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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동안 격조했습니다. 바빴어요. 일이 바쁘다기보다는 뭐 이런저런 가정사나 치정사가 좀...

1. 출장 가서 감사 대상 업체들 만나고 명함 교환할 때 따로 나이나 이력을 말하진 않는데요, 꼭 회사 분들이 제 이전 경력을 물어봅니다. 금융업계 내지는 은행이라고 대충 뭉뚱그려말하는데 옆에서 인차지 분들이 정확하게 전 직장을 부연설명해주세요. 그럼 백에 백 ‘아니 그 좋은 곳을 왜 나와서...’ 하는 물음이 다시 따라와요.

아 객관적으로 좋은 곳 맞죠...그걸 제가 왜 모르겠습니까. 저도 구 직장 직원들한테는 엔간하면 나가지 말라고 말리고 다녀요. 문제는 저한테는 그 ‘엔간하면’의 정뚝떨 모먼트가 왔었다는 거죠. 정말 언제 본인 부고가 올라올지 모르는 상황이었던지라.

2.구 회사에 자격증 가진 일반직으로 입사했던지라 순환보직 대상으로 3년에 한번씩은 인사이동을 했었습니다. 제가 원하는 데로 간 적보단 아닌 적이 더 많긴 했었죠. 그 직무 경로가 워낙 일관성이 떨어져서 다음부턴 지금까지 한 직무 또는 매우 인접한 걸로 먹고 살아야 되는데(아무리 순환보직이라도 어느 순간 이후부턴 직무 탐색이 힘든 나이가 됩니다) 뭐 하나 그런 고민도 했었던 거 같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으로 한 치 앞을 모르는 어리석은 고민이었어요 ㅋ

어쨌든 하고 싶은 말은...지금 알바 자리에서 가장 유용하게 써먹는 과거 직무 경험은 당연히 3년 반의 회계팀 경험입니다만, 두번째는 징글징글했던(... 상사 한 분과 여러 사장들을 빼면 그리 나쁘진 않았는데요, 그걸 뺄 수가 없어요 ㅋㅋㅋ) 지점 기업여신 경험입니다. 동일한 지역의 비슷한 제조업 중소기업들을 대상으로 한다는 공통점은 적지 않게 도움이 되네요.

원했든 원치 않았던 사람의 다양한 경험은 미래에 어떻게 쓰일지 모르니 기회가 왔을 때 해 보는 게 좋습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2년에 한번씩 직무 바꾸고 댕길 걸 그랬어요 ㅋ (그러면 직무 경험을 신주단지처럼 안고 댕기면서 청기와장수마냥 견제 쩌는 재수없는 양반들을 2년마다 만나면서 노이로제가 더 심해졌을 테고 사회적 명은 더 짧아졌을 ㅋㅋㅋ)

3.지난번에 얘기했던 것보다 알바 보수는 괜찮습니다. 구 회사 계속 재직시의 연환산 기준 80-90% 선이에요. 11월 25일에 첫 고정급이 들어왔고요, 시즌 끝나고 예의 감사 업체 완료 수 기준으로 추가 보너스를 받을 겁니다. 당연한 얘기지만 고정급여 비중보다 성과 보너스 비중이 높습니다.

몇년전에 일반 기업에서 회계감사로 전직한 회계사가(...여기서 뭔가 기시감이 느껴지지 않습니까?) 몇달 잘 다니다가 시즌 제일 바쁜 타이밍, 2월 초에 갑자기 그만둬서 모든 사람들을 멘붕에 빠뜨린 사건이 있었다는데요(그 타이밍엔 대체인력을 구할 수도 없으니까요) 뭐 이 업계에선 드문 얘긴 아닐 겁니다. 건강이 악화되면 남의 얘기가 아닐 수도 있고.

4. 17년간 휴업회계사 생활을 청산하고 돈 좀 써서(=개업회비 내고) 개업으로 전환했습니다. 되게 선심쓰는 말투로 ‘넌 원래 12월 말까지 연간 40시간 직무연수를 수강해야 하는데, 쫌 봐줘서 1월말까지 다 들어서 불이익이 없도록 하렴’이라는 통지를 받았습니다.

...이 시즌에 12월말이나 1월말이나 ;ㅁ;

다행히 퇴직 이후 이것저것 수강한 게 있어서 40시간은 차고 남습니다. 필수과목 회계 4시간도 금방 했고. 근데 필수 윤리 8시간은 음...외감법 회계사법 윤리강령 자본시장법으로 틈틈이 때려넣고 있습니다. 처음엔 뭐 이렇게 많이 듣게 하냐고 욕했는데 이유를 알겠네요. 회계나 세무나 감사나 IT는 돈 계속 벌려면 자기계발 차원에서 우선순위가 위로 갈 수밖에 없고 법규윤리는 뒤로 갈 수 밖에 없죠.

음...그래도 내부자거래하시는 분들은 틀어놓고 딴짓하실 거 같은데요... 꼭 성추행하시는 분들이 성폭력예방강의 앞줄에서 끄덕끄덕 졸다가 ‘우리 회사에 성희롱이 어디있나 어허허허’ 하시더란 말이죠.

5. 나이 및 업종 조정 적용했을 때 저는 그럭저럭 예쁘장한 편입니다. 그건 알아요.

...뭐 근데 그게 본인한테 유리할 만큼은 아닙니다.

6.입이 보살이라고 지난번 글에서 드라마 굿와이프 언급을 했더니 그와 유사한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물론 저는 섹시한 쓰레기남편과 아슬아슬한 텐션을 유지하다 화끈한 밤을 보내지 않았으며 나만을 바라보며 짝사랑을 던지는 법인 대표와 500만원짜리 스위트룸에 들어가지도 않았습니다. 다른 얘기예요.

단기계약직으로 두번째 직장을 정한 건 잘한 일입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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