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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분들을 기리러 필라이트든 하이네켄이든 사러 갔는데 남은 건 칭따오밖에 없네요...하...이게 내 한계다...

사실 그 다음 전개는 관객들이 예상하다시피입니다. 이선균네가 캠핑하러 간 새(꼬아보자면 이것도 부자들의 가난체험같다고 하면 욕먹으려나요...근데 솔직히 이선균 옷이 사파리에 처음 도착한 제1세계 탐험가처럼 너무 고급진 린넨이라) 송강호네가 와서 재미지게 왁자왁자 노는 거죠. 주인 집 비었을 때 하인들이 주인행세하며 노는 건 어느 시대나 있었던 일이고 적당히만 하면 주인들도 눈감아줄 수도 있죠. 문제는 이 피고용인 1-2-3-4가 유난히 끈끈한 가족인데 이걸 고용주들은 전혀 모르고...

이들이 완전고용을 위해 밀어낸 전임 가정부(이정은)과의 갈등이 가시화됩니다.

이 전임 가정부가 굉장히 흥미로운 캐릭터입니다. 전 주인인 건축가때부터 가정부였는데(여기서도 이선균네의 고질적인 ‘중요한 일 아닌데
성가시면 편할 대로 맡기자’가 나옵니다) 가정부로서 그 큰 집의 가사 총괄과 말단 하녀의 집안 실무까지 다 하는 거 같아요(일단 그 집에 다른 하녀는 없는 거 같습니다). 그리고 교양있는 말투, 크고 우아한 안경테, 모노톤의 정장에 가려져 이 집 외에 그녀의 정체성은 없어 보입니다.

알고 보면, 이선균 말대로 그 아줌마 말고도 그 일 할 사람은 쌔고 쌔서 후임으로 온 송강호 아내 장혜진도 오자마자 우아한 모노톤의 정장 차림으로 가사 일을 그럴싸하게 해냅니다. 이 사람들은 제 때 출근해서 자신들의 배경이나 출신이 드러나지 않게 완벽하게 엄폐된 복장으로 시킨 서비스를 해내면 되는 거죠. 하지만...

전임 가정부인 이정은은 지하 식품실 숨겨진
벙커에 남편을 숨겨두고 있었습니다! 그 남편은 상당히 인텔리인듯 하지만(그 벙커까지 꾸역꾸역 가지고 온 곰팡내나는 책들이 죄다 386....아니 586;;;) 예의 대왕카스테라 등등을 말아먹고 국민연금도 기대하면 안 되는 불귀의 객으로 자리잡게 된 겁니다(전해 들은 바로는 일본에 이런 분들 많다고 합니다)

대왕카스테라의 공통추억이 있으니 사이좋겠다...는 희망찬 소리는 뒤로 하고 이 두 가족은 살벌하게 싸웁니다. 송강호 가족은 반지하에서 살고 연체로 핸드폰은 끊겼지만 명의를 지울 만큼 사채는 없습니다. 그리고 아들(최우식)은 명문대 재학증명서를 위조하면서도 ‘이건 제가 내년에 갈 대학을 미리 한 거니까요’하고 좀 찜찜할지언정 지금 열심히 노동을 제공해서 당당합니다. 그리고 반지하가 지하보다 반 층 높아서 긍가 송강호는 ‘넌 계획이 있냐?’ 이런 평가질을 이정은가족 상대로 시전합니다. 상대적으로 우월하단 거죠.

반면 이정은 가족은 선대로부터 내려온 정당성(전건축주가 미학에 어울리지 않는 벙커를 숨기고 싶어했단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정보 비대칭성이죠), 자신들의 교양(송강호 가족이 이선균네 그 훌륭한 뷰를 양주나 먹는 데 비해 본인들은 훨씬 고상하게 즐겼다고 강변합니다. 아, 그나저나 송강호네 반지하 뷰랑 이선균 단독채 뷰가 시간차 둘 지언정 노골적으로 대비되는데 볼만합니다)이 당연히 씨도 안 먹히지요. 그래서 송강호 가족사기단 동영상으로 협박하려 합니다. 이 와중에도 두 가정의 가장은 이선균(요샛말론 알파메일요)에 대한 ‘리스펙’으로는 대동단결하네요.

이정은네는 무력으로 갇히고 캠핑에서 급 귀가한 이선균네에 송강호네도 갇히죠. 현 가정부인 장혜진 말고는 다 여기 있으면 안 되니까 숨는데 그 와중에 이선균 부부15금(이게 왜 15금이냐는 비난도 있는데 뭐 노출이 하나도 없잖습... 상당히 정직하고 꼴리는 묘사긴 한데 수요없기도 하고……)이 있고 그 동안 계속 암시를 줘 오던 송강호의 ‘냄새’에 대해 쇄기를 박아요.

송강호 가족의 냄새, 퀴퀴한 반지하 냄새에 대해 같은 차를 계속 쓰는 이선균이나 신체 접촉이 심한 이선균 아들은 감을 잡죠. 이 신분의 냄새에 대해 두 계층 다 난감하죠. 송강호 가족은 세제도 충분하고 위생에 민감한데 (아.. 오프닝 페브리즈 눙무리...) 뭘 더 어떻게 해야 내 신분을 엄폐할까 싶은 거고 이선균네는 나름 우리집의 위험요소를 사람을 내쫓는다거나해서 해결했는데(노동법과 평판을 신경씁니다) 이 거슬리는 냄새는 지하철 타는 사람한테서 난다는데 지하철 안 타봐서 모르겠어...

여튼 15금 준수 내에서 뭔가 하신 거 같은 이선균 부부는 단잠에 빠지고, 송강호 가족은 탈출하지만 송강호네 터전인 반지하촌 전체가 폭우로 떠내려갑니다. 여기서 압권인 장면이...


오프닝에서는 와이파이를 잡으려고 했던 희망의 장소, 반 층 높이 변기에 딸(박소담)이 앉아서 흘러넘치는 똥물 위에 허탈하게 담배를 피우는 겁니다. 목 위까지 오수가 집안에 들이치는 상황에서 뭘 어쩌겠어요.

‘06년 괴물에서 별로 변한 거 없는 한국적 재난의 대피소...체육관으로 가구요, 넘나 한국적으로 방문 정치인과 주민이 언쟁을 벌이는 가운데 매우 상쾌하게 조여정이 아들 생일 파티에 이 가족을 하나하나 징발시키게 됩니다.

괴물에서도 있었던 한국적 재난의 부조리는 크게 다를 바가 없습니다. 이선균네 가족은 전날 밤에 소나기가 와서 집에 왔을 뿐이고, 미세 먼지가 없어 다행일 뿐이죠. 생일 파티에 난입한 노숙자의 냄새에 이선균이 찌푸릴 뿐이었는데 그게 송강호의 빡침 포인트가 되었다고 뭐 어쩌겠어요. 이들이 인디언놀이에, 짜파구리에, 자잘한 가난놀이를 했다고 누가 버튼이 눌렸다면 그건 차라리 법정에 안 가서 다행일 겁니다. 다만 뉴스에 나오는 대로 원인모를, 파편화된 개인의 재난인 거죠.


송강호 가족은 오프닝에 얻었던 수석을 이선균네 고용되어 자신감을 얻은 다음에나 썼습니다. 그것도 자기 반지하 창 밖에 오줌싸는 취객 대상이었죠. 살아남은 아들은 그 돌을 곱게 버리고 돈을 벌어 이선균네 집을 사서 아버지를 ‘개인의 경제적 영달로’ 구원해주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끝까지 너무 한국적으로 개연성있네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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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모로 포인트가 굉장히 많은 리뷰짤로 오프닝. 저기서 맞는 얘기는 송강호가 사투리를 쓴다는 거랑 가난한 가정의 아빠라는 거 말고는 딱히 없습니다. 그런데 송강호가 사투리를 쓴다는 건 지금 6월이 되었으니 더워졌다는 것만큼이나 당연한 거고(사실 송강호가 연기에서 쓰는 건 경상도인들이 공적인 석상에서 쓰는 '진한 억양이 들어가 있는 표준어'에 가깝긴 합니다;) 가난한 가정이라는 것도 포스터만 보면 바로 보이는 거잖습니까.

재밌게 잘 봤습니다. 잘 만든 상업 영화예요. 평범한 관객 입장에서 잘 만든 상업 영화라고 판단하는 포인트는 단순하기 짝이 없습니다. 가령...

-기승전결 구조가 명확하고 깔끔하게 끝난다

-러닝 타임 내내 시계나 폰 생각이 안 날 정도로 몰입감이 대단하다(요즘 제가 유튜브 몇분짜리 영상도 끝까지 집중하지 못할 정도로 산만의 극치를 달리는 상황에서 굉장히 고마운 일이었습니다)

-떡밥(아들 표현에 따르면 ‘상징’이라고 할 수도 있겠군요) 회수가 확실하다

-설명충 없이 서사적으로 진행되지만 인물의 감정이나 인과관계를 이해하기에 충분히 친절하다(송강호가 이선균을 칼로 찌르는 행동에 대해서 선악이나 호오 판단은 있을 수 있지만, 그 충동까지 서사에 대해서는 이해 가능합니다)

-배우들의 연기가 뛰어나면서도 극 전개에 매우 적확하게 조화롭다(단, 여기서 특별출연한 박서준은 제외. 무슨 역할을 해야 하는지 머리로는 알고는 있는데 너무 못하더라고요. 특히 그 ‘씨발’은 진짜...물론 잘 사는 집에 명문대 들어간 도련님의 씨발은 어색할 수 있다고 생각은 합니다만 써프라이즈 외쿡인보다 더 못함...)

-영상에서 기능적인 스토리텔링과 미학적인 롱테이크가 잘 어우러져 있다

-억지스럽지 않은 공감과 개그 포인트가 많다

특히 마지막 부분은 봉감독의 장점입니다. 그리고 이건 관객들에게 주인공 가족에 대한 몰입과 호감을 증폭시키는 데도 일정 역할을 하구요. 송강호 가족은 사지육신 멀쩡하지만 전원 백수로 반지하 빌라에 삽니다. 하지만 전개되면서 나름 사정이 조금씩 노출됩니다. 아버지(송강호)는 대왕카스테라를 비롯한 자영업 등등을 여러번 말아먹었고, 아들(최우식)은 군대 가기 전 두번, 그 후에 두 번 대입에 실패했죠. 그리고 딸(박소담)은 예체능 입시에 여러번 물먹었구요. 그리고 실질적인 생계를 책임진 어머니(장혜진)은 피자박스 조립같은 생계형 알바라도 끊임없이 물어오고 있구요. 이들이 극초반에서 핸드폰 요금이 미납 정지된 상황에서 남의 집 와이파이 물어오기에 집착하는 이유도 금방 설명됩니다. 피자박스 알바를 물어오려면 문자나 카톡이라도 와이파이로 살려야 되니까요. (현대 한국인은 핸드폰이 없으면 자기 정체성과 생존 자체에 애로사항이 심각합니다. 전날 저녁에 금융사 핸드폰 인증을 하려다 배터리가 다 나가서 좌절을 해서 꼭 이런 게 아니라...ㅠㅠ) 일이 없어서 그렇지 실무 능력도 출중한 사람들입니다(아들딸이 대충 배우고 검색한 가락으로 과외하는 능력보다 더 감탄한 건 어머니가 그 짧은 시간 내 짜파구리를 끓여내는 능력) 그리고 그 피자박스 알바 정산을 하는 옥신각신에서 알바 자리를 따내려는 아들의 매력 발산-__-* 타임을 통해 이들이 뭔가 알바 자리라도 잡을 노오력을 하지 않으려는 건 아니다+이들이 자리를 잡으려면 기존 비슷한 계층의 알바 자리를 밀어내야 한다(이 이슈는 이선균 가정의 가정부 자리를 가지고 제대로 다시 나옵니다)+이들 가족의 외형적 호감, 즉 매력도가 상당하다 라는 여러가지 암시를 줍니다.

...그리고 그 매력은 아들이 이선균 딸의 영어가정교사자리, 딸이 이선균 아들의 미술 테라피스트 자리, 아버지가 이선균의 운전기사 자리, 어머니가 이선균 집안 가정부 자리를 면접불패로 줄줄이 꿰어차면서 진가를 발휘합니다. 아니 이 정도면 송강호 집안의 이선균 집안 매력 정복기 수준 아닌가요;;;

아, 물론 외형적 호감도로 얘기하기엔 너무 불순하죠. 여러가지 계기가 더 있습니다. 명랑가족완전고용기는 ‘지인의 소개로 더 믿음직한 알음알음채용’에 기반을 둔 거고, 시발점은 아들의 친구인 박서준이 교환학생을 가는데 과외 제자인 이선균 딸을 딴 동년배;들 소개시키기엔 미덥지 않고 믿을 만한(친구의 계층을 보고 그만한 깜냥이 안 된다고 생각한 건지, 아니면 매력이 없다고 생각한 건지 암튼 둘 다 오판임이 바로 드러났죠) 친구에게 소개시킨 거죠. 이 정도야 한국 영화에서 흔히 있는 ‘너, 나랑 일 좀 하자’ 정도일 건데 딸이, 아버지가, 어머니가 몇 가지 트릭만 써도 바로 줄줄이 엮여들여가는건요? 딱히 믿음갈만큼도 아닌 ‘새 고용인’들의 소개잖아요?

그건 고용주인 이선균이 귀찮아서입니다-__-;;; 와이프인 조여정은 일찍 결혼해서 젊고, 집안 실무에 경험이 없으며 천진한 것으로 묘사되어 있죠. 얼마나 나이브한지 뭐 좀 아는 척 하며 컨트롤하려고 해보려 하지만 바로 고용인들에게 ‘심플하다’라고 파악될 정도죠. 아들과 딸이 과외 교사 자리를 따 낸 것까지는 그렇다 쳐도(교사직은 자녀의 장래를 담보하고 정보 비대칭성이 있다는 점에서 갑을이 미묘하게 오가는 자리예요), 아버지의 운전 자리 기사와 어머니의 가정부 자리는 기존 자리를 트릭으로 밀어내고 따낸 거고, 이선균이 의사 결정에 상당한 영향을 했습니다. 극중에서 여러번 나오다시피 이선균은 벤처기업 사장으로 와이프보다는 덜 나이브한 사람이죠. 그런데 왜...?

귀찮아서라니까요. 이선균 말마따나 기사나 가정부를 대체할 사람은 엄청나게 많아서 기존 사람들의 흠결을 검증할 생각은 안 하고 짜르는 의사결정은 손쉬운데, 그 공백에 따라 자신이 운전해야 하는 불편함, 와이프의 서투른 가사에 따른 불편함을 견디면서 인사검증을 계속하는 건 힘든 겁니다. 물론 본인 기업(아...그나저나 another brick이라는 그 기업명 보면서 핑크 플로이드 생각한 동년배;없나요? 없겠지...) 핵심 멤버 고용할 땐 분명히 달랐을 겁니다. 하지만 이건 기업의 외주 고용처럼 ‘보잘것지만 정작 없으면 성가심. 그래도 있으면 확실해야 하는’ 그런 일이니까요.

고용주의 귀찮음에 따라 availability bias가 발생, 송강호 가족은 완전 고용을 달성하고 기사식당 돼지불백에서 소갈비로, 필라이트 맥주캔(술쟁이 입장에선 보다 뿜었습니다. 이들이 정말 알콜 쓰레기면 진로나 국산맥주 페트병을 끼고 살았을 겁니다)에서 하이네켄 맥주캔으로 소소한 노동임금 상승의 기쁨을 느끼자마자 바로 위기가 닥쳐옵니다, 아니...자초한 거라고 해야 할까요?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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