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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차 동선: KTX 공주역-공산성-공주박물관-원도심-크림오브엑스-루치아의 뜰-08001바르셀로나
2일차 동선: 공주터미널-서울 -_-;;;

12월 2일에 공주에 단신부임한 친구 만나러 갔다 왔습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집에서 공주 갔다가 다시 서울로 올라간 거지만 어쨌든 결국엔 돌아오긴 했으니께요 뭐;;;

 

부산에서 공주는 직접 갈 대중교통수단이 없습니다. 그나마 가장 빠른 게 KTX 경부선이나 SRT 타고 오송까지 갔다가 오송-순천엑스포역으로 가는 KTX 타고 다시 공주로 돌아오는 방법이 있죠. 오송역에 비하면 공주역은 조촐하긴 합니다만 KTX역 표준 디자인대로 있습니다.

그리고 공주시 캐릭터 고마곰이 집채만하게 있습니다.

지난번에 천안에 단신부임한(...그러고 보니 좀 비슷;;) 다른 분 만나러 갔을 때 천안 10경이란 것을 보았는데, 공주에도 10경이 있습니다. 대체로 아는 척 하기 좋아하는 저는 살포시 찍어 놓았습니다.

그나저나 저하고 같이 내린 사람들이 다 마중나온 사람들과 함께 자차로 사라지는 걸 보고 음? 여기 사실 공주역이지만 공주 도심하고는 굉장히 상관없는 곳인가?(대표적인 예로 KTX 울산통도사역과 천안아산역이 있습니다)하고 친구를 기다리면서 갸웃했는데...맞았습니다. 어른의 사정 때문에 원래 편리한 공주 도심에서 하아아안참 비껴나간 논밭 한가운데 있습니다. 친구도 서울에서 고속버스 타고 댕기지 공주역 와 본 건 처음이라고 하더군요. 이유를 알겠어요. 막히진 않습니다. 외진 곳에 있으니까요. 하지만 거리상으로는 공주 시와 상당히 멉니다.

 

아참 저기 고마나루에 대해서 공주 시내까지 오는 길에 친구한테서 얘기를 들었는데요, 암컷 곰이 인간 남자를 사랑해서 쫌 가둬두고 같이 살았나봐요. 그리고 아들딸 낳고 곰 시점에선 잘 살았는데; 어느 날 인간 남자가 단신으로 도망쳤대요. 곰은 인간 남자를 쫓아가고 싶었지만 고마나루 건너편의 금강 물이 불어서 쫓아가지 못하고 슬피 울다가 자식들과 함께 이 생을 버렸다고 합니다. 그리고 나서 친구의 한 마디 '남자들이란' 

...음 이 분이 굉장히 상식인이고 행복한 결혼 및 가정 생활을 하고 있으며 최근의 남녀갈등 뭐 이런 거는 터럭도 인연이 없는 분이라 더 뿜겼습니다 ㅋㅋㅋ 제가 '남자들이란'이 아니라 더한 말을 해도 그러려니 하겠지만...역시 화자는 중요합니다. 그래요 튈려면 선녀처럼 애들도 델꼬 튀어야지 책임감이 없어 쯧쯧...

그러던 중 공주 시내에 도착해서 공주의 명물 석갈비(지글지글하는 잘 달군 돌판-음...그 뭐냐 소싯적 경양식집에 함박스테끼 돌판 있잖습니까 거기-위에 갈비를 올린 겁니다)도 먹었구요, 공주에는 알밤을 먹여 키운 한우도 요즘 밀고 있다고 하고, 알밤 막걸리는 원체 잘 알려져 있지요...

그러던 중 공주 시내에 있는 공산성에 오게 되었습니다. 공산성 앞에는 무령왕릉 발굴 50년 및 무령왕의 갱위강국(백제는 강국이다 하고 당시 동북아시아 짱인 중국에 선언했다고 합니다) 선언 1500년을 기념하여 무령왕의 겁나 큰 번쩍번쩍한 상이 세워져 있습니다. 딱 봐도 올해 완공한, 몇 달 안 되는 신상이더군요. 공주하면 백제, 백제하면 무령왕으로 다시 한번 기억하고 갑니다.

아참, 공산성 아래 보이는 반딱반딱한 비석들은 죄다 충청관찰사 또는 판관 송덕비 되겠습니다. 제가 윗사람이고 제 덕을 기리고 싶으면 제 덕을 금화 은화에 글로 새겨서 뭇 백성들에게 나눠주겠습니다.

금강의 유려한 모습과 사실 알고 보면 100년 다 되어가는 철교. 저 철교의 사연도 참 그런데... 1930년대인가 그쯤엔 충청도의 중심은 공주였습니다. 그런데 이쪽에 물류 중심으로 하려고 신식 도로를 건설하려니까 조상님들이 노하신다고 보수적인 이 곳 어르신들이 들고 일어났고 그래서 도로 건설은 대전으로 가고 공주는 금강 이남과 이북을 잇는 철교 하나를 받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물류가 가는 곳에 경제가 가고, 경제가 가면 사람도 간다고 대전이 새로운 충청도의 중심이 되고, 세종시까지 생겨버려서 공주는 인구 10만명을 근근이 지키고 있다고;;;(노인과 바다에 사는 사람으로서 남의 일 같지 않았습니다. 매년 몇만명씩 인구가 쑥쑥 빠지고 있어요;;;)

이러거나 저러거나 금강은 유려하고 산세는 완만하여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공산성의 장점 중 하나는 얼마 안 올라가도 웬지 다 올라간 것 같은 기분이 든다는 것입니다. 아참, 담벼락 이쁨요.

그리고 아까 얘기했던 무령왕릉 발굴 50주년 특별전이 열리고 있는 공주박물관에 가 보았습니다.

이건 무령왕릉 관 앞을 지키고 있는 상상의 신수를 몇 배로 크게 튀겨놓은 것입니다. 이렇게 보면 현대미술 비슷해 보이기도 합니다.

제가 트위터에서 혼자서만 내적 친밀감을 쌓고 있는 유명인의 말에 따르면, 본인은 박물관 갈 때마다 친구에게 '**시대 명품관 가자'라고 한댑니다. 맞는 말이에요. 엄선된 명품이 있는 곳이죠.

국사 교과서에서 많이 보던 분입니다.

무령왕릉 발굴 당시 왕과 왕비의 관.

금은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고 행복하게 만들어 줍니다.

제가 요즘 패딩 조끼를 샀는데요, 그냥 거기 딸린 게 철제 버클인데 무지 무겁고 존재감이 장난 아닙니다. 이런 허리띠 하고 다니려면 차암 무겁겠어요.

가까이서 보면 하나 하나의 알들이 또 수십개의 세공품으로 이루어져 있고 휘황찬란한 광채입니다. 

무령왕릉의 발굴이 50년전...그니까 1971년이었는데, 광복 이후 최초의 대규모 발굴이다 보니 여러 모로 하루만에 후다닥 졸속으로 이뤄져서 아쉬움이 많다고 합니다. 워낙 알려진 게 많지 않던 백제사다 보니 그 현장을 제대로 찍고 복원하면 용도나 배경을 밝힐 수 있는 것도 많았는데 말이죠.

그리고 나서 친구와 저는 공주의 원도심으로 향했습니다. 실은 공산성-박물관-원도심이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습니다. 제가 공부한 게 세리 친구; 아니 수하; 아니 을...뭐 그런 쪽이다 보니 어디 가든 세무서 건물이 눈에 들어오는데요, 공주의 세무서 건물은 기와를 올려서 고전과 현대가 어우러져서 참으로 멋집니다. 그래봐야 세무직 공무원들한테는 야근을 밥먹듯이 하는 직장이겠지만요...

원도심에서 하숙 골목(여기가 공주 사대부고 등 충청도 교육의 중심지였다 보니 충청도 일대에서 중고등학교부터 유학을 온 학생들이 하숙하는 골목이었댑니다;) 등을 돌아다니다, 간 곳은...

와인을 파는 바틀샵이었습니다. '크림 오브 엑스'라는 조용한 대안 문화 공간인데요, 뒷문을 열면 이런 비밀의 공간이 나옵니다. 호주, 뉴질랜드 등 신세계 와인과 내추럴 와인도 꽤 구비되어 있었구요, 공주 향토주들도 많았습니다. 특이한 것은... 저기 왼쪽 아래에 포스트잇이 붙여진 것은 고객별로 킵해놓은 것이었는데 시장님도 있었어요; 시장픽 가게라 웬지 믿음이 갑니다.

http://www.instagram.com/cream_of_x/

그리고 알밤 막걸리의 유혹을 물리치고 공주 쌀로 만든 청주를 사들고 다시 길을 떠난 일행은...

https://kiel97.tistory.com/m/entry/%EA%B3%B5%EC%A3%BC%EC%8B%9C-%EC%9B%90%EB%8F%84%EC%8B%AC-%EC%B0%A8%EB%AC%B8%ED%99%94%EA%B3%B5%EA%B0%84-%EB%A3%A8%EC%B9%98%EC%95%84%EC%9D%98-%EB%9C%B0

 

공주시 원도심 차문화공간 '루치아의 뜰'

어쩌다 보니 충남 공주에 여행을 가게 되었습니다. 관광 도시를 표방하는 곳이 그러하듯이 여기도 공주 10경이 있습니다만 한 군데만 들리고 나머지는 그와 큰 상관없이 여행을 했는데요, 공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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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치아의 뜰'에 들러서 홍차를 마신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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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시 원도심 타파스 바 '08001바르셀로나'

12월 2일 공주 여행에서 저녁에 간 곳입니다. 여기 가게 된 계기는 공주시 유일한 와인 상점에서 와인과 전통 술을 고르던 중 이 곳 얘기가 나오면서 '스페인 와인을 취급한다더라'라고 귀뜸해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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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파스 바 '08001 바르셀로나'에 가서 저녁을 먹었습니다.

그 다음날은 할 말이 그다지 많지 않네요. 일어나서 바로 공주터미널로 갔거든요. 서울까지 안 막히면 한 시간 반도 안 걸리더라구요.

지난 번 갔었던 백제의 또 다른 수도, 부여 여행과 연관해서 생각할 거리도 많고, 현재의 재미있는 공간도 보고 흥미로운 여행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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