이 긴 엎치락뒷치락 몸싸움도 보고...재밌었습니다. 메트의 돈지랄 오페라는 언제나 즐겁죠.

오늘 아침에(다시 한번 말하지만 할 일 많은데 업무 외적으로 현타를 거하게 맞아서 하기 싫은 상태) 접속했더니 라보엠 합니다. 근데 미국 동부시간으로 밤이라 할일 없는 미국인들이 줄줄이 접속해서 보는 게 약간 힘듭니다. 어차피 24시간 내에 언제든지 접속해서 해당 컨텐츠를 볼 수 있으니 한국인은 한국시간 밤에 보는 게 낫습니다. 근데 언제나 그렇지만 이번 미미도 폐병쟁이치고는 피지컬이 너무 튼튼해서 몰입이 좀...그리고 남주(이름 까먹)도 가난한 례술가 젊은이 치고 몸집이 너무 좀...(그거야 울림통이 커야 하니 어쩔 수 없다)

이렇게 글로벌 탑 클래식 자이언트들이 컨텐츠를 전략적 무료로 풀고 있는 걸 보면 앞으로 어떻게 될지 좀 알 것도 같습니다. 이미 컨텐츠를 유료로 하고 있던 베를린필은 이번 사태로 저처럼 눈먼자들을 대거 유료 회원으로 유입시킬 거구요, 메트도 줄줄이 온라인 유료 컨텐츠들을 내놓을 겁니다. 그리고 온라인업계에선 쏠림 현상이 더 심하게 되어서 영세한 자들은 고사하고, 잘 나가는 자들만 더 잘 나가게 될 겁니다. 저는 서울살이 10여년 외노자시절에 부천 필하모닉을 종종 갔었고, 부산 내려와선 강서구 오페라도 종종 보러 갔었습니다. 가성비가 좋았거든요. 그런데 온라인으로 더 싼 가격에 돈지랄하는 메트와 베를린필을 볼 수 있다면 당연히 이쪽을 볼 겁니다. 로컬은 어지간히 특이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들 거예요. 그러나 그 와중에도 bts가 유니크함으로 세계를 먹은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고는 보기 힘듭니다. 온라인 세상에서도 별 일이 다 있으니까요.

이 와중에 문학은 뭘 하고 있을까요.(질타가 아니라 진심 궁금해서 알아보는 중임) 저는 내년쯤 김영하씨가 그럴싸한 회고 에세이를 내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마무리하기엔 뻘하니 김영민 교수의 최근 칼럼으로 대신합니다.

http://www.donga.com/news/article/all/20200316/100172285/1?fbclid=IwAR3m0-Mlvzrpgw_UaU_JLGnbpQu9_mBjozA7t64vbVLto04G_ye5ERAljKM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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