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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출 이성열
극본 김은성
작창 한승석
작곡 원일
음악감독 한웅원
드라마투르그 조만수
안무 이경은

출연
안토니오 유태평양 | 샤일록 김준수 | 포샤 민은경 | 바사니오 김수인 | 그라치아노 이광복
네리사 조유아  | 소피아 김금미 | 디에고 서정금 | 마르타 정미정 | 튜발 최호성 
외 국립창극단 단원 및 객원

국립창극단 창작 창극 '베니스의 상인들' 6월 8일 오후 7시 반에 한 초연을 보고 왔습니다. 국립 창극단을 포함한 국립극장 시스템이 미묘한 것이, 보통 여름에 향후 한 해의 계획된 작품을 미리 발표하고 예매를 받고, 공연 한두달 전에 캐스팅을 발표합니다. 따라서 저처럼 사람을 보고 공연을 알아보는 얼빠의 경우에는 이미 늦었음. 그리고 김준수, 유태평양, 민은경 등 국립창극단 간판스타들이 나오는데다 제가 알 즈음에는 최근에 팬텀싱어로 더 늘어난 김수인 팬분(저도 그 중의 하납니다 눼;;;)들이 그나마 얼마 안 남은 표를 매진시키셨음. 
 
그래서 집에서 다친 발목이나 끌어안고 누워있다가 트위터에서 A석 3층 표가 나오길래 언능 양도받고 부산에서 서울가는 비행기와 당일날 돌아올 심야 버스까지 다 예매해서 길을 떠났습니다. 여담인데 최근에 갔다온 오페라의 유령은 VIP석에 20만원 가까이였는데 이 공연 VIP석은 8만원에 제가 본 A석은 2만원...근데 공연 퀄리티가 미쳤어요. 거기다 해오름극장이 1200석 정도인데 워낙 단차가 있고 무대가 커서 3층에서 봐도 잘 보입니다.

여기서 무대가 어마어마하게 깊습니다. 가로보다 세로가 길 정도. 여기서 2단 무대를 만든다거나, 배를 저어가는 파노라마 설정을 만들거나, 거대하는 배를 띄우는 등 3D 식으로 무대를 써먹어서 안 그래도 큰 무대가 더 커 보입니다.
암튼 저는 '베니스의 상인'에 대해서 좀 알고 있습니다. 셰익스피어 원작도 좋아하고, 저의 해외 최애 배우인 제레미 아이언스가 안토니오로 나온 영화도 10여년 전에 아주 감명깊게 보았거든요.

알럽 티스토리 저 짜르지 마세여 이건 셰익스피어 원작 클라이막스고 무려 국내 신문에서 기사 사진으로 쓴 영화 캡처예요(__)
이 영화는 원작에 상당히 충실했으며 원작답게 샤일록이 안토니오에게 엄청난 애증과 집착을 퍼부어서 가슴살이라도 가지려고 칼춤을 추는(...) 내용인데요, 사실 뭐 이번 창극도 이 얼개는 다르지 않습니다. 그러나 나머지 설정은 상당히 현대화를 시켰는데(아, 한국 로컬라이제이션은 베니스 주민들 몇몇이 한복 입고 나오고, 주인공 옷에 한복풍을 가미한 것과 한국어 감칠맛 나는 각운 개그 노래  정도입니다. 특히 더컷더컷 타령은 아직까지 귀에서 맴돌....) 샤일록이 유대인이라는 것은 싸악 빼고 1대 고리대금업, 2대 대부업, 3대 샤일록 대에서 막대한 산업-금융자본 종합 JAEBUL(솔직히 한국 대부분의 JAEBUL 회장들이 3대...)이 되어서 시장경제에 충실히 운영하여 막대한 이득을 취한 자로 나옵니다. 그리고 안토니오는 이에 대항해서 베니스 소상인 연합을 결성한 리더로 나옵니다. 그래서 3년동안 착실하게 세를 불려서 드디어 꿈에 그리던 인도로 무역선을 보내게 되는데 샤일록은 소상인 연합이 너무 커진 것을 깨닫고 음모를 꾸밉니다.
 
샤일록 역을 맡은 김준수씨는 제가 아는 것이 일천하여 춘향전의 이몽룡, 곱디고운 젊은이로만 봤는데(본체도 그렇습) 노회한 샤일록 역을 너무 잘 해내서 깜놀. 나올 때마다 아우라가 달라요 아주. 아 물론 역에서 샤일록이 가장 돋보이고 카리스마있는 존재라서 그렇기도 하지만 그걸 해 내는 것도 배우의 역량 아니겠습니까. 샤일록은 나오는 장면장면이 베스트였지만 마지막에 와르르 망하면서(이건 뭐 1000년동안 알려진 사실이니 스포 아니겠지) 원작에서는 애매하게 개심하고 아하하 화해에 어쩔 수 없이 동참하는데 여기서는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을 돈으로 살 수 있는 세상에 다시 태어나면 만대 영화를 누리리라' 절창하는 부분에서는 와아...진짜 잘하시더라구요. 이에 맞서는 안토니오의 유태평양씨는 강직하고 상대적으로 기복이 덜한 역할인데 재판 전날 감옥에서 샤일록과의  대결 후 독창 부분이 정말 절창이었습니다. 아, 그리고 포샤 언니...원작에서는 좀 어른스럽고 지혜 현명 등등을 상징하는데 여기서는 지이이인짜 귀엽습니다. 본체도 자그마하고 큐티하신 미인형이신데 사랑에 빠져 안절부절못하는 역할에다가 가끔씩 튀어나오는 큐티 대사가 아주 마음을 흔들어놓으셨음. 그리고 법정에서는 마지막 반전을 위해 초반에는 좀 너프되었는데 '피'를 깨닫는 독창 부분에서 민은경씨 절 가지세요가 절로 나옴.
 
아, 우리 바사니오 말이죠... 딱 세 마디로 요약이 됩니다.
허우대 멀쩡한
포샤의 키링남
애샛기
본체가 키 크고 비율 좋고 몸 쓰는 것도 이뻐서 두드러지는 사람이잖습니까. 근데 그 피지컬로 혀어어엉 하고 경쾌하게 안토니오한테 뛰어들어서 무슨 시바견(...크레즐 첫째의 의견이십니다)처럼 안토니오한테 꼬리를 흔들더니 연애사업이라며 눈을 반짝거리며 포샤 포샤 독창을 하다가 '아잉 나 포샤한테 갈래'하고 바닥에 누워서 그 길다란 팔다리를 버둥버둥...정말 마트에서 장난감 사달라는 애새퀴...(안토니오: 바사니오는 벨몬테에서 살아 엄마는 갈 거야) 
 
소속사(...) 국립극장에서 공식 제공한 사진으로 각 장면에 대한 코멘트를 달겠습니다.

허우대가 심히 멀쩡합니다. 지금까지 사업을 다 말아먹었다는데 본인 말처럼 샤일록 방해때문인지 소질이 없어서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나 분명한 건 포샤 시키는 대로 하세여.

삼천 더컷 들고 벨몬테로 향하는 장면입니다. 여기서 배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천천히 움직이면서 앞 무대를 돌고래 등등이 튀어나오는 바다로 썼습니다. 전반적으로 무대 구성이 참 좋아요. 여기서 잠시 1~2초 정도 바사니오 마이크가 꺼졌지만 괜찮습니다. 육성이 3층까지 뚫고 들렸음(...)

벨몬테에서 마지막 시험을 통과하는 장면입니다. 바사니오의 애샛퀴스러운 면과 포샤의 '제발 쟤가 통과해야 되는데 아 시간 더 주고 싶어'하는 쫄깃한 연기가 일품. 

전반적으로 벨몬테는 현실과 살짝 유리된 아름다운 공간으로 나옵니다. 그래서 바사니오가 베니스로 돌아갈 때 베니스의 현실과 암울함을 노래하는데 참 어울리더라구요. 아참 포샤의 시녀이자 비서로 나오는 네리사 역의 조유아님도 연기와 노래 모두 매우 잘 하심.

지 때문에 보증 섰다가 끌려가는(보증은 안 됩니다) 안토니오를 붙잡고 형제애를 불태우는 바사니오. 네 베니스의 상인의 양대 재미는 샤일록-안토니오와 안토니오-바사니오의 관계성이죠.

이건 표정을 잘 써서. 전반적으로 샤일록이 나오면 분위기가 무거워지고(일단 샤일록 군단들의 샤일!록! 샤일!록 하는 합창부터가 위압적임. 팀 샤일록과 팀 베니스의 다른 춤선(직선/곡선)과 노래 가락을 보는 것도 재미집니다) 바사니오는 싱싱한 청춘으로 그 대척점에 있습니다. 개그와 철딱서니없음과 별 쓸모는 없지만 사랑스러움을 담당...이곳저곳을 용수철처럼 튀어다니는데 겁나 귀엽...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여 결국 풀려난 안토니오를 들고 둥기둥기하는 모습. 너무 오래 들고 있다 싶더니 헥헥대는(아 의도한 듯요) 것도 개그 포인트.
 
주요 배우들 모두 적재 적소에 캐스팅이 된 것 같습니다. 김수인도 딱 역에 맞게 연기해서 맘에 들었고 가끔 본체 특성이 튀어나와서 더 재미있었음. 커튼 콜에서 모든 형누나 배우들에게 엄청난 애교를 발사하는 창극단 막내 모먼트도 볼 거리였고...
 
저는 김수인이 무대 오른쪽에서 저 멀리 왼쪽까지 다섯 번 턴을 하는 모습을 직관하였읍니다. 턴 처돌이로서 부산에서 아픈 발목을 이끌고 온 게 진짜 보람이 느껴지는 순간이었음.
 
덧. 오페라 글라스 반납하느라 시간이 걸려서 1층에 돌아와 보니 이미 수백명이 줄을 늘어서 있었고, 제 사인회는 망함. 그냥 배우들만 구경함. 사인회장 들어가고 나오느라 각각 50CM 앞에서 본 김수인은 정말 얼굴에 여백이 1도 없이 입체적으로 이목구비가 꽉꽉 들어찬 느낌이었습니다. 이번에는 톤을 맞추느라 의상이 그리 빡세진 않았는데 빡세고 화려하게 입은 모습도 엄청 어울릴 것 같아요. 그리고 생각보다 더 키가 크던데요;
...라고 생각한 순간 제 뒤에서 늘씬한 문짝 하나가 펄쩍펄쩍 점프를 하면서 사진을 찍고 김수인씨 얼굴을 확인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네 크레즐 막내 이승민씨... 뭔 이메다는 되겠...그리고 생각보다 엄청 마르셨음... 사랑하는 형님의 '넌 살이 좀 있을 때가 더 이뻐'를 마음에 새기고 좀 많이 드십사....
 
덧2. 아 재미졌다. 창극 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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