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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그니까 2월 24일에 밀양에 당일치기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밀양시내 안에서 주로 움직였는데요, 점심과 카페, 이른 저녁 요기도 다 밀양 시내였습니다.

1. 밀양 영남루 근처 산삼장어집

이전 관광지에서 영남루까지 택시로 이동했는데요, 기사님이 영남루에서 뭐 먹을 거 없다고 극구 말리시더니 이 인간들이 시내를 벗어나지 않을 것 같자 정 그렇다면 근처 소머리국밥집이 먹을만하니 그리 가라고 그 앞에서 세워주시려는 걸 말리고; 영남루를 구경했습니다. 마침 어째저째 구글 리뷰에서 적당히 좋은 평이 나오던 산삼장어집이 영남루에서 200미터 거리에 있길래 거기 갔습니다.

갔더니 예전에는 시장회집을 하다가 산삼장어집으로 전직하고 맛집 방송과 놀라운 토요일(전 이 프로를 한번도 제대로 본 적은 없지만 전국의 맛집들 요리를 구해다가 패널들한테 퀴즈 내고 틀리면 뺏는 거라고 알고 있습니다)에 나온 집인가 보아요.

요런 철판 위에 산삼 장어가 나옵니다. 1인분에 2만 8천원이고 뒤에 나오는 장어탕과 공깃밥 추가에 2천원 더.

적당히 잘 구웠구요, 양념이 너무 짜거나 강하지 않아서 좋았습니다.

얘들은 갱상도에선 하나하나 먹을만하면 평균 이상인 밑반찬들.

그리고 나온 장어탕과 공깃밥. 저는 된장 풀어놓고 우거지 좀 풀어서 들큰하게 끓인 장어탕인 줄 알았는데 푹 고아낸 장어탕이더라구요. 전 첨 먹어봤습니다. 비리다고 안 먹는 사람도 있다던데 파하고 후추 적당히 넣어먹으면 딱 좋던데요.

 

가격대(1인당 최종 3만원)도 그렇고 직장인이 약간 고급진 점심 회식이나 비즈니스 파트너 만나서 얘기하기 좋은 곳으로 보였습니다. 저희 말고 다른 손님들도 다 직장인으로 보였구요. 장어가 좀 그렇죠.

 

그리고 밀양부 내를 구경하고 나서 밀양교를 건너서 바로 강 남쪽에 있는...

2. 로스터리 카페 엣지에 갔습니다. 실은 고택을 리모델링한 카페에 가고 싶었는데 오른쪽에 있는 '디카페인 커피 팔아요'에 두말없이 여기로 갔어요. 일반 카페에서 디카페인 커피 구경하긴 힘들거든요.

일행이 시킨 라떼, 디카페인 커피, 3중 치즈 클라우드 케익. 무난무난한 카페였습니다. 나오고 나서 보니 여기서 프랑스산 마카롱을 직접 수입해서 판다던데 그걸 나와서야 봐서...아쉽.

다섯시 반쯤에 밀양역에 도착했는데요, 열차 시간은 한 시간 넘게 남았고 점심에 먹은 장어 때문에 속은 아직 든든하지만 한번 기차 타면 밤까지 뭘 먹긴 힘들 듯 하여 깔딱요기를 하기로 했습니다.

3. 부전산꼼장어.

보이십니까, 밀양역이라 밀양의 본진 중 본진인데 부산 부전동 산꼼장어를 메인 메뉴로 세우고, 거기다가 족발이 또다른 메인 메뉴이며, 샵인 샵으로 통닭도 본격적으로 취급하고, 거기다 사이드 메뉴로 촌국수와....음? 시락국수? 웬지 딱 저 정도면 요기가 될 것 같네요. 밀양역 앞에 문 연 가게 자체가(코로나의 여파로 폐업과 휴업의 기운이;) 거의 없는지라 선택의 여지도 없습니다. 거기다 혼란스러운 게 딱 제 취향이에요.

 

들어갔더니 더 혼란스럽습니다. 복고풍 컨셉으로 60년대 영화 포스터에 이승만 선거 포스터도 있고 이미 안쪽에서는 꼼장어에 술 거하게 걸치시다가 탄수화물 필요한지 밥을 대량으로 찾고 계시고. 별로 기대없이 시락국수 2인분을 시켰고 나오는 걸 한 술 떴는데... 

 

음, 맛있습니다?(기대 안 해서 사진도 안 찍었는데;)

시락국 자체가 굉장히 심플하니 된장 베이스로 간간하니 아주 먹기 좋았고 말아먹으라고 나오는 삶은 소면도 딱 잘 데쳐진 게 먹지도 않은 술이 해장되는 느낌이었습니다. 아아 역시 장어집에서 복분자가 만원밖에 안 할 때 딱 한잔 술 마실걸 ㅠㅠ

가성비(1인당 4천원)로는 밀양에서 먹은 먹거리 중 최고였습니다. 집 근처에 저런 혼란스런 가게가 있으면 꼼장어든 족발이든 치킨이든 국수든 국밥이든 소주든 먹으러 종종 갈 듯 해요.

-밀양 먹거리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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