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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좀 하드했던 1박 2일 일정을 마치고 돌아와서 잠자리에 누웠는데 제 인생의 3대 트라우마가 1부/2부/3부로 나오는 꿈을 꿨지 뭡니까. 그리고 일어났더니 새벽 2시. 입맛이 써서 더 이상 잠을 못 자겠다 싶어서 서울 여행에서 먹은 맛난 음식이나 올릴까 싶습니다.

 

제 1n년간 서울 생활에서 여러 번 가봤던 톰볼라 서래점이 마침 숙소 지척에 있더군요. 그리하여 예약도 안 하고 혼자서 가 보았음. 다행히 12시 직전에 와서 긍가 아직 자리가 있었습니다.

리스토란테는 좀 비싸고 격식있는 이태리 레스토랑, 트라토리아는 좀 더 대중적인 토속 요리가 나오는 이태리 음식점으로 생각하면 됩니다. 어디서 알았겠어요 음식 만화에서 줏어들었음; 피제리아는 피자 굽는 화덕 있는 피자집.

안은 바뀐 게 그닥 없군요. 2인석으로 안내받았습니다.

국립극장까지 가기에는 시간 여유가 꽤 있었고 제가 푸딩 매니아라서 단품보다는 런치 세트로 먹자 싶었습니다. 마침 제가 소싯적에 이 가게에서 매우 사랑하던 시금치 라자냐가 생각나서 시금치 라자냐가 들어간 런치 세트로 청했더니 마침 그 라자냐가 재료 소진으로 품절...ㅠㅠ 그래도 라자냐는 사랑하니께 볼로네제 라자냐(28,000원)에 만원 추가해서 런치 세트를 구성함.

여기서부터는 줏어들은 대로 '갤럭시 음식 사진은 인물 모드+3배 줌이 진리다 근데 너무 귀찮으면 2배 줌도 쓸만하다'를 써먹으려고 '인물 모드+2배 줌'으로 해 보았습니다. 일단 때깔이 아까 올렸던 인물 사진하고 차이가 꽤 나지 않습니까? 음...전 지금까지 카메라로 주로 음식을 찍었습니다. 사람은 좀 더 정진해야 함을 다시 실감합니다.

식전빵은 겉바삭 속촉의 아주 적당한 굽기와 맛이었습니다. 발사믹 소스와 오일도 퀄이 좋았음.

감자스프 맛있쪙. 해장이 되는 부드럽고 고소한 맛이었습니다.

오징어먹물을 입힌 새우 튀김. 처음엔 (흠칫) 이거 어울리려나? 했는데 오징어먹물의 향과 맛이 새우와 꽤 잘 어울리더군요.

메인 디시인 볼로네제 라자냐. 맛있었어요. 거기다 전 라자냐를 꽤 좋아하죠. 꽤 양도 튼실하고 라자냐가 포만감이 꽤 있는 음식이에요. 그래서 좀 남겼더니 서버 분이 근심어린 표정으로 '포장해 드릴까요?'하시길래 됐다고 했더니 음식이 뭐 마음에 안 드는 점이 있는지 정중히 물어 보시더군요. 전 갑자기 '시금치 라자냐가 먹고 싶었어요 ㅠㅠ'하고 격정 토로. 조금만 이성이 더 날아갔으면 '붓싼에서 여기까지 왔는데에 ㅠㅠ'하고 징징댈 뻔(라자냐 먹으러 온 게 아니라 미인 보러 국극 가는 거였지만) 서버 분이 미안해하셔서 더 죄송. 전 아직 다 크려면 멀었나봐요(...)

커피와 자가 제조 푸딩. 커피는 맨날 네스프레소 캡슐이나 끼고 살던 저에게 참으로 훌륭한 경험이었고 푸딩은 판나코타와 중간계적 정도였는데 토핑인 산딸기 소스와 아주 잘 어울렸습니다. 오래오래 아껴먹음.

 

마침 밖에 소나기가 퍼붓길래 택시 불러서 국립극장으로 떠남. 이 퀄리티의 세트에 3만8천원이라니 강남에선 정말 경이롭죠.

 

아, 엘리베이터 장기 공사하느라 화장실에 윗층까지 계단으로 올라가야 했던 게 좀 아쉽습니다. 하지만 멀쩡한 다리의 분들에게는 약간의 수고로움 정도겠죠.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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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에 한 번씩 만나서 미식을 즐기는 모임이 있는데요, 장소는 매번 바뀝니다만 제 입장에서는 한 시간 정도 걸리는 부산 구도심/영도/수영 요런 데서 자주 잡힙니다. 하긴 코로나 재택 수업 때문에 매번 폐업/임대가 내걸리는 대학가인 즤 동네에 뭐 먹으라고 오기도 민망합니다(세상에 이런 날이 오리라고는;) 어쨌거나 이번에도 가는데 한 시간 소요 시간은 기대하고 있었는데, 서면 전포동쪽에서 모임이 잡혔습니다. 30분 내로 갈 수 있다는 얘기죠, 신나신나.

 

전포동쪽에서도 1호선 부전역이 좀 가깝습니다. 저는 지하철이 편한지라 2번 출구에서 내려서 대략 6~7분 큰 길로 걷다가 골목길로 들어왔더니 바로 보입니다. 근데 문이 아주아주 심플한, 손잡이도 없는 철문이라 이거 자동문인가 하고 잠시 망설이다가 밀고 들어갔더니...됩니다.

와인 냉장고가 본격적입니다. 와인 잔이 좀 비싸보이고 마음에 들어서 하우스 와인 한 잔 마실까 하다가 요즘이 절주 기간이라 참았음;

전 이렇게 좀 인정머리 없는 간결 깔끔한 모더니즘 인테리어를 좋아합니다.

메뉴판 1.

메뉴판 2.

메뉴판 3. 오늘 쌀이 떨어져서(...) 리조또 빼고 다 됩니다. 멤버가 다 착석하자 차분차분 친절하게 주요 메뉴 설명을 해 주시는 게 매우 마음에 들었습니다.

루꼴라와 밤꿀을 곁들인 구운 알감자 요리(8,000원) 소금과 페퍼론치노 고추를 적당히 잘 써서 입에 착착 붙고 따끈한 것이 마음에 아주 들었습니다. 그나저나 전 루꼴라를 볼 때마다 폰 쇤부르크씨가 '우아하게 가난해지는 법'에서 '그냥 라우케라고 할 땐 흔하고 쌌던 풀이 루꼴라라고 하자 비싸지고 그럴싸해졌다'라고 투덜거리던 게 생각납니다. 그래 라우케는 왠지 좀 없어보여;; 독어 혐오는 아니고 어쨌든요(먼산)

스페셜 메뉴에 있던 시칠리아 스타일의 페스토와 새우, 딸리아뗄레(23,000원) 딸리아뗄레는 생면 파스타인데 소화가 잘 돼서 제가 아주 좋아합니다. 나이가 드니 뭐 위고 장이고 제대로 돌아가는 게 없...에구에구. 보시다시피 곱게 다져진 새우살이 아주 청순하고 파의 향과 잘 어울립니다.

오리 라구 파르파델레(23,000원) 제 기준 오늘의 베스트. 질기지 않게 다진 오리고기는 향신료에 잡내가 나지 않고 부드러워서 마음에 들었던 데다 파르파델레 면을 처음 먹어봤는데 펜네보다 더 넓적하면서도 두툼하지 않게 생각보다 얇고 야들야들한 거이. 입을 넘어갈 때 아주 매끄러운 감촉을 선사합니다. 오감이 다 쓰이는 기분. 그리고 다른 데서 쉽게 먹어보지 못한 맛이라 접시가 비워져 갈 때 매우 아쉽더군요.

 

분위기와 위생, 친절한 접객, 정성들인 요리에 비해 가격은 부담스럽지 않아 재방문 의사가 충분히 있습니다. 화, 수 쉰다고 하더군요. 다음엔 다른 파스타를 먹어봐야겠어요.

 

이렇게 먹고 인근의 매우 잘 나가는 베이커리 '희와제과'에서 빵을 산 다음...역시나 전포동의 에프엠커피에 가서 커피를 마셨습니다.

역시나 제가 좋아하는 인정머리 없는 인테리어.

2층 객장은 묘하게 비현실적인 느낌이었습니다. 프랜차이즈 아닌 데 치고는 의외로 디카페인 커피도 있고, 맛도 괜찮았는데 냉방을 너무 세게 틀어서;;; 제가 춥다고 느낄 정도면 말 다 했죠 뭐;;;(저는 딴 사람들 보기엔 뭐 저렇게 겨울에 얇게 입고 다니냐 할 정도로 몸에 열이 많아서 냉방 러버;입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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