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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2일에 당일치기로 서울에 다녀왔습니다. 목적은 의료관광&평냉관광인데 둘 다 만족스러웠습니다. 동선은...

11시 김포공항 도착

11시 반~12시 반 국립항공박물관 관람

1시 반~2시 반 충무로 필동면옥에서 평양냉면과 제육 한 사발

3시~4시 채석장을 바라보며 음료 한 샷

4시~6시 치료

이랬습니다. 그 중 인상적인 것은 몇 개 포스팅으로 풀어보겠습니다.

국립항공박물관을 관람하고 충무로로 이동, 1번 출구에서 5~6분 정도 걸어서 필동면옥 도착. 1시 반이라 피크는 살짝 지났는데도 여전히 북적거립니다. 그래도 안 기다리는 게 어딥니까. 5월 12일 서울 날씨는 27.5도까지 올라가서 평양냉면이 절로 생각나는 날씨였거든요.

아련하게 메뉴판이 보입니다. 이런 집들은 대체로 메뉴판이 단촐하죠. 물냉/비냉/온반 12,000원, 이 집의 스타 메뉴 제육 24,000원, 수육 26,000원입니다.

제육은 미리 준비해놓은 거라 시키자마자 거의 바로 나왔습니다. 처음엔 김도 안 오르고 미지근한데다가 투박하게 썰려서 떼잉 이게 뭐야 하고 한 입 넣었는데...살살 녹던데요? 찰진 지방과 고기의 조화가 환상적이었습니다. 을지면옥은 좀 더 얇게 썰려 있었던 걸로 기억나는데, 맛 자체는 거의 비슷하네요. 돼지고기는 이런 맛에 먹지!하는 모범 답안.

제육과 같이 먹으면 좋은 반찬들.

제육을 먹으면서 좀 기다리고 있다 보면 평양냉면(12,000원)이 나옵니다. 얇게 썬 파와 약간의 고춧가루가 나오는 건 을지면옥과 같고, 일명 의정부파의 특징. 역시나 맛은 을지면옥과 같습니다. 얇은 면은 너무 늘어지지도, 질기지도 않고 적당히 끊어먹기 괜찮습니다. 을밀대나 우래옥에 길들여진 분들은, 육수는 차고 덜 짜다 못해 맹맹하다고 불평하실 수도 있겠습니다. 저는 이쪽이 더 편합니다.

언제나 그렇듯 완면은 했지만 완샷은 하지 못하고 끗. 제육이 소주나 막걸리가 술술 들어갈 맛이었는데 못 먹어서 아쉬웠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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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에 또 서울에 갔다왔습니다. 저는 서울 갈 때마다 나름의 명분을 만들어서 갑니다. 이번에는 실무 집합강의-기업회생, 기업진단을 듣기 위해서였죠. 뭐 핑계가 아니었다고 하긴 힘들지만 나름 유용한 강의였습니다.

충정로-서대문 권역에서 강의가 끝나서 서울 4대문 안에서 저녁 먹기가 딱 좋아보이더라구요. 저는 몇 달 전에 모 트윗에서 '빈자의 우래옥'이라고 조용하게 회자된 보건옥 불고기가 먹고 싶었습니다.

조금 더 설명을 덧붙이자면 우래옥은 을지로 4가 쪽에 한우 불고기와 평양 냉면으로 유명한 집인데, 특히나 한우 불고기는 뭐어랄까... 맛은 좋은데 꼭 종부세를 내는 사람들만 먹어야 할 것 같은 그런 곳입니다. 그래서 비슷한 맛이 옛날 서울식 한우 불고기를 파는데, 엄청나게 가격 차이가 나는 보건옥이 '빈자의 우래옥'이라고 소문난 거죠.

을지로4가에서 도보 3분 내에 있습니다. 간판이 무진장 크게 되어 있어서 찾기 쉬워요.

메뉴판. 한우불고기는 150g 1인분에 15,000원입니다. 서울 도심에서는 꽤 괜찮은 가격. 그리고 아련히 보이는 대우정밀의 힙함.보건옥 메뉴판. 을지로4가에서 도보 3분 내에 있습니다. 간판이 무진장 크게 되어 있어서 찾기 쉬워요. 다만 약간 영등포 공구 상가를 떠올리게 하는 드라이한 공구 노포들 사이에 있어서 이런 분위기 좋아하시면 환장할 거고, 아니면 생각 좀 해보시고.

 

고기 2인분이 놓였습니다. 양은 적지 않습니다.

보건옥은 파김치가 아주 훌륭합니다. 저는 사실 김치를 썩 좋아하진 않는데 이건 푹 삭은 감칠맛이 있어서 젓가락이 엄청 가더군요. 불고기랑 곁들여서 쌈싸먹으면 딱 좋아요.

익으면 이렇게 됩니다.

맛과 불판, 힙한 분위기까지 좋습니다. 다만 힙이란 구중중함(...)과 양면의 동전같은 거라, 깔끔한 인테리어나 정갈한 서빙을 원한다면 우래옥 가셔야 합니다. 아, 위생이 떨어지진 않습니다만 노포 특유의 분위기라는 게 있지요.

그리고 탄수화물이 딸린 일행은 아주 가까운 거리에 있는 우래옥으로 갔습니다.

면수. 나이가 들 수록 면수가 참 맛있습니다.


평양냉면(14,000원) 홀에 손님은 참 많습니다만 평냉만 먹는 사람은 엄청 빨리 먹고 나서 대기가 그리 길진 않습니다. 저희는 어쩌다 보니 운때가 딱 맞아서 대기 없이 잘 먹었습니다. 우래옥 평양냉면이야 나무랄 데 없죠. 다만 양이 너무 많고, 면부터 육수까지 간이 센 정도?

이렇게 먹고 박원순 성지(...) 청계천 프로젝트 쪽으로 산책하면서 부른 배를 꺼뜨렸습니다. 불행히도 코로나 여파로 전망대가 폐쇄되어 서울 뷰를 못 본 게 좀 아쉽. 대신 토기 유적지는 잘 구경.

이렇게 걸으니 오래된 상가가 좀 홍콩 느낌도 나고, 이미 젊은이 취향의 가게는 꽤 들어섰군요.

저녁 잘 놀았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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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bluexmas.com

제가 url까지 외워서 들어가는 미식 블로그가 있습니다. 주인장은 트럼프국에서 건축학을 하고 온 양반인데, 그 때부터 있던 미식에 대한 자질(수제 햄 만드는 거 정도는 껌이고 별 거 다 합니다)을 가지고 한국에서 미식 평론을 주로 하는 것 같습니다. ‘한식의 품격’ ‘냉면의 품격’ 등 베스트셀러도 다수 출간하셨죠. 그러나 이 양반이 온라인에서 유명한 건...’좋은 게 좋은 거다’를 베이스로 상호 영혼없는 칭찬이 오가는 연말 망년회같은 한국 맛집 블로그계에서 뭐 어디든 부지런히 갔다 오고 맛없다 수저통이 그게 뭐냐 그돈 받아먹고 김치통이 왜 밖에 있냐 1인석 홀대하기냐 뜨겁다 미지근하다 등등 벼라별 현란한 까기스킬을 구사해서 키배가 벌어지거든요. 저는 흥미진진하게 구경합니다. 최근엔 옥동식 사건이 있었어요. 제 예전 집에서도 가까워서 몇번 가던 합정 돼지탕반집 ‘옥동식’ 이라는 미슐랭 언더 김영란법; 버전에도 실린 가게가 있는데 이 양반이 갔다와서 또 깠어요. 열받은 옥동식씨(오너셰프이름=가게이름입니다)는 블로그의 후원계좌로 탕반 하나 가격을 입금하셨는데 이 양반은 입금 내역을 캡처해서 올리고는 아니 난 특밥을 먹었는데 왜 보통밥 가격만 이체했냐 하고...아 암튼 재밌어요.

그 까다로운 미식가 양반이 그나마 호의적인 게 박찬일 셰프(저도 좋아합니다. 집에 이 사람 책도 있고)인데 그분이 광화문에 내서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게 바로 광화문 국밥입니다. 마침 지방자치단체 예산회계와 회계검사실무라는 괴상한 거 들으러 또 서울 갔던지라 지인이 데려가줘서 냉큼 따라갔죠.


평양냉면(11,000원) 요즘 서울의 평냉 심리적 지지선은 11,000원인 거 같습니다. 그걸 깬 게 봉피양과 우래옥이고 ㅋ 암튼 면 삶은 정도나 육수 다 나무랄 데 없습니다. 짠 거 못 먹는 제 지인한테 좀 먹이고 싶더라구요.

피순대(15,000원) 뭐 엄청나게 맛있진 않은데 잡내도 없고 깔 것도 없어서 가격이 납득갈 정도. 깔끔합니다.

돼지국밥(8,500원) 돼지국밥의 본고장맛은 허영만씨 표현대로 ‘비포장도로를 질주하는 반항아’라면 여긴 포장도로쯤 되겠네요. 지인이 먹어서 뭐라 평은 못하겠는데 잘 먹어 보입디다.

사실 술 메뉴에 화요도 있고 연태고량도 있길래 메인인 듯한 수육에 한 잔 하면 좋겠는데 전 당일에 고향에서 방어회 저녁이 있어서 점심으로 마무리. 괜찮은 집이었습니다. 직장인들이 줄 서는 덴 이유가 있네요. 다만 테이블 간격이 너무 좁고 접객이 공장제라 별 반 개 뺍니다. 여의도나 광화문이 다 그렇죠.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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