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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을 시작한지 20여년이 되었으니 그 동안 사용한 제품이 꽤 많습니다. 지금에야 관심이 뚝 떨어졌어도 경제력도 받쳐주고 호기심도 왕성하던 20대 후반~30대 초반은 꽤나 사제꼈구요. 그 중에 파우더는 이렇다할 컬렉션이 없었습니다만 그래도 사용하던 제품이 빨간통 파우더-_-(네 맞습니다 하리수씨가 광고하던 그거)부터 해서 열 개 가까이 되겠어요.

특별히 피부에 해가 되거나 득이 되는 게 없어서 기억 속으로 사라졌습니다만 몇 개 기억하자면...

1.겔랑 금장 파우더
네, 겔랑 특유의 부담스럽고 큰 원형 금장 케이스 안에 들어있는 제품입니다. 양도 무지막지하게 많아요. 다 떨어졌다 싶으면 안에서 끊임없이 발굴돼서 몇 년을 못 버리게 만들었는데 이쯤 되면 남은 애들도 꽤 오염됐겠다 싶어 몇달 전 집 정리할 때 보내줬습니다. 무난하게 피부를 마무리하고 좋은데요...겔랑 특유의 누르렁한 색(골드 파운데이션하고 같이 하면 누르렁이 배가 됩니다)이 영 간이 안 좋아보이게 합니다. 

2.어퓨 소형 파우더
뭔가 기억도 안 나는 고가 화장품의 저렴이라고 잔잔바리 유행을 했었습니다. 깜찍하고 작은 까만 원통 케이스에 10g 들어가 있었는데 적은 양으로도 화사(1번과 가장 큰 차이점이죠)하게 커버가 가능해서 은근 써도 써도 줄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기본 양이 있다 보니 어느 순간 운명하셨습니다. 재사용 안 하는 이유는...지겨워서요;;; 그래도 이만한 게 없으니 또 쓸 날이 있겠지요.

 

 

3.폰즈 매직 비비 파우더
재작년엔가 홍진영씨가 인생술집이라고 대놓고 술마시면서 썰푸는 프로그램에 출연했었는데 술을 여러 잔 마시자 목 밑으로는 새빨간데 위로는 전혀 티가 안 나서 언니 그 화장품 뭐야 썰 좀 풀어봐...가 여초사이트에서 난무했습니다. 결국 이 제품이었다고 답을 해 줬어요. 동남아 여행 가면 흔히 몇천원 정도에서 살 수 있는데 한국에는 정식 유통이 안 되었던 지라 물건값을 상회하는 웃돈을 주고 직구하는 풍경까지 벌어졌었는데요, 지금은 올리브영 등에서도 한국어 라벨이 붙여져 파는 흔템이 되었습니다. 저는 뭔가 화장품 거래를 할 때 4천원 주고 동남아 버전으로 업어왔어요.

음...여름에 녹아내리지 않고 벌겋게 달아오르는 건 방어해줍니다. 그런데 확실히 두꺼운 화장이라는 느낌이 있어요. 그리고 제품의 문제(뚜껑을 살짝 비틀면 파우더 구멍이 나옵니다)로 화장이라도 좀 할라치면 오만때만데 파우더를 뿌리게 됩니다. 그으...20년된 lady marmalade 뮤비 있잖아요. 거기서 파우더통을 집어던지면서 디바 승질을 부리는 크리스티나 아길레라가 된 기분을 매일 느끼게 합니다.

 

4. 디 오키드 워터 파우더 쿠션 
출처: 받았습니다;;;
정가:36,000원(...이지만 인터넷 쇼핑몰에서는 만 육천원대에 구매 가능합니다)

처음에 받았을 땐 투박한 용기 디자인과(저는 원형 용기를 쓰고 있는데요, 실제로 보면 더 노답입니다) '워터리'한데 '파우더'고 메이크업 12시간까지 고정 효과가 있다는 소리에 의구심은 점점 깊어갔습니다. 한데 마침 여름이고 해서 도대체 얼마나 말이 안 되는가 보자 하고 색조 화장 밑간;이 (저는 지속력을 위해 겔랑 골드와 미샤 초보양을 섞어 씁니다) 된 후에 토닥토닥 해 보았습니다.

어라? 정말 시원한 물이 배어나오는 느낌입니다 앙대 메이크업 망했어...

그런데 몇십초 지나니 화사하게 마무리된 피부가 거울에 보입니다. 심지어 올해의 습하고 더운 날씨에도 메이크업을 짱짱하게 고정시켜 줍니다.
약간의 단점이라면 너무 화사해서 플래시 터뜨리면 얼굴이 떠 보일 수 있다는 정도?;;; 그리고 쿠션계가 그렇듯 퍼프 위생관리를 더 열심히 해야 한다는 귀찮음 정도죠.

전 아직도 촉촉히 배어나오는 물 제형이 어떻게 금방 파우더로 변해 피부를 고정시키는지 모르겠어요. 신비한 화학의 세계;;;

내년 늦봄쯤 되면 할인가로 하나 사볼까 합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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