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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3일 저녁이었습니다. 영화 미나리를 본 일행은 좌장께서 예약해 놓은 삼청동 로마네 꽁띠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당시에 비가 꽤 많이 와서 카페를 한번 찍고, 다시 택시를 타고 갔어요. 위치는 한국금융연수원 근처(...라고 해봤자 금융쟁이들이나 알아들을 설명;)고 삼청동 수제비집 길건너편 골목으로 조금만 들어가면 됩니다.

전경. 당시에 비가 와서 올라갈 때도, 다 먹고 내려갈 때도 조심조심.

약간 높은 곳에 있는지라 창 밖으로 내려다보이는 삼청동 거리 조망이 훌륭합니다.

메뉴판. 원래는요...

어쩐지 이런 곳에 오면 주문을 제가 하게 되는데(대체로 일행이 너그러운 경우, 대상에 제일 집착하는 사람에게 선택권을 주기 마련입니다;ㅁ; 그리고 같이 먹는 사람이 맛있다고 칭찬하면 오지게 자랑하는 것이 저의 기쁨....) 세트가 무난무난하여 세트로 시킬까 하다가 사람마다 같은 코스로 먹으면 노나 먹는 재미가 없을 듯 하여

-올리브오일과 발사믹소스로 맛을 낸 그릴 오징어

-마르게리타 피자

-꼬꼬뱅

-매콤한 토마토 소스를 곁들인 뇨끼

이렇게 시켰습니다. 그랬더니 코스보다 총 합계 금액이 낮아지는 매직이...(당연하려나) 

인기가 좋은 곳이라 만석입니다. 하긴 요즘 다들 코로나에 지쳐 외출을 하고 싶어하여 종로~북촌 일대에 엔간한 곳은 다 예약 불가할 정도. 그나마 여기가 며칠 전에 예약을 받아줬습니다. 타인의 초상권은 소중하니께 요령껏 머리를 피해서 찍었더니 결국 촬영 가능한 곳은 주방쪽 벽면.

원래 한옥 구조의 묘를 살려서 테이블마다 거의 공간이 분리가 되어 있는 편입니다. 하여 가급적 옆 테이블과 눈이 마주치지 않고 모이고 싶은 분들이 선호할 구조입니다.

저만 라벨 보고 깜짝 놀랐습니까;;; 호주산 와인인데 원래 호주가 영국 범죄자들이 유형살이 와서 만들어진 나라(...원주민들은 무시하는 얘기라는 걸 너도 알고 나도 알지만 암튼;)잖습니까. 그걸 기념해서 19명의 범죄자 코스프레를 시켜서 다양한 라벨을 만든 와인이라는 스토리텔링을 서버 분께서 해 주셨습니다.

쉬라가 그렇듯이 목넘김이 부드럽고 살짝(많이는 아니고) 가벼우며 뒷끝이 은은하게 달았습니다. 네 명이서 요리를 곁들여가며 두 시간 남짓 한 병 비우기 딱 좋았습니다.

요건 마르게리따 피자. 마르게리따 피자 맛이 납니다. 특출나진 않지만 괜찮았습니다.

현미를 곁들인 꼬꼬뱅. 좌중에게 제가 뭐랬더라...아 프랑스식 와인찜닭이라고 설명했군요. 꼬꼬뱅이 맛없기도 어려운 일입니다. 농후한 양념과 와인 풍미가 매우 좋았습니다. 

이건 매운 토마토 소스를 곁들인 뇨끼. 일행에게서 최고의 평가를 받았습니다. 뇨끼의 축축 처지는 식감을 별로 안 좋아하는데 적당히 찰지고 탱탱한데다 감자의 맛을 잘 살려서 매우 좋았습니다. 지금도 생각나고 그러네요.

루꼴라를 곁들인 그릴 오징어. 불 향이 제대로 납니다. 안주로 괜찮다는 평.

이렇게 네 명이서 정말 배터지게 먹고 만족해서 아홉시쯤 자리를 떴습니다. 삼청동은 의외로 사람도 적고 해서 오기까진 어려웠는데 오고 나선 참 조용하니 좋았습니다.

요건 경복궁에 흐드러지게 핀 벚꽃. 비에 젖어 제법 떨어지지만 그 위세를 잃지 않았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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