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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31일 저녁, 산본역에서 친구와 만났습니다. 점심의 거한 버거는 이미 소화가 엔간히 되어 있었고 배가 고파졌어요. 친구가 봐둔 북해도식 양꼬치집을 가려고 산본역에서 군포시청쪽으로 이동하던 중, 목적지인 양꼬치집 바로 오른쪽에 엄청나게 굉장한 간판이 있는 걸 보았습니다.

 

원래 가려던 양꼬치집은 포기하고 이쪽으로 들어갔습니다.

곱창구이와 곱창전골, 그리고 사이드만 있는 단촐한 메뉴판입니다. 원산지 표기 보니 한우라고 표기되어 있지 않은 건 다 호주/미국산. 한우곱창도 저만하면 비싸지 않은 편.

 

이것저것 먹어보고 싶은데 주변을 보니 1인분도 양이 적지 않은 것 같고, 같은 음식으로 2인분 이상 시키라는 건가...(대구가 그렇습니다. 고깃집 가면 같은 고기 종류로 3인분 단위 시키라고 그래요) 하면서도 되는지 안 되는지 시켜나 보자 싶어 대창과 곱창을 1인분씩 시켰더니 받아줍니다, 오예. 뭘 시키든 합쳐서 2인분 이상 첫주문하라는 얘긴가 봅니다. (한국말을 왜 못 알아먹냐고 하신다면 가게 주인의 이해관계와 손님의 이해관계가 꼭 맞아떨어지진 않더라구요;;;)

워낙 손님이 많아서 서버를 부르기 힘들어서 그렇지 한번 오기만 하면 서버 손은 빠릅니다. 대창 2/3인분과 곱창 1/3인분, 꽈리고추와 마늘을 섞어서 첫번째 구이로 촤라라락.

두번째 판을 위해 남아있는 곱창과 대창. 남의 내장 부위가 그렇듯이 썩 보기 아름답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구워져 가는 모습은 세상 선녀가 따로 없습니다. 양도 넉넉하고 곱창과 대창에서 바라는 적당한 느끼함과 쫄깃함이 제대로입니다. 여담인데, 제가 스무살 넘어서 곱창집 가서 소주를 안 먹은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곱창집이 워낙 소주가 물처럼 없어지는 곳이라 다른 손님들이 불콰해진 얼굴로 점점 목소리가 높아져 가는데 혼자서 멀쩡한 정신이니 매우 괴로웠습니다.

 

교훈: 술집에서는 제정신이 아닌 것이 낫다.

요건 탄수화물 보충 겸 마무리로 시킨 대창 덮밥. 친구가 대창덮밥을 잘 모르길래 맨스플레인 쩌는 할재처럼 '아 그게 호르몬동이라고도 하는데, 일본에서 육식이 발달하지 않아 내장 종류를 버릴 때, 재일교포들이 버려진 부산물인 대창을 구워 덮밥으로 만들었고 어쨌든 맛은 기막히니 나를 믿고 시켜볼 것이며 덤으로 내 평생에 대창덮밥이 만원 미만인 것은 처음 봤다'라고 아는 척 쩔어가며 시켰습니다.

일식 일품요리점, 특히 오사카-후쿠오카에서 한정판 메뉴로 파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본에서는 덮밥 종류를 내올 때 한국처럼 빡빡 비비지 말고 적당히 덜어서 먹으라는데 이건 어차피 한국이 원조니 비빔밥 비비는 식대로 촤라라락 비벼서 먹었습니다. 역시나 예상대로 맛있네요. 이러면 양밥도 참 맛있었을 텐데...하지만 위는 두 개고 이미 끝.

홀 손님만으로도 성업 중인데 배달도 잘 돼서 먹는 데 약간 시간이 걸릴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어차피 술 안주로 먹는 곳이니 시간이 좀 걸려도 상관없겠지요(...ㅠㅠ)

장소는 아까 말했던 것처럼 산본역에서 군포 시청쪽으로 적당히 이동하면 곱창-양꼬치 골목에 있습니다. 그나저나 요새 지도 첨부가 안 되는데 왜 그럴까요. 나만 그런 거면 내가 바보인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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