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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미술관에 간다 - 전문가의 맞춤 해설로 내 방에서 즐기는 세계 10대 미술관   
지은이: 김영애 
출판사: 마로니에북스
출간일: 2021-01-04
476페이지

이 책의 간략한 목차는 다음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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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 루브르 박물관

Q1 미술 감상에도 레벨이라는 것이 있을까? 59

프랑스 | 오르세 미술관
영국 | 내셔널 갤러리

Q2 아이와 함께 미술관에 간다면 146

미국 |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미국 | 뉴욕 현대미술관

Q3 작품을 감상할 때 작가의 삶에 중점을 두어야 할까? 236

이탈리아 | 우피치 미술관
스페인 | 프라도 미술관

Q4 그림 감상, 어디에 초점을 두고 시작하면 좋을까? 326

네덜란드 |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
네덜란드 | 반 고흐 미술관

Q5 그림을 즐기는 방법 431

러시아 | 에르미타슈 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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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입문서적, 그 중에서도  그림 작품별/또는 사조별/미술관별 입문서는 차고 넘칠 정도로 많습니다. 몇 년 전에는 으스스한 분위기나 충격적인 뒷얘기가 있는 그림만 선별해서 '무서운 그림'이라는 책이 나오기도 했지요(사람이란 자극을 추구하니께 재미는 있었습니다) 그런 류의 책 중에서는 가장 가독성이 있는 편입니다.

 

왜, '죽기 전에 보아야 하는 그림 1000선'이라는 책 있잖습니까. 일단 볼륨에 질리고 대충 페이지를 랜덤으로 펼쳐서 이것저것 보다가 결국 손이 다 가지는 않지요(생각해보니까 '죽기 전에...' 시리즈가 다 그런 것도 같습니다) 그렇다고 100선으로 줄여도 비슷하기는 매한가지입니다. 결국 흐름이라는 게 있어야 완독을 하기 마련인데 이 책은 가장 유명한 미술관인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에 이어서 덜 유명한 우피치 미술관과 프라도 미술관과 러시아 에르미타슈 미술관에 이르기까지 우선 미술관의 역사와 미술관 자체의 건축에 대해 설명하고 가급적 미술관의 동선을 따라서 주요 작가별 그림에 대해 작가의 생애와 화풍, 그리고 구도, 숨겨져 있는 비밀과 의도, 배경에 이르기까지 꼼꼼하고 상세하지만 가급적 쉽게 설명을 합니다. 일단 루브르 박물관과 오르세 미술관에서 탄력받으면 스페인과 이탈리아는 또 알려진 거장들이 많으니 능선을 넘기도 쉽습니다.

 

중간중간에 미술 입문자가 미술관에 갔을 때 의례히 하는 질문들에 대한 답이 나오는데요, 특히 인상깊었던 질문은 '아이와 함께 미술관에 간다면' 부분이었습니다. 가급적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서 '왜 그럴까?'(왜 쟤들은 벗고 있어라든가;;;)에 대해 설명해 줄 것, 그리고 너무 충격적이거나 난해한 그림은 미리 조사해서 배제하는 게 나을 수도 있다고 합니다. 실제로 이 책 중간에 그런 그림이 나오기도 해요. 헤롯의 병사들이 나사렛의 아이들을 학살하는 그림인데 그림의 상세한 부분 하나하나가 살인의 잔인함에 대해 기기묘묘한 구도로 묘사되어 있어 소름끼침을 더합니다. 이런 그림은 미리 피하는 게 나을 수도 있죠. 그리고 말인데, 언젠가 생애 내내 창녀를 주구장창 그린 19세기~20세기 초의 모 화가 한국 전시회에서 "~하는 창녀" 시리즈로 비범하게 벗은 그림들만 있으니 다섯살 남짓한 남자애가 또렷하고 큰 목소리로 '엄마, 창녀가 뭐야?'하고 물었던 게 기억납니다. 미술 조기교육은 정서를 풍부하게 만들 수 있지만 창녀를 굳이 그 나이에 그런 식으로 알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아, 또 뭐가 있지... 카라바조야 뭐 이런 책에선 꼭 나오는 중요한 분이니 그렇다 치고 브뤼헐(아 이 분도 그런가; 저는 이 분의 뒤틀린 유머 감각을 좋아합니다)이나 루오, 로트렉처럼 이런 입문서에선 빠지는 분들도 친절하고 상냥하게 대표작과 함께 설명해 주어서 좋아합니다. 특히 저같은 로트렉 팬은 더더욱 그러합니다.(그러나 어떤 분에게는 너무 많은 미술가들이 소개되어 질릴 수도 있겠습니다. 소개된 모든 화가들을 굳이 외우려 하지 않고 여행하는 기분으로 지나치다가 어느 하나가 감성에 맞으면 주구장창 보는 것도 방법일 수 있습니다)

 

저는 이 미술관 중 딱 두 군데를 가 보았는데요, 예르미타시처럼 내한 전시회를 하지 않는 이상 나머지 미술관의 원화를 보기란 당분간 어렵겠습니다. 그리고 미술만큼이나 중요한 '미술관' 그 자체도요. 그럴 때 이 책을 펼치고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머릿속으로 투어하기 좋습니다. 마침 이 책에서는...

네덜란드의 반 고흐 미술관이 코로나로 인하여 문을 닫은 대신, 사이트에서 고흐 소장 작품을 고화질로 공개하고

Vincent van Gogh - Van Gogh Museum

 

Vincent van Gogh

Vincent van Gogh (1853–1890) is world-famous. Learn about Van Gogh's life, read his letters, explore his paintings and drawings, and other masterpieces.

www.vangoghmuseum.nl

(워낙 고화질이라 확대하면 붓터치 하나까지 다 살아 있습니다)

www.youtube.com/watch?v=SRDEmb5Eo_Y

4k tour 동영상 시리즈로 구경할 수 있게 했다는 정보를 소개합니다. 덕분에 유튜브로 즐감. 이 시리즈랑 예르미타시 미술관 투어 동영상은 아무리 봐도 쩝니다.

 

덧. 여담인데 지은이는 빈센트 반 고흐의 팬인 것 같습니다. 미술관 리스트에 유일하게 한 작가를 다룬 '반 고흐 미술관'을 넣고, 로트렉의 생애를 기술하면서 '미술세계를 폄하당한 고흐를 열렬히 변호했다'라고 부언했으며, 아를에서 열라 고흐랑 싸우고 두 달만에 헤어져서 고흐 병을 악화시킨 고갱을 얘기할 때 주식중개인이라는 이력만큼 약삭빠르다는 식으로 썼거든요. 하긴 이미 열대의 원시성이 사라진 아이티에서 여인들 벗기고 전통 의상 입혀서 서구 세계에 오리엔탈리즘으로 흥행시킨 게 찬반이 있을 수 있고(하지만 고흐도 평생 안 가본 일본에 대해 단순성에 대한 찬양하며 자포니즘 쩔었;;; 그때 일본은 국가 개방하고 주변국 침략할 궁리 무럭무럭 시작할 즈음), 어린 소녀들하고 성매매하다 병 쳐걸린 건 팩트이니 뭐 변호할 여지가 없긴 하지요. 하지만 고갱의 '우리는 어디서 왔고, 우리는 무엇이며,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를 실제 엄청 큰 사이즈로 보스턴 미술관에서 볼 때 압도하는 감동이 있긴 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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