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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격조했습니다. 이유는 다 죽어가는 제 아이폰SE가 이젠 터치도 잘 먹지 않아 티스토리 앱에서 사진 업로드가 안 되더라구요. 왜 사진을 찍었는데 업로드를 하지 못하니...그 동안 먹은 음식이 운다 울어...orz 이미 두 달 전에 갤럭시 공기계를 샀으나 아이폰->안드로이드 이사가 너무 귀찮아서 두 달째 못하고 있습니다.

암튼 그리하여 이미지 업로드 대신 텍스트로 할 수 있는 걸 해볼까 합니다. 제가 또 이미지 하나 없이 텍스트로 떠드는 건 잘하잖습니까.

https://twitter.com/orack_babama/status/1266587531266494472?s=21

 

오락버바마 on Twitter

“전공 때문에 "~도" 붙은 운동들은 이것저것해 본 인간인데 지상최강의 격투는 발레였고 이 세상 최고의 고문 기술은 필라테스에 다 있는 것 같다.”

twitter.com

넵, 필라테스 얘깁니다.(참고로 저 계정주는 오만때만 데다 저 짤이 올라가고 리트윗되는 게 부담스러우셔서 계정 폐쇄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저는 서울에서도 필라테스를 해 본 적이 있습니다. 집 바로 근처에 필라테스 샵이 있지만, 1:1을 두 번 정도 하고(...그리고 한번 할때마다 근육통으로 일주일쯤 앓아눕고) 도저히 평일에는 시간이 맞지 않아 포기하고, 당시 다니던 구 회사 운동시설에서 필라테스 강사가 일주일에 두 번씩 하는 매트 필라테스 단체 수업을 꽤 오래 들어본 적이 있어요. 참고로 그 반 수강하려는 경쟁율이 엄청 높았습니다. 저 빼고 수강생 거의 다가 업무와 육아에 체력을 소진하고 생존 체력을 기르려고 점심 시간 쪼개서 겨우겨우 들어오는 30대~40대 초반 워킹맘이었어요. 저는 독거중년이었지만 업무에 체력을 다 소진하고 생존 체력...암튼 뭐 필라테스로 해결될 문제는 아니었지만 제법 열심이었죠. 그리고 퇴사한 후에도 매트 필라테스 집단 수업을 두 달 정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이래저래 합치면 대략 1년 가까이는 되겠군요.

...문제는 대개 제가 하는 운동이 매번 다 그렇듯이 강사만 바뀌면 '이번이 처음이세요?'하는 정도의 형편없는 실력이라;;;(골프도 2010년부터 쳤었는데, 강사가 바뀔 때마다 '골프에 대해서 새로 태어나야 됩니다' 얘길 들었습니다. 그 때마다 태어났으면 고양이 수준의 목숨을 가지고 있을 거예요. 저는 골프 손절한 건 후회한 적 없음) 부산 내려가서 재작년 가을, 모 대기구 전문 필라테스 샵에 등록해서 1:1 수업을 처음 들었을 때도 비슷한 얘길 들었습니다. 늘 새로운 마음이에여 어허허허;;;

그러나 저는 이론은 빠삭합니다. 당시 소개로 필라테스 샵을 고를 때도 기준은 나름 있었습니다.

-위생과 기구 관리 : 단체 수업 룸의 경우, 다중이 이용하는 시설이라 체액이 묻는 대기구를 얼마나 자주 소독하고 청결하게 관리하는지가 중요합니다. 여긴 그쪽은 잘 하는 편입니다. 1년에 한 번, 2주 문을 닫고 대기구 보수공사하는 것도 마음에 들어요.

-여성 전용 : 제가 남자를 썩 싫어하진 않는데(거짓말이라고 하면 별 수 없고; 근데 모든 건 상대적이니까;;; 아마 제 동년배 중 평균 정도이지 않을까요;) 딱히 몸 움직임이 큰 곳에서까지 보고 싶진 않습니다.

-가격 : 필라테스는 핑크 택스 얘기가 심심찮게 돌 정도로 가격 하방경직성;이 큽니다. 다행히 제가 있는 곳은 비슷비슷한 필라테스샵 경쟁이 세서 가격이 괜찮은 편입니다. 프로모션 때마다 가격이 다르긴 하고, 이번이 지나면 이런 최저가는 안 온다고 하긴 하는데, 제가 할 때나 남들이 할 때나 그 말은 비슷한 거 같습니다. 1년 110회 장기계약할인 받아서 그룹 1회 7천원(+1:1 수업 옵션 2회)면 괜찮습니다.

-강사 : 필라테스 샵도 젊은 여초 서비스 업계가 거의 다 그러하듯이 워낙 이동이 심해서 강사가 크게 의미가 없긴 한데, 강사별로 장단점이나 나에게 맞는 합이 있으므로 이동이 적은 게 좋습니다. 이 샵은 대우 받고 있는 시니어 강사 급들은 이동이 정말 없더군요. 그리고 저같은 저질체력도 강압적으로 몰아대지 않는(딱 한 명 있는데 피해댕기고 있음;ㅁ;) 스타일이 많아서 마음에 들구요. 그리고 강사 100% 다 미용 강박이나 여성혐오적 코멘트가 없이 건강 중시적인 성향이라 마음에 듭니다. 이게 얼마나 중요한 건지 모르고 있다가 티비에서 하는 필라테스 영상을 보고 정신이 들더군요. "여자들은 짧은 바이셉(이두)를 원하지 않죠. 길고 가느다란 예쁜 바이셉을 만들려면..." "매끈하고 알 없는 스키니 진 핏" "여자에게 애플힙은 필수예요" "남자에게 매력적인 뒷태..."

간단히 차이를 말하자면 이렇습니다. 요즘 여성 피트니스 계에서 세계적으로 트렌드를 타는 게 '힙 딥'이라는 게 있어요. 중둔근(옆엉덩이)이 발달하지 않고 골반뼈만 있을 경우 푹 들어간 옆엉덩이선인데,

미용 강박 : 저 힙딥을 보세요!!! 비키니 핏이 이쁘지 않아요!!! 남자들이 싫어해요!!!
건강 중시 : 중둔근을 키워두지 않으면 말년에 제대로 걷기 힘들답니다(씨익)

...사람마다 중시하는 가치가 다르지만, 저는 후자가 훨씬 편합니다.

-시간대와 예약 : 예약 시스템은 대체로 이 업계에서 쓰는 게 비슷비슷한 것 같더군요. 전용 사이트에 로그인해서 직접 2주 후까지 예약하는 시스템입니다. 해당 반에 정원이 차면 못 들어가구요. 예약 취소는 해당 시간 9시간 전에만 가능합니다. 이게 제 경우 장벽이었는데; 서울에서 구회사 일할 시절에는 평일에 내가 야근을 할지 안할지는 정말 미지의 영역이었으니까요. 그리고 애초에 그냥 평일 저녁은 내 시간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게 편했음. 여기도 시즌에는 매우 바쁩니다만 밤은 주로 재택이니 시간을 내는 게 아주 불가능한 건 아니고(그 전에 운동할 체력이 방전되지만;)

아, 그리고 토요일 수업이 없는 게 매우 불만이었는데 이번부터 제 샵은 토요일 수업이 생겼습니다. 직장 다니는 분들은 자신의 사정을 냉정하게 판단하시고 주말 수업이 있는지, 수업 가능한 시간대가 언젠지 자세히 체크하시는 게 좋습니다.

-위치 : 당연히 주요 서식지 가까이 있는 게 좋습니다. 저는 사실 여기서 글러먹은 게, 지하철 한 역 밖이라 편도로 걸어가는데 20여분 걸리거든요. 근데 운동 겸사겸사해서 다니고 있습니다. 아닌 분들은 '다이어터' 작가가 말한 대로 '집 화장실이 고장났을 때 달려가서 대신 쓸 수 있을 정도로' 가까운 게 좋습니다.

이런저런 면에서 최적이라고 생각하고 근 2년째 다니고 있구요(좀 빡치는 포인트가 몇개 있긴 했지만;) 한 달 전부터 1:1 필라테스를 추가해서 일주일에 한번씩 수강하고 있습니다. 그룹도 주 2~3회 병행하고 있어요. 코로나 재난 특가;로 16회에 78만원 나왔습니다. 강사 퀄리티 생각하면 최선 맞는 거 같네요.

그룹 강사도 그러합니다만, 1:1은 합이 특히나 중요합니다. 이번 강사같은 경우에는 제 빈약한 체력과 높은 성실성;을 제대로 평가해서 살짝 어려워서 한 시간 수업이 지나면 파김치가 될 정도는 시킵니다만, 너무 어려워서 좌절하는 루틴은 안 시킵니다. 그리고 뭘 제대로 하면 심으뜸 저리가라 싶은 부둥부둥을 해 줍니다. 하...그래요... 전 노력은 해요... 결과가 안 따라와서 그렇지... 그리고 우리 개별 강사님이 제일 마음에 드는 건, 수업 1회차 초반에 저라는 인간을 바로 간파했다는 겁니다. 저는 퍼포먼스는 안 나와서 그렇지, 그간 2년의 그룹 짬밥으로 엔간한 동작은 머리로 다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 강사님은 루틴 설명을 최소화하고 바로 동작에 들어가며, 제가 그걸 변변찮게 구현할 때마다 몸으로 떠받쳐주고 계십니다...미안하고 사랑합니다 ㅠㅠ

암튼 대기구 필라테스 1:1 수업은 제가 2020년에 돈 들인 것 중 최고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물론 그거 6회차째 들어왔다고 아침마다 호랑이 기운이 솟거나 득근했다고(저는 여전히 '근육은 당근마켓에서 왜 안 파나여' 주의자입니다) 할 순 없겠지만 그룹때와는 차원이 다른 집중적 수업으로 체력 보전 및 미약한 향상 효과는 괜찮습니다. 제 조카는 '그네를 밀어주는 힘이 달라졌다'라고 평가하더군요.

물론 제 기준에서입니다. 일주일 전엔가, 유튜브를 뒤흔든 민경장군 필라테스 동영상 있잖습니까...

https://www.youtube.com/watch?v=q9nqkww3hw0

...이거. 저는 열 발가락 쫙 펴는 거 못합니다. 척추 분절하는데 1년 걸렸나 그랬습니다. 지금도 제대로 하는지 미지수.
역시 예체능은 재능이 깡패예요. 저는 체육에서는 언제나 한정치산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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