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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노랜드-"당신이 웃어넘긴 야동의 실체" | 열다 페미니즘 총서 5

 

오늘 서점에 갔다가 "아들 가진 엄마라면 꼭 봐야 하는 책"이라고 마케팅하고 있는 이 책을 보게 되었습니다. 한국 출간일(2월) 보면 아시겠지만, 신간이긴 하지만 n번방이 대중 입에 오르내리기(...물론 알 사람들은 알고 있었지만;) 전에 출간된 서적이고, 열다북스에서 페미니즘 총서 시리즈 일환으로 낸 다섯번째 책입니다. 미국 여성학자들, 그리고 한국 여성학자들 추천사가 엄청 길어요.

최근 사건으로 관심이 있던 차라 가볍게 집어들었는데 여러번 구역질이 나서 덮었다가 다시 읽다가를 반복했음. 저는 인터넷 하드 유저라 멘탈이 튼튼하고, 성인물에 대해서도 좀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도(뭐 딱히 엽기를 찾아보진 않습니다만 인터넷 고인물이다 보니 이런거 저런거 봐서 둔하긴 하죠) 멘탈이 바사삭해지는 게 실시간으로 느껴졌습니다. 하드 포르노 업계에 대해서 20여년이나 연구하고 경고를 날리고 있는 작가 게일 다인스(아들을 둔 엄마이기도 함)의 멘탈...괜찮으십니까...

목차는 다음과 같습니다.

머리말
들어가며 포르노와 성 산업화
1장 『플레이보이』, 『펜트하우스』, 『허슬러』 - 포르노 산업의 포석을 놓다
2장 포르노 문화는 어디에서 왔나 - 포르노의 주류화
3장 뒷골목에서 월스트리트로 - 포르노라는 거대 비즈니스
4장 곤조로 길들이기 - 포르노 문화에서 남자 되기
5장 새어 나오는 이미지 - 포르노는 어떻게 남자의 삶에 스며드는가
6장 눈에 보이든, 보이지 않든 - 포르노 문화에서 여자로 성장한다는 것
7장 인종과 섹스, 섹스와 인종주의 - 포르노의 짙은 이면
8장 아동 - 최후의 금기
결론

발췌문은 다음과 같아.(인터넷 서점 제공 발췌문이라 저작권엔 문제 없을 거라 생각하고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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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동의 세계에서 여자는 임신, 성전파성 질환(STD), 신체 손상에 대해 그 어떤 걱정도 하지 않으며 '보지년, 창녀, 정액받이, 걸레, 암캐, 꼴리는 년, 오나홀, 질질 싸는 년, 골빈 년' 등의 호칭에 놀라울 정도로 면역되어 있다. 이들은 파트너(들)가 자신의 섹슈얼리티를 불결한 것으로 ('더러운 보지년,' '추잡한 창녀,' '난잡한 정액받이' 등) 여겨도 불편하지 않아 보이고, 심지어 자기 자신을 그런 호칭으로 부르기도 한다. 야동의 세계에 사는 여자는 자신에게 경멸과 혐오만을 표출하는 남자와의 섹스를 진심으로 즐기는 듯하며, 대개는 그 모욕이 심하면 심할수록 당사자 모두가 더욱더 황홀한 오르가슴을 느끼는 듯하다. 이곳은 여성에게 동일 임금, 의료 및 보육 서비스, 은퇴 후 계획, 자녀를 위한 양질의 교육, 안전한 주거 환경 같은 건 필요치 않은 단순한 세계다. 이 세계는 일차원적 여성, 구멍의 집합에 지나지 않는 여자들로 가득하다.
포르노가 전달하는 남자에 관한 메시지는 사실 훨씬 단순하다. 포르노 속 남자는 영혼도, 감정도, 도덕 관념도 없이 발기한 음경만을 위해 존재하는 생명 유지 체계로, 원하는 대로 얼마든지 여자를 이용할 권리를 갖는다. 이 남자들은 섹스 상대인 여자가 얼마나 불편해하든, 고통스러워하든 신경 쓰지 않으며 어떠한 공감이나 존중, 애정도 보이지 않는다. 야동의 세계에 사는 남자의 가장 특징적인 요소를 꼽자면 성적 흥분을 표출하는 능력이 없다는 점이다. 물론 음경은 곧추서 있지만, 이들은 흔히 우리가 성적 흥분과 결부하는 그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이 남자들이 신음하거나, 끙끙대거나, 몸을 뒤트는 유일한 순간은 사정하기 직전뿐이다. 그 외 순간에는 자신의 음경을 여자의 구멍 안에 절도있게 밀어 넣으며 심각하게 집중하는 표정을 짓는 게 전부다. 정도가 지나쳐 기괴해 보일 때도 있다. 특히 구강성교 장면에서, 무표정의 남자가 여자가 구역질할 정도로 음경을 입에 깊숙이 밀어 넣는데, 오르가슴 비슷한 반응을 보이는 쪽은 여자뿐인 것이다. 게다가 남자가 사정해야 모든 게 다 끝이 난다. 물론 자기가 사정한 여자에게 관계 후 애정표현은 조금도 하지 않는다.
여자는 '걸레' 로봇으로, 남자는 '종마' 로봇으로 전락하는 이 세계에서, 애정에 기반한 섹스가 있을 리 만무하다. 포르노 섹스의 핵심은 사랑을 나누는 게 아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그런 행위와 연관 짓는 기분과 감정-유대감, 공감, 상냥함, 배려, 애정-은 혐오와 더 흔히 연관되는 것들-공포, 반감, 분노, 경멸, 멸시-로 대체된다. 포르노에서 남자는 혐오를 나눈다. 섹스가 매번 폄하를 최대치로 전달하도록 설계되기 때문이다. 남자가 음경을 여자의 입에 밀어 넣어 숨을 못 쉬게 하든, 항문을 세게 연타해 빨갛게 드러나게 하든, 포르노 섹스의 목적은 남자가 여자에게 얼마나 큰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것이다. 남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언제, 어디서, 어떻게 하기를 원하는지가 중요하며, 이는 행위의 속도와 타이밍, 본질을 결정하는 사람은 남자이기 때문이다.

포르노의 이미지가 점점 더 주류 대중문화로 흘러 들어오면서, 포르노 산업은 그 규모와 영향력 측면에서 더욱 성장하고 있다. 포르노는 각기 독립적인 감독, 배우, 제작자의 창조성과 재기발랄함을 가능케 하는 전위적 '예술 양식'으로 여겨져서는 안 된다. 그보다는 특수한 자본의 논리에 맞춰 상품을 진화시키는 비즈니스로서 이해해야 한다. 게다가 이 분야는 상당한 정치적 영향력 아래에 놓인 비즈니스이기도 하다. 포르노는 정치인 로비와 고액의 법적 분쟁, 홍보와 선전을 이용해 여론에 영향을 주는 게 가능한 비즈니스다. 담배 산업과 마찬가지로 단순한 소비자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이 비즈니스는 풍부한 자금을 바탕으로 정교한 마케팅 수단을 동원할 능력을 점점 더 갖추어, 소비자에게 상품을 더 많이 들이밀 뿐 아니라 업계 이미지 자체를 긍정적으로 비추려 하고 있다. 주류 산업으로서 포르노 비즈니스는 단순히 상품을 구성하고 파는 것에 그치지 않고 상품이 팔릴 수 있는 세계를 구축한다. 기술, 사업 모델, 열광하는 소비자, 순응적인 배우, 관대한 법규, 포르노가 힘키우기와 해방의 정점이라고 주장하는 이데올로기까지. 포르노가 얼마나 주류가 되었는지를 보여주는 한 가지 중요한 징후는, 포르노가 우리 경제의 근간을 이루는 비-포르노 대기업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점이다.

포르노가 강간에 개입하는 방식은 복잡하고 다층적이다. 포르노를 이용하는 모든 남자가 강간을 저지르는 건 분명 아니지만, 포르노는 여성에 대한 폭력을 정상화하고, 합리화하고, 묵인함으로써 일부 페미니스트가 '강간 문화'라고 부르는 것을 형성한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미지들은 폭력과 학대로 가득한 섹스를 당사자 모두에게 깊은 만족감을 주는 '섹시'한 것으로 묘사한다. 이러한 포르노의 메시지는 여성에 대한 폭력을 비정상적이며 용인될 수 없다고 규정하는 사회의 규범을 갉아먹는데, 사실 이 규범은 남성지배적 사회에서 이미 끊임없이 공격받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대량 생산된 이미지 대다수가 여자에게는 존중받아야 마땅한 신체 온전성이나 영역, 경계가 없는 것으로 묘사한다. 이들 이미지는 총체적으로 작용해 그러한 경계선을 넘는 행위를 여자가 원하고 즐긴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는 포르노가 그 이용자에게 전파하는 다양한 강간 신화 중 일부이다. 포르노에는 다른 수많은 신화가 내재해 있는데, 모두 성폭력을 폭력의 행위가 아니라 합의에 기반한 행위로 묘사하는 게 목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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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요즘 포르노에 대해서 모르는, 특히 여성들이 '야동'이라고 귀엽게 부르는 그 세계가 적당히 음부 보여주고 섹스하는 정도가 아니라 여성의 물리적, 위생적 한계를 시험하는 하드 포르노-업계 용어로 '곤조 포르노'에서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보여줌. 요즘 이 업계에서 유행하는 게 ATM이라는 게 있는데, 여성의 애널에서 바로 꺼낸 성기를 여성이 구강성교하는 장르입니다. (아 솔직히 저도 더블 페넌트레이션;-질과 항문에 동시 삽입하는 겁니다;-정도는 알고 있었는데 이건 정말 상상을 넘어서는 그 무언가;;;)그 장르에 대한 유료 사이트 남성 유저들의 환호, 그리고 여성에 대한 모욕(암캐, 정액받이 정도는 아주 인사 수준임), 멸시, 그리고 대상화를 넘어서는 그 무언가. 놀랍게도 이게 주류이고 하드 포르노를 처음 접하는 미국 평균 남성 연령 11.5세. 그리고 여기에 대해서 모르는 여성도 포르노의 최전선에 있다고 저자는 설명합니다. '남자친구가 항문 성교, 얼굴에 정액발사, 각종 가학적 행위를 요구할 때 여성은 저항하고 협상하고 단념한다' 저도 예전에 들은 얘긴데, 린다 러블레이스가 '목구멍 깊숙히'를 찍을 몇십년 전에는 구강성교가 성매매에서나 이뤄지는 행위였지만 지금은 꽤나 보편화되었죠. 그리고 지금은 항문성교가 그 수순을 밟기 시작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대중문화가 이미 포르노의 영향을 꽤나 받아서 우리가 포르노가 아니라고 생각했던 것도 포르노식 세계관, 여성관의 영향을 받은 게 꽤나 많습니다.

백인 남성 환타지에서 아시아 여성이 빠질 수는 없지요. '수동적이고 순종적이고 백인 남성과의 섹스를 갈망하는 신비로운 창녀' 이미지를 태국과 필리핀에서 납치된 여성들이 몸 망가지면서 수행하고 있습니다. 이 사람들은 불법으로 입국한 거라 디지털 포주들이 풀어주느니 그냥 죽여버릴 정도의 인권 사각지대에 있어요. 거기다가 아시안 판타지 때문에 소아성애적인 이미지까지 덧씌워져 있어요(소녀처럼 질이 좁고 잘 조이는...네;;;). 흑인 여성들은 '튼튼하고 거세고 순종적이지 않은' 이미지 때문에 몸값이 후려쳐지고, '거센 여자를 순종적이고 무기력하게 만드는' 판타지에 이용당합니다.

쓰면서 현타가 점점 오고 있다...제일 구역질나는 부분, 소아성애 부분이 남았네요. 이 장르도 매우 인기가 좋고 매우 하드한 장르. 물론 여아 몸을 훼손하고 학대하는 장르도 있지만, '꽃피우기' 장르라고 성인 남성이 여아를 부드럽게 대하면서 '합의하에' 섹스하는 것처럼 연출하는 장르도 있어요. 그런데 이게 위험한 게, 여아가 성인 남자의 대등한 상대처럼 나오고, 성행위를 갈망하고 이끄는 것처럼 나옴. 그리고 마지막엔 꼭 '꽃피우기'로 질주름-저는 처녀막이라는 표현 안 씁니다- 훼손의 피, 첫 섹스의 피를 보여주고 끝납니다.(이걸로 꼭 항문섹스처럼 자극적이고 신체 훼손적인 포르노만 있는 건 아닌데 너무 책이 자극적인 게 아니냐는 데 대한 답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현대 포르노의 공통점은 여성을 무력 무능하고 섹스만 갈망하되 남자의 욕망 충족만 갈망하고 자기 의견은 거세된 존재로 그린다는 거예요. 그리고 이 모든 것은 남성 자본가들의 돈을 벌어주는 것으로 귀결됩니다.)

결론요? 이게 20여년간의 문제 제기로 해결될 수 있는 게 아니었다고 작가도 솔직히 말합니다. 그래도 저항하고 문제 제기를 해서 싸워나가야한다고 결론짓죠. FM이지만 뭐...그거 말고 결론이 뭐가 있겠어요.

덧. 아참, 그리고 곤조 포르노라는 게 맥락 없이 하드한 삽입섹스하는 하드 포르노 장르거든요? 근데 저는 생전 듣도보도 못한 단어라 왜놈 곤조인가...하고 검색해봤어요. 그랬더니 나무위키에 항목이 있고 아주 흥미 위주로 기술해 놨더라고요 ㅋㅋㅋ 그들은 알고 있었어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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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그렇듯 제목만 거창하고 내용은 '일을 해야 하는데 하기 싫어서 쓰는 잡담'입니다. 왜 저는 일하려고 업무용 노트북만 켜면 글쓰기하이브리드샘이솟아리오레이비(...무한도전 전성기적 개그를 아직도;;;) 상태가 되는지 모르겠...아니 알겠습니다. 며칠 전엔 갑자기 나 자신에게 보상을 줘야 한다며 별 해괴한 걸 질렀는데 그건 기회가 되면 다른 글로 쓰겠습니다. 저는 가끔씩 제가 봐도 즉흥적이고 감정적입니다. 나이가 드니 점점 더...에휴.

동서양을 막론하고 클래식계란 상대적 한 줌의 소비자층에게 의존하여 의외로 영세한 구석이 있습니다. 그리하여 작금의 코로나 시대에 오프라인 공연이 줄줄이 취소되어 자금이 안 돌아가면 타격에 상당히 취약해져요. 이럴 경우 모체인 재단이 긴급 유동성을 잘 공급해주거나 상대적으로 타격이 약한 다른 사업에서 돈을 잘 끌어쓸 수 있으면 그럭저럭 버틸 수가 있는데 과거에 그러했다고 지금도 그러할 수 있을지는 또 다른 문제입니다. 누가 몇년 전에 재드래곤이 삼성 문화쪽에 자금줄을 끊어서 로댕을 팔게 될 거라고 하면 전 웃었을 겁니다만 그러나 그것이 현실이 되었습니다. 오너란 가치관이 잠자고 나면 바뀔 수도 있는 변덕스러운 존재이고 문화란 오너의 가치관에서 언제나 제일 뒷줄로 갈 수 있는 그러한 존재인 거죠.

각설하고, 이러한 상태에서 베를린 필하모닉은 기존의 '디지털 콘서트 홀' 구독 서비스(기존에 월 12,000원)를 전략적으로 3월 31일까지 무료로 전환하였습니다.

https://www.digitalconcerthall.com/ko/home?utm_source=www.berliner-philharmoniker.de&utm_medium=website&utm_campaign=brandbar&a=bph_webseite&c=true 

 

베를린 필하모닉의 디지털 콘서트홀

최고의 클래식 음악 지휘자와 독주자를 보고 들으세요 - 라이브 스티림, 또는 원하실 때마다 온디맨드로.

www.digitalconcerthall.com

기존의 잘 나가는 과거 아카이빙뿐만 아니라 현재 무관중으로 하는 베를린필의 새 공연들도 무료로 볼 수 있습니다. 갱신하면 4월 중순까지도 무료로 볼 수 있어요. 저는 매년 연말 베토벤의 합창 할 때쯤 베를린 필하모닉 홈페이지에서 깔짝대다가 '아니 그래도 구독은 좀...'(저는 구독이란 말에 좀 알레르기가 있어서 '구독이 뭐야 할부를 팔아먹기 편하려고 고급지게 바꾼 거지 뭘 ㅋ' 이러다가 몇달 전 대세에 순응해서 이 표현에 드디어 길을 들였습니다. 어쨌든 유료 컨텐츠 자동결제란 내 지갑을 자동으로 털어먹으려고 하는 짓이라는 지론이 있습니다)하다가 이번에 덜컥 발을 들이게 되었습니다. 들여놓고 보니 참....좋네여 어허허허.... 봄 지나고 유료로 전환되어도 볼 거 같네여 어허허허...

그리고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컨텐츠도 하루에 하나씩 제일 잘 나가는 에이스 컨텐츠를 무료 스트리밍으로 털어놓고 있습니다.

 어제는 카르멘이었고 오늘은 라보엠이네요. 어제 감상했는데 겁나 좋습니다. 이건 제가 메가박스나 부산 영화의 전당에서 세시간동안 만이천원 내고 보던 그 컨텐츠네요.(저는 오페라가 뮤지컬보다 더 취향에 맞습니다) 그리고 요즘은 오페라도 매우 자극적이라서(하긴 원작 내용 자체도 불륜 살인 치정 스와핑 등등 자극적이긴 합니다) 어제는 본 공연 전에 매우 적나라한데 너무 적나라해서 야하지 않은 현대무용 2인무도 보고, 카르멘이 남주 머리 위에(아니 남주였나 남조 뭐였나...다 좀 비슷하게 생겨서 구분이 잘...) 겁나 비싸보이는 샴페인을 병째로 콸콸콸 붓는 꼴도 구경하고 지금 사진에서 나오는 것처럼 카르멘 으앙 쥬금 전에 쓸데없이 긴 엎치락뒷치락 몸싸움도 보고...재밌었습니다. 메트의 돈지랄 오페라는 언제나 즐겁죠.

오늘 아침에(다시 한번 말하지만 할 일 많은데 업무 외적으로 현타를 거하게 맞아서 하기 싫은 상태) 접속했더니 라보엠 합니다. 근데 미국 동부시간으로 밤이라 할일 없는 미국인들이 줄줄이 접속해서 보는 게 약간 힘듭니다. 어차피 24시간 내에 언제든지 접속해서 해당 컨텐츠를 볼 수 있으니 한국인은 한국시간 밤에 보는 게 낫습니다. 근데 언제나 그렇지만 이번 미미도 폐병쟁이치고는 피지컬이 너무 튼튼해서 몰입이 좀...그리고 남주(이름 까먹)도 가난한 례술가 젊은이 치고 몸집이 너무 좀...(그거야 울림통이 커야 하니 어쩔 수 없다)

이렇게 글로벌 탑 클래식 자이언트들이 컨텐츠를 전략적 무료로 풀고 있는 걸 보면 앞으로 어떻게 될지 좀 알 것도 같습니다. 이미 컨텐츠를 유료로 하고 있던 베를린필은 이번 사태로 저처럼 눈먼자들을 대거 유료 회원으로 유입시킬 거구요, 메트도 줄줄이 온라인 유료 컨텐츠들을 내놓을 겁니다. 그리고 온라인업계에선 쏠림 현상이 더 심하게 되어서 영세한 자들은 고사하고, 잘 나가는 자들만 더 잘 나가게 될 겁니다. 저는 서울살이 10여년 외노자시절에 부천 필하모닉을 종종 갔었고, 부산 내려와선 강서구 오페라도 종종 보러 갔었습니다. 가성비가 좋았거든요. 그런데 온라인으로 더 싼 가격에 돈지랄하는 메트와 베를린필을 볼 수 있다면 당연히 이쪽을 볼 겁니다. 로컬은 어지간히 특이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들 거예요. 그러나 그 와중에도 bts가 유니크함으로 세계를 먹은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고는 보기 힘듭니다. 온라인 세상에서도 별 일이 다 있으니까요.

이 와중에 문학은 뭘 하고 있을까요.(질타가 아니라 진심 궁금해서 알아보는 중임) 저는 내년쯤 김영하씨가 그럴싸한 회고 에세이를 내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마무리하기엔 뻘하니 김영민 교수의 최근 칼럼으로 대신합니다.

http://www.donga.com/news/article/all/20200316/100172285/1?fbclid=IwAR3m0-Mlvzrpgw_UaU_JLGnbpQu9_mBjozA7t64vbVLto04G_ye5ERAljKM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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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생일선물로 황현산 선생의 유고집 '내가 모르는 게 참 많다'를 읽고 있는 중입니다. 여러 모로 감명깊은 글귀가 많아서 따로 쓸까 싶지만 그 중에서 개인적으로

https://twitter.com/septuor1/status/625584873487536128

 

황현산 on Twitter

“'운수 좋은 날'은 사실 여자 구타의 난폭한 장면이 문제지 여혐은 아니다. 그 비천함과 비참함이여혐을 따질 수준조차 아니다. 그 시대 대표적인 여혐소설은 김동인의 '김연실전'이다. 평온하지만 악랄한 소설이다.”

twitter.com

이 트윗에 동의합니다. '평온하지만 악랄한 소설'이죠. 배경에 대해선....

http://news.donga.com/3/all/20130531/55537460/1

100년 전 김동인의 저격소설 '김연실전'으로 씹뜯맛즐을 당하다가 정신분열증과 생활고로 세상을 뜬 김명순 작가(필명 : 탄실)에 대한 글입니다. 전 딱 30년전ㅋ 한국근현대문학 명선집 수록작으로 '김연실전'을 접했는데(오 마이 아이즈...마이 멘탈...) 이 소설의 원작을 읽은 사람이 많지 않을 거 같아서 링크를 끌고 왔습니다.

https://ko.wikisource.org/wiki/%EA%B9%80%EC%97%B0%EC%8B%A4%EC%A0%84

(참고로 김동인씨는 작고 70년이 넘었으므로 이 글로 무료 감상하셔도 됩니다. 김동인 출판 부수를 늘려주고 싶지 않으신 분들은 이걸로 보세요)

뭐 좋은 거 있다고 이거 보냐고 할 분들도 있겠지만...

-중고등학교때 감자 등으로 김동인을 거장 취급하는 공교육을 받았다면,
-김동인이 한 동업자를 처참하게 조롱해서 세간의 인기를 끌었던 단면도 알아야 하며
-잘 알 때 더욱 상세하게 깔 수 있으므로.

몇 가지 정리를 해 보겠습니다.

1.김연실전은 이름부터가 저격입니다. 김명순의 필명이자 호가 '탄실'입니다. 김탄실. 작가로서의 김명순은 본명보다 김탄실로 더 알려져 있었어요.
남초 썰푸는 게시판에서 설리를 대상으로 야설을 쓰면서 '설린' '진리'라고 하는 꼴임.

2.왜 이 찌질한 분이 김탄실을 꼽게 보는지는 줄줄이 나옵니다. 김동인 고향도 김탄실처럼 평양이에요. 일종의 고향 오빠인 셈인데....소설에는 이렇게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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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봉은 평양 사람이다. 김유봉의 증조 할아버지는 평양의 전설적 치부가(致富家)였다. 김유봉의 할아버지는 참령(參領)이었다.
이 김유봉의 할아버지가 참령 시대에 연실이의 할아버지는 군정이었다. 옛날 같으면 연실이의 할아버지라 도 김유봉의 앞에 감히 앉을 자격도 없고 가까이 할 자격도 없는 사람이다.

연실이의 아버지도 이속(吏屬)이 되기 전에는 김 강동(강동 군수를 살았다고 김 강동이라고 한다) 댁에 하인 비슷이 드나들었다. 연실이의 아버지가 영리가 된 뒤에도 김 강동에게는 늘 하인같이 문안 다니고 하였다.

이러한 호상 관계가 있는 김유봉과 지금 대등(對等)의 자격으로 마주 앉아서 이야기를 할 때에, 연실이의 마음에는 일종의 긍지까지 일어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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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인(자캐 김유봉)은 평양 대부호이자 양반의 자제였습니다. 김탄실의 아버지는 평양 부호지만 향리였어요. 하, 저년이 세상 좋아지니 향리 서녀 주제에 양반하고 맞먹으려고 들어...?인 겁니다.

더 치명적인 건 김탄실의 어머니는 평양 기생이었어요. 이 기생 어머니 출신이라는 걸 소설 중 김연실이 부끄럽게 여기는 대목도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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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뿐 아니라, 자기가 갓났을 때에 저 세상으로 간 자기의 생모에게조차 호의를 가질 수가 없었다. 이런 환경의 소녀로서 가슴에 원한이 사무칠 때마다 생각나는 것은 자기의 생모이겠거늘, 표독하게도 비꼬여진 연실이의 마음은,

‘왜 그것이 화냥질을 해서 나까지 이 수모를 받게 하는가?’
하는 원망이 앞서서, 도저히 호의를 가질 수가 없었다. 부계(父系)로 보아 양반(?)의 자식이라는 자긍심을 가지고 싶은데, 그것을 방해하는 모계(母系)가 저주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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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기생 출신인 모계 때문에 김탄실이 음탕하다는 암시가 곳곳에서 나옵니다.

3.김탄실의 학문조차 폄훼함.

김탄실은 평양의 최초 여학교 진명학교에서 아주 우수한 성적으로 수년간 수학한 것이 팩트예요. 그런데 소설의 김연실은 단 2년간, 그것도 겉핥기 식으로 배운 걸로 나옵니다. 우수한 게 있다면 수학 정도? 그런데 당시의 수학이란 이재학문...상것들이나 잘 하는 겁니다. 김연실이 이 쪽에 밝았다는 게 어떤 암시인지는 안 봐도 뻔합니다.

4.김탄실의 처녀 정조를 잃게 한(으웩) 강간도 화간으로 포장
윗 동아일보 칼럼에 나온 것처럼 김탄실은 일본 장교 조선놈에 의해 데이트 강간을 당합니다. 이 일로 비난을 받고 학적부에서 지워지며 자살시도도 했었죠. 그런데 김연실전에서는 일본어 가정교사인 기생오라비가 덮치자 이를 덤덤히 받아주는 화간으로 나옵니다. 이후로도 수없이 화간은 있었고, 그녀의 무딘 정조관념으로 다 받아준 것으로 나와요.

5.김탄실이 적모 돈을 훔쳐서 일본 유학을 간 설정
...어디 기생첩 딸년 따위가 제대로 된 돈으로 유학갔겠냐는 거임...

6.김탄실의 일본 유학 생활도 폄훼
자유연애를 위하여 팔자에 없는 음악학교로 적을 옮기는 묘사가 나오는데, 실제로 그런 적 없어요.

7.한국으로 돌아오기 위해 사생아를 버림
당시 성적으로 문란하던 김연실이 귀국 전에 사생아를 일본 가정에 입적시키고 오는 설정이 있죠. '이 세대는 모성애도 없다'라고 갑자기 작가가 등장해서 세대를 싸잡아 비난합니다

8.김탄실의 교양을 폄훼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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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자기를 여류 문학자로 자임하고 선각자로 자부하던 연실이로 하여금 적지 않게 불안을 느끼게 한 것은, 이 청년들이 떠들고 법석하는 이야기를 잘 알아듣기가 힘들뿐더러, 그들의 입에 예사로이 오르내리는 서양 문호의 이름조차도 연실이가 모르는 자가 적지 않은 점이었다. 명애의 말도 '그 작자들의 이야기는 내놓고 말하자면 잘 못 알아듣겠더라' 하더니만 연실이 자기도 그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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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탄실은 세계 문학을 두루 읽고 에드거 앨런 포 소설을 최초로 번역한 여자임. 동료 남자 유학생 문학 썰 따위 못 알아들을 레벨이 아닙니다. 맨스플레인 쩌네요 ㅋㅋㅋ

9. 그 와중에 뜬금없이(진짜 맥락 없음) 김동인 포함 남자 유학생 찬양질 쩔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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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서도 막연히 느끼는 바는, 연실이 자기의 학우들이던 저곳 '일본' 남녀들과 이 청년들이 전혀 마음 가지는 법이 다르다는 점이었다. 저곳 남녀들은 단지 배울 것 배우고 놀 것 놀고 먹을 것 먹는 뿐이었다. 그런데 이 젊은이들의 마음가짐 가운데는 자기의 배운 것으로 민족을 어떻게 한다 하는 '대(對) 사회'라는 것이 있는 듯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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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이새끼들아 ㅋㅋㅋ 니들이 대 사회란 게 있냐 ㅋㅋㅋㅋ 구여성 본처 패고 신여성 따먹으려고 눈에 불을 킨 것들이 ㅋㅋㅋ 친일한 주제에 말은 많아요 ㅋㅋㅋ

아...이제 피곤하네요, 몇개만 더 까고 마치자.

10.문학가로서의 김탄실 개무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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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문학을 박차버린 지는 벌써 오래다. 자신(自信)을 잃은 것이었다. 옛날 자기를 에워싼 청년들과 자기 자신의 사이에 지식의 차이를 인정하면서도, 남자와 여자의 사이에는 그만한 차이는 있어도 될 것이다, 이만치 생각하고 불안 가운데서도 스스로 위로하고 안심하고 지냈는데, 그것은 순전히 그의 그릇된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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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한국 근현대문학 여류 1세대 죄다 폄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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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여류문사 제1기생인 연실이며 최명애, 송안나, 누구 누구, 이 사람들이 밟은 전철(前轍)을 경계 삼아 출발한 제2기생의 걸음걸이는 훨씬 견실하였다.

견실한 것이 더 문학적인지 혹은 방종한 것이 더 문학적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견실하니 만치 더 이지적(理智的)이요, 이지적이니 만치 더 현실적이요, 굳세고 믿음성 있는 것만은 사실이었다.

제 1기생들이 '작품 없는 문학 생활'에 골몰할 동안, 제2 기생들은 영영공공 습작(習作)에 정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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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나왔습니다. 여자의 적은 여자 싸움붙이기 ㅋㅋㅋㅋ

제 2기생들은 안 드세고 남자 말 잘 들어줬나보다 ㅋㅋㅋㅋ

12.환장 결말.
김연실은 앝은 바닥 다 드러나고 나이 들어 애인도 다 떨어지고 곤궁해져 여기저기 다 헤맴. 그러다 자기를 강간했던 기생 오라비가 복덕방하고 있는 걸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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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자는 왜 혼자서 집을 얻소? 소박 맞았나요?”
“과부두 소박 맞나요?”
“과부라? 시집은 언제 갔었나요?”
“아이, 참 처녀…”
“처녀라? 삼십 처녀… 가엾어라!”
그날도 그만치 해두고 집은 얻는다 안 얻는다 말없이 또 갈리었다.
또 그 이튿날 연실이는 또 갔다. 그날 이런 말이 있었다.
“과부 홀아비 한 쌍이로구먼…”
“그렇구료!”
“아주 한 쌍 되면 어떨까?”
“것두 무방하지요.”

이리하여 여기서는 한쌍의 원앙이가 생겨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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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녀 강간범하고 결혼하라고 훈계한 판사가 여기도 있었네여 ㅋㅋㅋㅋㅋㅋ

고국에서 다양한 재능을 펼치며 고군분투한 재능있는 한 여자는 고향 오빠한테서 이렇게 조리돌림을 당합니다 ㅠㅠ 도대체 뭘 잘못해서? 여러 남자와 자유연애해서? 아니 그 좁은 문사들 물에서

이런 미모의 여자가 연애도 좀 하고 그럴 수도 있는 거죠.

최소한 김탄실은 자기 돈으로 자의로 자유연애했어요 ㅋㅋㅋ 뭐래 일본에 지조 팔아 목숨 부지한 양반이.

ps.제일 열받는 건 김연실전이 문학적으로 아무 가치가 없다는 겁니다. 추악한 저격질밖에 없어요. 그 세세한 묘사는 누가 봐도 김탄실일수 밖에 없는데 김탄실의 내밀한 사생활을 온갖 성적인 상상력을 다 붙여서 추악하게 늘어놓거든요. 아, 그럼 이 섹스묘사도 사실인가 보네...하고 꽤나 잘 팔리고 화제도 많이 얻었어요. 정작 그 대상은 세간에 오르내리다 점점 미쳐가고 있었는데.

닭장에서 행려병자로 불쌍하게 죽어간 탄실언니한테 인세나 좀 나눠주지 그랬니-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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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크레이그 보어스
역자: 박은영
출판사: 윌스타일
국내 출간일: 2019.3.

지난번에 말했듯이 저는 서점에 가서 책 트렌드를 캐묻는 걸 좋아합니다. 한동안 트렌드는 유명 인사의 생애를 여행지에 녹여서 내는 거였는데요(본의 아니게 작년에 니체를 이렇게 다룬 책을 읽어본 적이 있습니다. 계기는... 후... 다시 생각하고 싶지 않네요) 이번에는 유명 인사의 식도락을 레시피로 복각하며 따라가는 책이 나왔습니다. 그 유명인사가 평생 여행을 즐기며 산 여행광에 식도락가에 술쟁이라 이 책은 평전+여행기+식도락+술 평론까지 다 겸해진 책입니다.

아, 이 사람이 언제나 유책 배우자로 아내를 네 번이나 갈아치운 사람이니 이혼과 재혼, 그리고 배우자가 바뀔 때마다 바뀌는 라이프 스타일에 대한 책이기도 하겠네요;

목차=개요는 다음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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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logue 헤밍웨이와의 식사 : 야생의 미식 어드벤처

1 어린 시절 : 인생의 맛

2 이탈리아 : 추억 그리고 전쟁

3 프랑스 : 움직이지 않는 축제

4 스페인 : 축제 같은 인생

5 키웨스트와 쿠바 : 멕시코만류의 항해

6 동아프리카와 아이다호 : 어느 사냥꾼의 요리 스케치

7 헤밍웨이의 와인 셀러

8 헤밍웨이의 바

Epilogue 식후의 특별 메뉴 : 착한 사자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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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밍웨이는 무명 시절, 가난할 때부터 여행과 해외생활을 정말 좋아했습니다. 저는 워낙에 이 사람을 수퍼 스타 베스트셀러 작가에 노벨상까지 부와 명예를 거머쥔 사람으로 알아 놔서 파리에서 첫번째; 아내와 가난하게 살던 시절에 아내한테 밥 먹었다고 뻥치고 굶고 터덜터덜 혼자 돌아다니던 시절이나 저렴한 리크(어...서양식 파 같은 겁니다)에 올리브유 무쳐서 한끼 해결하던 시절은 상상도 못 했어요.

아, 물론 그의 가난한 무명 시절은 그의 결혼 생활만큼 오래 가지 못했습니다만(...)

그의 다양한 여행과 음식, 그리고 사람 경험은 여러 가지 형태로 변주되어 그의 소설과 에세이에 녹아들어갔습니다(여기서야 안 건데 스콧 피츠제럴드가 정말 술버릇 안 좋은 개진상이더라구요;) 그걸 따라들어가면서 배경이 되는 호텔, 레스토랑, 바에 방문해서 뒷얘기를 듣고 레시피를 복각해서 소개합니다. 이미 70-100년전 일이지만 남아 있는 음식점도 있고, 심지어 아직 살아있는 셰프도 있어요.

놀랄만한 건.. 음식 사진이 없습니다. 음식에 대한 헤밍웨이의 깔끔하고 생생한 묘사, 식재료에 대한 설명, 그리고 레시피를 텍스트로만 옮겨 놔서 상상하게 만듭니다. 그리고 어떤 경우엔 텍스트가 이미지보다 더 상상력에 좋을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그 양반이 아프리카에서 사냥해 먹었다던 사자 고기 스테이크는 굳이 사진으로 안 봐도 될 거 같습니다;

대신에 헤밍웨이 사진은 정말 별별 게 다 있습니다. 잘 생겼어요. 그 사실을 그도 잘 알고 있고 여인들도 잘 알고 있었죠. 특히 20 안짝에 이탈리아 전쟁 참전했다가 부상당해서 병상에 누워 해사하게 웃는 사진은 정말 근사하더군요. 뭐 얼굴값하긴 했습니다. 그리고 나이 들어서도 미남이긴 한데 청년 시절의 청신함은 먼지처럼 사라지고 술과 고기로 다져진 양산박美가 대신 ㅋㅋㅋ

아참, 이 책은 헤밍웨이 본인의 요리 레시피는 사냥 나갔을 때 캠프 요리를 제외하고는 없습니다. 요리를 좋아하긴 했는데 요리를 하는데는 그만한 열정과 소질은 없었거든요. 네번째 아내가 오만때만 요리를 다 잘하더군요. 심지어 중국 요리까지;

가벼운 마음으로 휴가 때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읽으면 또 놀러가고 싶고, 먹으러 떠나고 싶어서 그게 문제긴 하지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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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취미생활 중에 하나는 서점 구경이 있습니다. 사는 데가 대학가에 부도심이라(홍대와 건대를 반반 섞은 열화 버전이라고 생각하시믄 됩니다) 그럭저럭 큰 서점이 몇 개 있거든요. 물론 술집은 수백배 많기는 하지만요(그러나 한민족 역사상 언제나 술집은 서점보다 훨씬 많았고 지금도 많고 앞으로도 많을 겁니다) 가서 출판업계의 트렌드도 보고 그렇습니다. 상반기에는 ‘(곰돌이 푸/인어공주 뭐 아무튼 친숙한 동화 캐릭터), xx해도 괜찮아’류와 퇴사-백수(이 테마는 눈독 들이고 있습니다), 독거 테마, 그리고 밀레니얼 세대에 대한 담론 등등이 있었어요.


밀레니얼 세대 담론의 선봉에는 이 책이 있었죠.
아주 성공했습니다. 대통령이 청와대 직원에게 선물했다는 걸로 ‘상징성’의 방점을 찍었다고 봅니다. 삼성 인사부 출신의 30대 저자 양반은 요즘 이래저래 90년대생 주제의 강연 뛰러 다니라 바쁜가 봅니다(보수의 끝판왕이나 모던해보이고 싶어하는 구회사도 연사로 초청했다고 하더라구요)

얼마 전 있었던 구 회사 모임에서 이 책에 대해 열띤 토론이 있었습니다 586 한 분은 이 책이 이슈를 선점한 것에 불과하며 90년대생의 생태에 대해 나열하였지만 대안을 제시한 건 없다고 상당히 비판적인 견해를 제시하셨구요, 다른 586 한 분은 굳이 대안을 제시할 필요 없이 그 세대에 대해 이해할 수 있다면 역할을 다 한 거다, 그 다음 나올 연구의 몫이라는 의견이셨습니다. 저도 이 책을 읽긴 했지만 호불호를 딱히 따질 생각은 없구요, 원래 제일 먼저 테마를 선점하는 자가 화제성을 가져가는 게 현대 한국 출판시장의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고 봐요. 퀄리티는 떨어질지라도 말이죠. 어디 ‘88만원 세대’가 그 세대 담론에서 딱히 구성이 좋은 편이었나요;;;

제가 더 흥미있었던 건 그 586분들이 본인 회사의 그 세대 직원이나 자녀들은 ‘90년대생이 온다’에서 자극적으로 다룬 생태학적 특질이 그렇게는 없는 거 같다, 물어봐도 아닌 거 같다더라....하는 대목이었습니다.

-일단 샘플이 편향되어 있고(구 회사는 상당히 보수적인 관점에서 사람을 채용합니다)
-상사에게 그런 특징을 곧이곧대로 보이지는 않을 것이며
-자기 입으로 그렇다고 신고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만, 굳이 흥을 깨지는 않았습니다.

이런 상태에서 밀레니엄 세대 담론은 어디로 흘러갈까요? 전 세대갈등에도 소소하게 겁니다. 트잉여인 저는 요즘 한미 양국에 동시적인 기사가 소소하게 화제인 걸 발견했어요.

미국에서는 밀레니얼 세대가 저축률이 떨어지고 윗 세대가 집을 살 나이대에서도 집을 못 사는 걸 ‘아보카도 샌드위치’같은 소소하고 쓸데없는 소비재를 사서 그렇다고 기사도 나도 그렇거든요. 반응은 두 갈래예요. 아보카도 샌드위치 들고 ‘나는 경제를 망치는 밀레니얼 세대다’하고 인증샷 올리거나, ‘우리는 실질소득도 낮고 학자금대출도 존내 많고 집값은 기성세대 니들이 올려놨는데 뭐 어쩌라고’하는 유튜브 영상을 올리거나.

한국에도 비슷한 기사가 났어요. 90년대생들이 떡볶이니 마라같이 매운 거 이런 데 월 7만원씩 돈은 써대고 집은 못 사고 있다 이런 기사였죠.

전 맵찔이라 떡볶이는 제 돈 주고 사먹어본 적은 한번도 없습니다만 그 90년대생들 원룸 월세가 50-70만원은 할 텐데요;;;

미국보다 한국이 살기 더 팍팍하니, 갈등도 더 거셀 소지가 있는 걸로 보입니다. 아, 독일의 젊은 세대들은 부모 세대보다 상대적인 부의 수준도 훨씬 낮고 불안정하지만 부모 세대를 너무 사랑해서 대들지 않는다..고 어디서 줏어읽은 적이 있습니다. 그게 과연 사랑으로 다 설명되는 문제인지, 곳간에서 인심 나오는 건지는 생각해 봐야 할 일입니다.

이미
http://m.yes24.com/Goods/Detail/66795472
‘586, 영웅인가 괴물인가?’하는 이 책이 나왔거든요. 아 읽지 않았지만 읽은 것처럼 피곤한 이 기분은 뭐지;;; 그리고 이 책은 테마 숟가락 얹기의 달인인 우석훈 박사님이 관여했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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