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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독일 국채금리 연계 DLS(파생연계증권)에 대해서 말이 많습니다. 브렉시트와 무역분쟁 등의 여파로 안전자산인 독일 장기 국채의 가격 급등, 금리는 마이너스로 하락했거든요(채권과 금리는 부(-)의 상관 관계에 있습니다). 그리고 독일 장기 국채 금리가 하락하지 않은 것에 베팅한 이 상품은 부분 또는 전액 손실 위기에 있습니다.

십여년 금융 밥 먹고 파생상품에는 쓸데없이 이론만 빠삭한(관련 라이센스는 있으나 운용 경력은 없습니다) 개인 사견을 말하자면,

-증권사(설계)-운용사(형태 보정)-은행(판매)간 정보 비대칭성 비극
-금융상품리스크위원회 등 리스크관리 실패
-은행의 고수익상품 KPI 과도한 압박
등등이 낳은 비극이라고 봅니다.

뭔 얘긴지 좀 풀어서 얘기해보자면요,

이 상품은 금리파생상품입니다. 본체인 독일 장기국채의 가격과 연계는 되어 있되 위험은 굉장히 레버리지, 그러니까 뻥튀기가 되어 있다는 얘기죠.


문제는 대부분의 금융소비자가 채권의 경우 본체와 파생상품을 헷갈려합니다. 채권의 경우 주식에 비해 굉장히 변동성이 낮고 안정성은 높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나 이 상품처럼 독일 국채라서 안전해 보일 경우는 그렇죠. 본체의 경우 금리 변동으로 인한 가격 변동, 그리고 파산으로 인한 채무불이행위험이 거의 다입니다. 그리고 아르헨티나(죄송하지만 최근 디폴트난 케이스 기억나는게 이 나라라;)라면 모를까 독일이 디폴트가 나겠어요?

본체에 한정하자면 맞을 수도 있겠습니다만(요즘처럼 격변하는 세상에선 꼭 그렇지도 않습니다) 얘는 파생상품, 그 중에서도 굉장히 변동성이 심한 파생상품입니다. 음...주가연계 ELS 구조와 비교해도 좀 과격한 형태예요. 금리가 0.1%가 내려갈 때마다 원금이 20%씩 누적적으로 손해보게 해 놨으니까요.

근데 대부분의 요즘 금융업 경우가 그렇듯이 정보 단절이 너무 심했습니다. 일단 하나금융투자, IBK투자증권,NH투자증권 3개 증권사에서 얠 파생연계증권 형태로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유경 등 4개 자산운용사가 이걸 소매 가능한 형태인 ‘사모’ 펀드에 담았어요. 그리고 이걸 우리은행, 하나은행 등 은행 PB 창구 등에서 판매한 겁니다.

은행 WM(자산관리) 부문 직원들은 끊임없이 고객 응대 교육과 금융상품판매 소양에 필요한 교육을 받고 관련 자격증을 따도록 독려받습니다. 그건 기업금융충이던 저도 알아요. 다만 이분들의 소양에 비해 요즘 출시되는, 그러니까 판매해야 하는 상품이 너무나 복잡다단해진 겁니다.

제가 마지막 구남친의 새끼손가락(어차피 잃든 말든 상관없음)을 걸고 얘기하는데, 은행 wm센터까지 내려왔을 때는 본점에서 판매 목표, 각종 가입관련서류, 구조 관련 상품 ppt(이건 제일 마지막에 내려왔을 수도 있습니다) 정도 던져줬을 겁니다. 증권사, 운용사에서 설계하고 보정한 사람은 얼굴은 커녕 설명도 없었을 겁니다. 아, 상품 ppt는 만들어줬겠죠.

이 상품 특정해서 판매 목표는 없었을 수도 있습니다. 다만 특성상 판매 수수료가 높다 보니 수수료 KPI에 연계되어 영업 압박이 높을 건 추정 가능합니다. 이쯤되면 판매 쪽에서는 아무말 대잔치가 있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본체인 독일 장기 국채의 특성과 이 파생상품을 혼동한다던가(‘독일이 망하겠어요?’라는 말을 PB가 했다는 증언) 과거의 성과로 미래를 보장하거나(‘한번도 손실난 적이 없어요’라는 설명)는 그렇게 유추해 볼 수 있습니다.

사견으로는, 이 상품은 한국 은행 업계 현실을 고려해 볼 때 은행에서, 개인에게 팔아서는 안 되는 거였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몇천억 있는 자산가에게 5억원이야 미미한 거지만...개인에게 허용된 순간부터 몇억원 퇴직금이 재산 전부인 개인에게 판매하는 작금의 현실도 가능하잖습니까. 초고위험 5단계라고 해도 위험중립형(이런 분들은 우량 회사채도 조심해서 사실 분들)한테 서류 고쳐서 파는 마당에.

결국은 증권, 운용사 금융쟁이들이 제안서 가져왔을 때 은행 본점의 금융상품리스크위원회에서 보수적으로 생각해서 결정을 내렸어야 할 일인데요, 보통 이런 거 위원회장인 리스크부행장은 리스크 경험이 별로 없고 밑의 실무 직원들 중 파생상품에 대해 이 정도로 깊은 이해가 있는 직원은 의사 결정에 영향을 미칠 정보를 전달할 정치력이 없습니다.

이 사건은 진행중입니다. 손실과 상관없이 증권과 운용사는 운용수수료를, 은행은 판매수수료를 가져갔구요, 금감원 감사 결과에 따라 다소 징계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손실을 본 개인은 감사 결과에 따라 약간 돌려받을 수 있지만 전액은 힘들 듯 합니다.

의사결정에 가장 영향 준 사람들은 가장 덜 다치고 가장 많이 가져갈 겁니다, 아마도.

그럼 개인은 뭐해야 되냐 예적금만 답이냐 하면 꼭 그렇지도 않습니다. 다만 투자상품을 권유하는 창구에서 나보다 더 모를 수 있다는 걸 명심하고 들어가야 합니다. 그리고 과거에 안전했어도 불확실성의 시대인 현재는 더 불안해질 수 있다는 것도.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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