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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신나서 먹다가 찍으니께 별로 깔끔하지 못하게 미안하군요. '힘줄, 핏줄 정성스레 제거한 뒤, 이쁜 모양으로 쪄서 오이, 미역 양파와 폰즈가 함께 제공됩니다'하고 정성스레 설명한 이츠키 주인장님께 죄송합니다. 이쁜 모양이었어요...제가 사진을 개떡같이 찍어서 글치...

안키모란 아귀간인데요, 제가 초밥 관련해서 아는 척 하려고 사 놓고 금과옥조처럼 참고하는 안효주 선생의 '초밥 산책'에 따르면 아귀간은 다음과 같은 재료입니다.

'아귀 간은 홍어, 쥐치의 간과 함께 미식가들이 가장 선호하는 부위로, 도미와 참치 간의 지방 함유율이 2~3%에 불과한데 비해 아귀는 40%로, 먹이가 적은 깊은 바다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영양분의 대부분을 간에 지방으로 비축해 두어야 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간에는 비타민 A와 E가 풍부해 야맹증 등 시력 보호는 물론 피부 노화 방지에도 효험이 있다.
 일단 아귀 간을 맛본 미식가들은 아귀 간이 프랑스의 3대 요리 중 하나인 거위 간(푸아그라)를 능가할 정도의 고소하고 깊은 맛을 지니고 있다며 동양의 푸아그라라고 극찬한다.'


저는 홍어 간, 쥐치 간, 푸아그라, 아귀 간을 다 먹어봤는데요...(화사 씨 표현에 따르면 '남의 내장을 좋아해요') 그 중에서 아귀 간은 제 안에서 특별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푸아그라보다 더 제 취향이에요. 먹을 때 부드럽고 탱글한 촉감부터 농후하고 고소한 맛까지 버릴 것이 1도 없어요. 그리고 푸아그라처럼 꾸역꾸역 사료를 주입해서 강제 지방간을 만든 게 아니라 심해에서 살아남으려고 자체 지방간이 된 거라서 동물 학대 죄책감이 덜하다고 해야 되나...(일단 잡아먹는 것 자체가 문제긴 합니다;)

그리고 지방 함량이 높을 거라고 생각은 했는데 40%나 될 거라고 생각은 못했네요. 어쩐지 맛있더라. 역시나 제가 좋아하는 건 당분이 높거나 지방 함량이 높죠...뭔 심해 생물도 아니면서 ㅉㅉ...
 
여튼 이츠키는 처음에 7천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고노와다(해삼 내장) 단품을 제공할 때부터 비범하다고 생각했는데 저같은 내장 러버가 환장할 상품을 내놓고 있습니다. 사시미멘타이코아에(사시미 명란무침)부터 사시미슈토아에모노(참치내장젓갈)까지 술이 쭉쭉 들어갈 희귀템들만...암튼 걸어서든 배달이든 가능한 거리에 내키면 넉넉하고 맛있는 안키모폰즈를 18,000원에 먹을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은 축복입니다.
 
제가 특이입맛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는데요, 어차피 이 카테고리 '사랑이 없어도 먹고 살 수 있습니다'에서는 아귀간 때문에 헤어진 여자가 나옵니다.
 

후미상 사랑해요...이번에 넷플릭스에서 오오쿠 애니 나오던데 대박나세여...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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