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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운전은 사고 후에도 계속 했다. 그 곳은 홈리스보다 카리스가 더 비참할 것이다. 그러나 프리웨이 장거리 운전은 도저히 못하겠어서 다른 사람들의 차를 얻어타고 다녔다. 지금도 그건 좀...무리다.

 

학기도 끝나고, 일찍 돌아가는 사람은 이미 짐을 싸고 있을 6월 초, *시 경찰이 이메일을 보내왔다. 사건을 종결하기 위해(음?) 사고 경위 보고서 draft를 보내니 확인하고 의견 달라는 메일이었다. 읽어보니 다음과 같은 내용이 추가되어 있었다.

 

당시 흰 색 코롤라 오른쪽 뒷편을 SUV가 치는 것을 목격한 사람이 나타났다. SUV 운전자는 금발머리의 10대 백인 소녀로 보였으며, 눈이 풀리고 운전 행태가 비정상(우회전하면서 1차선을 치진 않는다 보통;)인 것으로 보아 마약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사고 몇 시간 후, 인접 장소에서 그녀와 인상착의가 비슷한 소녀가 차에서 내려서 괴로워하고 있는 것을 목격한 증인도 나타났다.

 

경찰은 이 증언과 기타등등을 참작하여 1차 가해자는 잡을 수 없으며, 나는 과잉 방어를 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되므로 사건을 종결짓고자 했다.

 

사실 이 시리즈의 제목 '미국 내 대형 교통사고 사후처리하는 법'은 과장광고다. 내가 뭘 잘해서 빠져나간 것이 아니라 다행히 증인이 몇 달만에 하늘에서 떨어졌는지 땅에서 솟아났는지 해결되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3)번, 다른 다섯 차량 및 대인 보상도 영세 한인 보험회사가 다 보상하기로 결정하여 원만하게 끝났다.

 

즐거워진 나는 토론토와 오타와, 퀘벡을 돌아다니며 역시 미국은 별로고 캐나다가 짱이여 아 캐나다로 이민가고 싶다 하며 캐나다 이민청에 들어가 이민 가능 점수(이민청은 해당자의 스펙을 통해 정량화된 이민 가능 점수를 제공한다)를 제공하고 기술이민을 할까 적당한 브로커를 잡아서 위장결혼이민을 할까 고민하다가 귀국했다.

 

후일담을 얘기하자면 장거리-정확하게 말하면 과속 운전- 트라우마에 걸린 나는 대학원 졸업 직전에 모 지방 지점으로 발령받았는데(남들이 도저히 가려고 하지 않는 운전하지 않아도 되는 내근직 본점 모 부서에 자원하였으나 네년은 이제 지점에 갈 차례라며 처참하게 짤렸다.) 처음으로 여성 중견 관리자를, 그것도 선임 팀원으로 받아서 불행의 나락으로 빠져서 술을 더 퍼마시게 된 **출신의 **한 *씨 팀장을 만나게 되었다. 그는 처음부터 나를 불신하였으며 고급 기생 용도 말고는 딱히 사용하지 않으려고 하였는데 내가 장거리 운전을 기피한다는 것을 알게 된 후(기업체 출장이 잦은 경우 치명적이다) 더욱 불신하게 되었다. 

 

...그리고 1년 후, 처음으로 심각한 불면증에 걸렸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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