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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생일선물로 황현산 선생의 유고집 '내가 모르는 게 참 많다'를 읽고 있는 중입니다. 여러 모로 감명깊은 글귀가 많아서 따로 쓸까 싶지만 그 중에서 개인적으로

https://twitter.com/septuor1/status/625584873487536128

 

황현산 on Twitter

“'운수 좋은 날'은 사실 여자 구타의 난폭한 장면이 문제지 여혐은 아니다. 그 비천함과 비참함이여혐을 따질 수준조차 아니다. 그 시대 대표적인 여혐소설은 김동인의 '김연실전'이다. 평온하지만 악랄한 소설이다.”

twitter.com

이 트윗에 동의합니다. '평온하지만 악랄한 소설'이죠. 배경에 대해선....

http://news.donga.com/3/all/20130531/55537460/1

100년 전 김동인의 저격소설 '김연실전'으로 씹뜯맛즐을 당하다가 정신분열증과 생활고로 세상을 뜬 김명순 작가(필명 : 탄실)에 대한 글입니다. 전 딱 30년전ㅋ 한국근현대문학 명선집 수록작으로 '김연실전'을 접했는데(오 마이 아이즈...마이 멘탈...) 이 소설의 원작을 읽은 사람이 많지 않을 거 같아서 링크를 끌고 왔습니다.

https://ko.wikisource.org/wiki/%EA%B9%80%EC%97%B0%EC%8B%A4%EC%A0%84

(참고로 김동인씨는 작고 70년이 넘었으므로 이 글로 무료 감상하셔도 됩니다. 김동인 출판 부수를 늘려주고 싶지 않으신 분들은 이걸로 보세요)

뭐 좋은 거 있다고 이거 보냐고 할 분들도 있겠지만...

-중고등학교때 감자 등으로 김동인을 거장 취급하는 공교육을 받았다면,
-김동인이 한 동업자를 처참하게 조롱해서 세간의 인기를 끌었던 단면도 알아야 하며
-잘 알 때 더욱 상세하게 깔 수 있으므로.

몇 가지 정리를 해 보겠습니다.

1.김연실전은 이름부터가 저격입니다. 김명순의 필명이자 호가 '탄실'입니다. 김탄실. 작가로서의 김명순은 본명보다 김탄실로 더 알려져 있었어요.
남초 썰푸는 게시판에서 설리를 대상으로 야설을 쓰면서 '설린' '진리'라고 하는 꼴임.

2.왜 이 찌질한 분이 김탄실을 꼽게 보는지는 줄줄이 나옵니다. 김동인 고향도 김탄실처럼 평양이에요. 일종의 고향 오빠인 셈인데....소설에는 이렇게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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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봉은 평양 사람이다. 김유봉의 증조 할아버지는 평양의 전설적 치부가(致富家)였다. 김유봉의 할아버지는 참령(參領)이었다.
이 김유봉의 할아버지가 참령 시대에 연실이의 할아버지는 군정이었다. 옛날 같으면 연실이의 할아버지라 도 김유봉의 앞에 감히 앉을 자격도 없고 가까이 할 자격도 없는 사람이다.

연실이의 아버지도 이속(吏屬)이 되기 전에는 김 강동(강동 군수를 살았다고 김 강동이라고 한다) 댁에 하인 비슷이 드나들었다. 연실이의 아버지가 영리가 된 뒤에도 김 강동에게는 늘 하인같이 문안 다니고 하였다.

이러한 호상 관계가 있는 김유봉과 지금 대등(對等)의 자격으로 마주 앉아서 이야기를 할 때에, 연실이의 마음에는 일종의 긍지까지 일어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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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인(자캐 김유봉)은 평양 대부호이자 양반의 자제였습니다. 김탄실의 아버지는 평양 부호지만 향리였어요. 하, 저년이 세상 좋아지니 향리 서녀 주제에 양반하고 맞먹으려고 들어...?인 겁니다.

더 치명적인 건 김탄실의 어머니는 평양 기생이었어요. 이 기생 어머니 출신이라는 걸 소설 중 김연실이 부끄럽게 여기는 대목도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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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뿐 아니라, 자기가 갓났을 때에 저 세상으로 간 자기의 생모에게조차 호의를 가질 수가 없었다. 이런 환경의 소녀로서 가슴에 원한이 사무칠 때마다 생각나는 것은 자기의 생모이겠거늘, 표독하게도 비꼬여진 연실이의 마음은,

‘왜 그것이 화냥질을 해서 나까지 이 수모를 받게 하는가?’
하는 원망이 앞서서, 도저히 호의를 가질 수가 없었다. 부계(父系)로 보아 양반(?)의 자식이라는 자긍심을 가지고 싶은데, 그것을 방해하는 모계(母系)가 저주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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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기생 출신인 모계 때문에 김탄실이 음탕하다는 암시가 곳곳에서 나옵니다.

3.김탄실의 학문조차 폄훼함.

김탄실은 평양의 최초 여학교 진명학교에서 아주 우수한 성적으로 수년간 수학한 것이 팩트예요. 그런데 소설의 김연실은 단 2년간, 그것도 겉핥기 식으로 배운 걸로 나옵니다. 우수한 게 있다면 수학 정도? 그런데 당시의 수학이란 이재학문...상것들이나 잘 하는 겁니다. 김연실이 이 쪽에 밝았다는 게 어떤 암시인지는 안 봐도 뻔합니다.

4.김탄실의 처녀 정조를 잃게 한(으웩) 강간도 화간으로 포장
윗 동아일보 칼럼에 나온 것처럼 김탄실은 일본 장교 조선놈에 의해 데이트 강간을 당합니다. 이 일로 비난을 받고 학적부에서 지워지며 자살시도도 했었죠. 그런데 김연실전에서는 일본어 가정교사인 기생오라비가 덮치자 이를 덤덤히 받아주는 화간으로 나옵니다. 이후로도 수없이 화간은 있었고, 그녀의 무딘 정조관념으로 다 받아준 것으로 나와요.

5.김탄실이 적모 돈을 훔쳐서 일본 유학을 간 설정
...어디 기생첩 딸년 따위가 제대로 된 돈으로 유학갔겠냐는 거임...

6.김탄실의 일본 유학 생활도 폄훼
자유연애를 위하여 팔자에 없는 음악학교로 적을 옮기는 묘사가 나오는데, 실제로 그런 적 없어요.

7.한국으로 돌아오기 위해 사생아를 버림
당시 성적으로 문란하던 김연실이 귀국 전에 사생아를 일본 가정에 입적시키고 오는 설정이 있죠. '이 세대는 모성애도 없다'라고 갑자기 작가가 등장해서 세대를 싸잡아 비난합니다

8.김탄실의 교양을 폄훼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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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자기를 여류 문학자로 자임하고 선각자로 자부하던 연실이로 하여금 적지 않게 불안을 느끼게 한 것은, 이 청년들이 떠들고 법석하는 이야기를 잘 알아듣기가 힘들뿐더러, 그들의 입에 예사로이 오르내리는 서양 문호의 이름조차도 연실이가 모르는 자가 적지 않은 점이었다. 명애의 말도 '그 작자들의 이야기는 내놓고 말하자면 잘 못 알아듣겠더라' 하더니만 연실이 자기도 그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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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탄실은 세계 문학을 두루 읽고 에드거 앨런 포 소설을 최초로 번역한 여자임. 동료 남자 유학생 문학 썰 따위 못 알아들을 레벨이 아닙니다. 맨스플레인 쩌네요 ㅋㅋㅋ

9. 그 와중에 뜬금없이(진짜 맥락 없음) 김동인 포함 남자 유학생 찬양질 쩔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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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서도 막연히 느끼는 바는, 연실이 자기의 학우들이던 저곳 '일본' 남녀들과 이 청년들이 전혀 마음 가지는 법이 다르다는 점이었다. 저곳 남녀들은 단지 배울 것 배우고 놀 것 놀고 먹을 것 먹는 뿐이었다. 그런데 이 젊은이들의 마음가짐 가운데는 자기의 배운 것으로 민족을 어떻게 한다 하는 '대(對) 사회'라는 것이 있는 듯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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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이새끼들아 ㅋㅋㅋ 니들이 대 사회란 게 있냐 ㅋㅋㅋㅋ 구여성 본처 패고 신여성 따먹으려고 눈에 불을 킨 것들이 ㅋㅋㅋ 친일한 주제에 말은 많아요 ㅋㅋㅋ

아...이제 피곤하네요, 몇개만 더 까고 마치자.

10.문학가로서의 김탄실 개무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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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문학을 박차버린 지는 벌써 오래다. 자신(自信)을 잃은 것이었다. 옛날 자기를 에워싼 청년들과 자기 자신의 사이에 지식의 차이를 인정하면서도, 남자와 여자의 사이에는 그만한 차이는 있어도 될 것이다, 이만치 생각하고 불안 가운데서도 스스로 위로하고 안심하고 지냈는데, 그것은 순전히 그의 그릇된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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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한국 근현대문학 여류 1세대 죄다 폄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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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여류문사 제1기생인 연실이며 최명애, 송안나, 누구 누구, 이 사람들이 밟은 전철(前轍)을 경계 삼아 출발한 제2기생의 걸음걸이는 훨씬 견실하였다.

견실한 것이 더 문학적인지 혹은 방종한 것이 더 문학적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견실하니 만치 더 이지적(理智的)이요, 이지적이니 만치 더 현실적이요, 굳세고 믿음성 있는 것만은 사실이었다.

제 1기생들이 '작품 없는 문학 생활'에 골몰할 동안, 제2 기생들은 영영공공 습작(習作)에 정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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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나왔습니다. 여자의 적은 여자 싸움붙이기 ㅋㅋㅋㅋ

제 2기생들은 안 드세고 남자 말 잘 들어줬나보다 ㅋㅋㅋㅋ

12.환장 결말.
김연실은 앝은 바닥 다 드러나고 나이 들어 애인도 다 떨어지고 곤궁해져 여기저기 다 헤맴. 그러다 자기를 강간했던 기생 오라비가 복덕방하고 있는 걸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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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자는 왜 혼자서 집을 얻소? 소박 맞았나요?”
“과부두 소박 맞나요?”
“과부라? 시집은 언제 갔었나요?”
“아이, 참 처녀…”
“처녀라? 삼십 처녀… 가엾어라!”
그날도 그만치 해두고 집은 얻는다 안 얻는다 말없이 또 갈리었다.
또 그 이튿날 연실이는 또 갔다. 그날 이런 말이 있었다.
“과부 홀아비 한 쌍이로구먼…”
“그렇구료!”
“아주 한 쌍 되면 어떨까?”
“것두 무방하지요.”

이리하여 여기서는 한쌍의 원앙이가 생겨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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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녀 강간범하고 결혼하라고 훈계한 판사가 여기도 있었네여 ㅋㅋㅋㅋㅋㅋ

고국에서 다양한 재능을 펼치며 고군분투한 재능있는 한 여자는 고향 오빠한테서 이렇게 조리돌림을 당합니다 ㅠㅠ 도대체 뭘 잘못해서? 여러 남자와 자유연애해서? 아니 그 좁은 문사들 물에서

이런 미모의 여자가 연애도 좀 하고 그럴 수도 있는 거죠.

최소한 김탄실은 자기 돈으로 자의로 자유연애했어요 ㅋㅋㅋ 뭐래 일본에 지조 팔아 목숨 부지한 양반이.

ps.제일 열받는 건 김연실전이 문학적으로 아무 가치가 없다는 겁니다. 추악한 저격질밖에 없어요. 그 세세한 묘사는 누가 봐도 김탄실일수 밖에 없는데 김탄실의 내밀한 사생활을 온갖 성적인 상상력을 다 붙여서 추악하게 늘어놓거든요. 아, 그럼 이 섹스묘사도 사실인가 보네...하고 꽤나 잘 팔리고 화제도 많이 얻었어요. 정작 그 대상은 세간에 오르내리다 점점 미쳐가고 있었는데.

닭장에서 행려병자로 불쌍하게 죽어간 탄실언니한테 인세나 좀 나눠주지 그랬니-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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