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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의 술기운이 올라온 건지, 곗돈의 감격에 뻐렁친 건지, 혹은 생체시계가 감지한 건지(요즘 하지가 다가오면서 네시 반~다섯시 반 사이에 깨고 있습니다. 근데 의외로 상태는 괜찮네요. 역시 저는 여름 체질인가 봅니다. 캘리포니아 드리밍♬) 꼭두새벽부터 일어나서 16시간 시차가 나는 캘리포니아에서 일감을 받아 넘겨주고도 시간이 많이 남았습니다. 

...아 맞다 런던 베이글 뮤지엄... 전날 동행님께서는 그 다음날 아침에 시간이 되면 런던 베이글 뮤지엄을 찾아 오픈 런을 해 볼 것을 당부하셨습니다. 어찌나 여러 번 당부하셨던지 귀에서 피가 날 지경... 이쯤이면 레이어드(런던 베이글 뮤지엄 모회사입니다 요즘 요식업계에서 핫함) 인사가 아닐까 의심스러울 정도.

그러나 저는 꼴에(...) 디저트는 핸드메이드로 쬐끄맣고 단 맛이 농축되어 있는 걸 즐깁니다. 한 마디로 프랑스-이탈리아형 디저트 좋아한단 말이죠. 광흥창역 퍼블리끄가 그런 의미에서 정말 제 취향이었는데 이미 400km 저 멀리... ㅠㅠ

그러나 잠은 다 깨고 할 일도 다 하고 노니 뭐하냐 장독깨자는 심정으로 주문에 걸린 런던 베이글 뮤지엄 쪽으로 발을 옮겼습니다. 참고로 제 숙소인 나인트리 프리미어 인사동점과 런던 베이글 뮤지엄 사이 거리는 약 도보 10분. 미적거리다 도착하니 대략 아침 일곱시 반입니다.

그리고 저는 서울 핫 피플 백만명이 예약 기기 앞에서 이미 난리를 치고 있는 꼴을 보았읍니다... 이미 제가 가서 '1인' '테이크아웃'을 어필해 봐도...

요런 쟈가운 대답만이 돌아오더군요. 

어차피 오픈은 아침 여덟시구요, 저처럼 길잃은 어린양들이 배회하고 있는 현장입니다(그리고 건너편의 소금집에 못 가서 아쉬웠음. 그리고 그 옆에 있는 스타벅스는 '런던 베이글 뮤지엄 대기하면서 시간 죽이기 괜찮음'이라는 리뷰에 빛납니다 ㅋ) 심심하고 활자중독인 저는 재동 초등학교 담장의 장미와 지방선거 포스터-그러니께 시장-구청장-시의원-구의원-교육감의 얼굴과 약력 공약 사항을 다 읽어보며 시간을 죽이다가(음; 청와대 이전으로 주변 부동산값 노났다는 얘기를 바로 써먹는군;) 또 근처에 유세 인사도 받아주다가(...) 예쁜 까페 인테리어 구경하다가...

...쌩아침에 토박이 부동산 사장님께 명함과 영업을 받았습니다. 아니 전 이 동네에 매수를 할 만큼 그렇게 돈이 있지 아나요;;; 어디 가나 현지인으로 보이는 건 여전하나 보네요(뉴욕에서 현지인에게 길 가르쳐 달라는 요청 다수 청취)

대략 지금으로부터 50년 전쯤 여왕님.

그러고 보니 재동초등학교는 저의 구 오빠님이 졸업한 곳이었군요 껄껄껄.... 부모 세대부터 사대문 안에서 태어나다니 이런 유산자 계급 같으니 ㅋ

그리고 여덟시 반쯤 입장하게 되었습니다. 입장 임박하면 근처로 와달라고 카톡이 한 번 더 옵니다.

안은 이렇습니다. 요새 콘크리트 노출이 하도 괴악하여 이 정도면 참 준수하네요.

안에는 열심히 일하고 계시구요, 뭔가 소품이 많습니다.

종류별로 베이글이 참으로 많습니다. 하지만 베이글은 물과 소금과 밀가루가 주재료며 번들번들한 것은 사파라는 것이 제 입장.

체다 치즈 베이글, 시금치 베이글 기타 등등.

그리고 먹다 지칠 식사용 베이글. 

요 쪽이 제 취향.

하지만 앙버터를 사랑하고 대중적 취향에 귀가 얇은 저는 '베스트' 메뉴인 프렛첼 버터 베이글(5,500원)을 골랐습니다. 숙소에서 천천히 먹었는데 단짠느끼가 딱 절묘하게 섞였구요, 포만감이 상당합니다.

다양한 스프레드 종류.

근데 왜 '런던'의 베이글일까요. 이 회사가 전작 영국 티푸드 '스콘'으로 대박을 쳐서 영국팔이를 더 하고 싶은 걸까요. 일단 베이글은 뉴욕에서 제일 유명하잖습니까. 아 그래도 영국은 손 덜 가고 조합만 하면 되는 요리(...요리인가?;)는 잘 합니다.

그리고 좀 웃겨서 찍은 찰스와 다이애나 결혼 굿즈. 80년대를 컨셉으로 잡아서 어쩔 수 없었다는 건 알겠는데요...가장 유명한 결별 커플 굿즈를 보다 보니 마음이 좀 그렇습니다.

관광객의 마음으로 한 시간 대기해서 아침 오픈 런을 뛰었습니다. 마침 쌩아침이라 선선하기도 했구요. 현지 분들은 굳이...?싶긴 하네요. 저는 서울에 언제나 관광하는 마음으로 옵니다. 그러면 화나거나 힘든 일도 없더라구요. 여행이 그런게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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