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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영민
출판사: 어크로스
출간일: 2020-08-26

대목차-
프롤로그: 낙화암에서 떨어진다고 모두 꽃은 아니다
1부 공부의 길: 지적 성숙의 과정
2부 공부하는 삶: 무용해 보이는 것에 대한 열정
3부 공부의 기초: 질문과 맥락 만들기
4부 공부의 심화: 생각의 정교화
5부 공부에 대한 대화: 목마른 사람처럼 배움의 기회를 찾아야
배움의 순간도 사랑처럼, 의외의 순간에 오는 것- 중앙SUNDAY 유주현 기자와의 인터뷰
대학, 말하고 쓰는 법을 배우는 시간- 서울대 사람들 인터뷰
에필로그: 휴식에 대한 공상

이 책은 김영민교수가 중앙일보에 연재한 컬럼을 모아서 만든 책입니다. 김교수님의 홈페이지( polisci.snu.ac.kr/kimym/main.html  )의 '잡문' 섹션에 가면 각각의 칼럼으로 갈 수 있는 링크도 친절하게 게재해 놓았으므로 책을 미리 보거나, 본 것처럼 하고 싶으신 분들은 거기서 읽을 수 있습니다(아 그나저나 누가 교수님께 하이퍼링크 삽입하는 법 좀 알려드렸으면 좋겠습니다. 설마 서울대 교수 홈페이지는 하이퍼링크 삽입 기능도 제공하지 않는 건가;;;)

하지만 제가 굳이 이걸 책으로 구해 읽고 만족한 이유는 제가 이제 모니터를 보면 슬슬 눈이 시린 나이가 되어서도 있지만 이 책이 칼럼의 모음집이 아니라 앞에 나오는 목차처럼 기승전결이 있는, 하나의 완결된 과정으로서의 독서가 주는 쾌감이 상당해서일 것입니다. 처음에 저자는 지금의 한국에서 공부가 왜 필요한 것인지 문제를 제기하고, 이제 슬슬 걸려든 독자 하나하나에게 공부하면 삶이 이렇게 단련된다고 낚고, 3부부터는 본격적인 공부의 방법론을 펼치기 시작합니다. '그래 뭐라도 치매라도 방지하려면 읽는 게 낫지'하고 슬슬 읽기 시작하다가 그 '공부'라는 것이 실은 '마음 공부' 수준이 아니라, 학부 수준도 넘어서는 것이라 의심되고 이제 이 양반이 '대학원 노예'를 낚기 위해 이러는 것이 아닌가 싶은 마음조차 듭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움베르트 에코의 '논문 작성법 강의'와 비슷한데요, 에코 자신은 학부를 졸업하면서 논문을 쓰는 대학생을 위해 친절하게 최소한의 양식과 내용이라도 갖춘 논문을 쓰는 방법론을 제시하였지만 쓰는 사람이 에코인지라 읽으면서 '이탈리아 대학생들은 이런 논문을 쓰는 거야?'라는 탄식이 나오기까지 하거든요. 김영민 교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본인의 눈높이가 범인과 다르다는 것을 이제 받아들이시는 게 좋을 듯 합니다.

아, 물론 굳이 대학원생 뿐 아니라 지적인 일로 밥먹고 사는 사람들-예를 들자면 기획이나 보고서를 쓸 때도 유용한 여러가지 조언이 많습니다. 주제 잡기, 제목 만들기, 계획서 쓰기, 토론하기 등은 비단 학계 뿐 아니라 직장에서도 유용하니까요. 인생이 긴 공부의 여정이라는 저자의 관점에서 보면 인생 전반에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보고 웃겨서 뿜었던 내용은 '제목의 효용'과 '공부와 체력'입니다. 자신의 전작들의 제목을 샘플로 내세우면서 그 의도 하나하나를 뽑는데 좀 뻔뻔스럽기도 하고 아 그래도 자신을 브랜딩하는데 소질이 있구나 싶어 감탄스럽기도 합니다. 물론 출판사의 의도가 들어갔겠지만, 그걸 선택하는 것도 능력이니까요. '공부란 무엇인가'가 하필이면 '-란 무엇인가'란 질문의 형태가 된 것에는, 일부 독자들이 저자의 <추석이란 무엇인가>라는 글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라는 편집자의 기대가 담겨 있다라는 부분에서 웃겨서 넘어가는 줄 알았습니다. 그 소망과 기대가 현실이 되어, 책은 종합 베스트셀러 탑 10 안에서 순항중입니다. 그리고 '공부와 체력' 말인데요... 공부는 체력이 있어야 완주를 할 수 있고, 따라서 체력있는 자에게 공부를 시켜야 한다는 교수님의 말씀에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그리고 저도 로즈란님의 유학 생활을 응원합니다.

이에 더하여 중앙일보와 서울대와의 인터뷰에서는 근황과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도 담겨 있고, 책 중간중간에는 시대와 성별, 연령을 초월한 공부하는-책읽는 사람들의 그림을 읽는 재미도 있으니 가급적 책으로 읽기를 권해드립니다. 

덧. 하지만 베로니카의 이중생활을 등급 무시하고 여고생 시절에 봤던 저는 여주인공인 이렌느 야곱의 천사같은 미모만으로도 충분한데 야한 장면이 안 나와서 실망했다는 게 무슨 말인지 도대체 이해를 못하겠습니다-_- 아 그리고 감독 이름을 보세요. 크쥐시도프 키에로슬롭스키.... 이름만 봐도 목구멍에 걸릴 것 같은 어려운 영화 만들게 들리잖아요;

 

 

(이렌느 야곱의 미모가 절정인 작품은 같은 감독의 '세 가지 색-레드'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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