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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차 계획 일정: 제주 교육박물관-제주박물관-동문시장-공항

3일차 실제 일정: 사려니 숲길-제주 교육박물관-동문시장-디앤대 디파트먼트 카페

제주 여행도 이제 3일차가 되어갑니다. 가이드 겸 네비게이션(렌터카에 네비가 고장났더라구요;ㅁ;)으로 일하느라 지쳤던 저는 2일차 저녁부터 시체가 되어 겨우 원기를 회복하고 3일차 여정에 나섰습니다.(그렇다고 여행 끝나고 아프지 않았다는 얘긴 아님;ㅁ; 그건 또 다른 문제)

간단히 리서치를 해 보니 제주교육박물관은 사전 인터넷 예약이나 입장 수 제한을 두지 않는 모양입니다. 한층 가벼운 마음으로 어제 가지 못했던 사려니 숲길로 가 보았습니다. 사실 이곳은 비가 폭우 수준으로 오지 않는 이상 보슬비에는 묘한 운치가 더해지는 곳이라 어제보다는 오늘이 좀 더 나은 선택이었어요.

 

1. 그러나 삽질이 빠질 수는 없는 거이, 한화리조트에서 정반대방향 3~4km 지점 각각에 사려니숲길 입구가 따로 있습니다. 저희가 어제 차를 타고 힐끗 봤던 곳은 주차장이 있는 곳이었고 제가 비몽사몽간에 네비를 찍고 갔던 곳은 주차장이 '없는' 입구였어요. 하지만 안개 속에서 산길을 주행하는 건 위험한 일이었고 해서 적당히 주차를 하고 입구로 들어가기로 했습니다. 그러니까 어디든 가기 전에 '주차장'을 찍고 가도록 합시다 ;ㅁ;

안내소를 지나서면 요런 풍경이 펼쳐집니다. 조카의 평에 따르면 '겨울왕국 2 찍어도 될 것 같다'고...(열심히 봤구나 얘야)

대충 보셔도 아시겠지만 마지막까지 완주하는 것은 포기할만한 안개입니다. 길 잃기도 쉬워보이구요.

그리하여 하트 모양으로 갈려진 갈림길로 가서 신선한 나무향과 흙내음을 맡으며 적당히 걸었습니다.

조카는 딱따구리 소리를 레알로 들었다고 매우 좋아했지만 알고 보니 녹음한 소리였습니다. 어른들은 아이의 동심을 지켜주기로 하고 같이 신기한 척 했습니다(...)

사려니숲길은 한적하고 날씨가 살짝 비가 돋을 때 가면 최적의 코스라는 걸 느꼈습니다. 처음 갔을 때야 회사 지급 츄리닝 입고 완!주! 이러고 구보로 갔으니 뭐 제대로 볼 새가 있었나 싶어요;ㅁ;

2. 제주교육박물관은 여러 세대의 가족 여행에 딱 맞는 선택입니다. 전 그냥 우리 2촌 취향 고려해서 주차 잘 되고 입장료 무료인 곳을 골랐는데 생각보다 도민들 물품 기부를 받아서 땐실하게 만들어놨더라구요. 고려에 병합된 초기부터 조선시대(원래는 초시부터 전라남도에 건너가서 쳤는데 누가 봐도 너무 심하다고 생각했던지 제주 목사가 관장하는 자체 시험으로 바뀌었다고 합니다)-개화기-일제시대와 민족교육-독립 이후 경제성장기-현대 이렇게 나뉘어져 있는데 마침 코로나 때문에 터치스크린이 주류인 체험 코너는 문을 닫아놨지만 전시물만으로도 괜찮았습니다. 아부지는 50~60년대 교실과 교구를 보면서 추억이 방울방울 하셨고, 오빠는 70~80년대 딱지와 구슬에 눈을 빛내며 본인이 얼마나 구슬킹(...)이었는지 열변을 토하고, 아들은 아들대로 저걸 어떻게 꺼내서 놀아볼까 호시탐탐 노리는 아름다운 광경을 보니 참으로 마음이 찡해졌습니다. 누구든 그리운 학창시절은 있기 마련이고(...음...저는 상대적으로 그리움이 좀 덜하긴 합니다) 사람 손때 묻은 실제 졸업장과 교과서, 교구, 놀이기구를 보면 자기 세대에 맞게 추억에 잠기기 마련이니까요.

여담인데 저는 90년대생들이 어린 시절 기억을 되살려내는 아이템을 볼 때마다 '.... 추억이다' 하는 셰리프를 참 재미있어합니다. 이제 90년대들이 과거를 그리워하며 힘겨운 오늘을 버텨내는 세대가 되었단 말인가... 그리고 의외로 추억의 아이템이 70년대생들과 그렇게 많이 다르진 않더라구요;ㅁ;

조카는 체험학습 보고서를 쓸 만한 자료와 사진을 챙겼고, 후히 주시는 관리인 덕분에 돌하르방 입체 피규어 조립 세트까지 덤으로 받았습니다. 쟨 참 어르신들이 좋아한다니까...

3. 동문시장은 의외로 할 말이 별로 없습니다. 진아떡집 찾아서 오메기떡 노나 먹고 선물할 것까지 챙긴 건 좋았는데 전형적인 경상도 남자인 아부지와 2촌은 뒤도 옆도 돌아보지 않고 오직 앞만 보면서 10분만에 동선 다 찍고 '다 봤다'면서 차에 돌아와 있는 겁니다. 어이;;; 여긴 주전부리도 하면서 한시간 반은 있어야 하는 곳이라고;;; 그리고는 '이제 뭐 가?'하면서 저를 바라보고...아아;;;; 이제 갈 데 없다, 여기서 마지막으로 좀 오래 있어줘야지 했더니 '모르겠고 어디 앉아있을만한 데 찾아봐라'

.....저는 화내지 않습니다. 가이드가 화를 왜 냅니까.

 

기억을 더듬어 보니 동문시장과 아라리오 탑동시네마가 아주 가까운 거리에 있었고, 거기 1층 카페가 쓸만했던 기억이 나서 그리로 가자고 했습니다. 2년만에 다시 찾은 아라리오 갤러리는 구조를 좀 변경해서 거기 1층보다는 옆 건물인 디앤디 디파트먼트의 1층 카페가 훨씬 널찍하며 조용한고 편안해 보이더라구요.

제가_시킨_한라봉_시럽을_곁들인_우유_푸딩(제가 좀 크림브륄레처럼 꿀럭꿀럭한 디저트를 좋아합니다)

커피가 4천원이나 한다며 불만스러워하던 아부지는(제가 사는 곳은 부산에서도 커피값 싸기로 소문난 곳입니다;) 먹어 보니 괜찮다며 만족스러워했고 새언니는 코코아가 듬뿍 들어간 커피를 만족스러워했습니다. 모두가 좋다면 좋은 것이죠. 

그리고 2시간 전, 렌터카를 반납하고 공항가서 도떼기시장처럼 밀리는 여행객들 백만명 머리통과 면세점 아이템을 구경했습니다.(조니워커 블루가 16만원이던데....쓰읍)

이렇게 2박 3일의 여행을 끝냈습니다. 이번의 여행은

1.여행은 50%가 날씨고 50%가 먹거리지만 다른 5%가 만족스러우면 105%의 인생을 살 수 있다.

2.역시 가족여행은 그룹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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