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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덕포(사상 옆집)에 위치한 부산도서관에 다녀왔습니다. 사실 전 사상은 시외버스타러도 가봤고, 근처에 일하러도 가봤는데 덕포는 난생 처음이라 가서 뭐 먹을거리가 없나 좀 찾아봤습니다. 부산도서관에 식당이 딸려있다는 얘기는 아무리 봐도 없더라구요.(그리고 찾아보길 잘했습니다. 부산도서관엔 식당은 커녕 있던 4층 카페도 공사중)

베트남인이 운영한다는 베트남요릿집이 평이 좋길래 아아 공단 근처에 있는 현지인 운영 저렴하면서도 일정 맛은 보장되는 집이구나 싶어서 그리 가기로 정했습니다.

사상 쪽은 음식값이 평균 대비 싼 쪽입니다. 그 사상에서도 착한 가격 업소 받았다고 해서 음 싸겠군 하고 들어가봤습니다.

베트남의 자존심 사이공 엑스포트 비어 포스터를 뒤로 여러 모로 정신사나운 인테리어. 저쪽 자리는 길게 한 줄로 이어져 있는게 회식 자리 같습니다. 하긴 여기 저녁 메뉴 중에 회식으로 할만한 게 꽤 있고, 거기다 '회식 환영'이라고 한국어로 써놓기도 하고... 안 보이는 공간에서는 아오자이 입은 꽁가이 사진이 있는 전형적인 베트남집 인테리어에, 카운터로 가면 손 흔드는 일본 고양이 인형이 있고, 그 건너편에는 부를 부르는 중국 신상이 있고... 여러 모로 혼란합니다.

메뉴판 첫 장. 여기 메뉴는 무척 많습니다. 쌀국수는 기본이고, 반미/월남쌈/반 세오/짜요같은 그럭저럭 여러가지 다루는 한국식 베트남 식당에서 나오는 건 당연히 있고 특이한 게 많아요. 염소 레몬그라스 무침이라거나, 돼지 귀 무침이나, 개구리볶음이나, 돼지내장 베트남 김치볶음, 가물치 샤브샤브까지 가자 이제 호기심이 동했습니다. 괴식류들은 거의 회식 메뉴라 혼자서는 못 먹겠고 내장배추절임볶음밥은 만오천원이니까 1인분이겠지? 그런데 중간중간에 비주얼이 비범한데 한글 토도 안 달아놓거나, 한글로 발음 그대로 적어놓고 설명은 안 해놓은 메뉴들이 어쩐지 신경이 쓰입니다(...)

결국 메뉴를 이거저거 다 읽어보고 333(빠빠빠) 맥주도 팔고, 하이네켄을 5천원에 파는데 알콜은 한모금도 못 마시는 신세를 한탄하며 평범하게 가기로 했습니다. 반 세오(7,000원)를 시켰어요. 안에는 숙주와 고기가 들어가 있구요, 반달 모양의 계란 전으로 둘러놓았습니다. 좀 느끼하다 싶으면 느억맘 소스나 베트남 간장 쳐서 고수나 상추에 싸먹으면 됩니다. 저는 고수에 대해서 약간 호인데 불호인 사람들은 참 여러모로 힘들겠어요;;;

계란피를 뒤집어보면 이런 만두 모양입니다. 갤럭시 s10e가 음식사진을 그럭저럭 잘 찍는 줄 알았더니 이번은 좀 별로군요.

잘 먹었습니다. 손님은 한국인 반, 베트남인 반이었구요. 한국인이 와서 생선 쌀국수를 고민하니께 '이건 한국인이 별로 안 좋아하는 향이니까 해산물 쌀국수를 시켜라'고 하는걸 보니 메뉴판의 첫 2~3페이지가 한국인을 위한 맛이고, 나머지 뒤로 갈수록 내 꿈을 막 펼친 동포들을 위한 맛인 것 같습니다. 괴식을 사랑하는 사람이 둘만 더 있으면 먹어보러 올 수 있을 텐데, 어째 요즘은 나이가 들면서 안전 선택으로 가는 사람들이 많군요, 아쉽다.

덧. 카페 쓰어다가 4천원이길래 오 맛있겠다-하고 신났었는데 아...커피군요...그렇죠...못 마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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