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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 기념으로 8월 17일~18일 1박 2일 동안 다녀온 군산 여행 후깁니다. 주요 동선은

1일차:

군산시외버스터미널-점심(권씨네 밥상)-철길거리-근대문화거리(군산세관, 세관창고, 미즈커피(구 18은행), 뜬다리, 초원사진관, 히로쓰가옥, 마리서사, 고우당, 이성당)-우체통거리-은파호수공원(저녁 은파장작구이)-라마다 군산호텔

2일차:

라마다 군산호텔-근대문화거리(동국사, 군산역사관, 해망굴)-이성당-점심(대정칼국수/대정소바)-군산시외버스터미널

이랬습니다.

먼저 터미널 도착 후 인근 권씨네밥상에서 점심을 먹고(후기는 https://kiel97.tistory.com/entry/%EA%B5%B0%EC%82%B0%ED%84%B0%EB%AF%B8%EB%84%90-%EA%B6%8C%EC%94%A8%EB%84%A4-%EC%8B%9D%EB%8B%B9%EA%B5%AC-%EB%B0%B1%EC%94%A8%EB%84%A4-%EC%8B%9D%EB%8B%B9%EC%9D%98-%EA%B0%88%EC%B9%98%EC%A0%95%EC%8B%9D ) 철길마을로 향했습니다. 거리는 1.xkm고 도보로 20분 정도 걸리는데 당시 날씨가 워낙 더워서 택시로 이동.

초입은 이렇습니다.

안 분위기는 대체로 이렇습니다. 생각보다 동선이 많이 깁니다.

주요 아이템은 관광객이 입고 사진을 찍을 만한 교복 등 대여와 각 세대별 추억거리. 제 추억의 아이템은 이쪽이라 찍어보았읍니다.

더워서 포션...아니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빨고 정신을 차린 후 잠시 인증샷. 여름은 하늘도 쨍하고 초록초록하니 색감도 분명해서 사진은 이쁘게 나오는데 그 잠깐의 사진 찍는게 고통입니다. 친절한 동행이 사진을 이 외에도 곳곳에서 여러 장 찍어주셨으나 더위에 있는대로 얼굴을 찡그리고 찍어서 망. 

그리고 경암동 철길마을의 유래는 이러합니다. 정말 아주 느리게지만, 마을에 굉장히 인접해서 철도 운행을 했더라구요. 태국 메끌렁 철도 시장이 생각났습니다( http://getabout.hanatour.com/archives/169968 ) 차이는 여긴 2008년에 완전히 운행을 중단하고 추억의 관광지로 운영 중입니다만 메끌렁 마을은 오늘도 관광객이 보기엔 위험천만한데 속으로는 평안한 운행을 계속하는 중.

이렇게 철길마을을 구경하고 인접한 월명동 근대문화거리로 향했습니다. 역시나 인접한 거리지만 너무 더워서 택시로 이동.

버스터미널 등 군산의 주요 스팟에서 배부하는 근대문화거리 지도에는 주요 건물마다 연번을 붙여서 이동하기 쉽게 동선을 만들어 줬습니다. 여기는 1번 구 군산세관. 전라도 곡창 쌀 수탈의 중심지 되겠습니다. 이후 쌀 수탈 얘기는 어딜 가나 나옵니다. 심지어는 이성당 팥빵이 왜 쌀빵이었냐에도 나옵니다. 군산에선 질 좋은 쌀이 흔했으니까요.  

요즘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한 구 세관창고 쪽에서 찍은 구 세관. 문화공간은 음... 그냥 커피 한잔 하기에는 나쁘지 않습니다.

요기는 장미(넵, 장미화의 장미가 아니라 쌀 쟁여놨다는 장미) 공연장인데 코로나 여파로 닫아놨습니다. 하긴 임시공휴일인 16일 월요일까지 각종 전시장과 박물관, 문화관을 다 개방했던지라 제가 방문했던 8월 17일엔 다 닫아놨습니다. 다른 데는 다 들려봤던지라 괜찮았는데 미술 전시회(구 요코하마 은행 지점-군산 영업 허가 번호를 따서 18은행-자리에서 합니다)는 알차보였는데 못 봐서 좀 아쉽.

아니 이게 뭔가 채만식선생 '탁류'의 초봉이 첫번째 남편 고태수 아니신가(...) 도박에 횡령에 유흥에 간통에 사기결혼까지 할 수 있는 건 다 하시고 젊은 나이에 비명횡사한 양반입니다. 제가 생각한 고태수 이미지랑 너무 비슷해서 좀 찍어봤습니다. 한때는 상사 미동 노릇으로 승진할만큼 미소년이었습니다만 심한 유흥으로 쩔어서 젊은 나이에 걸맞지 않게 늘어진 이미지요.

그리고 조선의 테스(...) 초봉 양. 험한 세상에서 여자가 예쁜데 맥아리없으면 얼마나 팔자가 사나워지는지를 보여주는 한맺힌 서사 되겠습니다. 예쁘면 메갈이 되는 게 낫습니다(난데없이 뒤진지 삼대구년 묵은 메갈 영업)

요기는 구 미즈상사였던 미즈 커피.

2층은 예전 분위기를 살려 다다미방으로 해 놓았습니다. 그리고 인근에 있는 뜬 다리와 서해안 특유의 길디긴 뻘밭을 감상하고 아래 블럭으로 내려갔습니다.

99년인가;; 한석규 심은하의 '8월의 크리스마스'를 찍은 초원사진관입니다. 이거 친구들 단카방에 보냈더니 '요새 절므니들은 저 영화가 뭔지도 모르고 남들이 찍으니까 따라 찍고 있다'라고 하더라구요. 맞는 얘기였습니다. 

그래도 유리 안 액자에 청춘이 박제된 심은하는 참으로 곱습니다, 하아.

요기는 '월명동 일본식 가옥' 그냥 저는 예전 이름대로 히로쓰 가옥이라고 부르는 곳입니다. 저는 9년전 군산을 방문했을 때 바로 여기서 사진을 찍었습지요...그 때도 나이가 많다고 생각했었는데 지금 그때를 돌이켜 보면 참으로 젊디젊었습니다.

전형적인 일제시대 당시 일본식 가옥 구조라 장군의 아들 등 여러 영상에도 등장했었습니다.

오래간만에 들리니 옛 생각이 새록새록 나네요. 나이가 들어서 그렇죠 뭐.

여기까지 들린 다음 군산 유일의 독립문화서점 '마리서사'에 갔습니다. 다행히 성업 중이시더군요. 군산의 정취가 드러나는 여러 서적이나 만화도 있으니 들러보면 좋을 곳입니다.

여기까지는 일본식 가옥을 복원한 곳이고요, 지금은 게스트하우스 고우당과 식당, 카페 등으로 성업 중입니다. 근대문화거리에는 여기 말고도 특색있는 게스트하우스가 많아요.

군산의 심장(...) 이성당은 오늘도 성업 중입니다. 그나마 연휴가 지난 다음이라 줄이 아주 길지는 않았습니다.

제 마음속 이성당은 전세계 제일의 밀크쉐이크 맛집. 진하고 고소한 맛이 일품입니다. 어디 가도 이런 밀크쉐이크는 못 먹어봤어요. 팥빵하고 야채빵을 사먹긴 했습니다만 감동은 예전만 못하고 역시나 밀크쉐이크가 제일 기억에 남네요.

군산시에서 야심차게 해 본 것 같으나 결과는 아리까리한 우체통거리.

여기까지 보고 나서 역시나 택시로 숙소인 라마다 군산호텔까지 이동했습니다. 기사님은 토박이시라 그런가 관광도시 군산의 현황에 대해 상당히 비판적이셨습니다. 근대문화거리는 관광객이 오래 숙박하면서 볼만하지는 않고, 30년 가까이를 들여 새만금을 조성해놓았지만 결국 기대에 못 미치는 관광지가 되었고 인근에 관광객을 다 뺏겨버렸다는 겁니다. 저는 전주 등 핫플레이스보다 덜 상업적인 지금의 군산이 좋습니다만 그거야 잠시 머물고 가는 관광객의 속 편한 소리고 현지인의 시각은 당연히 다르죠.

은파호수공원. 산책하기도 좋고 저녁에 낙조와 함께 보면 아주 그럴싸합니다. 여기 은파장작구이에서 누룽지 치킨을 먹으면서( https://kiel97.tistory.com/entry/%EA%B5%B0%EC%82%B0-%EC%9D%80%ED%8C%8C%EC%9E%A5%EC%9E%91%EA%B5%AC%EC%9D%B4-%EB%88%84%EB%A3%BD%EC%A7%80%EC%B9%98%ED%82%A8 ) 맥주로 달리다가 소맥을 했는데 다음날 겔겔거려서 동행의 질타를 받았습니다.

라마다 군산호텔은 4성급 비즈니스호텔로 딱 괜찮았습니다.  위치도 은파호수공원 근처라 저녁하고 1박하기 딱 좋았구요, 제가 중시하는 위생이나 방음도 좋았습니다. 요즘 버스터미널 근처의 에이본호텔이 뜨고 있는 듯한데 저는 안 가봐서 뭐라 입을 대긴 그렇습니다만 라마다 호텔 선택은 만족.

2일차 체크아웃하고 나설 무렵, 아이스아메리카노 포션을 빨러 들른 제주도 컨셉 카페. 3층까지 있고 매우 큽니다. 군산에서 초대형 규모의 제주도 컨셉 카페라...뭘까요;;;

여기는 한국 내 유일한 일본식 절 동국사. 실제로 보면 가파르게 내려찍는 기와지붕의 위압감이 대단합니다. 그리고 '저래서야 한국의 추운 겨울에 참 힘들었을텐데 쯧쯧...'하는 생각도 들죠. 한켠에는 소녀상과 함께 일본 불교에서 보내온 사죄의 글도 있습니다. 일제시대에 침략에 동참한 죄를 인지하고 있으며 용서를 청한다는 내용인데 마데 인 저팬 반성문치고 이렇게 분명한 메시지의 사죄 글은 처음 보았습니다(그리고 유일하지 않을까요;ㅁ;)

동국사 뒷편의 대나무숲인데 출입이 통제되어 좀 안타까웠습니다.

다시 내려찍는 듯한 지붕의 분위기를 살려 찍어보려고 하였으나 실패.

그리고 동국사 옆집; 군산역사관은 솔직히 따가운 햇살을 잠시 피해보려는 꼼수로 들어간 곳이었는데 특별전시전인 조감도 전시가 기대 이상으로 알차서 아주 잘 보았습니다. 위의 사진에서도 보입니다만 일제 시대에 일인들이 제작한 조감도라는 게 지극히 일본 중심의, 대일본제국의 위엄을 보여주려는 거라 일본 본토를 중심으로 해서 조선, 대만, 만주, 사할린까지 뻗어나가는 기세로 일본 신민들에게 일뽕;을 차게 만들려는 지극히 정치적인 수단이더라구요.

실제보다 훨씬 더 미니미하게 나왔네요. 뭐 제가 그렇게 크진 않습니다만 저렇게까지 작지도 않은데 거참;

그리고 여기는 군산 쌀 수탈을 위해(...또...) 군산 시가지와 항구를 연결했던 해망굴. 정말 굴 하나만 달랑 있으므로 밤에 구시가지 산책하면서 인스타 사진 찍을 용도로는 들러볼 만합니다. 그리고 굴 근처에 다다다닥 있는 흔적인 625 당시 북한군 탄흔이라 함요.

이쯤 하고 또 체력이 고갈되어서 이성당에 들러서 먹은 딸기 아이스크림. 옛날식 진한 아이스크림에 냉동 딸기가 듬뿍 들어가 있습니다. 밀크쉐이크가 천상의 맛이라면 이건 천국 근처까지 간 맛. 먹고 기운차리기 좋았습니다.

이쯤하여 대정칼국수/대정소바에서 늦은 점심을 먹고( https://kiel97.tistory.com/entry/%EA%B5%B0%EC%82%B0-%EA%B7%BC%EB%8C%80%EC%97%AD%EC%82%AC%EB%AC%B8%ED%99%94%EA%B1%B0%EB%A6%AC-%EB%8C%80%EC%A0%95%EC%B9%BC%EA%B5%AD%EC%88%98%EB%8C%80%EC%A0%95%EC%86%8C%EB%B0%94 ) 터미널로 가서 버스로 네 시간 걸려서 귀가. 역시 영남과 호남은 실제 거리보다 교통 거리가 훨씬 멉니다.

 

날씨와 교통의 제약으로 근대역사문화거리에 치중한 관광을 하였는데요, 인근의 새만금이나 선유도 관광까지 하면 훨씬 더 알찬 여행이 되실 듯 합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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