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https://twitter.com/hadess1138/status/1317395915263545344?s=20
넵 이 짤 쓰려고 후기 쓰는 것 같습니다(...)
 
제가 워낙에 뮤지컬에는 조예도 없고 관심도도 낮은 편이라 이 마스터피스에 대해서도 몇 가지 유명 넘버와 얼굴 다친 천재 작곡자가 지하에 숨어 살면서 신진 여가수한테 겁나 집착하는데 그 여가수는 늘 그렇듯이 멀쩡하고 잘생기고 키 큰 남자랑 사랑에 빠져서 파아아아아국이다.... 이런 얘기 말고는 잘 모릅니다. 어라 그러고 보니 샹들리에 꽈과광도 알고 계단 이리저리 내려가고 노 저어서 유령네 집에 가는 장면도 알고 사라 브라이트만 버전도 알고 강형호 암수한상(...) 버전도 알고 아 뭐야 나 많이 알잖아;;;
 
- 부산 드림씨어터는 문현 IFC 건물 내, 아바니 호텔 있는 쪽에 있습니다. 아 맞다 그리고 건강검진센터도 겁나 크게 있는 게 서울 IFC랑 좀 비슷함 그러고 보니 카페가 지천에 널려 있는 것도...

저희는 일찍 도착해서 1층에 있는 식물원 컨셉의 넓은 카페에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빵도 대따 크고 맛있어 보였습니다.

바닐라 라떼와 디카페인 콜롬비아 커피. 한 캡슐에 360원 하는 거 먹다가 이거 마시니까 아아 이것이 자본의 맛이로구나 싶더군요.

오늘 캐스팅은 팬텀 김주택-크리스틴 송은혜-라울 송원근 트리오입니다.

물론 팬텀씨는 이 얼굴로 나오지 않습니다. 겁나 특수분장을 때려넣고 나옵니다. 전 김주택씨 얼굴도 쫌 좋아해서 약간 안타깝긴 했음. 

- 고딩들이 엄청나게 단체 관람을 와서 ㄷㄷㄷ 했는데 어차피 2층이고 별로 소리가 들린다든가 한 것도 없어서 그냥 잘 보고 갔나부다 했습니다(아 저는 뮤지컬 관람 기준에 대해서는 별로 엄격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다른 분들을 감안해서 필라테스 자세(척추를 뽑으시구요, 머리끝을 하늘로 잡아당기세요)로 관람했습니다. 그나저나 자라나는 애들한테 이런 치정극을 보여주는 게 과연 교육적일까 생각을 했는데, 그보다 더 어린 나이에 다락방의 꽃들 시리즈 뭐 이런 거나 봤던 자가 할 걱정은 아닙니다.

 

- 드림씨어터 부산에 간 건 처음이었는데요, 여러 모로 호평을 받았던 화장실 가는 길 꽃길은 계단투성이라 아직도 계단에 서투른 저는 ㄷㄷㄷ 하고 그냥 안 갔구요, 무대가 서울보다 좀 좁아서 스케일이 큰 서울의 모모 극장들에 비해서 스케일을 살리기 힘들었습니다. 특히 팬텀이 크리스틴을 끌고 계단을 이리저리 내려가서 배 젓고 가는 장면은 스케일이 중요한데 가로 길이가 좁으니까 음...좀 그랬습니다.

 

-김주택이야 뭐 쩌렁쩌렁한 성량에 음색, 음악을 가지고 노는 폼이 대단한 클래스였습니다. 근데 제일 유명한 크리스틴과의 2중창 있잖아요, 거기서 생각보다 케미가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하긴 거기서 제일 처음 만난 거라고 생각하면 뭐 케미고 뭐고 할 수 있겠지만, 이미 고인이 된 아빠의 가스라이팅과 그간의 교감을 생각하자면 일정 케미는 느껴져야 할 것 같은데요. 후반으로 갈 수록 괜찮아졌습니다.

 

-크리스틴은 생각보다 장신이라 음? 싶었습니다(주택씨도 키가 큰 편인데 키 차이가 거의 안 나더라구요) 아참, 라울은 라울답게 키도 크고 훤칠하셨습니다. 오유의 켄('켄은 그냥 켄')이 라울의 존재 이유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라서요. 근데 막판에 올가미 매 놓고 으으윽 괴로워해야하는데 그냥 음?-_-? 이게 밧줄인가? 식으로 나와서 좀 그랬음. 근데 생각해 보니까 목에 밧줄 달려서 금방이라도 죽을 듯이 꾸에엑하면 7세 이상 관람가인데 애들한테 안 좋을 거 같기도 하네요(다시 한 번 말하지만 애들 교육에 치정이 좋을지는 다시 생각해 봅시다)

 

-제가 뭐 딱히 깊게 파지는 않지만 오페라를 워낙 좋아해서 극중극으로 나오는 가짜 오페라들에 대해서 본 공연 흐름보다 더 관심이 많았습니다. 첫 공연에서 코끼리 나오는 거 봤을 때는 아 코끼리에 돈 쫌 쓰지; 기분이었는데 가면극 오페라할 때는 훨씬 마음에 들었음. 그리고 성악 아리아 발성까지 해야 했던 배우들에게 애도.

 

-근데 팬텀씨 태어날 때부터 기괴하게 태어나서 인간동물원 식으로 구경거리가 될 정도라고 했잖아요? 그런 것 치고는 그냥 피지컬은 당당하고 평범하게 얼굴 반쪽에 화상입고 머리빠진 남자 정도라 아니 뭘 저 정도를 돈 내고 구경하러 가(...) 이런 기분. 뭐 영화 프릭쇼에 나오는 정도는 되어야죠. 하지만 다시 한번 말하지만 7세 이상이고 뮤지컬 주인공이 꼽추인 것도 그렇...아니 리골레토도 있고  콰지모도도 있고(...)

 

- 이 드라마는 팬텀에게 서사를 몰빵하고 크리스틴을 '마이 엔젤'로 객체화하며 라울은 그냥 바비의 켄이라서 나중에 결말을 모르는 상태에서는 '음? 크리스틴이 이제 팬텀한테 마음이 돌아섰나?'하고 쫌 두근두근할 정도로 집착남 스토커 팬텀에게 잘못 이입하게 만드는 면도 없지 않습니다. 하지만 요즘 세상에 그랬다가는 가스라이팅에 스톡홀름 증후군에 기타 등등... 근데 라울은 크리스틴이랑 잘 도망가서 잘 먹고 잘 살았으면서 나중에 할배돼서 왜 그렇게 회한에 차서 추억을 반추했대요. 

 

-저는 팬텀씨가 극장주들에게 한 급여 요구는 법률적으로든, 경제적으로든 아주 많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단은 쌍방이 동의해야 하는데 새 극장주들은 팬텀이 위협을 하기 전까지는 동의할 생각이 1도 없었고, 이 돈이 협박의 대가인지, 작곡료인지에 대해서도 분명히 명시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작곡료가 맞는지도 좀 애매한 게 그 작곡한 오페라를 강요한데다가 결과적으로 흥행한 거지 극장주들이 자의적으로 선택한 것도 아니자나여... 굳이 말하자면 돈 받으면 해를 덜 끼치겠다는(그러나 크리스틴을 주연으로 안 삼는다면 해꼬지를 하겠지) 일종의 '토템 비용'인데 불법 협박으로 갈 소지가 큽니다.

 

-뭐라 투덜거린 게 많은데 이렇게 길게 감상을 썼다는 건 잘 봤다는 얘기죠. 매우 즐거운 시간이었고 특히나 외출할 일이 없던 저에게는 특히나 더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저는 팬텀씨를 지하실에 키운다는 대안에 대해서는 탄복하면서도 좀 반대하는 게, 언젠가는 사고칠 타입이라(...)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