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잠시 격조했습니다. 그 동안 아팠어요. 제가 마흔 넘어간 후로는 거의 인간 온도계 급으로 날씨 변화에 민감합니다. 이번 환절기에 기력이 이렇게 떨어지고 자리 보전할 정도로 아픈 걸 보면 올해 겨울은 유난히 길고 추울 모양입니다.

작년 초 이후로 1년 반 넘게 '이러다 죽나 보다' 상태에서 좀 나아져서 간헐적 병자-정상인을 오가고 있는데요, 금방 죽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자숙하다가 요즘 다시 간 보고 있는 김생민씨 말을 빌리자면 '사람은 그렇게 쉽게 안 죽어요'. 종양 문제가 있긴 합니다만 죽을 만큼은 아니라는 게 의사 소견이기도 하고.

문제는 종양과 무기력증, 체력 저하 근저에 자리잡고 있는 불면증, 또 그 밑에 있는 불확실성 얘깁니다. 하루하루 살긴 합니다만 매일 밤 잠들면서 그 다음날의 상태를 예측을 할 수가 없습니다. 좋아질 수도 있고, 나빠질 수도 있습니다. 하나 예상이 되는 건 여름 반짝 좋아지긴 했습니다만, 이제 기나긴 하강 곡선을 타도 그리 놀랍지 않은 궤도입니다. 불확실성-그리고 높은 변동성은 위험 프리미엄을 받아 할인을 아주 많이 받습니다...한 마디로 몸값이 후려쳐진다는 얘기죠-_-;;;

그래도 장래를 생각하지 않을 수는 없습니다. 아마도 지금까지 살아온 것보다 살아갈 날이 더 많을 테니까 말이죠.

지금까지 제 경력은 모 금융공기업에 십수년 집중이 되어 있습니다. 거기서 이런일 저런일 내부에선 꽤 의미있는 일을 했습니다만 그 기업 내에서나 의미가 있는 일이죠. 혹은 그 기업과 관련있는 업계로 바로 이직했다면 또 의미있을지도 모릅니다. 저도 뭐 관짝웨이팅 상태만 안 갔다면 정년을 채우고 싶었습니다만...(후략)

-금융공기업 전문직 특채 : 현재 상태에서는 경력을 가장 인정받고 들어갈 수 있는 길입니다. 컴플라이언스나 회계/세무쪽은 가능하겠네요. 워낙 채용을 소규모, 간헐적으로 하고 인맥이 중요한 곳이라 채용이 불확실하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부산 이전 금융공공기관은 양질의 기업입니다만 수가 워낙 적어서 전국 각지로 노려봐야 한다는 것도 있어요.

-회계법인 : 최근 이 업계는 회계사 구인난입니다. 관련 법규가 회계사를 많이 쓰게 바뀌었거든요. 여기서 또 본점과 부산 지사로 나뉩니다. 본점은 다양한 프로젝트가 있는지라 제 경력을 조금이라도 인정받을 여지가 있고, 컨설팅은 바로 투입 가능합니다만 제가 살고 있는 부산 지사는 감사 업무만 주로 수행하는지라 제 경력은 정말 아무것도 없고 실무를 처음부터 다시 배워야 합니다. 오늘 면접한 모 법인에서는 경력 0의 스탭 자리를 제안하더군요. 물론 갱상도 특유의 여성에 대한 후려치기도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_-;;;

-나이 안 보는 다른 업계로 시험쳐서 이직 : 위의 두 가지 경우의 수는 경력 불문하고 나이가 걸림돌입니다만, 아예 새로운 직종-시험만 붙으면 나이를 보지 않는 곳으로 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공무원과 몇몇 이과 계열 전문직이죠.(물론 전문대학원의 경우 나이를 봅니다만, 몇년 내 입시 제도가 바뀔 곳이 하나 있습니다) 물론 저는 시험을 잘 칩니다. 그리고 몇년 걸리든 할 수는 있어요. 다만 언제까지 시험치고 살 건가 싶기는 한 게-_-;;; 이 경우는 마지막 경우의 수로 빼야겠죠. 그리고 여기서 새 출발을 한다 쳐도 경력을 어느 정도까지 쌓을 때까지 또 굴러야 합니다.

-서울 소재 금융 민간 기업 쪽은 이미 소개해줄 버프가 1년 넘는 세월 동안 빠졌고, 감도 떨어져서 맘을 거의 접었습니다.

-지금처럼 놀고 먹는 한량으로 살 수도 있습니다. 나쁘지 않아요. 저야 뭐 오만가지 잡기(순화: 문화 분야)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 심심치 않게 살 수 있어요. 머리가 너무 썩을까봐 이미 내년 초에 방송대 정보통계학과에 들어갈 계획도...(네 저는 이런 인간;) 

내년 정도에나 슬슬 계획을 세워볼까 했는데 생각보다 일찍 고민거리가 닥쳐왔습니다. 예의 회계법인 스탭 자리 얘기에요. 회계 감사 시즌은 중간감사(10월-12월)-재고실사(1월 초)-본 감사(1월-3월)로 돌아가는데, 지금 들어가지 않으면 적어도 6개월~1년은 기다릴 수도 있어요. 일단 그나마 제 정체성에서의 본업 스킬을 초심으로 좀 배우고 나면 어느 분야로 가든 범용성이 생기죠. 안 맞다 싶으면 전문직 쪽이나 시험으로 ㅎ

건강하다면 주저없이 내릴 결정입니다만...애매합니다. 어찌할거나.

p.s. 회계사들은 보통 2~4년 정도 회계법인에서 감사 경력을 쌓고 민간 회사나 금융공기업쪽으로 이직합니다. 그러면 경력을 상당히 인정받을 수 있죠. 왜 그 업계로 바로 갔냐고 물어보는데...2002년은 회계법인 취업하기 참으로 불우한 해였습니다.  부산에서는 여자 쿼터가 딱 한 명 있었어요. 그리고 결혼할거냐 결혼하면 일은 어떻게 할 거냐 각종 빻은 소리를 하더니...

...떨어뜨리고 예쁜 분을 뽑았습니다-_-(...라고 도움 안 되는 선배놈들이 얘기해 주더군요;)

ps2. 오늘 아침에 면접 보고 내내 생각나는 게 미드 '굿 와이프'의 알리샤(전도연요;)였습니다. 물론 저는 그녀처럼 지켜야할 자식도 투지도 없고;  법정에서 퐈이팅뜨는 것도 아니고 공장에서 철근 세다가 노트북으로 엑셀 돌릴 거지만요 ㅋ 아 맞다 잘 생긴 쓰레기 남편도 없구나...그래도 유지태같은 쓰레기는 괜찮은데 ㅎ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