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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일치기 동선 : 경주고속버스터미널-황리단길 황남회관-서울커피 황남관점-첨성대-계림-동궁과 월지-대릉원-경주고속버스터미널

적당한 탄수화물과 알코올 그리고 카페인까지 현대인의 필수 약물을 적절히 섭취한 일행은 다시 첨성대로 돌아갔습니다. 역시나 대략 7-8분 도보.


좋은 가을날에 금요일이라 학생 또는 커플 개인 관광객, 중국인 관광객, 동창회 마을모임 교회모임 어린이 소풍 등등 각종 버스대절 관광객으로 상당히 붐비고 있었습니다.

첨성대는 볼 때마다 감상이 달라집니다. 최근에 다시 읽은 박웅현씨 ‘여덟 단어’에 나와 있는 첨성대 건축원리와 상징이 생각나기도 하고, 요새 영 기울어서 좀 불안하네 하고 파편화된 감상이 들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경주여행 인스타의 필수요소 핑크뮬리. 들어가서 사진찍지 말랬는데 꾸역꾸역 들어가서 긍가 영 꺾이고 밟히고 처음의 화사한 자태는 날로 시들고 있어요.

여기서 대략 10분쯤 걸어가면 김알지(넵, 경주 김씨 시조 그분)탄생설화가 있는 계림이 있습니다.


사적지로 지정되어 있는데, 볼만한 사적은 김알지 탄생설화가 새겨진 비석 정도인데, 소풍 온 애들이 꾸역꾸역 머리를 집어넣고(애들은 왜 글케 틈새에 머리를 집어넣고 싶어하는지 모르겠어요;) 있는 철책에 둘러싸여서 자세한 내용은 잘 모르겠습니다. 20분-30분 산책하기 좋은 숲이 관광객도 살짝 덜 붐벼서 고즈넉하고 약간 신비로운 분위기도 나서 좋더군요. 낮보다는 아침 이슬을 밟으면서 걷고 싶은 곳이었습니다.

여기서 선덕사거리를 건너 800미터쯤 걸어가면 동궁과 월지(저같은 중년은 안압지라는 구 명칭이 입에 더 붙습니다)입니다.


워낙 제가 좋아해서 경주 올 때마다 들리는 곳인데(그리고 입버릇처럼 아아 다음번엔 밤에 와서 야경을 봐야겠어 하지만 결국 다음번도 낮에 오고 밤엔 술을 마시거나 뻘짓을 하거나 술을 마시고 뻘짓을 하거나...) 연못을 따라 시시각각 달라지는 경치를 보며 구경하기 참 좋습니다.

이번에 제 눈에 들어온 건 신라 귀족들의 풍류를 알 수 있는 14각형 주령구. 술먹고 왕게임; 할때 써먹었대요. 원샷하기, 후래자삼배하기, 노래부르기, 춤추기 등등의 각종 유흥 벌칙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복각된 술잔도 엄청 큼지막하니 원샷하면 참 거나히니 취했겠어요. 하긴 뭐 저 벌칙은 그나마 건전하네요. 전 화랑 모씨와 낭도(원화 아님, 유화 아님) 모씨가 딥키스하라는 거 기대하고 있었는데(...)

시간이 좀 되면 황룡사지나 분황사지 가려고 했는데 반나절만에 성의가 휘발되어 원래 가려던 대릉원으로 돌아갔습니다. 첨성대 옆집, 황리단길 담장에 있지요.

대릉원은 초등학교때 수학여행으로 와 보고 30년만입니다 ㅋ 워낙 구도심 길 걸을 때마다 배경으로 보이는 거라 뭐 지나치면서 보면 되지 그걸 굳이 돈 내고...라는 기분이었는데요,



결론적으로는 아주 갈 만했습니다. 수십개의 왕릉이 깔끔하게 조성되어 있구요, 특히 천마총은 내부가 요즘식으로 다시 단장되어서 각종 부장품의 레플리카(진품은 경주박물관에 있습니다) 만드는 법이나 무덤 건축법에 대해 터치스크린으로 상세하게 볼 수 있구요, 서역부터 당나라, 일본, 오키나와 문화교류 영향에 대해서도 3d로 볼 수 있어요. 요즘 아이들이 흥미를 느낄 수 있게 잘 설명되어 있어서 좋았어요.

이래서 유물은 계속 현대식으로 재해석되니까 여러번 와봐야 하나 봅니다.


신라왕 무덤 앞에서 몽골초원을 느끼고 있는 중(...)

그리고 나머지 몇 시간은 또 술 마셔서 뭐라 할 말이 없네요. 암튼 보람찬 무덤테마여행이었습니다. 커다란 무덤 수십개 보고 나니 언젠가 이집트에서 피라미드 보고 싶네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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