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지금은 한시적 알바 중이라 매일 화장을 하고 있습니다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일주일에 이틀-사흘 정도는 화장을 안 하고 썬크림까지만 바르고 살았습니다. 이 얘기는 하루 내내 일촌 정도만 만나고 살았단 얘깁니다. 일촌 넘어가면 외모 지적이 귀신같이 들어와서요; 또 20년 넘게 색조 화장하다 보니 맘먹으면 색조 화장 추가는 3분 컷도 가능하거든요.

일전에 말했다시피 귀차니즘이 심해지다 보니 적은 노력으로 그럭저럭 볼만하게 보이는 데 관심이 가게 되고 여름에 노 파운데이션도 시도해 보니 사람들은 생각보다 내 피부에 관심이 없고-등등해서 어차피 비가 오나(전 비 와도 썬크림은 바릅니다)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맨날 하는 썬크림에 커버 기능이 추가된-소위 말하는 ‘톤업 크림’이 유행 중인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솔직히 ‘톤업 크림’ 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제 반응은,


뭐야...백탁 있는 썬크림 팔아먹으려고 이름 그럴싸하게 만든 거잖아?

(오해 방지를 위해 말하자면, 전 양현종 선수가 야구 잘하고 착해서 매우 호감입니다. 하지만 선크림을 살 때마다 현종이가 생각나는 건 어쩔 수 없어요. 이것은 사랑인가...)

그런데 좀 찾아보니까 예전의 계란귀신같던 백탁 선크림에서 좀 진화해서 얼굴의 홍조나 칙칙함을 좀 자연스럽게 가려주는 거더라구요.

또 드는 생각은...

뭐야...20년 전에 김남주 언니가 계란에 색칠하던 라끄베르 그린 메이크업베이스에 선크림 추가한 거잖아...

그러나 이미 마음은 꽤 넘어가 있어서 톤업크림을 찾아보았습니다. 후보군은
이니스프리 노세범 톤업 선크림(이니스프리 판매)
닥터지 브라이트닝 업 선(올리브영 판매)
장조지롱 선크림(투쿨포스쿨 판매)

...그러다 모 게시판에서 어퓨 마데카소사이드 블루 톤업크림 후기를 보고 마음이 동해서 주문을 넣었습니다. 닥터지랑 같은 코스맥스 제조라고 해서 닥터지도 참 끌렸는데 결국 어퓨로 선택. 전 참 미샤 계열 좋아합니다 ㅋ(어퓨는 미샤 화장품의 세컨 라인입니다) 10년전부터 중년스러워졌다고 까이는데 뭐 어때요 저도 중년인데...


아무튼 배달되어 온 얘 스펙을 좀 봅시다.
정가 : 13,000원(인데 수시로 세일하는 미샤 계열답게 만원 안팎으로 구매 가능)
용량 : 50ml
자외선 차단 기능 : SPF 50+ PA+++ (4계절 쓰기 충분한 기능입니다)
기능 : 자외선 차단/미백/주름개선 인증(...받기는 어렵지 않습니다)
첨가 성분 : 마데카소사이드/병풀 추출물/블루용설란잎추출물(죄다 자극완화 진정 화장품에 많이 쓰는 성분입니다. 진정...제가 참 사랑하는 단어죠;)
사용자 : 남성(...)

맞습니다. 저 무진장 심플한 패키지에서도 알 수 있지만, 이 제품은 썬크림을 쓰되, 백탁은 싫으면서 얼굴은 좀 환하게 버무리고 싶으며 번들거림은 싫고 트러블도 진정해줬으면 좋겠고 모공도 좀 가려줬으면 하는 남자분들이 올인원 에센스 하나 바른 다음 위에 덧바르고 나서라고 만든 제품이죠. 그 기능에 무진장 충실합니다. 베이지색이라 얼굴의 붉은 기나 스팟은 가려주면서 그리 창백하게 동동 뜨진 않습니다. 자연스럽게 살짝 피부 좋아보이는 정도죠. 그리고 대부분 지성인 남성 피부에 맞춰서 기름도 거의 안 돌고 착 붙습니다. 그리고 심지어...

색 있는 선크림인데 모공에 안 끼네요 세상에...그게 가능했었나...

좋은 제품인데 일각에 입소문만 나고 조용히 가라앉을 거 같습니다. 어퓨은 가끔 어그로는 잘 끄는데 전반적인 마케팅은 참 못해요. 일단 네이밍 센스부터 봅시다. 어퓨(브랜드)+마데카소사이드(주요 진정 성분)+블루(주 사용층 남성 및 다른 성분 블루 용설란)+톤업 크림...외우기도 어렵고 감동도 없고...낯간지러운 애칭 붙여서(인생 광채 진정크림 뭐 이딴거) 팔지 않는 건 남자 대상이라 그러면 뭐 남자들이 좋아하는 모델이라도 써서 광고하던가(...하는 순간 기안84가 생각났어 으아악) 그런 것도 없고. 남자도 여자도 안 사고 결국 인터넷 팡인 중년만 사서 쓰네요.

가성비 좋고 맨얼굴 예쁘게 톤 올려줘서 참 좋은데 어째 내년엔 못 볼 거 같은 예감이 듭니다.

-끝-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