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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전 어쩌다 보니 새벽 네시 전에 잠을 깨 버렸습니다. 도합 세 시간 반 정도 잔 것 같군요. 아무리 다시 잠을 청해 봐도 이건 글렀다 싶어서 이것저것 하는 중. 이런 날이면 분당 서울대 병원 수면 센터 테라피스트님의 아련한 말씀이 떠오릅니다. '잠은 나쁜 남자와 같아서 다가오면 멀어지고 멀어지면 다가와요...'

당시에는 앞에서 안 뿜으려고 좀 고생했는데 생각할 수록 명문입니다.

어쨌거나 어차피 깨 버린 잠, 서울 여행기나 좀 더 써볼까 합니다.

27일 금요일 오전에 마포 글래드 호텔에서 체크아웃을 하고 광화문으로 향했습니다. 국민에게 돌려준 청와대...를 보려고는 아니고,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이건희 특별전을 보려고 했는데 거늬찡이 얼마나 인기가 많은지 오픈 전에 가도 세 시간 이상 기다려야 한다길래 포기. 서울 남녀노소 머리통 백만 개 본 것으로 마무리를 지었습니다. 1여행 2거늬는 아무래도 무리였나 봅니다. 대신에 이 전시회를 이미 본 동행의 전시회 자랑을 들으며 쉬익쉬익거리는 걸로;;; 

그리고 근처에 있던 백인제 가옥을 보러 가려고 했는데 내부까지 들여다 볼 수 있는 해설사 관람 코스가 예약이 이미 예전에 다 찼대서 포기. 서울 시민들 대체 어떤 빡센 삶을 살고 계시는 겝니까;;;

이쯤 되자 이미 더워진 날씨에 정신이 혼미해져서 제 사랑 평냉을 먹으러 가기로 했습니다. 근데 광화문이 은근 평냉 별로 없음.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광화문 국밥'에 가기로 했어요. 광화문 6번 출구에서 내려서 티비조선;쪽으로 좀 가면 금방 있습니다. 

도착 시간은 11시 25분. 이미 홀은 반 이상 차 있었습니다. 지난 번에 왔을 때는 눈에 띄지 않았던 혼밥러 구역이 눈에 띕니다. 혼밥러 괄시하느니 저렇게 알차게 공간을 뽑아먹는 게 낫지요.

음식은 꽤 빨리 나오는 편입니다.

메밀고기국수라고 메뉴판에 씌여 있는 평양식 냉면. 맑은 국물에 간이 거의 되어 있지 않은 슴슴한 맛이라 처음엔 그냥 먹다가 반 정도 넘어가서 면에 식초 좀 뿌려먹는 게 제 취향.

돼지수육 소짜 한판. 나무랄 데 없이 훌륭합니다. 얇게 잘 다듬어진 수육을 보니 합정의 옥동식씨가 떠오르네요. 하루에 100그릇만 판다고 온갖 웨이팅을 시켰던 그이...그러나 결국 자본에 타협하여 배민에 입점했던 그이...(먼산)

아, 그리고 최근에 원자재 가격 상승을 이유로 1000원 내외로 가격을 인상하였습니다. 뭐 그래도 여전히 서울 메이저 평냉에 비하면 살짝 낮은 가격대이긴 합니다.

이렇게 먹기 시작할 무렵, 11시 35분 직전에 이미 홀은 말 그대로 뛰어온 직장인들로 꽉 찼으며, 가게 밖에서는 꾸역꾸역 웨이팅이 시작되었습니다. 오오 역시 미슐랭 빕구르망 연속 달성의 위업. 근데 좀 안 됐긴 합니다. 저도 직장인 오래 해 봐서 아는데-_-; 이건 벼르고 별렀다가 눈치봐서 정식 점심시간보다 일찍 튀어나왔는데 이 더운 여름에 결국 기다려야 한다니;

백수가 되면 기다림은 줄어들고 기다림에 대한 역치는 엄청 낮아집니다. 모든 일을 주중 한가한 시간에 몰아하고 주말에 나가는 걸 극도로 싫어하며...(후략)

여튼 메뉴의 특성상 15분만에 먹어치우고 아직 열두시 전에 자리를 터 주고 나왔는데, 길디긴 광화문 국밥의 옆면을 꽉 채울 정도로 줄은 늘어서 있었습니다. ...직장인 화이팅;;;

아, 거기 주차장 건너편에 분식점 가격표 보니 광화문이라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저렴한 가격인데 그쪽도 웨이팅 꽤 있고 은근 팬이 많아 보였습니다. 분식...좋죠 소주 안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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