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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창극단의 청국 <리어> 런던 바비칸 공연(241003~241006) 4회를 다 관람했습니다.

1. 바비칸 리어 241003 초연 후기

리어 공연이 펼쳐진 런던 바비칸 센터는 런던 도심에 시어터, 시네마, 홀, 도서관, 예술 학교 등이 함께 있는 어마어마한 크기의 문화 복합단지입니다. 이런 큰 곳에서 공연을 한다니 새삼 자랑스러움이 느껴졌습니다.

바비칸 시어터의 전경

광대 민은경님의 대형 포스터

리어는 평일에는 오후 7시~오후 10시 10분까지 총 3시간 10분(인터미션 20분 포함) 했습니다. 올해 재연 리어와 구성은 같아요.

바비칸 센터의 중정 모습

입장할 때 열 별로 입구가 다른 게 특이했습니다. 아, 커튼콜 때 촬영은 자유였구요 공연 도중에 음식이나 술 포함 음료를 마시는 것, 다소 움직이는 것도 허용되는 분위기였어요

리어에 맞춰 기존 무대를 확장해서 객석을 B열부터 시작하게 조절했습니다. 무대는 기존 리어와 거의 비슷한데 좌우는 길어서 더 재밌긴 했습니다.

이를테면 마지막의 물이여 에서 가장 소란을 피웠던 4인방

  (에드먼드)

(거너릴) (리건) (콘월)

과 다른 코러스와 거리가 더 뚝 떨어지면서 "이 고요를 위하여 그 모든 소란이 필요했던가"가 더 잘 먹혀들어갔거든요 흥미로웠습니다.

흰 머리 아이; 리어가 오줌싸는 장면은 한국 공연과는 달리 물 밖 앞 무대에서 엄청 크게 포물선을 그립니다(역시 화장실 개그는 어디서든  잘 먹힘)

여전히 물을 많이 이용한 무대 장치이긴 했습니다만

에드먼드가 두 공주의 정표 수건을 목에 두르고(깔끔한 수인이가 드러운 런던 템즈강 물 담근 수건을 두르기 힘들었을 듯^^;) 장부의 길을 부르며 징검징검 가는 건 물 밖으로 나와서 앞 무대에서 하는 등 동선은 조금 다릅니다.

자막은 무대 상단에 두 줄로 있어요. 바비칸 자막은 국극과 달리 무대 맨 꼭대기에 달려 있었는데 4층까지 있는 객석이 두루 보기 편하다는 장점은 있고 단점은 최대 두 줄이라 장중한 대사가 자주 끊깁니다.

근데 외국어 자막의 한계가 있다 보니 네 줄이든 두 줄이든 크게 차이는 없을 거 같군요

언어 차이는 여러 모로 영향을 미쳤는데, 한국에서는 가장 큰 호응과 폭소를 이끌어냈던 거지 톰/개판 재판이 길고 빠른 언어 유희라서 이보다는 글로스터 백작이 에드먼드가 하룻밤 춘정으로 생겼다는 짧은 대사는 직관적이라^^; 바로 웃음이 터져나왔습니다

자막 번역은 다시 싹 새로 했다더니 올해 재연보다 한결 나았습니다 재연 때보다 훨씬 로컬 관객을 생각해서 한자 표현을 현지화했어요 '약수라도 건너가리다'를 '스틱스 강이라도 건너가리다 레테 강이라도 건너가리다' 이런 식으로.

 

아 그리고 노장 사상을 어케 전달하는지 좀 궁금했었는데 올버니 공작의 '욕지귀거래'에서 단순 귀향이 아니라 retire까지 넣어서 다행 여튼 올해 재연보단 영국 관객을 감안했단 얘기

(가급적 현지인 얼굴을 안 보이게 하려는 필사적 구도의 샷^^;)

바비칸 씨어터는 단차가 매우 훌륭하네요

4층까지 제법 관객이 들어찼구요, 한국문화원 관여라 한국계 관객이 많을 거라는 제 예상과는 달리 대부분 영국 지역 관객이었습니다.

1막, 2막 끝이나 김준수 넘버에서 열렬한 박수갈채가 나왔고 인터미션에서 극에 대해 열띤 토론이 이어지기도 했어요.

아참 음질은 정말 또렷하고 좋았는데 음량이 작은 편이라 뒷좌석에서는 조금 작았을 수도 있겠어요.

연주는 정말 훌륭했구요, 기존의 국립창극단 기악부 뿐 아니라 서양 관현악 연주도 꽤 보강되어 커튼콜 멤버로 나왔습니다.

이제 본론인 에드먼드 김수인으로 들어가자면...

'천지는 불인이라'나 '장부의 길' 등 본인 넘버 뿐 아니라 합창에서도 특유의 맑고 카랑한 음색, 호소력을 유감없이 보였구요...

잘생김을 연기하는 게 아니라 그냥 잘생겼습니다.

두 공주님을 쥐락펴락할 만큼 섹시합니다.

연기가 좀 더 극적으로 된 편이에요.(근데 언어나 문화 차이를 극복하기 위함이며, 더 세게 연기한 배우들도 몇 있음) 첫 부분에서 형님 에드거의 착한 동생인 척 하다가 코딜리어가 리어에게 직언을 할 때 뒤에서 계산적으로 바라보는 눈빛을 더 세게 하거나(한국 퇴근길에서 이 장면을 '나를 위한 판이 깔아지는구나'라고 생각하고 연기했다고 하셨었어요)

두 공주의 삼각 암투 후 자아도취적으로 검에 하는 키스 소리가 확연히 들리게 한다거나(킹받고 섹시함)
두 공주들과 베드신 암시에서 더 끈적함을 암시하게 눈빛을 오가거나;

 

이번 공연으로 머리 짧게 치고 뮤트한 톤의 분장도 색다르고, 거너릴 무릎에 누웠을 땐 풀어헤친 것도 느른하고 리건 껴안았을 땐 허리띠 꽁꽁 졸라맨 것도 고자극이고(맛감)

(국립극장 공식 사진입니다)

이 장면에서 에드먼드 얼굴 쪽에 좀 더 조명을 주는데 이 모든 치정 광기에 개연성을 부여하게 잘생겨서

한낱 백작 사생아에 왕국 상속 공주들이 싸우는 이유가 충분했습니다.

전투신에서 몸 잘쓰는 분 답게 칼과 회전, 광기의 외침이 인상적이었구요, 죽을 때조차 그림같이 누운 자세가 잘생겼습니다(네...)

커튼콜에서는 극에 맞게 담담한 표정을 지었지만 친한 기악부 분들이 인사할 때 미미하게 웃음을 머금는 거나, 공연 후 지나가시면서 뒷 모임이 있다고 양해를 구하며 급하게 가면서도 멀리서 오셨다고 연신 살갑게 웃어주는 거나 여전히 김수인 본체는 밝고 상냥한 모습이라 혼란스럽기도 하고 좋기도 했습니다^^

 

2. 바비칸 리어 241004 2연 후기

둘공에서만 느껴진 점을 잡상 위주로 쓰겠습니다

제 자리는 앞줄 왼쪽이었습니다.

금요일이라 극 사이드까지 관객이 찼어요.

이번에도 대부분 런던 현지인들이고 반응은 역시 좋습니다(세세히 못 알아들어도 분위기라는 게 있지요)

오늘은 몸개그(불쌍한 톰)와 짧은 대사 개그는 물론 재판 씬과 같은 개그도 잘 먹혀서 웃음이 컸고(물론 에드먼드가 하룻밤^^;에 생겼다는 글로스터 백작 대사와 리어의 음란과 호색으로 이 나라를 물들게 하라 성인물 대사에 반응 컸어요)

이번에는 리어 뿐 아니라 거너릴 글로스터 넘버에도 박수갈채가 나왔구요, 커튼 콜에 기립했습니다.

정재일(기생충, 오징어게임 등 음악 감독)은 천재입니다 리어 음악 역시 걸작임
한번 더 국립창극단과 함께 작업해 달라고 하고 싶지만 원래도 드높았지만 오겜 이후로 더 올라버린 그의 주가를 감당할 수 있을 것인가 ㅠ

음악 얘길 하자면 피드백이 된 건지 어제보다 음량이 커지고 양악(특히 피아노와 드럼)과 국악 조화가 아주 좋았습니다. 한국 리어보다 월등한 게 음악이에요.

아 그리고 리어는 특히 강강강 전개에 피를 토하듯이 쏟아내는 게 많고 남녀 공히 고음이 많아서 런던 공연 4회차로 끝나는 게 어찌보면 다행이에요

김수인은 어제도 잘 했지만 오늘이 더 좋았어요

가소로다 저 늙은이/장부의 길 소화력과 전달, 클라이막스 고음이 아주 좋았음

좌블의 장점으로 돌아가자면, 각도를 달리하면 보이지 않았던 것도 다 보입니다 극좌 바위쪽에 리어/광대/미친놈 톰이 벌이는 각종 난장 관람가. 그리고 에드먼드는 진리의 좌블이에요. 특히 안 보이던 부분이 세밀하게 보여요. 에드먼드 하면 블러디 메리 풍의 광기의 눈 뒤집어짐을 보통 꼽습니다만 침침한 사이드에서도 연기는 꽤 세밀하게 이어집니다.

예를 들자면 코딜리어의 직언에 분노한 리어가 물에 지팡이를 패대기치며 사방에 물을 튀길 때 극싸에서 놀란 듯 몸을 돌린 에드먼드는 계산적으로 눈을 빛내고 머리를 굴립니다.

물론 센 연기도 잘 합니다. 글로스터 백작한테 형 모함하고 속아넘어간 아버지가 형 욕하는 거 들으면서 고개 돌리고 악의에 가득차 기뻐하는 표정이 아주 좋았습니다. 소설 주홍 글씨의 한 부분을 인용하자면 '善人이 이 지옥에 떨어질 때 악마가 환희에 찬 웃음'
우리 몽드...자라면서 마니 힘들었구나(몽드맘)

리건이 거너릴과 에드먼드 밀회를 목격하고 거너릴 째려보는 것만 봤었는데 이번엔 좌블이라 에드먼드한테 눈으로 욕하는 것도 똑똑히 봤어요 ㅋㅋ(물론 나쁜 에드먼드는 까딱도 안 합니다)

앙상블에서도 가장 왼쪽에 주로 서는 탓에(왼쪽에 최장신을 세우는 건 팬싱이나 창극단이나) 1막 세 번의 수인이 앙상블이 다 잘 보였어요

가장 사랑하는 건 역시 번지수가 틀렸네 씬에서 에드먼드라면 절대 안 나올 본체의 환하고 밝은 표정, 옆 올버니 최호성과 손에 든 기러기를 뽀뽀시킬 때 드러나는 환한 이.

이제 영국 리어 공연은 5부 능선을 넘었군요 벌써부터 아쉬워집니다
아참 콘월공작 최용석님이 "한국 분들이 공연에 많이 찾아와주신 걸 창극단에서도 많이 얘기하고 힘을 많이 받았다"라고 돌아가는 길에 얘기하셨음
힘을 주는 부산갈매기(으쓱으쓱) 근데 저도 힘내야됨 외국에서 190분 공연 관람이 쉽지 않아요;

 

3. 바비칸 리어 241005 3연 후기

이번에는 리어가 연기를 매우 극적으로 하는군요
저의 에드먼드(언제부터;)는 천지는 불인이라 넘버가 사흘 중 최고였음
적자 에드거는 시혜적이든 어쨌든 에드먼드에게 진심으로 '과할 정도로' 믿고 잘해줬고 서자 에드먼드는 그런 형을 따르는 듯 하면서도 속으로 형을 보내버릴 음모를 꾸미고 있었습니다
어린 시절 부족함이 없지만 수치스러운 아이라는 눈길로 괴물이 자라나는 '에드먼드  라이징' 스핀오프가 보고 싶;

 

4. 바비칸 리어 241006 4연 후기

날씨가 흐리고 싸늘한게 극 분위기와 잘 맞네요
관객은 시야방해석 빼고는 다 찬듯
강행군으로 배우들 컨디션이 최고조는 아닙니다만 합에는 나은 듯
에드먼드 락스타는 천지는 불인이라 넘버에서 몸을 더 예쁘게 잘 씀
무용수 출신 덕질이란 좋군요

 

4-1. 바비칸 리어 241006 퇴길 후기

요약
영국음식은 너무 맛이 없다
날씨가 왜 일할 때는 좋고 일 안할 때는 나쁘냐는 날씨의 아이
바비칸에 완창하러 다시 오고 싶다
이날치는 비행기 안, 스케 차 안에서 준비해야됨
극락콘은 판소리와 성악, 둘의 락 등이 있을 예정
이제 쇼핑을 하겠다

영국 리어 막공 끝나고 나서 한참 있다가 에드먼드 김수인이 글로스터 유태평양 아빠랑 나와서(에드거 광복님 부부는 미리 다정하게 나갔습니다) 기다리던 팬들에게 먼저 다가와서 20여분 정도 소통하고 갔습니다

기억에 의존해서 다소 단어 차이나 생략이 있을 수 있어요

회색 후드 위에 얇은 검은색 숏 점퍼 차림이었고 분장은 안 지웠습니다 다른 배우들도 힘들어했지만 수인이는 특히 얼굴 살이 쏙 빠지고 덩치가 작아진 게 확연히 드러날 정도.

길다랗고 마른 사람 됨

날씨에 강행군에...영국 음식 때문이었어요;;;

나오자마자 공연 어떠셨어요?부터 먼저 물어보셨어요 컨디션에 대해 아쉬움이 앞서는 거 같았지만 사실 막공도 최고음 말고는 괜찮았어요 진심

팬들이 한국으로 가고 싶다고 음식 맛없다고 하자 맛없어요오하고 격하게 동감 ㅋㅋ

샐러드가 제일 맛있다고 팬이 말하자 "샐러드도 맛없어요"(웃으며 단호)

팬들이 커피는 맛있었다고 애써 찾아보았지만 "옥스퍼드에서 먹은 커피는 먹을 만하고 그 외에는...그냥?"

옥스퍼드는 준수형 등과 관광갔었고 비가 왔었댑니다(아 우산가지고 사진 찍히셨죠)

공연할 때는 날씨가 좋았고 공연 안할 때는 날씨가 나빴다며 반대여야 하는 거 아니냐고 ㅎㅎ

"날씨에 민감하시잖아요"

"그쵸"

팬이 (리어 번지수가 틀렸네 장면에서) 갈매기 키스신 물어보자 호성이형이 하자고 한 거였다고

무대 위에서 수인이가 웃는 유일한 장면이었다고 하자 끄덕하더니 커튼콜도 있지만 무거운 극이라 커튼콜에서도 감정 잡았어야 했대요

 

"이젠 희극하고 싶어요 제 영원한 1순위 나무물고기달 같은"

나물달도 마냥 밝지는 않지만 배우들이 무대 위에서 즐길 수 있는 극이라고

리어에서 제일 어려웠던 건 천지는 불인이라 넘버였고 액션은 전쟁 칼 쓰고 넘어지는 신

객석에서 땀이 보일 정도였다고 하자 원래 땀을 거의 안 흘리는데 너무 힘들어서 흐르더라고 했어요

리어는 '고혈을 짜내는' 극이라고 '강강강강'이라며 말했는데 너무 정확한 표현이었어요

이번에 수인이 짧아진 머리 얘기하자 영국 오기 전에 짧게 자른데다 (헤메할 때) 뽕을 많이 넣더라고 함

"다음엔 포마드를 발라볼까요?"하고 농담 ㅎㅎ

귀국 후 스케 얘기했더니 비행기 안에서도 이날치 대사 외워야 하고 이날치 연습하다가 라디오 스케 가고 부여 공연도 그러한 모양

한국에서는 이날치 공연을 런던 팀 빼고 이미 진행중이라 합류 후 빡셀듯

이날치 극에 대해 그리 무겁지는 않을 거고 (실존 인물) 전통 판소리가 많이 나올 거라 함요

이날치 작창가 선생님이 수인님의 동초제와 어떻게 보면 반대 스타일이라 모험이라네요

런던 리어가 재연과 연기가 또 달라져서 참고한 거 있냐고 물어보자 오기 전에 킹 리어 영화를 봤대요 너무 한국적으로만 하면 현지 관객들 공감을 얻기가 힘들 것도 같았다고

바비칸에서도 리어가 올라온 적이 있다고 팬이 얘기하니까 바비칸이 한국 예술의 전당 같다며 마그네틱 굿즈도 샀대요

팬들이 따라산 바비칸 에코백 보여주자 "저는 받은 건데" 네 ㅎㅎ

"제가 언제 다시 바비칸을 와보겠어요"해서 다시 올 수도 있다고 하자 다시 오면 완창하러 오고 싶다고 함

안숙선 선생님이 완창을 해외에서 외국인들 많은 공연장에서 했었던 것처럼 바비칸에 다시 돌아와서 춘향 완창을 하고 싶대요

그 꿈 응원합니다(그리고 또 따라가...;;;)

바비칸 무대에서 객석이 어떻게 보이냐고 하자 달오름은 무대에 빛이 있을 땐 잘 보이는데 바비칸은 아예 안 보여서 전쟁씬에서 바위나 물도 안 보일 정도라 엄청 위험할 정도였고 앞 몇줄이 어쩌다 보일 정도

 

관객들 술 반입도 되고 자유로운 분위기라고 하자 눈이 동그래지면서 놀람
"집중에 힘들었겠어요"
"아니 저도 마셔서(누구긴 누구겠어요 저임)"
"ㅋㅋㅋ 너무 괜찮은데여"
좀전 준수씨 대화흐름이랑 존똑

그날 올라온 크레즐 제주 자컨에서 브이로그 수인이가 찍은 거 얘기하자

"고기굽는 것만 제가 찍었어요"

"시키시던데요?"

"제가 고기를 못 구워서요" ㅋㅋㅋ

파크 간 거 재미없어서 그냥 있었는데 갤러리 가자 눈빛이 달라졌단 말에 "그렇죠" ㅋㅋㅋ

시간 없어서 런던에서 갤러리는 따로 못갔고 내일 쇼핑할 건데 바버(Barbour) 브랜드 가려고 찜해놨댑니다

한국보다 아주 싼 것도 아니라고 하는 말에 "잘 골라봐야죠" ㅎㅎ

이제 돌아가면 런던때보다는 시간이 있는데 크레즐도 해야 하고 창극단 공연도 있어서 선택과 집중을 잘 해야 한다고

성격이 다른 여러 가지 공연을 하니까...라는 말에 그래서 혼동이 오고 목도 힘들 때가 있다고;

극락콘은 셋리스트 참여했고 스포해달라는 말에 전통판소리가 들어간다고 함

승민님은 그럼 오페라...?했더니 웃으면서 "거기까지"

둘이 락적인 걸 많이 할 거래요

락스타 얘기하니까 "락으로 전과를 해야 하나요" 웃으면서 말했어요

판소리 안 했으면 락 했어도 어울렸을 거란 말에 "전 판소리 안 했으면 미술했을 거 같아요, 다음 생은 미술하는 걸로"

지금도 늦지 않았다고 하자 미술하는 친구들이 많은데 소묘부터 배워볼까 생각이 든다고

"10년 내에 갤러리에 그림 전시해보고 싶은 꿈이 생겼어요"

완창도 해야하고, 덧붙이셨어요 ㅎㅎ 종합 예인은 바쁩니다

멀리서부터 와준 팬들에게 다시 감사 표현하고 바비칸 인증샷도 찍어주며 언제 돌아가는지 살갑게 챙기지만 역시나 영국 음식은 별로(피시앤칩스 얘기만 꺼내도 진저리침 ㅋㅋㅋ)이고 내일 소호 쇼핑에 눈 반짝이며 인사하고 갔어요 ㅋㅋㅋ

원하는 팬들에게 바비칸 배경으로 사진 찍었는데 팬 얼굴이 너무 커 보이지 않게 본인 얼굴을 앞으로 해 줘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

-보너스 - 아아 리어는 갔지만 저는 런던 리어를 보내지 않았습니다> 타래
바비칸 시어터의 창극 리어는 배우들의 호연, 탁월한 음향, 양악의 보강으로 화룡점정이 된 연주 등 여러 미덕이 있으나 아쉬운 점은 대사가 포함된 프로그램 북이 없다는 것입니다
한국 리어는 무려 풀버전 플북이 있었거든요

관객의 절대 다수였던 영국 관객이 언어 격차를 해소할 수 있게 자막이 있었습니다만 무대 양옆이 아니라 꼭대기에 있었고, 최대 두 줄이라 장중한 대사를 한번에 이해하기 어려울 때도 있었을 겁니다
실제로 주위 로컬들이 고개를 천장으로 뽑아 자막을 수시로 보는 걸 목격하였음

그리고 런던 플북에는 창극 리어를 관통하는 노장사상(영어로는 노자를 Lao Tzh라고 하더군요)을 설명했으면 물이여 넘버와 오프닝에서 리어의 은퇴선언; 올버니의 욕지귀거래나 막능귀거래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하지만 한국 리어에서 제법 나오는(특히 광대의 모든 대사와 에드먼드의 아아 나는 사랑이 넘치는 사나이 등) 매운맛 블랙 유머는 제법 영국 스타일이라 문화와 언어 차이를 뛰어넘고도 먹혔다고 봅니다

...그래도 광대가 아저씨-라고 부르는 건 uncle이 아니라 old man이면 어땠을까...

직설적인 블랙 유머 말고 곱씹어야 되는데 역시나 매운 맛인 블랙 유머 중에는 거너릴과 리건의 '은퇴한다고 했잖아 아빠' 송인 '저 푸른 낙락장송 아래 풀도 안 난다 아하이요' 뒷부분을 글로스터가 부르면서 등장하는 게 있습니다
리어가족과 글로스터가족은 세대 갈등과 불신과 배신 면에서 평행우주인데, 글로스터가 낙락장송을 부르며 등장하면서 읽는 게 '늙은이들의 폭정을 어디까지 참을 것이냐'하는 에드거(실은 에드먼드. 몽드는 에드거의 말이라고 하면서 자기가 하고 싶은 얘기를 여러번 합니다)의 편지거든요

이런 곰삭아야 제맛나는 고추장 블랙 유머가 어디까지 먹혔나도 궁금해요
그리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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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주 가까이 이 글을 비밀글로 묶어놓은 걸 알게 되었습니다. 뭐냐 대체;;;

9월 13일 김수인 생카 2박3일 투어 때 간 곳입니다. 연남동은 대체로 뜨내기; 젊은이들 대상의 힙한 외국 음식 가게가 많은데 여기는 상대적으로 살짝 주택가 쪽이고, 압도적으로 로컬 비중이 높습니다. 뭐지 싶어서 들어가 보았습니다.

요건 첫날 점심에 먹었던 연어간장해초비빔밥. 저렴한 가격에 비해 연어도 실하게 들어 있고 맛있었습니다.

내부는 이렇고, 노부부가 운영합니다. 할아버지가 초밥을 쥐고, 할머니가 홀 관리와 서빙을 합니다. 속도가 조금 느리긴 한데 느리지만 정확하시므로 감안하시기만 하면 별 문제 없어요.

요건 그 다음날 낮, 오래간만에 우니랑 오도로 먹고 싶어서 시킨 특선 모듬 초밥(3만 5천원이었나...) 매우 맛있었습니다.

스시 곁들이로 나오는 것치고는 양도 많고 맛도 괜찮은 우동.

 

매장이 작고 로컬 분들로 붐비는 것 말고는 괜찮은 곳입니다.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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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4일에 은근 뭐 먹기 힘든(아 먹을 데는 많은데 딱 핫한 시간대에 1인은 쫌;) 연남동에서 게하 근처라 간 곳입니다.

(미리보기용 완성샷)

11시 30분에 들어가서 첫 손님임. 처음 손님이라 그런지 원래 그런지 오너님이 엄청 친절하게 설명해 주심

저는 샤브샤브 스페셜(기본에서 단호박, 물만두, 꼬치어묵, 건두부 추가)을 먹었습니다. 꽤 배불러요. 다 원하지 않는다면 기본에서 한두개만 추가해도 될 듯(아 근데 그러면 스페셜이랑 가격이 비슷해질 듯)

전 맵찔이라 겨자쯔유소스랑 참깨소스만 먹었습니다. 육수베이스는 육수가 졸아들 때쯤 넣어주면 좋습니다.

레일 위에 제 번호가 꽂힌 샤브샤브 스페셜 짜잔. 내려서 끓여 먹으면 됨. 제가 전날 잠을 잘 못자서 그런가 멍해서 온도 조작에 실패했는데 직원분이 친절하게 도와주심.

요건 하이볼 중 남자들이 선호한다는 하이볼. 정신적 아재라서 시켰습니다. 술집 하이볼보다 훨 쌈.

그리고 사케 잔술. 역시 사케 전문점 또는 이자카야보다 쌉니다.

맛있고 위장에 부담없고 몸에 좋은 일했다는 만족감이 느껴지는 곳입니다. 쌀쌀할 때 방문하면 더 좋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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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8 율현공원정원축제
(승민) 토레아도르+크레즐 소개 멘트
(수인) 화조도+멘트
(화개) 꽃이 피고 지듯이
노마이크 두소절
(수인) 범내려온다
(승민) 시간에 기대어
(화개) 스웨이+프레즐 분들 테디베어에서 인증샷찍어달라, 진호형 앨범 나왔다고 홍보
(화개) 리버
...김수인 율현 친화적 멘트 작렬, 율현 출마하는줄;


율현공원정원축제 팜플렛&현수막 화개 사진
김수인은 헬아 계약 당시, 이승민은 치타 사진이군요
좀 통일성있게 사진 선정해 주면 안 되겠니...
아, 물론 둘의 대조되는 이미지를 잘 포착했다고는 생각함

전등사 축제에서 트롯소녀 팬덤의 위력을 느꼈던지라 또다른 트롯소녀 김다현양이 나오는 율현공원 행사에서는 새벽에 기차 타고 올라가서 쌩아침부터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전날 김해 행사보다 자외선 땡볕이 더 적나라함
-그늘막 없음
-주변 인프라 없음(이번에는 약국도 없어서 편의점 드링크로 대체)

행사 부스에 물어본 거나 돌아가는 사정으로 대충 짐작해보면 리허설이 가능한 시간대는 3~5시대였는데 워낙 덥고 힘들어서 본공연 직전에 아주 짤막하게 마이크 체크하고 한구절 불러보는 걸로 바뀐 듯
화개는 행사 한 시간 전에 왔습니다
수인: 흰 반팔 티 아이스진 사복
승민: 흰 반팔 셔츠 사복

5시 47분쯤 리버 입장단 전까지 리허설하고 들어감
"이따봐요" 낮고 근사한 목소리로 승민이 인사함

아나운서 소개 후 승민이가 바로 올라와서 MR 반주로 토레아도르 불렀는데 깔끔하니 좋았어요
사실 요즘 6시가 아직 덥고 힘들 땐데 목소리 상태나 몸 컨디션 좋아 보여서 매우 다행
노래 부르고 나서 "성악가이자 팬텀싱어4에서 결성한 크레즐에서 활동하는 바리톤 이승민"이라고 자기소개함
앨범이 4월에 나왔다는 거랑, 4인4색이라 장르가 다 다른 게 특색이라며 저는 성악, 다음에 나올 수인이형은 국악, 임규형 형은 뮤지컬, 조진호 형은 케이팝 아이돌이라고 없는 두 형도 야무지게 다 챙겨 소개
다소 긴장한 듯한 게 귀여웠으며 연신 수인이형을 찾는데 아는형인지 친형인지 헷갈릴 정도

교대로 올라온 수인이는 화조도로 슬픈 분위기 다 잡아놓고 말랑상냥하게 '국립창극단 단원이자 팬텀싱어로 결성된 크레즐의 멤버 김수인'이라고 소개.
그리고 여기는 서울 살아도 처음 왔는데 이렇게 좋은 곳이 있었나 싶을 정도고 어제 김해 갔다와서 목이 걱정됐는데 관객도 좋고 멋진 곳이라 잘할 수 있을 거 같다며 마치 강남구 세곡동에 출마라도 할 듯이지역친화적인 멘트를 했음

성악을 듣고 방금 국악을 들었으니 성악과 국악의 만남도 들어보겠다며 승민이 다시 올라와서 둘이서 꽃피지 부름
"이제 해가 지고 있어서 덜 더우시죠? 저희는 너무 더워요"<-힘들면 티내는 투명한 수이니;)

각자 정통 소리 들려드리겠다며 국악부터 듣고 싶은 곡 추천을 받았는데 쑥대머리부터 온갖 추천을 하자 국악 전문가분들 오셨다며 흐뭇해함
범내려온다 두 소절 불렀는데 정규 셋리 포함해서 제일 반응이 좋았;
승민이는 리퀘받은 대로 시간에 기대어 두 소절 불렀어요

둘 다 국악-성악 본업할 땐 음량 제한 해제 풀리니까 쩌렁쩌렁하게 저 멀리 메아리쳐 돌아오는 게 선명할 만큼 음량이 엄청났고 본업하는 서로에게 치이며 자랑스러워하는 게 좋았음
승민이가 '이럴 땐 국악인 같아요' 하자 수인이가 '여기 (국악인 겸 트롯소녀) 김다현씨 팬분들도 오셨어요'하고 관객친화적 멘트

각자 본업 선보이고 손 꼭 붙잡은 채로 "이렇게 다른 두 사람이 만났습니다"
그니까 광주남자 김수인과 부산남자 이승민이 만나서 화개장터로 화합의 장을 어쩌구 하던 전현무 주례사도 생각나고 그들은 순수하고 저만 정신이 아득;;;
다른 형들도 다음엔 꼭 데려오겠다네요 ㅎㅎ

이번에는 신나는 노래도 하겠다며(크레즐이 신나는 곡으로도 알려져 있다고 크레즐 소개 또함) 스웨이했는데 어스름 저녁과 전주의 김수인 살랑살랑 무브먼트가 썩 잘 어울렸습니다
마지막 후렴에서 승민이가 웃으면서 '끝난줄 알았죠?'하고 웃으면서 덧붙이고 수인이는 후렴 반주를 배경으로 "저기 테디베어가 크게 있는데요, 우리 프레즐 분들은 인증샷 꼭 찍어주세요, 아시죠? 우리 진호형이 테디베어 곡 발매했어요"하는데 워낙 당당하하고 자연스럽게 말해서 로컬들조차 아 그래야 하는구나 끄덕끄덕 납득시켰음
...역시 멘트는 기세 ㅋㅋㅋ

팬텀싱어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던 노래라고 마지막 곡 리버를 소개하고 부름. 입장단과 파를란도는 팬싱 버전이 아니라 그 후 편곡 버전으로 했는데 이 공연에서는 이 버전이 나은 것 같군요. 끝난 후 좋은 시간 보내라고 정중하게 인사하고 퇴장.

공연은 30분 가량 함. 원래 본공연 첫 순서였는데 어른의 사정(...VIP들이 예정보다 늦게 도착함)으로 사전공연으로 급하게 변경되고 아직 더운 날씨에 음향 딜레이에 여러 돌발상황에도 불구하고 최선을 다하고 퍼포는 좋았음
젤 좋았던 건 둘의 스케였지만 크레즐 넷 홍보에 진심이라는 점
수고했어요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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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5일에 등받이 없이 3시간 국악방송 관람하고 막차 놓친 다음에 버스 안에서 네시간동안 마감 맞추겠다고 유난떨다가 목 허리 다 나감
김해는 택시로 갑니다
옆집이라고 쎈척했는데 그건 멀쩡할 때 얘기고 ㅋㅋㅋ
가자 가야의 땅, 가야금 축제의 장소 김해로

240907 김해가야금축제 김수인 리허설
본공연은 20분인데 리허설 35분
가야금산조
새타령
신뱃노래
새타령2
신뱃노래2
가야금병창: 제비노정기+고고천변(팬섭)
연신 더워하며 음향과 조율 예민미 쩌는데 팬들만 보면 웃으면서 덥다고 걱정하고 팬서비스 작렬
떼창 연습시킴 ㅋㅋㅋ

불과 1년 전만 해도 공연 잘 보셨어요? 다행입니다아 만 할줄 알던 청년은 앞에 꽉찬 익숙한 덕후들을 먼저 챙기고 멘트 치게 성장하였습니다
안 더우세요? 양산 쓰셔야 되는 거 아니예요?
가림막 야외 무대라 엄청 더워하더라구요 그 와중에 바람 부니까 표정 사르르 풀리면서 애처럼 좋아하는 투명함

"멀리 김해까지 와 주시구...ㅠㅠ
제가 일곱시 반에 일어나서 샵 갔다가 여기 오는데 하루가 다 갔더라구요
뭐 타고 오셨어요? 기차? 버스?
(앞줄에서 택시타고 온 자) 택시...
아하핰 택시이..."
택시 탄 것만 말해도 웃어주다니 고맙구나 ㅋㅋㅋ

젤 처음 가야금산조에서 무진장 예민했었거든요 음향 관련해서 음감님하고 엄청 소통하고 인이어 부탁해서 끼고는 가야금 자리 옮기더니 나중에 하는 말이 줄이 끊어졌었대요, 근데 본인 징크스가 줄이 끊어진 무대는 공연이 좋았다고
(팬들이 환호하자) "아 기대하지는 마세여"
다소 바부같음

"제가 김해 김씨거든요, 여기서 할아버지를 만났어요, 제가 김수로왕 후손이거든요"
수릉원은 (김해 김)수(로왕)릉원입니다 
공연장 바로 건너편에 커어어다란(경주 대릉원같은) 김수로왕릉이 조성되어있음
조상님 무덤을 바라보며 소리를 하는 자와 그걸 구경온 근본리스 덕후 ㅋㅋㅋ

김수인 연습시킨 떼창 메인은
신뱃노래에서
어기야디여차~(차!)
어야디어차~(차!)입니다
서브는
새타령에서
저산으로 가면 (쑥국쑥국)

240907 김해가야금축제 김수인 본공연
20분이라더니 30분함
국립합창단 순백 기로에의상
가야금산조-가야금병창 사랑가, 가야금병창 제비노정기
(솔로) 쑥대머리
(밴드) 신뱃놀이
(벤드) 새타령
신뱃놀이, 새타령에서 본격적으로 한국무용 곁들임
겁나 멘트 잘함, 김해김씨 김수로왕 후손 어필함

뇌에 힘주고 있어도 기억은 휘발되는지라 5일 전 후기가 얼마나 기억에 남아있을지는 모르겠으나 ㅋㅋㅋ 김해 가야금축제 김수인 위주로 씁니다.
한 공연이 인생을 바꾸고 순간이 영원이 되고 그런거 안 믿었는데 있더라구요. 평생 울궈먹을 추억. 그리고 김수인에게도 아마도 그런 추억.

앞 공연부터 조금씩 딜레이되어서 8시 넘어서 시작했구요, "이 분 팬들이 새벽 여섯시부터 기다렸다고 합니다(여섯시인지는 모르겠고 아침에 오긴 했음;) 앞에 대포 카메라를 들고 계시네요(아무것도 없이 뻘하게 앉은 자는 저 하나;)"라는 아나운서 멘트를 뒤로 하고 김수인 등장. 그냥 들어오기만 하는데도 너무 멋지다는 말에 좀 쑥쓰러워하는데 그럴만 했음. 밤의 초록초록한 배경에 순백의 기로에 의상+목 부분 빨간 노리개 포인트(팬 선물포장에서 재활용한 거더군요)를 한 쭉쭉 뻗은 나무같은 청신한 청년.

"국립창극단의 소리꾼이자 팬텀싱어에서 만들어진 팀 크레즐의 멤버 김수인입니다"라고 소개했구요(다음날 율현공원축제에서도 소개는 같군요)
지역 친화적인 멘트를 하는 분답게
"제가 김해 김씨거든요"
"여기가 제 조상님(김수로왕)이 묻혀계신 곳이예요"
"김해가 이렇게 아름다운 곳인줄 몰랐어요"
"김해가 가야금이 만들어진 곳이라고 들었어요" 등등 로컬들이 좋아할 말만 골라함.

근데 광주에 김해 김씨가 유독 많다고 광주 출신의 김해 김씨께서 말씀하셨습니다. 맞는지 누가 말씀 좀...(핑프) 저는 사실 김수인이 이름 한자도 범상찮아서 뭔가 특이한 본관일 줄 알았음; 완댜님이라니 좋군요

가야금 산조와 가야금 병창, 그리고 재미있는 곡들을 이따가 들려드린다고 하고는 가야금 연주 잠시 한 후 가야금을 연주하면서 춘향가의 '사랑가'를 불렀음. 
줄을 고르다 날이 습해서 악기 상태가 안 좋다고 수인이가 말했는데 저는 그냥 모르겠고 연주가 잘생겼고 연주자는 훌륭하고 손가락도 이쁨

조유아 소리꾼이 '절창'에서 동초제의 매력은 장단놀음이라고 했는데 수인이가 가야금병창으로 부른 동초제 사랑가도 그 장단의 조화와 변칙이 맛깔스러운 곡이었습니다. 청아한 목소리가 공원에 울려퍼질 때 아 레전드 찍겠다 예감했음 목 상태 너무 좋아...리듬감 잘 살려... 꺾고 쳐올리기 잘해...

아 그리고 예고 셋리에는 없었는데 가야금병창으로 부른 '제비노정기'는 제비가 보은으로 박씨를 물고 먼먼 거리를 날아와서 흥부 집에 떨어뜨리는 여정을 그린 건데 랩처럼 여러 고장과 길을 후루룩 늘어놓는게 춘향가의 '어사발행'이랑 겹치더라구요, 신기.

제비노정기까지 하고 가야금 병창은 끝이라 가야금 들고 내려가니까 로컬분들이 수인이 공연이 끝인줄 알고 앵콜을 연호했는데 올라와서 '밴드 세팅하는 동안 여러분과 담소(꺄악 담소 좋아 단어 선택이 고급져<-뭔들;;; 아니 근데 정말 우아하게 담소라고 그랬음)를 나누겠다'고 하면서 멘트함

김해는 4년전에 김해 문화의 전당에서 '내 이름은 사방지'를 할 때 와봤다고 하네요. 얼마 전에 부산에서 김광석님 노래콘서트로 부산에 갔었다고 하면서 부산은 워낙 좋아하는  곳이라 자주 갈 거라고(...고맙수;)

앵콜 안 나오면 서울 바로 올라갈 거라고 눈웃음 치면서 로컬 분들이랑 밀당 장난ㅠㅠ
그리고 서울 올라간다는 수인이한테 막비행기 끊겼다며, 차로 간다니까 톨게이트 막을 거라고 정스럽게 주고받은 로컬 분들 너무 좋았 ㅠㅠ 수인이 공연 뿐 아니라 모든 공연을 존중하고 즐길 줄 아는 관객이라 좋았음요(다음날 되니 김해로 절하고 싶어졌던 것이었다;)

밴드 세팅 마친 다음이라 곡 소개를 하는데 여러분들 다 아실만한 '쑥대머리'라며 날도 더운데 춘향이와 함께 옥중에 갇혀보는 것도 좋을 거예요<-어이;;;
쑥대머리는 팬싱 버전 말고 국악가요 원래 버전대로 부름
부르고 나서 원래 판소리 버전은 이렇다며 한스럽게 부르는데 마이크 터져나가는줄...

신나는 거 하겠다면서 리허설에 이어서 본공연에서도 어기야디여차~(차!) 추임새 연습시키고 뱃노래 씐나게 부름
앵콜이 연신 나오자 새타령 불렀는데 웬갖 잡새...하고 정말 가만가만 말을 골라서 하더니 '이상한 뜻 아니예요'하고 웃음
새타령 밴드버전 진짜 좋아요 두두두 올라가는 대목 존좋

언제나 그렇지만 수인이가 유독 이날 '귄이 있'었음.
더우면 덥다, 멀리서 다섯시간 걸려 왔다, 하고 싶은 말 생글생글 웃으며 다 하는데 그게 다 먹히고 이쁨받음
본인도 멀리서 온 팬들, 성원해준 로컬 다 마음에 새겼는지 김해라면 눈 접고 좋아함
고속도로에 택시비 깔고 간 보람이 있었습니다 끗

저는 앞으로도 두고두고 절창과 김해 가야금 축제는 마치 1분 전에 끝난 것처럼 우려먹으며 관짝까지 껴묻고 갈 겁니다.
"얼마나 대단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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