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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금요일에 지인과 함께 영도에 갈 일이 있었습니다. 뭐 먹을 만한 데 없나 하고 찾아보다가 꽤나 음식에 대한 평이 훌륭한(그러나 교통이 좀 힘들다는 평도 플러스) 이태리 음식점 하나를 찾았습니다.

열한시 반에 문을 연다길래 그때 맞춰서 움직였습니다. 그리고 혹시나 싶어서 전화로 예약을 하였습니다. 이건 그날 제일 잘한 일이 됩니다.

영도 안쪽에는 지하철이 들어가지 않으므로 대략 1호선 남포동역에서 내려서 영도 다리 앞에서 버스로 환승하면 됩니다. 일반 버스는 꽤 있긴 한데 내려서 목적지까지 고바위를 8분간 오르락내리락 해야 하는 애로가 있습니다. 영도 5번 마을버스는 자주 오지 않으며 갈 때까지 롤러코스터를 타지만 목적지 30초 앞에 내려 줍니다.

그라치에가 위치한 곳은 동행이 '이런 데도 레스토랑이 있어?'할 만큼 주택가입니다. 그런데 잘 찾아보면 슬금슬금 힙한 집들이 생기고 있습니다. 이 때가 좋죠...

정확하게 열한시 반에 문을 열었습니다. 저희는 리코타 치즈 샐러드와 감자 뇨끼, 그리고 통오징어 먹물 리조또를 시켰습니다.

좀 예스러운 예약석 표지판.

있는 힘껏 다른 사람들 얼굴을 피해 찍은 레스토랑 전경. 좁다고 해서 정말 한 칸짜리 레스토랑인줄 알았는데 그렇게까지 좁진 않습니다. 다만 여기 수용 가능 인원에 비해 사람들이 너무 찾아올 뿐. 이미 열한시 반에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예약석으로 다 찼으며 계속계속 사람들은 바깥에 찾아와서 대기 줄이 쩔어줍니다.

아, 바깥 뷰는 평범한 편입니다. 창쪽 자리에서 열심히 목을 꺾거나 밖에 나가면 바다가 보입니다.

식전빵으로 치아바타 조각에 리코타 치즈와 선 드라이드 토마토를 얹어서 냈고, 웰컴 드링크로 케일 사과 주스가 있습니다. 전 식전빵 많으면 이거 다 먹어야 하나 가끔 혼돈이 오는데 이 정도로 입맛 돋구는 게 딱 좋은 거 같습니다. 선드라이드 토마토와 리코타 치즈, 빵과의 조화도 아주 훌륭했구요.

조리를 빨리 하는 편이라 한꺼번에 샐러드 하나와 메인 두 개가 나왔습니다. 리코타 치즈 샐러드는 아까 먹은 식전빵의 확대 버전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신선한 야채와 리코타 치즈, 선드라이드 토마토가 있구요...중요한 건 소스인데, 이 소스가 발사믹도 아니고 오리엔탈도 아니고...(대충 검은 소스 묘사할 밑천이 떨어짐) 여튼 달콤짭짤하고 입에 착착 붙는데 엄청 땡기는 소스였습니다. 역시 서양 음식은 소스, 그것이 서양 요리니까(대충 펀쿨섹 고개 끄덕짤)

요것은 감자 뇨끼, 아래 크림소스에 버섯과 잘게 썬 시금치가 들어갔습니다. 이 집에서 이게 유명하다더니 이유를 알겠습니다. 감자가 바삭하게 잘 구워져 있고 아래 크림소스가 무지무지 농후해요. 먹다가 약간 음? 좀 헤비하다 싶으면 샐러드 먹어주면 되고, 그러다가 뇨끼 다시 먹고 그렇게 무한 루프.

통오징어가 올라간 먹물 리조또. 이건 좀 맵다길래 맵찔이 둘은 '아주 안 맵게!'를 외쳤습니다만 이게 그... 매움이라는 게 기본 향신료에 들어가는 은은한 매움 있잖아요...그건 좀 있습디다. 통오징어의 불향과 먹물이 잘 어우러졌습니다. 양도 무진장 많음.

먹다 보니 여기가 왜 인기 가게인지 잘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영도는 멀죠...

먹고 나서 영도의 흰여울 마을로 가서 산책을 하였습니다.

586이 새벽에 단카방이나 밴드에 올릴 만한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좋은 하루 되세요'짤에 어울리게 생겼습니다.

영도 흰여울마을은 그 동안 유명세를 더 쌓아서 관광객이 더 늘어나 있었습니다. 근데 담이 없고 바로 집 문이나 창 앞에 관광객들이 지나다니며 문을 열어보거나 힐끔거리는 게 썩 좋지만은 않겠더라구요(...하면서도 돌아다니긴 했음)

지난번에도 갔던 북 카페 '손목서가'에 가서 에이드와 디카페인 커피 한 잔. 여기 디카페인은 그냥 커피만큼 맛있습니다.

물은 잔잔하고, 커피는 맛있고, 가을 한낮의 햇볕은 따사롭고... 부른 배를 끌어안고 끄덕끄덕 졸면서 물멍하기 딱 좋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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