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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쓰잘데기 없이 길게 쓰는 글 특성상 저는 일단 핸드폰으로 관련 사진을 티스토리에 업로드하고 비밀글을 걸어 놓은 뒤 짬 날 때마다 보완해서 글을 공개하는 걸 선호합니다. 그런데 어제는 그저께 밤에 쳐먹은 술병이 나서 하루 내내 끙끙 앓느라(그래도 외화 벌이도 하고 효도 타임은 가졌...흑) 글을 보완하지 못했습니다. 이제 좀 시간이 나네요.

8월 20일에 간 창덕궁 비원 투어와 백인제 가옥 투어, 그리고 유영국 전 얘깁니다.
창덕궁 비원은 인터넷으로 오후 두 시를 미리 예약하고 갔습니다. 당시 햇살이 엄청 쨍쨍해서 제 우산 겸 양산이 빛을 발했습니다(그 전날 폭우가 내렸을 때는 왜놈 5단 우산이라 역시 약해 빠졌다고 욕을...미안하다 나란 여자 이런 여자 ㅋ)

투어의 시작은 부용지와 부용정. 가득가득 들어찬 연잎이 인상적입니다.

7월 말에 연꽃이 절정이라는데 그 때 보고 싶긴 한데 여름의 절정이기도 하지요 ㅋ

저어기 멀리 정조가 정약용을 유배 보낸 ㅋ 작은 섬도 보입니다.

부용정 미니어처. 참 이뻐서 제가 사랑하는 정자입니다. 그나저나 예에에전 드라마 장희빈에서(김혜수 장희빈요) 장희빈 처소가 부용정으로 나왔는데 아무리 그 드라마를 좋아했어도(박선영 인현왕후와 박예진 숙빈의 미모가 쩔었음)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원자의 생모이자 최절정 총비의 처소가 물가 정자라니 될 말입니까.

아무튼 이렇습니다.

비원은 훗날 붙여진 이름이고 당대에는 후원 정도로 불렸다고 합니다. 실사용자;인 왕의 입장에서야 비밀이고 뭐고 없고 지가 간다면 다 갈 수 있는 곳.

몇백년 묵어 실제로 보면 더욱 쩔어주는 뽕나무. 옷소매 몰입러였던 저는 옷소매 붉은 끝동을 안 봤던 옛 하메에게 잠깐 친잠례 에피소드를 얘기해 주었습니다. (드라마 얘기) 드라마 내에서 자기보다 훨씬 나이 많고 아빠 총애를 독차지한 화완 옹주의 방자함에 치여서 쭈구리;였던 중전은 기강을 단단히 잡기 위해 벼르고 있다가 화완 옹주가 친잠례(내명부 외명부 다 모이는 최대의 중전 주관 행사)에서 청나라 비단 옷을 입고 참석한다는 고오급 정보를 입수합니다. 그리고 친잠례에서 자기 쩔어주는 청나라 비단 옷을 자랑하는 옹주 현장을 잡아서 무릎을 꿇리고 뺨을 내리쳤...(근데 옹주가 아빠한테 너 이를거얌 하긴 했지만 뺨 때리는 건 중전 설정을 좀 튀어나간 듯) 물론 가상의 에피입니다만 정사에도 나와 있는 화완 옹주의 성정상 그랬대도 절대 이상하지 않을.

쩔어주는 육각 지붕.

비원 에피의 지분 대부분을 차지하는 정조가 사랑했다던 정자.

지금은 더위에 지친 관광객들이 쉬어 갑니다. 민주주의 만세.

육각 지붕이 쩔어줍니다 222

정조와 효명세자가 글 공부에 열중했다던 곳. 이런 풍경에서 공부에 열중했다니 역시 독하도다.

이 곳은 효명세자가 순조에게 존호를 바치고 왕실의 위엄을 세우는 데 일조했던 곳. 효명세자를 지극히 사랑하고 다음 대 국본으로 내세우는 걸 아끼지 않았다던(증조 고조할배랑 다르도다 하긴 정치는 심하게 너프되긴 했지만) 순조가 아들의 입지를 다져 주기 위해서 한 행사였겠죠.

들어오는 햇볕을 가려주기 위한 장치.

양반 집의 99칸 집 양식으로 지은 곳입니다. 그러니까 마리 앙뜨와네뜨의 트리아농 궁같은 민간인 플레이 ㅋ 아마 조선왕조가 좀 더 유지되었으면 후대 왕이 총빈를 데려다 놓고 '우리가 왕실이라는 이 답답한 곳에 없이 자유로웠다면...'하고 염병을 떨었을 만한 곳입니다. 총빈은 왕을 지그시 바라보며 (니가 왕이 아니었다면 내가 이러고 있겠냐) 하겠지만ㅋ

한 시간 동안의 무더웠던 비원 투어를 마치고 에이드로 잠시 당을 보충한 카페.

백인제 가옥으로 갑시다. 안국역 근처 북촌에 있습니다.

인스타로 올리면 추첨해서 뭐 좋은 거 준다고 해서 인스타에도 올렸습니다.

문 바로 앞의 행랑채는 일종의 역사관으로 개방해 놓았습니다. 북촌의 여러 문화 유산들도 볼 수 있게 했어요.
백인제 가옥은 외관은 상시 무료 관람이 가능합니다. 다만 내부는 미리 소수정예만 예약을 받아서 문화해설사가 같이 역사와 여러 시설, 장치에 대해서 설명해 줍니다. 내부를 볼 수 있는 귀한 기회이니 꼭 예약하시길 추천드립니다.

안채의 정점, 안주인 방. 바로 옆에 윗쪽은 다실, 그리고 아랫쪽 옆은 옷방인데 요즘 옷방 못지 않은 편리하고 아름다운 가구들입니다.

참고로 안채의 윗쪽은 며느리한테 고방 열쇠 내 주고 물러앉은 '할머니방'인데 안주인 방 못지 않게 넓고 볕은 더 잘 들며, 항시 부엌과 안채 나머지 부분, 그리고 앞마당에 하인들 오가는 것 하며 사랑채까지 볕 잘 드는 전용 다실에서 다 감시 ㅋ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며느리방에도 다실이 딸려 있습니다. 이거 뭐야 무서워 ㅋㅋㅋ 근데 백인제씨 시절에는 맏딸이 이 곳을 썼다던데 의외로 추워서 힘들었다더군요. 역시 이런 부호 집에서도 며느리 시집살이는 맵습니다.

다락의 구조도 참으로 신기하고 섬세합니다. 한 다락은 거의 2층 수준.

연결된 주랑으로 걸어가면 사랑채로 연결됩니다.

사랑채를 보고 처음 든 생각은...뭐야 이거  차눅박의 아가씨에서 친일파 코우즈키가 자기 부 과시하고 연회 열던 그 집의 경성 버전이잖아...그렇습니다. 우리 배운 변태 차눅박과 고성희 미술 감독이 이 곳을 보고 갔을 것이라는 데 제 페이팔의 유로 전액을 걸겠습니다(옷 사느라 별로 안 남았음)

사랑은 바깥양반이 쉬는 곳이라기 보다는 공적인 집무 및 연회 공간에 가까웠습니다. 실제로 방과 마루를 바로 터서 큰 연회도 가능한 장치가 매우 신기하더라구요.

지금의 뷰. 예전에 지을 때 당시에는 북촌이라는 개념이 거의 없다시피 해서 정말 훤한 뷰였겠다 싶습니다. 지금의 북촌은 건축왕 정세권씨가 (https://kiel97.tistory.com/entry/%EA%B2%BD%EC%84%B1%EC%9D%98-%EC%A3%BC%ED%83%9D%EC%A7%80-%EC%9D%B4%EA%B1%B4%ED%9D%AC-%ED%9A%8C%EC%9E%A5-%EC%A7%91%EC%9D%80-%EC%99%9C-%EC%9E%A5%EC%B6%A9%EB%8F%99%EC%97%90-%EC%9E%88%EC%97%88%EB%8A%94%EA%B0%80 저의 애서 '경성의 주택지'에 큰 지분을 차지하는 분입니다. 경성의 주택지에는 여기 건축주, 한성은행 부행장까지 지낸 친일파 거두 한상룡씨와 이 집에 대해서도 자세히 나옵니다) 저렴한 보급형 한옥 주택을 대거 공급하기 전이라 완전 훤한 수준이었다고 하더라구요.

 

별당에서 내려다보이는 뷰.

단아하고 미려합니다.

별당으로 가는 조경이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여담인데 건축주 친일파 한상룡씨가 공적인 장소였던 사랑채보다는 훨씬 개인적 공간으로 별당을 선호했다더군요. 그래서 첩이라도 델따 놨나 ㅋ 하고 콧방귀를 뀌었는데 알고 보니 당시 부호들 중에서는 드물게 축첩을 안 했다더군요. 역시 사람은 입체적입니다. 하긴 뭐 히틀러도 동물은 그렇게 아꼈다더라 ㅋ
국제갤러리에서 한 유영국 전으로 갑시다.

전시회의 시대인 요즘+방탄의 RM이 보고 갔다고 해서 더욱 더 사람들이 엄청나게 몰려든 유영국 전. 지난 번 이건희 특별전에서 보고 완전히 반한 유영국 그림이라 정말 보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그 날 만 팔천 보(그리고 제일 첫 번째 일정인 우래옥에서 50분 땡볕 웨이팅하느라 완전 기력 소진)을 걸었던 저는 A관만 보고 B관으로 가지 못한 채 쉬면서 기력을 보충했습니다. 주제에 입은 살아서 '어머 이게 그림 다야? 딴 거 어딨어?'하는 다른 관객들에게 '저어기로 건너 가면 있슴당'하면서 친절 작렬 ㅋ

너무너무 당 떨어진 저는 평소에는 거들떠 보지도 않던 백미당으로 가서 블루베리 생과가 듬뿍 든 고오급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기운을 차렸습니다. 남양 불매...근데 맛있네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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