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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목 복잡골절 환자의 모 종합병원 입원기-로컬 종합병원 현실 또는 절망편

안녕하세요. https://kiel97.tistory.com/entry/%EB%B0%9C%EB%AA%A9-%EB%B3%B5%EC%9E%A1%EA%B3%A8%EC%A0%88-%ED%99%98%EC%9E%90%EC%9D%98-%EB%AA%A8-%EC%A2%85%ED%95%A9%EB%B3%91%EC%9B%90-%EC%9E%85%EC%9B%90%EA%B8%B0-%EB%A1%9C%EC%BB%AC-%EC%A2%85%ED%95%A9%EB%B3%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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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작년 9월 말에 발목 복잡골절로 모 지역 종합병원 응급실에 가서 그 다음날 바로 수술하고 2주 반 동안 입원했었습니다. 그 때 여러 가지 포인트가 많아서 입원기도 남겼었죠. 그리고 2달 반이 지났습니다. 그러나 저는 담당의를 2달 반 동안 만나지 못하였습니다. 왜냐하면 그이가 2달 반 동안 개인 사정으로(...모릅니다...) 휴진하셨기 때문이죠. 그래서 저는 같은 병원 내 정형외과 다른 전공의 두 분을 그때그때 교대로 만났는데요, 담당의가 아니다 보니 의견을 내기를 극도로 꺼려하셨습니다. 원래 담당의는 실종되기 전에 '2022년 12월 말에 수술합시다'라고 했었는데요, 그 얘기를 다른 전공의 분께 꺼내니

- 2023년 1월 2일에 담당의가 출근하니 그 때 외래로 찾아와라

-담당의가 수술 가능하다고 하면 바로 입원해서 그 다음날 오전에 수술을 받도록 해라

-입원은 며칠 걸릴 수 있으니 준비는 해 오거라

- 외래고 수술이고 예약은 할 수 없다

- 담당의가 혹시라도 출근을 안 할 경우 전공의 2, 3이 수술을 할 수도 있다

...혹시 말이죠...XX병원 창립하신 원장님이 대충 천공 도사같은 사람한테서 '자네 병원은 예약 받으면 죽소' 뭐 이런 점괘라도 받은 걸까요...아니 왜 이렇게 예약을 싫어하는 걸까요 그리고 뭐 입원도 해야 되고 마취도 해야 되는 수술인데 뭐 이렇게 얼레벌레 대충 일정에 집어넣고 아니면 말고... 그리고 제가 지금 비수기인 자영업자이니 망정이지 직장인이면 '저 어제 2박3일 병가 냈는데 수술 안 된다고 도로 출근했어여 나중에 또 병가 낼게여 데헷' 이러란 말인가요...

여튼 별 수 있나요.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 지역에서 더 나쁜 병원도 많...

2023년 1월 2일이 밝았습니다. 저는 입원 준비를 하고 보호자를 대동하여 병원에 갔습니다. 두 달 반 만에 본 전공의 선생님은 갑자기 머리를 엄청나게 까맣게 염색을 하고 머리 숱이 늘어나 있더군요(...음?;;;) X레이 대충 보시더니 설날 지나고 철심 빼자고 하더군요. 아니 그러면 기존에 얘기하셨던 연말에서는 4주 지난 뒤고 일단 저는 오늘 입원 준비를 하고 왔...침착하게 다른 전공의 2가 했던 말을 그대로 설명하자 '그럼 오늘 입원해서 내일 아침에 수술합시다'라고 쿨하게 얘기하시더군요. 뭐지;;;(스케줄을 보니께 전공의는 이번 주 화, 수만 출근하고 목, 금은 휴진하는 등 설 전까지는 여전히 띄엄띄엄 근무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마음의 여유가 없었던 듯)

 

그래서 각종 검사를 거친 후 입원하게 되었습니다. 이 병원 시스템이 영미식인 것은(욕임) 여전해서 제일 결과 나오는데 오래 걸리는 코로나 검사를 검사실에서 까먹고 돌려보냈다가 다시 소환해서 예정보다 한 시간쯤 더 기다림. 아참 여기 이런 데였지 참 정신 단단히 차려야겠다.

 

연초라 긍가 4인실에는 저 포함해서 두 명밖에 없었습니다. 다른 한 분은 저처럼 발목이 부러져서 1년쯤 고생하다가 철심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고 후속 조치 중인 분이셨는데요, 2주 넘게 계시는 중이었습니다. 반면 저는 입원 당일부터 담당의 쓰앵님께서 수술 다음날 퇴원시킬 요량으로 퇴원 처방까지 미리 내려버리는 쾌남적 면모를 보이셨는데요, 수술하기도 전에 퇴원 처방을 내려버리니 간호사들이 계속 번갈아가면서 저를 찾아와서 '모레 퇴원하기로 했다면서요?'하고 물어보는 겁니다. '담당의께서 그렇게 얘기하신 모양인데 제가 결정할 일이 아니고 담당의 소관이에요'라고 열댓번 말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저는 제가 퇴원하겠다고 결정해 버린 모양새가 되어버렸...

 

사실 뭐 이 병원 자체는 크게 바뀐 게 없었습니다. 여전히 얼레벌레 돌아가고 책임지기를 싫어하며 인수인계가 안 되더군요. 다만 거동이 극히 불편하던 석 달 전과는 달리 목발 짚고 그럭저럭 거동이 가능해서 제가 거의 다 해결해버리고 이번에는 2박 3일밖에 안 머물러서 빡칠 일이 상대적으로 적었어요. 그 중에 기억나는 게 몇 가지 있다면,

 

- 정초라 입원 환자가 적은 편이었고 저는 수술까지 하는 사람이니 이름 정도는 차트에서 볼 법 한데, 간호 인력이 저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이 사람'이라고 여러 번 얘기하더라구요. 아, 물론 '이' 도 맞고 '사람'도 맞는데 거참... 차트에서 이름 보기 귀찮으면 '환자분'이라고 퉁칠 수도 있는데 말입니다.

 

- 기존에 심어놓은 철심 중 하나를 제거하는 수술이니 그리 큰 수술은 아니었어도 척추마취/국소마취 중에 고를 수는 있었습니다. 그런데 수술실 도착하자마자 국소마취하겠다더니 바로 주사 꾹 메스 슥슥 근육 빠각빠각 10분만에 끗. 뭔가 눌리고 그이고 그런 느낌이 좀 있었는데 참았더니 '응? 환자분 생각보다 잘 참네?'

...그냥 아프다고 그럴 걸 그랬나... 

 

- 병실에 돌아왔는데 계속 '내일 퇴원하는 거냐'고 거기만 관심이 있더라구요...진통제나 아이스팩은 얘기도 안 해주고 그냥 방치하는데 세 시간쯤 마취가 풀려서 제법 열감도 오르고 아프길래 아이스팩을 감아 달라고 했습니다. '음? 그게 필요해요?' 좀 있다가 도저히 못 참겠길래 진통제 달라고 했더니 '좀 참아 볼래요?' 물론 저는 필요하다고 달라고 해서 팩 처리도 받고 진통제도 맞았습니다. 

 

- 실은 저는 입원하기 전까지는 수술 후에 바로 목발 없이 자유롭게 걸을 수 있을 줄 알았어요. 의사 쓰앵님이 예전에 그렇게 얘기했었거든요. 근데 알고 보니께 이 수술 끝나고 나서 대략 열흘~2주 후 실밥 풀기 전까지는 계속 부목에 목발을 짚고 다녀야 해요.(여기는 계속 새로운 정보들이 튀어나옵니다. 알고 보니 전 올해 9월에 세 번째 수술을 해서 발목에 남은 철심 2, 3을 빼야 하더라구요 ㅋㅋㅋ) 석 달 동안 목발 패킹이 꽤나 닳아서 이대로면 미끄러지고 위험하니 교체할 수 없겠냐고 물어보니 교체는 불가능하고 새로 자비로 사야 한대요. 자비로 살 테니 지금하고 같은 사이즈로 부탁한다고 하고 참고삼아 제 키도 얘기해 줬죠. 그랬더니 몇 시간 있다가 또 생면부지의 간호사님이 딱 봐도 작아 보이는 목발을 들고 들어와서 놓고 가려고 하길래 아니 잠시만 저 사이즈 맞는지 대 보겠다고 잡아놓고 대 봤죠. 그랬더니 기존 것보다 한 뼘이 더 작아서 굉장히 불편해요. 이대로는 안 되겠다. 더 큰 사이즈로 바꿔 달라고 했더니...

"손잡이 좀 올려서 그냥 그대로 쓰면 안 돼요?"

...쓰앵님 저대로 쓰면 제가 기역자로 구부려서 다녀여... 그랬다가 제가 엎어지면 쓰앵님은 알 바 아니잖아여...바르고 고운 말로 큰 사이즈를 청하였습니다.

 

- 비슷한 얘긴데요, 허벅지까지 올라오는 보조 기구는 이제 쓸 필요가 없고 종아리까지 오는 플라스틱 부목을 대라고 하더라구요. 보조 기구에는 신발이 달려 있었지만 이건 그냥 플라스틱 판이니 감싸는 통 슬리퍼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그걸 사고 싶다고 했더니 간호사님이 또 그게 필요하냐고, 그냥 그대로 걸어다니면 안 되냐고 하셔서 또 바르고 고운 말로 '제가요, 병원을 나서서요, 신발도 없이 도로 위에서 저걸 생짜로 딛고 서기에는 아직 수술 직후라서 힘들거든요?'하고 읍소를...하...

 

그래도 2박 3일만에 무사히 나왔습니다. 아직 좀 시큰거리는 게 이렇게 빨리 나와도 될 일인가 싶긴 한데 어차피 오래 있으면 또 빡치는 일이 생겼겠죠...하...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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