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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말해둘 것. 저는 배달의 민족, 우아한 형제들 및 독일 딜리버리히어로사의 안티가 아닙니다. 제가 사용하던 유일한 배달 앱이 배민이다 보니 ㅎ) 

예전에 서울살이하던 20년 가까운 세월 동안 배달시킨 적이 딱 두 번 있었습니다. 일단은 지금만큼 배달이 활성화가 된 때도 아니었고(치킨과 피자, 중국집이 거의 다였죠 마이너로 아구찜과 족발, 보쌈 정도?) 제가 집에서 느긋하게 배달을 받아볼 새 없이 회사에 있거나 싸돌아다녀서도 있으며, 캐주얼하게 혼밥할 외식이 너무너무 잘 되어 있는 동네만 골라가며 살았고 결정적으로 제가 집에 배달 오는 걸 싫어했습니다. 아무래도 상황이 상황인지라 남자분들보다는 보안에 민감할 수 밖에 없어서요. 그래서 저 두 번도 서울 집에 모친 상경하셨을 때만 시켰나 아마 아주 예외적인 상황이었던 걸로.

 

서울 떠나서 백수 생활 할 때도 뭐 크게 달라진 점은 없었습니다...만, 코로나 이슈가 터진 후, 배민 앱 터치가 점점 많아지더니 '이런 것도 돼?' 싶은 스위츠 종류들이 줄줄이 배달오는 걸 즐기게 되었고, 각종 1인분 메뉴들이 '조금만' 돈을 얹으면 배달되는 걸 보면서 오 이거 참 신세계구나 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정신을 차려보니 저의 최애 베이커리 이흥용제과점에서 최저주문금액 15,000원을 넘겨 주문한 각종(...이라고 해봤자 요즘같은 고물가시대에 뭐 그리 엄청난 가짓수도 아닙니다) 빵들을 하루만에 해치우고 있더라구요. 그리고 한밤중에 야식의 재미에 눈을 뜨게 되었고 그러다 보니 수면에도 악영향을 주고 고질병인 역류성 식도염도 악화되고 카드내역서에는 하루걸러 배민이 찍히고...

 

...결정적으로 현타가 왔던 건 일주일에 한번 분리수거하는 날에 20리터짜리 분리수거통을 까마득히 넘어서는 배달용기를 와그르르 플라스틱 섹션에 집어넣으면서였던 것 같습니다. 제가 얼치기 환경보호주의자잖아요. 브리타로 페트병 줄이고 택배 덜 시키고 옷 덜 사면 뭐합니까. 몇백년 지나도 안 썩을 플라스틱 통 배출하는 기계가 되어버린 인간....아아 북극곰 미안해 바다물개 미안해....

 

근데 뭐 저도 이렇게 되기 전에 배달을 마일드하게 '줄이려는' 시도를 안 해본 건 아닙니다. 배달을 시키고 난 다음 바로 죄책감에 시달리면서 배민 앱을 삭제를 했거든요. 그리고 그 다음날, 아니면 다다음날 다시 배민을 깔고 주소 설정을 다시 하고 로그인을 다시 설정하고...이런 걸로는 어떻게 못 줄이겠더라구요.

 

그래서 동네방네(...라고 해봤자 한 줌단)에 '7월은 배달음식 프리의 달'이라고 소문을 내고 다녔습니다. 뭐 그분들이 저랑 살아줄 것도 아니니 제가 몰래 시킨다고 해봤자 별 문제도 없지만 일단 대놓고 외부에 말을 하면 심리적으로 자제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물론 맥락을 설명하느라 제가 그 동안 배달로 ㅊ먹었는지 고백하는 게 좀 쪽팔리긴 하지만...네 그렇습니다;;; 그 외의 요인을 따져보자면 백수라서 요리나 매식에 투자할 시간이 충분히 된다는 건 +++++ 요인일 거구요, 언제나 그렇긴 하지만 매식에 용이한 번화가에 살고 있다는 것도 또다른 +, 그리고 나갈 기력이 되게 회복된 것도 +, 7월 초반에 장마는 -였지만 장마가 일찍 끝나고 무더위가 찾아와서 그나마 +되겠습니다(전 아무래도 장마보단 무더위에 강한 것 같아요)

 

그리하여 7월이 마무리되는 30일 현재(아 물론 이틀 가까이 남아있긴 합니다만 요즘 살짝 위험해져서 또다른 '공표'로 좀 묶어둬야 할 것 같아서 말입니다) 딱 한 번을 빼놓고 '배달음식 프리'를 달성하였습니다. 그 한 번은 언제냐면...

...당연히 생리 때죠-_-;;; 덥고 습한 여름의 주기는 불가항력이라 북극곰이고 뭐고 이타적일 겨를이 없었습니다;;;

 

불가항력 한 번을 빼놓고 나면 성공적인 편이니 그 간의 유의미한 효과들에 대해 말해보자면,

- 플라스틱은 거의 0, 배출 재활용 쓰레기량은 반 미만이 되었습니다.

- 야식이 없어지니 역류성 식도염 완화, 그리고 수면에 + 영향을 주었습니다.

- '좋지 않은' 것을 본능적으로 한다는 죄책감이 없어지니 멘탈에 +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얼치기 심리학으로 줏어들은 얘긴데 손쉽게 클릭 하나로 문앞까지 배달시켜 가장 확실한 본능인 식욕을 충족시키는 '수동적 쾌락'에 중독된다는 의미에서 우울증을 심화시킨다고 하더군요.

- 30만원 넘게 절약. 이건 '꼭 쓰고 싶어서 쓰는' 것도 아니었던 비용이라 줄이고 싶었습니다.

- 요리 시간 증가. 사실 뭐 하던 것만 해서 요리 스킬이 는 거 같진 않습니다.

- 체중은 7월 한달간 1.6킬로그램 감소. 별로 유의미하지 않은데 이유는...

- 알콜 흡입량 증가. 본능 충족을 다른 곳에서 채우게 되었습니다. 배달을 하면 더 술을 마시는 게 아니냐 하겠지만 배달 음식 마리아주(...꼴에;)가 달고 짜고 매콤하니 양념이 센 편이라 소주인데, 전 혼자선 소주 거의 안 마시는 편. 요즘 즐기는 와인 리큐르 맥주는 아주 가벼운 안주와 함께 마시는 편입니다. 속 베리고 근육 풀리고 아이고...

 

네 뭐 생각해 보면 배달음식을 시켰어도 7월쯤은 몸이 회복되고 있다고 기고만장해서 술 마셨을 거니께 종합적으로 감안해 본다면 배달음식 프리는 제게 좋은 영향을 미친 편입니다. 기세를 몰아 8월달도 배달음식 프리를 해볼까 합니다. 습관이 잡히려면 한 달로는 부족하니까요.

 

그럼 7월에 제가 유일하게 시켜먹은 '컵넛'의 도넛 사진 링크로 마무리합니다. 시킬 만했어요 하아...

https://www.instagram.com/p/CMgg3EoJAHS/?utm_source=ig_web_copy_l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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