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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거짓말을 한다 - 구글 트렌트로 밝혀낸 충격적인 인간의 욕망
세스 스티븐스 다비도위츠 (지은이)
이영래 (옮긴이)더퀘스트2018-06-17
원제 : Everybody Lies (2017년)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47998227

목차는 이러합니다.

서론: 빅데이터 혁명의 개요

1부 빅데이터와 스몰데이터
1. 직감은 불완전하다

2부 빅데이터의 힘
2. 프로이트가 옳았을까?
3. 데이터를 보는 새로운 눈
신체 데이터
단어 데이터
사진 데이터
4. 디지털 자백약
섹스에 관한 진실
증오와 편견에 관한 진실
인터넷에 관한 진실
아동학대와 낙태에 관한 진실
페이스북 친구에 관한 진실
고객에 관한 진실
진실을 어떻게 다뤄야 할 것인가?
5. 클로즈업
우리 지역, 시, 마을에서는 정말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나?
우리는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가
도플갱어 찾기
데이터에는 이야기가 있다
6. 온 세상이 실험실
A/B 테스트의 기초
잔인하지만 큰 깨달음을 주는 자연 실험

3부 빅데이터: 취급 주의
7. 빅데이터로도 할 수 없는 일
차원의 저주
측정 가능한 것에 대한 지나친 집중
8. 빅데이터로 하지 말아야 할 것
권력화된 기업에서 생기는 위험
권한을 부여받은 정부에서 비롯하는 위험

결론: 얼마나 많은 사람이 책을 끝까지 읽을까?
====
트위터에서 추천받고 읽었습니다. 소셜 미디어와 구글링, 빅데이터라면 매우 좋아하는 주제라서요. 마침 근처 도서관에 대여 가능한 게 있길래 빌렸는데 이런 책은 역시 대여가 제맛인 것 같습니다. 요즘 진득하게 완독하는 게 점점 힘들어지는데, 2주일 기한을 두고 연체에 쫄려가면서 읽는 게 제맛...(네 그리고 역시나 사흘 연체 ㅋㅋㅋ)

책은 저자의 아마도 영원한 평생 울궈먹을 사골, 미국의...아니 전 세계에 충격과 공포의 깽판을 선사했던 트럼프 대통령 당선부터 시작합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오바마 당선부터겠네요. 오바마 당선때부터 그에 대해 긍정적인 검색어 뿐 아니라 '깜둥이 대통령' 등 인종주의 반감은 점점 커져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트럼프 선거 캠페인 내내 '도널드 트럼프'는 우세였으며, '깜둥이'등 인종차별적 단어 검색이 두드러지는 주에서는 검색 우위가 훨씬 높았어요. 그리고 그들은 여론조사와는 달리 조용히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만들었습니다 ㅋㅋㅋ

저자인 세스 다비도위츠(...이름도 그렇고 외모도 그렇고 모든 것이 똑똑한 유대인 너드 스테레오 타입입니다;ㅁ;)는 하버드 경제학과 대학원생일 때부터 트럼프 대통령 구글링 논문을 가지고 전 세계적 주목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이걸 특유의 관종적 기질로 마케팅하여 구글에서 수년간 여러 사회 문제에 대한 빅데이터 분석 프로젝트를 진행하였고, 지금도 뉴욕 타임즈에서 관련 칼럼을 연재하면서 저작 활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http://sethsd.com/

저자 양반 홈페이지. 리서치/데이터 섹션에 들어가면 지금까지 진행했던 프로젝트 다수와 방법론, 데이터에 대해 공개하고 있습니다.

저자 양반은 본질적으로 관종적이고 입을 잘 터는 성격인 듯 합니다. 일단 빅데이터에 대해 사람들의 진입 장벽을 줄이기 위해, 빅데이터가 자기 할머니가 밥상머리에서 '세스는 이러이러한 성격이니까 저러저러한 여자가 잘 어울려...'하고 직관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합니다.(아니 글치만 책 중간중간에 자기의 망한 연애 에피소드를 털어놓는 걸 볼 때마다 저러저러한 여자는 뭔 죄길래...하는 생각이 들던데요 할머님;) 하지만 직관은 여러가지 한계가 있습니다. 첫번째로, 직관은 자기 주변의 경험에 지나친 가중치를 둘 수 있습니다. 또한 직관은 극적인 경험을 과장하거나 왜곡할 수 있어요. 그래서 직관으로는 한계가 있는 분석에 대해 데이터 과학은 끊임없이 수정하고 방법론을 제공합니다.

빅데이터는 이전의 소규모 여론조사와 같은 전통적인 데이터 과학과 다른 점이 많습니다. 우선, 구글 검색어나 소셜 미디어 트렌딩과 같은 전혀 새로운 유형의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그리고 익명성을 보장한 인터넷 공간에서는 검색으로 어디가선 말 못하는 솔직한 데이터를 자발적으로 제공해 주죠. 여기 저자의 심플한 도식에 따르면 이렇습니다

디지털 진실: 검색/조회수/클릭수/결제
디지털 거짓: 소셜미디어 포스팅/소셜미디어 '좋아요'/데이트 프로필

소셜미디어 포스팅이 왜 '거짓'일수 있냐고 하면...사람들은 남이 굳이 안 그래도 된다고 해도 '내가 되어야 할 것 같은 내 자아'로 보이고 싶어하기 때문이죠. 저자의 예 중에서 아주 심플하면서도 직관적이었던 게, 예전에 넷플릭스에선 '나중에 볼 목록'에 저장한 걸(2차 세계대전 다큐멘터리나 뭐;;) 위주로 알고리즘을 짜서 추천해줬을 때보다, 실제로 본 거 위주(제가 최근에 본 투핫이라거나 뭐;;;)로 추천을 해 줄 때 뷰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빅데이터는 데이터가 많기 때문에 아주 작은 집단, 예를 들어서 한 카운티의 소수 인종 학력의 유의미한 정보까지 존재해서 이를 클로즈업해서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가장 강력한 것은 상관관계 뿐 아니라 인과관계까지 분석하고, 이를 실험으로 행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부터 저자가 엄청나게 흥분하는 게 보이는데 ㅋㅋㅋ 어쩔 수 없는 경제학 빌런이더라구요. 학계에서는 무작위 대조실험이라고 하고 보통 A/B테스트라고 하는 거 있잖습니까. 실험군에는 어떤 변수를 주고, 대조군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둘의 차이를 분석하는 거 말이죠. 구글이나 페이스북에서는 거의 0에 가까운 비용을 들여가면서 할 수 있습니다. 단지 코드만 추가하면 접속자들이 실험군/대조군이 되어 어떤 화면이 클릭률이 높은지 알아서 데이터를 제공해 주니까요. 이미 오바마 선거 캠페인부터 선거 기부금 사이트 첫화면이 이를 엄청나게 실험한 끝에 기부율을 60%나 끌어올렸다고 합니다. 여기서 전 쫌 불쾌해진 게 있잖아요...어떤 기사 헤드라인이 클릭률이 더 높은지에 대해서도 이 테스트는 끊임없이 돌아갑니다. 제가 보고 있는 "XX녀, 이것먹고 10억 벌어? 충격!!!'이런 게 결국...에휴.

아, 쫌 흥미로웠던 건 다른 실험 중에서 '회귀 불연속 설계(regression discontinuity design)이라는 건데, 아슬아슬한 차이로 어떤 변수를 겪은 그룹과 겪지 못한 그룹이 결과적으로 어떤 차이가 오는가 하는 겁니다. 여기에선 미국 최고 공립고로 꼽히는 스타이버선트(저는 우리 팀 로빈스 할배;가 다닌 곳이라 알고 있었습니다;ㅁ;)에 커트라인에 걸려서 떨어진 사람들과 아슬아슬하게 붙은 사람들의 인생 궤적에 대해서 비교해 봅니다(그 사람들이 겪었던 상실감이나 성취감과 상관없이, 연봉이나 커리어가 유의할 만한 차이는 없었습니다;ㅁ;) 이런 거 재미있어 하다니...수치스럽다;;;

물론 빅데이터는 좋은 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사생활 침해나 차원의 저주라고 하는 복잡성 등등 여러 문제가 있지요. 하지만 데이터 과학자 답게 저자 양반은 여전히 빅데이터의 유용성을 설파합니다. 불안하고 당혹스러운 행동을 하는 게 자신뿐만 아니라는 것을 알고 위안과 대안을 구할 수 있고, 소수자 등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을 민감하게 알아챌 수 있으며, 가장 중요한 효용으로 혐오와 분열 등 점점 심해지는 세계 문제에 대해서 상관관계와 인과 관계를 실험하면서 점점 해답으로 이끌어 갈 수 있다는 겁니다. 저자는 오바마 대통령이 이슬람에 대해서 포용과 사랑을 호소했을 때(아 이 양반 뜬구름 잡기는 1인자야 아주...)는 이슬람 혐오적인 검색어가 급증했는데, 이슬람 계통의 운동 선수에 대해 언급했을 때는 혐오가 줄어들고 긍정적인 게 올라갔다고 합니다. 그들이 다르지 않다는 것, 호기심과 동질감으로 이끄는 방법으로 가야 한다는 거죠.

끝까지 재밌게 읽긴 했습니다. 다만 궁금했던 건 이 책의 구성이 상당히 난삽한 편인데(사실 일본-한국 책이 지나치게 잘 정리되고, 영미 계열의 교양서들이 이 얘기 했다 지 자랑했다 널뛰는 구석이 있긴 합니다) 이게 마지막 장의 '이 책을 끝까지 읽을 사람이 얼마나 될까?'와 어느 정도 관련이 있을까 하는 겁니다. 저자는 먹물 답게; '대체로 이런 책들은 50페이지 앞에서 요점만 읽고 만다고 한다 이거 얼마나 읽을까? ㅋㅋㅋ 나 이거 되게 열심히 썼는데 아니 근데 모두다 거짓말을 하잖아 그니까 내가 하는 말도 거짓말이야 여러분 어느 게 사실이게요? ㅋㅋㅋ 나 술 마시러 간다 안녕' 이러고 마무리를 합니다. 설마 끝까지 읽게 하려고 요점들을 여기저기 흩뿌려놓은 건가...

재밌는데 재수없네요 ㅎ

덧.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흥미롭고 자극적인 인간의 욕망 사례들이 많습니다만, 저자는 재수없지만 그의 권리는 소중하니까 따로 적지 않겠습니다. 그러나 하나만 말하자면...

남자들은 '자기 자신한테 구강성교하는 법'을 많이 검색한다고 합니다. 얼마나 많이 검색하는지 '파트너에게 오르가즘 느끼게 하는 법'만큼 많이 검색한다네요.

요가를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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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설빙에서 애플망고치즈빙수를 혼빙하면서 재난지원금을 다 썼습니다. 재난지원금 소비 테마는 대부분의 한국인들이 그러하듯 ‘먹거리’였는데요, 심지어 책도 먹을 거 관련해서 샀습니다. 개중 제일 만족스러웠던 게 안효주 셰프의 ‘초밥산책’이었습니다.


http://aladin.kr/p/vNPX9

(저는 알라딘 앱이 링크 따기 쉬워서 쓸 뿐 알라딘과 1의 이해관계도 없습니다)

목차는 이러합니다.

프롤로그 |

1장 알아두면 좋은 초밥이야기

초밥의 두 얼굴
초밥을 대표하는 두 지역

초밥의 종류

쥠초밥(니기리즈시, 握り寿司), 누름초밥(오시즈시, 押し寿司) / 틀초밥(하코즈시, 箱寿司),
봉초밥(보우즈시, 棒寿司), 말이초밥(마키즈시, 巻き寿司), 유부초밥(이나리즈시, 稲荷寿司)
흩뿌림초밥(지라시즈시, ちらし寿司)

2장 초밥의 맛을 살리는 재료이야기

초밥과 쌀
초밥의 미학, 묵은쌀, 밥과 식재료의 조화, 밥과 설탕과 식초

초밥과 생선 1
활어, 숙성어, 선어

초밥과 생선 2
연어는 붉은 살 생선? 흰 살 생선?, 붉은 살 생선과 흰 살 생선,
활동량과 비례하는 미오글로빈, 등 푸른 생선, 혈압육(血合肉)

3장 초밥을 맛있게 먹는 몇 가지 요령

자리는 초밥 카운터로…
“미각이 춤을 추듯이…”
입을 개운하게 하기 위해서는 생강보다 오차
된장국은 입가심용으로…
붉은 살 생선은 간장, 흰 살 생선은 소금
와사비(山葵, わさび) 양은 어종에 따라 다르게

4장 어종별 특성 및 조리법

붉은 살 생선
참다랑어(本鮪, ほんまぐろ), 가다랑어(鰹, かつお), 방어(鰤, ぶり), 잿방어(間八, かんぱち)

흰 살 생선
간재미(雁木鱝, ガンギエイ), 민어(本鮸, ほんにべ), 도미(鯛, たい), 참돔(真鯛, まだい),
붉돔(血鯛, ちだい), 자리돔(雀鯛, すずめだい), 옥돔(赤甘鯛, あかあまだい), 자바리(垢穢, くえ),
갈치(太刀魚, タチウオ), 광어(平目, ひらめ), 복어(河豚, ふぐ), 숭어(鲻, ぼら),
숭어 알(唐墨, からすみ), 연어(鮭, さけ), 연어 알(イクラ), 흑점줄전갱이(縞鯵, しまあじ),
눈볼대(赤鯥, あかむつ), 아귀(鮟鱇, あんこう), 아귀 간(あんきも), 보리멸(鱚, きす),
농어(鱸, すずき)

등 푸른 생선
고등어(鯖, さば), 전갱이(鯵, あじ), 전어(鰶, このしろ), 청어(鰊, にしん), 정어리(真鰯, まいわし),
학공치(針魚, さより), 꽁치(秋刀魚, さんま)

새우류
보리새우(車海老, くるまえび), 북쪽분홍새우(甘海老, あまえび), 독도새우(独島蝦, トクトえび)

조개류

전복(鮑, あわび), 왕우럭조개(海松貝, みるがい), 북방대합(北寄貝, ほっきがい), 백합(蛤, はまぐり),
피조개(赤貝, あかがい), 새조개(鳥貝, とりがい), 가리비(帆立貝, ほたてがい),
키조개(平貝, たいらがい)

문어/오징어
문어(蛸, たこ), 참갑오징어(甲烏賊\, こういか), 한치(劍先烏賊\, けんさきいか)

기타
붕장어(穴子, あなご), 갯장어(鱧, はも),성게(海胆, うに)

| 에필로그

——-
매우 친절하고 알찬 책입니다. 안효주씨는 스시효로 워낙 유명하시고, 국내 초밥계에서는 초일류로 정평나신 분이죠. 그 전에도 일식과 스시에 대해 전작들이 있어요. 이번에는 스시 입문자들도 부담을 느끼지 않을 정도로 쉽고 간결하게 풀어갑니다.

총론격인 1-3장에서는 초밥집에서 술 한잔 곁들이면서 안주 겸 풀어놓을 썰(죄송합니다만 제가 쌓는 교양의 대부분 용도가 이런 쪽입니다)로 딱 좋을 얘기가 많습니다. 붉은 살 생선과 흰살 생선의 구분은 살의 색깔이 아니라 미오글로빈의 함유 정도라 연어는 흰살생선이고, 방어가 붉은살이라거나, 원래 단 식초를 써서 샤리에 설탕이 필요없었는데 전후에 음모론으로 식초 종류가 바뀌고 배급 설탕에 맛을 들여서 지금처럼 됐다는 둥... 뭐 저야 웬지 셰프 아니면 동행한 남자분들이 가르치려하는 게 먼저겠지만요(잘 벌고 잘먹던 시절 스시효 포함해서 솔찮이 먹으러 다녔는데 미묘한 불친절이나 차이, 가르치려 드는 태도 때문에 짜게 식은 감이 없지 않습니다. 일부였습니다만 그걸 받는 입장에서야 하나하나 마상이라 굳이 돈 써가면서 ㅋ)

붉은 살은 간장/흰살은 소금이 좋다거나, 사이사이 마시기엔 장국보다 차가 좋다거나, 붉은살-흰살을 교대로 먹는 게 맛을 더 생강하게 느낄 수 있다거나 이런 팁이 있긴 한데요, 강요가 아니라 그렇게 먹는 게 이러저러한 면에서 맛에 더 괜찮더라...하는 정도입니다. 저자는 한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분 치고 상당히 열린 자세를 견지하며, 젊은이들의 sns 미식 열풍에 대해서도 수용적이고 뭔가 배우려는 태도예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부분은 파트 4인데, 어종별로 각각의 생선 스토리와 초밥의 맛에 대해 세세히 풀어놓습니다. 각 스시 별로 장 모두에 나와있는 사진이 어우...기가 막혀요. 이제 헷갈렸던 초밥(농어/능성어 이런 거 있잖습..)을 머릿속에 바로 떠올릴 수 있겠어요. 태생이 그렇다보니 하나하나 서빙할 때마다 일본어로 얘기하는 경우가 많은데(그래서 저는 초밥 이름 엔간한 거 한본어로 다 외움;) 히라가나로 토 달아놔서 보기도 쉬워요.

여러 모로 두고 보기 좋은 책입니다. 사진과 지질, 제본 퀄리티에 비해 가격은 부담스럽지 않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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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얘기했다시피 저는 서점 가는 걸 매우 좋아합니다. 알바처 열 발짝 안에 대형 서점이 있는 것이 유일한 복지라고 꼽을 정도죠. 가서 오만걸 다 보는데 그 중 하나가 '신간 트렌드 읽는 것'입니다. 재작년에 제가 퇴사할 때 트렌드는 '퇴사하고 나를 찾기'(찾긴 뭘 찾아요 죽을 만큼 아니면 붙어있어야죠)였고 그 다음이 '독신'을 확장해서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류의 독신자 공생 뭐 기타등등이 있었는데요...(아, '어피치 엉덩이로 살아도 괜찮아'류는 제외합니다. 어떤 사람에게 필요한 책인 거 같긴 한데 지금의 저는 아닌 거 같습니다.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도 떡볶이 안 좋아해서 제외)

요즘은, 코로나 빼면 안 됩니다. 과학으로 가면 코로나 방역/바이러스, 역사로 가면 역병의 역사, 경제로 오면 코로나 경제 전쟁/투자 전쟁 아무튼 오만때만 쪽에 코로나 이후의 삶에 대해서 논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이는 대중의 공포와 호기심, 가지 않은 '코로나 이후의 삶'에 대한 두려움을 건드린 걸 텐데요... 처세/직장 섹션에서는 여기에 파생된 주제로 '주도적인 재택 근무'를 논하고 있습니다. 한국 대부분의 직장-글고 전시간 정규직 근로자의 경우 재택 근무란 여건이 되는 소수의 고용주가 시혜적으로 결정하는 것, 그리고 코로나 사태로 인하여 정규 집합 근무의 대안으로 부상하는 것 정도로만 생각합니다. '주도적인 재택 근무'란 이 정규직 전시간 근로자의 틀을 벗어나서 어떻게 자기주도적으로 근로 조건과 업무를 설계하고 제안해서 살아갈 수 있는가 이런 얘기죠.

일단 제가 처음으로 본 건 '나는 4시간만 일한다'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19565528

제목과 표지부터 직장인의 욕망을 낚아채는 데가 있습니다. 참고로 저기 '4시간'은 하루 네 시간이 아니라 일주일 네 시간입니다. 저는 하루에 네시간인 줄 알고 아니 이게 므야 하고 룰루랄라 낚아챘는데 알고 보니 일주일이라 이게 무슨 소리요 하고는 아연해지고 더 읽어보았습니다.

다 읽고 보니 아 시발쿰... 환타지... 1세계 백인 남성의 꿈...

작가인 팀 패리스는 이미 전작 '타이탄의 도구들'로 전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습니다. 이 양반은 이번 책으로 부자 집안도, 명문대 출신도 아닌 본인이 최소한의 일만 그것도 원격으로 처리하며 여유있게 사는 삶의 비결을 알려주겠다고 합니다.

일단 자신의 일이 아닌 것은 잘 거절합니다. 그리고 이미 정규직인 사람은 기존 고용주에게, 그게 먹히지 않는 사람은 다른 고용주에게 '원격 근무'가 고용주에게도 효율적인 도구임을 잘 협상해서 원격 근무로 전환하라고 제안합니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단순한 저부가가치 업무는 인터넷 비서 서비스를 이용해서 다른 원격 근로자에게 위임하라고 합니다.(이 책의 상당 부분 리서치도 그 디지털 비서들이 써준 거라고 합니다. 참... 조영남씨가 생각나네요...포스트모더니즘의 세상;) 그렇게 벌어낸 시간으로 본인은 본연의 고부가가치 업무에 단시간 집중해서 더욱 몸값을 올려나가는 거죠.

아주 쓸모없진 않습니다. 특히 인터넷 비서 서비스 잘 골라내서 위임하는 법은 본인의 노하우가 잘 들어가 있어서 영혼이 실려있더군요. 그러면 베스트셀러 작가, 지식노동자 팀 페리스씨가 자신의 점심 약속을 이메일에서 골라내서 전화로 날짜를 잡고 레스토랑에 잡게 하는 건 중국의 왕씨가 하고, 이 책의 각종 재택 근무 현황과 미래에 대한 리서치는 인도의 라훌이 하고, 세금 신고와 납부는 위스콘신의 킴이 하게 시킨다고 칩시다. 그러면 세계 대부분의 원격 노동자들은 어느 입장일까요?

대부분이 왕씨, 좀 이력이 쌓이고 수완이 있으면 라훌씨, 그리고 제가 갈 수 있는 곳은 킴이겠군요...;;;

이분은 원격근무에 대한 자기주도적인 협상이 이제 먹히는 시대가 되었다는 얘기만 하는데, 이 분의 배경이 이미 지식노동을 드라마틱하게 성공시킨 전적이 있어서 주도권이 있으며, 재택근무가 먹히는 직종에 있고, 상당히 보편적이며 정규직에 비해 불리하지 않은 미국 출신이라는 점은 쓰지 않습니다. 뭐 알아서 봐야죠. 이 책 하나 읽고 남조선의 정규직 노동자가 회사를 때려친다면 귀 얇은 본인을 다시 한 번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팀 페리스 씨를 뭐라하고 싶진 않습니다. 그는 다른 사람의 꿈으로 돈을 버는 사람이니까요. 저는 나름의 통찰도 얻긴 했어요. 그리고 인터넷 비서 서비스도 좀 알아보고 연습해보려고 합니다.

두번째는 '전보다 적게 일하고 많이 벌고 있습니다' 한국 작가의 책입니다. 이 분은 보험 영업에서 부동산 경매로 전직하고 경매 전문 스타 작가가 된 분입니다. 역시나 경매로 돈 벌고 싶은 겸업 투자자들의 욕망을 잘 자극하신 성공 경력이 있습니다.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229325911

다 읽고 나서 머릿속에 남는 건...플래너...

적게 일하고 돈 버는 법은 의외로 책 앞에 나옵니다. 부동산, 주식 등 자본 소득/저작권 수입(유튜브 등도 들어갑니다)/자기 사업/몸값 높이기가 있죠. 작가는 이미 경매로 자본 소득을 올리고, 베스트셀러와 유튜브 영상으로 저작권 수입이 들어옵니다. 경매와 노하우 저작이 곧 본인의 사업이고, 이게 성공하면서 계속 몸값이 올라가고 있죠. 본인은 이걸 시간 확보에서 찾고 있는데요,

본인이 정말 원하는 목표 설정->불필요한 일을 줄여서 시간 확보->시간 관리 플래너 작성->만든 시간으로 수익 창출이라는 얘길 하고 있습니다. 어차피 이 책의 세부 카테고리는 '시간 관리'예요. 하고 싶은 건 있는데 이걸 시간이 없다고 하는 사람들을 위해 목표를 세우고, 불필요한 건 거절하거나 위임하고, 장기->중기->단기로 역으로 들어가는 플래너로 계속 피드백해서 자기 꿈을 따라가라는 얘깁니다.

저는 이미 4시간에서 헛웃음을 꽤 지었는지라 이 책에서는 기대치를 꽤 낮춰서 그런가, 시간관리에 대해서 여러 팁을 얻게 되었습니다. 쓸만한 건 몇개 있어요.

세번째는 '긱 워커로 사는 법'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89970286&start=slayer

하...이거 번역 누가 했고 국내 기획 누가 했냐...진정 이것이 최선이었습니까... 남조선의 어느 바쁜 독자가 '긱워커가 뭐지? 모르지만 나도 긱워커가 될테야!'하고 책을 사겠습니까...

심지어 GIG이 무슨 뜻인지에 대해선 본문 몇십페이지가 넘어가서야 나옵니다. 중세 시대에 유랑하며 공연하고 돈 버는 예술가 집단(오, 그거 알아...한국에선 그거 남사당패라고 그랬어)이 GIG인데 현대에선 독립형 일자리를 가리킨댑니다. 하... 잘 알았읍니다...

이 책은 1과 2에서는 비교적 스무스하게 넘어갔던, 내가 굳이 정규직 일자리를 위해서 좁은 문으로 들어가지 않고 자유롭게 살기 위해서 치러야 할 대가들에 대해서 무진장 건조하고 냉정하게 알려줍니다

1.전문기술, 업무 경력과 성과, 함께 작업했던 클라이언트를 한 눈에 보여주는 온라인 포트폴리오를 만든다
2.자신이 속한 분야의 유용한 정보를 블로그에 올려 대중에게 공개한다.
3.독립형 근로자를 고용한 적이 있는 클라이언트를 찾는다-자신이 속한 업계에서 유명한 독립형 근로자의 클라이언트 목록 참고
4.클라이언트에게 이메일을 보내 그들이 왜 독립형 근로자와 함께 일했는지, 어떤 일을 맡겼는지, 어떻게 찾았는지 물어본다
최대한 간결하고 명확하게 이메일 작성, 간단하고 대답하기 쉬운 질문을 세 개 이하로 함
5.일이 아니라 조언 구함. 배우고 싶어하는 것을 어필. 클라이언트가 무엇을 원하는지 아는 것이 중요
6.클라이언트가 가진 문제를 해결하는 쪽으로 업무방향 잡음. 유능하고, 자신감있고, 전문적으로 보여야 함
7.구직사이트 업워크, 피플퍼아워, 프리랜서, 위워크리모틀리 등록 공격적 홍보활동으로 해결책 초점 최대한 많은 프로젝트 지원
8.떨어져도 추후 연락해도 괜찮은지 물어봄-또 맞는 일 생길 수 있음
9.자신이 속한 분야의 독립형 근로자 커뮤니티 알아봄 행사, 대화로 인맥 형성
10.검색, 조사, 해결책 제시, 인내심을 가지고 계속 시도
(위 요령들은 제가 에버노트로 축약 변형해서 정리한 거니 저작권엔 안 걸릴 거라고 믿고 싶습니다)

그렇습니다. 긱 워커로 일을 따내려면 정규직 노동자로 입사하기 위한 취업 과정의 끈기와, 회사 홍보 영업부의 일을 다 해야 하는 겁니다. 그리고 여기엔 안 나와 있지만 인사부와 법무실이 하는 근로계약 조건 관리와 자기 근로 환경 통제, 재무팀이 하는 재정/세무관리가 다 들어가 있죠. 본인은 이에 대해서 일부 위임할 순 있지만 위임을 잘 하기 위해서 잘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당연한 일이지만, 처음에는 듣보이기 때문에 일정 경력과 이력, 인지도를 쌓기 위해서 초반에 무한정 포트폴리오를 돌리고 까이는 데 익숙해지고 다시 도전하고, 무가나 저가의 일도 이력을 위해 맡는 희생도 일정 부분 필요합니다. 그래야 본 궤도에 오르니까요. 한 회사의 생로병사 사이클과 같습니다. 저걸 다 감수하고 살아남으면, 계속 가는 거고 아주 성공하면...

...책 써서 돈 버는 거죠 ;ㅁ;

이 책이 가장 유용하지만 가장 현실적이고 정내미 떨어져서 저는 일단 알바를 계속하면서 탐색해볼 생각입니다. 제 업계는 미국에선 독립형 재택 근무가 꽤 일상화되어 있는데, 1년 가까이 몸담아 보니 알 것도 같습니다.

한국에서 이 업계는 고 부가가치 업무와 저 부가가치 업무의 몸값이 너무 극단적이에요.
고부가가치 일-컨설팅, 감사, 세무자문(어... 상증세나 조세 쟁송요)
저부가가치 일-세무 기장
고부가가치 일은 어느 정도의 인지도가 있는 회계법인에서만 일이 몰리고, 이를 따온 감사부 내에서만 소화하고 혹시나 역량과 인원이 모자란 경우에만 인하우스로 소화하지 법인 밖에 주는 경우는 매우 드물어요.
저부가가치-안습...이 업계 기장료는 계속 하락하고 있습니다...기장 직원에게 위임을 한다 쳐도 뭐 남을지 의문.

좀 더 탐색해 보죠. 굳이 이 업계를 계속 할 이유도 없고, 굳이 원격근무를 할 이유도 없습니다. 더 넓게 말하자면, 굳이 일을 할 이유도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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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여전히 비시즌에 여러가지 일로 돈은 안 되지만 심심찮은 일상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러던 중 CFA KOREA SOCIETY 주관으로 여기저기 싱가폴, 홍콩, 중국, 대만 등 아시아 CFA들 불러놓고 홍콩과기대 금융대학원 교수님이 재밌는(...뭐 재밌다의 기준은 여러가지 아니겠습니까) 웹 세미나를 한다는 연락을 받고 냉큼 등록하였고, 오늘 저녁 7시 반-9시까지 (그놈의) ZOOM으로 웹세미나를 치렀습니다

원제는 Do Women Get Worse Financial Advice?입니다. 예의 홍콩과기대 금융대학원 교수님은 Utpal Bhattacharya님이신데 전 방금 전까지 사회자가 저분 성함을 여러번 발음하는 걸 들었지만 아직까지 정확하게 뭐라고 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태국 이름보단 좀 나은 것 같기도 하고(...) 암튼 자본시장의 어두운 면에 대해서 연구하는 것에 통달하셨다고 합니다. 지금까지 논문 제목들만 읽어봐도 많이 그러시네여;

-대략 10분은 WARM-UP
-한 시간은 위의 주제로 교수님이 논문 발표
-15분 가량은 세미나에 참여한 사람들(저 포함)의 채팅창 질문에 대해 사회자가 읽어주고 교수님이 답하는 Q&A 세션
-5분 클로징

교수님 얘기는 대략 이랬습니다.

<배경 설명>
-최근 20년간 여성의 사회활동은 증가하였고, 금융자산 보유액, 주식투자 참여율 역시 비약적으로 성장하였다.
-그러나 여성의 금융지식은 남성보다 뒤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뒤떨어진 금융지식 뿐 아니라, 여성이 남성보다 위험 감수 능력(고위험 고수익이기 때문에 위험을 싫어할수록 안전하고 저수익 자산을 찾습니다)이 떨어지고, 자기 확신이 덜하기 때문에 전문 자산관리와 재무상담에서도 신통찮은 결과가 나온다고 한다
-그러면 이런 특성 차이를 조정하고 순수하게 남성/여성 차이를 뒀을 때, 재무상담 퀄리티에서 차별이 발생할까?

<실험 방법>
-자산상담 결과, 개별주식"만" 추천하거나, 국내(홍콩) 주식"만" 추천한 상담을 나쁜 자산상담이라고 우선 정의합니다. 투자의 기본은 주식/채권/대체자산 등 그룹별 자산배분/그룹 내에서도 분산한 포트폴리오를 구축해서 개인별 능력과 성향에 맞춰서 위험과 수익을 최적화하는 건데, 소위 "몰빵"한 것만 하는 건 열등하긴 하죠(너무 나이브하다고 할 수 있겠는데, 소거법으로 다른 정의를 하면 연구 수행에 한계가 너무 많아서 발표를 듣다 보니 수긍이 갔습니다)
-홍콩에 등록된 대표 60여개 자산관리회사(증권사 등)에 전문상담인력(자격증 완비)에 미스터리 쇼퍼를 보내 인터뷰함
-미스터리 쇼퍼는 16명, 남 8/여 8
-위험 감수 능력/자기 확신/향후 주거 장소라는 금융투자에 필수적인 특성들을 각각 조합(예를 들어, 처음 '위험감수능력'은 고위험고수익 선호/중위험 중수익 선호/저위험 저수익 선호 이렇게 나눌 수 있겠죠)해서 가상의 금융인격, '아바타'를 만듭니다. 예를 들어 키모씨는 시장보다 높은 수익을 추구하며, 원금의 -20% 손실도 감수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자신의 금융투자 지식과 결과에 대해 까짓거 잘 되겠지(...)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은퇴한 후에는 캐나다에 가서 살고 싶어합니다. 이 성향의 조합이 한 '아바타'가 되는 거죠.
-한 자산관리사에게 동일한 금융 '아바타'를 가진 남성 쇼퍼 한 명/여성 쇼퍼 한 명이 적당한 시차를 두고 방문합니다.
-그들은 해당 자산관리회사에 계좌가 없습니다. 그래서 평소의 투자 성향을 아예 모르게 하죠. 그리고 실명을 대고 최소한의 프로필만 사실로 얘기한 후, 투자성향확인서에는 부여된 금융 아바타를 연기하고 향후 은퇴를 대비한 장기 자산 투자 전략을 상담합니다. 이는 남/여가 동일합니다.
-한 미스테리쇼퍼는 수십 회, 다른 자산관리사를 방문해서 다른 아바타를 연기하고 상담 결과는 수집되어 연구 샘플로 사용됩니다.
-이렇게 연구 샘플은 인터뷰 무산, 무응답 등을 제외하고 530개가 넘습니다. 나름 유의미한 크기의 샘플이란 얘기겠죠.

<연구 결과>
-자산관리사들 중 40%가 '나쁜' 자산추천을 해 줬습니다. 아시아 금융허브라더니 영 별로네여(...) 하긴 한국 생각하면 선방했네; 자산관리사 서브그룹을 보자면, 증권회사 출신이 FP 그룹보다 더 나쁩니다.


-그러나 남성보다 여성 고객들에게 '나쁜' 금융상담을 해 주는 경향성은 뚜렷합니다(이건 그냥 세미나 듣다가 그래프만 캡처했고 통계수치는 자세하게 교수님이 다 검증해서 발표했으니까 교수님한테 따지세여 F검증 T 검증 다 나왔음 저한텐 없음 ;ㅁ; 그래프만 봐도 그냥 차이남 ;ㅁ;

-잠깐만요, 아까 FP가 전반적으로 증권사 양반들보다 상담을 잘 해준다고 했잖아요. 근데 FP가 증권사 양반들보다 여성에게 확연한 몰빵형 추천, "나쁜 상담"을 해줍니다.

-다시 자산관리사 서브그룹을 나누자면, '남성' 자산관리사들은 남성고객과 여성고객 차별 경향이 뚜렷하며, 여성 자산관리사들은 뚜렷한 차이가 없습니다.


-그리고 여성 고객이 '고위험 고수익 추구 성향'이 뚜렷할 수록, 자기 확신이 강할수록, 자국(홍콩)에 거주할 계획이 있을수록 이 성차별은 더 뚜렷합니다

 


-상담 시간에서도 성차별은 발생합니다. 동일한 아바타임에도 남성고객에게 회당 평균 22초~6분 이상 상담을 더 오래 해줬거든요. 그리고 남성 고객에 대해서 개인을 파악하기 위한 질문을 더 상세하게 수행했습니다.

<결론 및 시사점>
-지금까지 통념상 남성이 여성보다 투자에 있어서 더 위험 추구형이고 확신에 차 있기 때문에 더 위험한 자산 추천을 받는다고 생각해 왔는데, 실험을 해 보니 반대로 위험 추구형의 여성이 남성보다 더 위험한(몰빵형) 자산을 추천받았습니다.
-이는 단순히 성차별이다, 가 아니라 자산상담사들이 같은 금융성향을 보고도 "남성"과 "여성"에게 다르게 반응한다는 얘깁니다(전자와 후자의 차이가 있다가도 없다가도 합니다. 굳이 제가 첨언하자면 "와, 여자다! 멍청하니까 그냥 삼성전자 사라고 해야지!"가 전자고, 후자는 "이 여자가 투자성향 초고위험추구형으로 나왔네, 근데 국내주식펀드하고 해외채권ETF하고 레버리지 인버스 섞자고 하는 건 반응이 신통찮을 것 같애... 삼성전자 ELS 몰빵하자고 해야겠다)
-이는 여성의 금융 지식이 남성보다 더 떨어진다는 고정 관념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체계적인 자산배분 리스크 관리 등등은 설명시키기도 어렵고 이해도도 떨어지고...)
-이건 투자에 대한 성차별 첫번째 연구 논문이니까 남겨진 과제들은 천천히 다뤄보겠음(...)


솔직히 그 전 교수님 발표는 영문 PPT 깔아주고 하는 거라 알아듣기 쉬웠는데 여기부터 좀 어려웠음...인도 영어... 힘든 세계...
저도 한 질문 했는데요, '고위험 추구 남성/여성 고객 한정해서도, 자산상담사가 할애하는 상담 시간에 차이가 있었나요?" 넵, 그렇댑니다.

다행히 성차별 빌런은 없어서 좀 진지하게 이 젠더 갭을 어떻게 정책/제도적인 면에서 메꿀 수 있을지에 대한 질문이 많았었는데요, 설문지에 여성/남성 정보를 없애는 식으로 하거나, 성별에 무차별하게 반응하는 로보 어드바이저를 활성화시키자거나. 교수님은 매우 좋아하면서 자기의 다음 연구 과제가 그거라고 스포를 하셨습니다 ㅋㅋㅋ

<제 감상>
아, 흥미로웠어요. 그리고 살짝 눈앞이 깜깜하더라구요. 제가 '고위험 추구' '자기 투자에 확신' '국내 거주 전망' 여성 투자자거든요. 그리고 홍콩 젠더 갭보다 한국이 더하면 더하잖아요. 그러면 내가 아무리 내 성향을 솔직하게 오픈하고, 능력과 원하는 바에 대해서 잘 설명을 해도 내가 원하는 결과랑 한참 다른, 왜곡된 자산 추천을 받을 수도 있겠구나 해서요. 그간 저 사모님 아닌데요 독거 반은퇴 알반데여 해도 사모님 사모님 했던 이러저러한 증권사 양반들도 막 떠오르고 ㅋㅋㅋ 아 물론 합리적인 추천을 해 주는 분들도 있긴 했습니다.

의심은 더욱 커져가고, 결국은 상담은 상담으로 받되 결정은 알아보고 내가 스스로 해야겠다는(뭐 언젠 안 그랬나) 결심은 더해갔습니다. 참 험한 세상이에요...이 험한 세상에 편하게 살아도 되는 분들은 참 좋겠다 휴...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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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넷플릭스 나오는 지인 집에 갔다가 요즘 한창 핫하다는 'too hot to handle'(이후 '투핫'이라고 통칭합니다. 한국 커뮤니티에도 그렇게 나오고 있고) 리얼리티쇼를 보게 되었습니다. 마침 모인 사람들 모두 호불호 타지 않고 아무 생각 없이 보기 딱 좋은 플로우여서도 있고, 저는 원체 무뇌 리얼리티쇼를 좀 좋아합니다.

이게 투핫 한 샷이구요...그냥 시즌 내내 저렇게 벗고 댕깁니다. 아, 좀 살색 덜 보이게 입고 나오는 경우도 있는데, 본디지(저는 이 장르를 어쩌다보니 10대때부터 알고 있습니다;)라거나 뭐 그런 걸 해서 더 야하게 보이기 위한 밑밥이더라구요.

그리고 이건 십여년 전 제 길티 플레져 저지 쇼어. 미국 10대~20대 초반 trash white 애들이 홀랑 벗고 술 먹고 토하고 짝 바꾸고 섹스하고 약은...했나 기억이 잘...암튼 스누키 잘 지내니? 아직도 태닝이니?(아련)

일정상(저는 넷플릭스 예전에 구독하다가 하차했습니다) 3회까지만 봐서 이후 반전이랄까 뭐 그런 건 잘 모르겠고 1~3화 기준으로 말하자면,

'육체적으로 겁나 매력적인 열명의 서반구 남녀들이 아름다운 섬에서 겁나 섹스 열심히 할 줄 알고 희희낙락하며 매력을 뽐내다가 섹스와 페팅을 하면 상금에서 차감되는 걸 알고 세상 모든 절망에 휩싸이며 음모와 배신이 판치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진짜예요...;ㅁ;

물론 저 매력적인 열명의 남녀들은 리얼리티 찍는 줄 알고 동의하고 들어왔습니다. 대충 서바이버 류의 예능+연애 짝짓기 예능으로 알고 들어온 것 같아요. 그리고 그 느낌은, 상견례했을 때 서로의 헐벗은 비키니 또는 팬츠 수영복을 보고 더 확신으로 갔을 겁니다. 그리고 남자들/여자들끼리 누가 핫하네 누군 내 스타일이네 수군수군하면서 탐색하고 이윽고 점찍어놓은 애들끼리 슬슬 페팅하고 열시간 남짓 뜨거운 밤 직전의 예열 시간을 가집니다. 그리고 첫 커플(아직 마음은 확인 안 했으니 커플은 아닐려나요...아 모르겠어요 접붙고 있는 동안은 커플이죠) 섹스하기 직전, 시리 스타일의 쟈가운 인공지능 스피커가 발동합니다.

"이제부터 이 섬의 모든 참가자에게 섹스 한 번에 **달러, 페팅(키스 포함) 한 번에 **달러씩 전체 상금에서 차감됩니다)"

여기 출연한 남녀들은 배경과 전공과 직업이 좀 제각각입니다(출신 국가는 조금씩 다르지만 다 서반구 출신이고, 해맑다는 점에서는 비슷합니다. 뭐 해맑음의 농도가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요) 그 중에 장발에다 수염 스타일링 때문에 예수라고 불리는(진짜 예수 닮았습니다. 저는 제가 캘리포니아에 잠깐 살 시절 아파트 커뮤니티에 들리던 남자 요가 강사랑 존똑이라 더 웃기더라구요;ㅁ;) 양반은 정말 돈이 없어서 상금에 더 절박해 보이더라구요. 아까 말했다시피 A와 B가 몰래 섹스를 해도 CCTV와 인공지능 스피커는 모든 것을 알고 있고, 이 피해는 전체 상금에서 차감되기 때문에 모든 참가자에게 돌아가요. 돈이 아쉬울 수록 남의 섹스에 더 민감해지고, 상호 감시를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제작진 기획의도는 '참가자와 시청자들에게 진정한 정신적 사랑과 인간 관계에 대해서 성찰하게 해 주는 것'이라고 하는데, 그냥 개소리고 딱 로맨틱한 섬에서 육체적으로 매력적이고 성에 대해 개방적인 남녀들에게 잔뜩 기대를 올려놓고 김새고 감시하고 그와중에도 어떻게든 붙어먹으려고; 하는 걸 보면서 시청자들에게 길티 플레저를 주려는 거죠. 그게 아니면 이미 섹스도 못한다는 걸 알고 있는 남녀들에게 헐벗게 입혀서 백주대낮에 일본 본디지(게이샤의 사랑의 기술 전문가 어쩌고;) 전문가 양반을 불러서 쌍쌍이 밧줄로 묶게 하고 그런 생쇼는 왜 한대요.

다시 한번 말하지만 저는 이 쇼는 굉장히 재밌게 잘 봤습니다. 저는 양키들, 아니 서반구의 해맑은 점을 평소에는 참 재밌어해요. 지상낙원같은 섬에서 먹을거 입을 거 잘 거 다 주어지는데 섹스 맘대로 며칠 못하는 걸로 세상의 불행을 다 짊어진 것처럼 우울해하고 불행해하고 그렇다니, 너무 웃기잖아요.



평화의 시대(...)에는 그렇다는 얘기죠.

앞의 투핫 장광설은 최근의 이태원 클럽 클러스터 감염 얘기를 위한 밑밥이었습니다. 지금은 전란에 준하는 판데믹의 시대잖습니까. 그나마 한국은 소강세에 접어들긴 했습니다만, 전 세계가 시체 처리할 곳도 전전긍긍한 게 진행형이고 말이죠.

그런데, 이 상황에서 불특정다수와 오프라인에서 유흥을 못 즐기는 게 세상 최고의 불행인 삶이라니, 그거 참 서반구 인민들이 부럽지 않은 나이브함이네요. 부럽기 그지 없습니다. 라떼는 어떻게든 밥벌이터에서 살아남으려고 시덥잖은 야망이나 태우고 있었는데 말이죠. 아, 저도 섹스 참 좋아합니다. 그런데 굳이 그 나이때로 돌아가도 거참;;; 니들 언택트, 온라인 컨택트 좋아하잖아요. 굳이 구식으로 클럽이나 룸싸롱을 꼭 쳐기어가야 하는지 이해는 여전히 덜 가고 평화의 시대 때보다 재미도 덜합니다.

가난한 사랑노래 줄 수 있는 게 이 노래밖에 없다 웅앵대는 갬성을 후지다고, 부족하면 그냥 안 하는 게 방법이라고 비웃었는데 이제 보니 줄 수 있는 게 없어서 노래나 부르고 꼬무룩한 게 그나마 낫네요.

덧. 아, 저는 특정 성소수자(...게이라고 왜 말을 못하니)에 대해 편향해서 이 잡담을 늘어놓고 있는 건 아닙니다. 얼마 전, 역시나 넷플릭스(...가 문제네요;)에서 다큐멘터리 떡밥으로 게이판 사랑의 유람선에서 미친듯이 매력발산 및 접붙이기 파티보고는 호오 재밌겠는걸 했던 적도 있거든요. 그냥 공평하게 관음증이라는 얘깁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올해에도 할 가능성 꽤 있다던데 이시국에 "유람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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