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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창극단의 청국 <리어> 런던 바비칸 공연(241003~241006) 4회를 다 관람했습니다.

1. 바비칸 리어 241003 초연 후기

리어 공연이 펼쳐진 런던 바비칸 센터는 런던 도심에 시어터, 시네마, 홀, 도서관, 예술 학교 등이 함께 있는 어마어마한 크기의 문화 복합단지입니다. 이런 큰 곳에서 공연을 한다니 새삼 자랑스러움이 느껴졌습니다.

바비칸 시어터의 전경

광대 민은경님의 대형 포스터

리어는 평일에는 오후 7시~오후 10시 10분까지 총 3시간 10분(인터미션 20분 포함) 했습니다. 올해 재연 리어와 구성은 같아요.

바비칸 센터의 중정 모습

입장할 때 열 별로 입구가 다른 게 특이했습니다. 아, 커튼콜 때 촬영은 자유였구요 공연 도중에 음식이나 술 포함 음료를 마시는 것, 다소 움직이는 것도 허용되는 분위기였어요

리어에 맞춰 기존 무대를 확장해서 객석을 B열부터 시작하게 조절했습니다. 무대는 기존 리어와 거의 비슷한데 좌우는 길어서 더 재밌긴 했습니다.

이를테면 마지막의 물이여 에서 가장 소란을 피웠던 4인방

  (에드먼드)

(거너릴) (리건) (콘월)

과 다른 코러스와 거리가 더 뚝 떨어지면서 "이 고요를 위하여 그 모든 소란이 필요했던가"가 더 잘 먹혀들어갔거든요 흥미로웠습니다.

흰 머리 아이; 리어가 오줌싸는 장면은 한국 공연과는 달리 물 밖 앞 무대에서 엄청 크게 포물선을 그립니다(역시 화장실 개그는 어디서든  잘 먹힘)

여전히 물을 많이 이용한 무대 장치이긴 했습니다만

에드먼드가 두 공주의 정표 수건을 목에 두르고(깔끔한 수인이가 드러운 런던 템즈강 물 담근 수건을 두르기 힘들었을 듯^^;) 장부의 길을 부르며 징검징검 가는 건 물 밖으로 나와서 앞 무대에서 하는 등 동선은 조금 다릅니다.

자막은 무대 상단에 두 줄로 있어요. 바비칸 자막은 국극과 달리 무대 맨 꼭대기에 달려 있었는데 4층까지 있는 객석이 두루 보기 편하다는 장점은 있고 단점은 최대 두 줄이라 장중한 대사가 자주 끊깁니다.

근데 외국어 자막의 한계가 있다 보니 네 줄이든 두 줄이든 크게 차이는 없을 거 같군요

언어 차이는 여러 모로 영향을 미쳤는데, 한국에서는 가장 큰 호응과 폭소를 이끌어냈던 거지 톰/개판 재판이 길고 빠른 언어 유희라서 이보다는 글로스터 백작이 에드먼드가 하룻밤 춘정으로 생겼다는 짧은 대사는 직관적이라^^; 바로 웃음이 터져나왔습니다

자막 번역은 다시 싹 새로 했다더니 올해 재연보다 한결 나았습니다 재연 때보다 훨씬 로컬 관객을 생각해서 한자 표현을 현지화했어요 '약수라도 건너가리다'를 '스틱스 강이라도 건너가리다 레테 강이라도 건너가리다' 이런 식으로.

 

아 그리고 노장 사상을 어케 전달하는지 좀 궁금했었는데 올버니 공작의 '욕지귀거래'에서 단순 귀향이 아니라 retire까지 넣어서 다행 여튼 올해 재연보단 영국 관객을 감안했단 얘기

(가급적 현지인 얼굴을 안 보이게 하려는 필사적 구도의 샷^^;)

바비칸 씨어터는 단차가 매우 훌륭하네요

4층까지 제법 관객이 들어찼구요, 한국문화원 관여라 한국계 관객이 많을 거라는 제 예상과는 달리 대부분 영국 지역 관객이었습니다.

1막, 2막 끝이나 김준수 넘버에서 열렬한 박수갈채가 나왔고 인터미션에서 극에 대해 열띤 토론이 이어지기도 했어요.

아참 음질은 정말 또렷하고 좋았는데 음량이 작은 편이라 뒷좌석에서는 조금 작았을 수도 있겠어요.

연주는 정말 훌륭했구요, 기존의 국립창극단 기악부 뿐 아니라 서양 관현악 연주도 꽤 보강되어 커튼콜 멤버로 나왔습니다.

이제 본론인 에드먼드 김수인으로 들어가자면...

'천지는 불인이라'나 '장부의 길' 등 본인 넘버 뿐 아니라 합창에서도 특유의 맑고 카랑한 음색, 호소력을 유감없이 보였구요...

잘생김을 연기하는 게 아니라 그냥 잘생겼습니다.

두 공주님을 쥐락펴락할 만큼 섹시합니다.

연기가 좀 더 극적으로 된 편이에요.(근데 언어나 문화 차이를 극복하기 위함이며, 더 세게 연기한 배우들도 몇 있음) 첫 부분에서 형님 에드거의 착한 동생인 척 하다가 코딜리어가 리어에게 직언을 할 때 뒤에서 계산적으로 바라보는 눈빛을 더 세게 하거나(한국 퇴근길에서 이 장면을 '나를 위한 판이 깔아지는구나'라고 생각하고 연기했다고 하셨었어요)

두 공주의 삼각 암투 후 자아도취적으로 검에 하는 키스 소리가 확연히 들리게 한다거나(킹받고 섹시함)
두 공주들과 베드신 암시에서 더 끈적함을 암시하게 눈빛을 오가거나;

 

이번 공연으로 머리 짧게 치고 뮤트한 톤의 분장도 색다르고, 거너릴 무릎에 누웠을 땐 풀어헤친 것도 느른하고 리건 껴안았을 땐 허리띠 꽁꽁 졸라맨 것도 고자극이고(맛감)

(국립극장 공식 사진입니다)

이 장면에서 에드먼드 얼굴 쪽에 좀 더 조명을 주는데 이 모든 치정 광기에 개연성을 부여하게 잘생겨서

한낱 백작 사생아에 왕국 상속 공주들이 싸우는 이유가 충분했습니다.

전투신에서 몸 잘쓰는 분 답게 칼과 회전, 광기의 외침이 인상적이었구요, 죽을 때조차 그림같이 누운 자세가 잘생겼습니다(네...)

커튼콜에서는 극에 맞게 담담한 표정을 지었지만 친한 기악부 분들이 인사할 때 미미하게 웃음을 머금는 거나, 공연 후 지나가시면서 뒷 모임이 있다고 양해를 구하며 급하게 가면서도 멀리서 오셨다고 연신 살갑게 웃어주는 거나 여전히 김수인 본체는 밝고 상냥한 모습이라 혼란스럽기도 하고 좋기도 했습니다^^

 

2. 바비칸 리어 241004 2연 후기

둘공에서만 느껴진 점을 잡상 위주로 쓰겠습니다

제 자리는 앞줄 왼쪽이었습니다.

금요일이라 극 사이드까지 관객이 찼어요.

이번에도 대부분 런던 현지인들이고 반응은 역시 좋습니다(세세히 못 알아들어도 분위기라는 게 있지요)

오늘은 몸개그(불쌍한 톰)와 짧은 대사 개그는 물론 재판 씬과 같은 개그도 잘 먹혀서 웃음이 컸고(물론 에드먼드가 하룻밤^^;에 생겼다는 글로스터 백작 대사와 리어의 음란과 호색으로 이 나라를 물들게 하라 성인물 대사에 반응 컸어요)

이번에는 리어 뿐 아니라 거너릴 글로스터 넘버에도 박수갈채가 나왔구요, 커튼 콜에 기립했습니다.

정재일(기생충, 오징어게임 등 음악 감독)은 천재입니다 리어 음악 역시 걸작임
한번 더 국립창극단과 함께 작업해 달라고 하고 싶지만 원래도 드높았지만 오겜 이후로 더 올라버린 그의 주가를 감당할 수 있을 것인가 ㅠ

음악 얘길 하자면 피드백이 된 건지 어제보다 음량이 커지고 양악(특히 피아노와 드럼)과 국악 조화가 아주 좋았습니다. 한국 리어보다 월등한 게 음악이에요.

아 그리고 리어는 특히 강강강 전개에 피를 토하듯이 쏟아내는 게 많고 남녀 공히 고음이 많아서 런던 공연 4회차로 끝나는 게 어찌보면 다행이에요

김수인은 어제도 잘 했지만 오늘이 더 좋았어요

가소로다 저 늙은이/장부의 길 소화력과 전달, 클라이막스 고음이 아주 좋았음

좌블의 장점으로 돌아가자면, 각도를 달리하면 보이지 않았던 것도 다 보입니다 극좌 바위쪽에 리어/광대/미친놈 톰이 벌이는 각종 난장 관람가. 그리고 에드먼드는 진리의 좌블이에요. 특히 안 보이던 부분이 세밀하게 보여요. 에드먼드 하면 블러디 메리 풍의 광기의 눈 뒤집어짐을 보통 꼽습니다만 침침한 사이드에서도 연기는 꽤 세밀하게 이어집니다.

예를 들자면 코딜리어의 직언에 분노한 리어가 물에 지팡이를 패대기치며 사방에 물을 튀길 때 극싸에서 놀란 듯 몸을 돌린 에드먼드는 계산적으로 눈을 빛내고 머리를 굴립니다.

물론 센 연기도 잘 합니다. 글로스터 백작한테 형 모함하고 속아넘어간 아버지가 형 욕하는 거 들으면서 고개 돌리고 악의에 가득차 기뻐하는 표정이 아주 좋았습니다. 소설 주홍 글씨의 한 부분을 인용하자면 '善人이 이 지옥에 떨어질 때 악마가 환희에 찬 웃음'
우리 몽드...자라면서 마니 힘들었구나(몽드맘)

리건이 거너릴과 에드먼드 밀회를 목격하고 거너릴 째려보는 것만 봤었는데 이번엔 좌블이라 에드먼드한테 눈으로 욕하는 것도 똑똑히 봤어요 ㅋㅋ(물론 나쁜 에드먼드는 까딱도 안 합니다)

앙상블에서도 가장 왼쪽에 주로 서는 탓에(왼쪽에 최장신을 세우는 건 팬싱이나 창극단이나) 1막 세 번의 수인이 앙상블이 다 잘 보였어요

가장 사랑하는 건 역시 번지수가 틀렸네 씬에서 에드먼드라면 절대 안 나올 본체의 환하고 밝은 표정, 옆 올버니 최호성과 손에 든 기러기를 뽀뽀시킬 때 드러나는 환한 이.

이제 영국 리어 공연은 5부 능선을 넘었군요 벌써부터 아쉬워집니다
아참 콘월공작 최용석님이 "한국 분들이 공연에 많이 찾아와주신 걸 창극단에서도 많이 얘기하고 힘을 많이 받았다"라고 돌아가는 길에 얘기하셨음
힘을 주는 부산갈매기(으쓱으쓱) 근데 저도 힘내야됨 외국에서 190분 공연 관람이 쉽지 않아요;

 

3. 바비칸 리어 241005 3연 후기

이번에는 리어가 연기를 매우 극적으로 하는군요
저의 에드먼드(언제부터;)는 천지는 불인이라 넘버가 사흘 중 최고였음
적자 에드거는 시혜적이든 어쨌든 에드먼드에게 진심으로 '과할 정도로' 믿고 잘해줬고 서자 에드먼드는 그런 형을 따르는 듯 하면서도 속으로 형을 보내버릴 음모를 꾸미고 있었습니다
어린 시절 부족함이 없지만 수치스러운 아이라는 눈길로 괴물이 자라나는 '에드먼드  라이징' 스핀오프가 보고 싶;

 

4. 바비칸 리어 241006 4연 후기

날씨가 흐리고 싸늘한게 극 분위기와 잘 맞네요
관객은 시야방해석 빼고는 다 찬듯
강행군으로 배우들 컨디션이 최고조는 아닙니다만 합에는 나은 듯
에드먼드 락스타는 천지는 불인이라 넘버에서 몸을 더 예쁘게 잘 씀
무용수 출신 덕질이란 좋군요

 

4-1. 바비칸 리어 241006 퇴길 후기

요약
영국음식은 너무 맛이 없다
날씨가 왜 일할 때는 좋고 일 안할 때는 나쁘냐는 날씨의 아이
바비칸에 완창하러 다시 오고 싶다
이날치는 비행기 안, 스케 차 안에서 준비해야됨
극락콘은 판소리와 성악, 둘의 락 등이 있을 예정
이제 쇼핑을 하겠다

영국 리어 막공 끝나고 나서 한참 있다가 에드먼드 김수인이 글로스터 유태평양 아빠랑 나와서(에드거 광복님 부부는 미리 다정하게 나갔습니다) 기다리던 팬들에게 먼저 다가와서 20여분 정도 소통하고 갔습니다

기억에 의존해서 다소 단어 차이나 생략이 있을 수 있어요

회색 후드 위에 얇은 검은색 숏 점퍼 차림이었고 분장은 안 지웠습니다 다른 배우들도 힘들어했지만 수인이는 특히 얼굴 살이 쏙 빠지고 덩치가 작아진 게 확연히 드러날 정도.

길다랗고 마른 사람 됨

날씨에 강행군에...영국 음식 때문이었어요;;;

나오자마자 공연 어떠셨어요?부터 먼저 물어보셨어요 컨디션에 대해 아쉬움이 앞서는 거 같았지만 사실 막공도 최고음 말고는 괜찮았어요 진심

팬들이 한국으로 가고 싶다고 음식 맛없다고 하자 맛없어요오하고 격하게 동감 ㅋㅋ

샐러드가 제일 맛있다고 팬이 말하자 "샐러드도 맛없어요"(웃으며 단호)

팬들이 커피는 맛있었다고 애써 찾아보았지만 "옥스퍼드에서 먹은 커피는 먹을 만하고 그 외에는...그냥?"

옥스퍼드는 준수형 등과 관광갔었고 비가 왔었댑니다(아 우산가지고 사진 찍히셨죠)

공연할 때는 날씨가 좋았고 공연 안할 때는 날씨가 나빴다며 반대여야 하는 거 아니냐고 ㅎㅎ

"날씨에 민감하시잖아요"

"그쵸"

팬이 (리어 번지수가 틀렸네 장면에서) 갈매기 키스신 물어보자 호성이형이 하자고 한 거였다고

무대 위에서 수인이가 웃는 유일한 장면이었다고 하자 끄덕하더니 커튼콜도 있지만 무거운 극이라 커튼콜에서도 감정 잡았어야 했대요

 

"이젠 희극하고 싶어요 제 영원한 1순위 나무물고기달 같은"

나물달도 마냥 밝지는 않지만 배우들이 무대 위에서 즐길 수 있는 극이라고

리어에서 제일 어려웠던 건 천지는 불인이라 넘버였고 액션은 전쟁 칼 쓰고 넘어지는 신

객석에서 땀이 보일 정도였다고 하자 원래 땀을 거의 안 흘리는데 너무 힘들어서 흐르더라고 했어요

리어는 '고혈을 짜내는' 극이라고 '강강강강'이라며 말했는데 너무 정확한 표현이었어요

이번에 수인이 짧아진 머리 얘기하자 영국 오기 전에 짧게 자른데다 (헤메할 때) 뽕을 많이 넣더라고 함

"다음엔 포마드를 발라볼까요?"하고 농담 ㅎㅎ

귀국 후 스케 얘기했더니 비행기 안에서도 이날치 대사 외워야 하고 이날치 연습하다가 라디오 스케 가고 부여 공연도 그러한 모양

한국에서는 이날치 공연을 런던 팀 빼고 이미 진행중이라 합류 후 빡셀듯

이날치 극에 대해 그리 무겁지는 않을 거고 (실존 인물) 전통 판소리가 많이 나올 거라 함요

이날치 작창가 선생님이 수인님의 동초제와 어떻게 보면 반대 스타일이라 모험이라네요

런던 리어가 재연과 연기가 또 달라져서 참고한 거 있냐고 물어보자 오기 전에 킹 리어 영화를 봤대요 너무 한국적으로만 하면 현지 관객들 공감을 얻기가 힘들 것도 같았다고

바비칸에서도 리어가 올라온 적이 있다고 팬이 얘기하니까 바비칸이 한국 예술의 전당 같다며 마그네틱 굿즈도 샀대요

팬들이 따라산 바비칸 에코백 보여주자 "저는 받은 건데" 네 ㅎㅎ

"제가 언제 다시 바비칸을 와보겠어요"해서 다시 올 수도 있다고 하자 다시 오면 완창하러 오고 싶다고 함

안숙선 선생님이 완창을 해외에서 외국인들 많은 공연장에서 했었던 것처럼 바비칸에 다시 돌아와서 춘향 완창을 하고 싶대요

그 꿈 응원합니다(그리고 또 따라가...;;;)

바비칸 무대에서 객석이 어떻게 보이냐고 하자 달오름은 무대에 빛이 있을 땐 잘 보이는데 바비칸은 아예 안 보여서 전쟁씬에서 바위나 물도 안 보일 정도라 엄청 위험할 정도였고 앞 몇줄이 어쩌다 보일 정도

 

관객들 술 반입도 되고 자유로운 분위기라고 하자 눈이 동그래지면서 놀람
"집중에 힘들었겠어요"
"아니 저도 마셔서(누구긴 누구겠어요 저임)"
"ㅋㅋㅋ 너무 괜찮은데여"
좀전 준수씨 대화흐름이랑 존똑

그날 올라온 크레즐 제주 자컨에서 브이로그 수인이가 찍은 거 얘기하자

"고기굽는 것만 제가 찍었어요"

"시키시던데요?"

"제가 고기를 못 구워서요" ㅋㅋㅋ

파크 간 거 재미없어서 그냥 있었는데 갤러리 가자 눈빛이 달라졌단 말에 "그렇죠" ㅋㅋㅋ

시간 없어서 런던에서 갤러리는 따로 못갔고 내일 쇼핑할 건데 바버(Barbour) 브랜드 가려고 찜해놨댑니다

한국보다 아주 싼 것도 아니라고 하는 말에 "잘 골라봐야죠" ㅎㅎ

이제 돌아가면 런던때보다는 시간이 있는데 크레즐도 해야 하고 창극단 공연도 있어서 선택과 집중을 잘 해야 한다고

성격이 다른 여러 가지 공연을 하니까...라는 말에 그래서 혼동이 오고 목도 힘들 때가 있다고;

극락콘은 셋리스트 참여했고 스포해달라는 말에 전통판소리가 들어간다고 함

승민님은 그럼 오페라...?했더니 웃으면서 "거기까지"

둘이 락적인 걸 많이 할 거래요

락스타 얘기하니까 "락으로 전과를 해야 하나요" 웃으면서 말했어요

판소리 안 했으면 락 했어도 어울렸을 거란 말에 "전 판소리 안 했으면 미술했을 거 같아요, 다음 생은 미술하는 걸로"

지금도 늦지 않았다고 하자 미술하는 친구들이 많은데 소묘부터 배워볼까 생각이 든다고

"10년 내에 갤러리에 그림 전시해보고 싶은 꿈이 생겼어요"

완창도 해야하고, 덧붙이셨어요 ㅎㅎ 종합 예인은 바쁩니다

멀리서부터 와준 팬들에게 다시 감사 표현하고 바비칸 인증샷도 찍어주며 언제 돌아가는지 살갑게 챙기지만 역시나 영국 음식은 별로(피시앤칩스 얘기만 꺼내도 진저리침 ㅋㅋㅋ)이고 내일 소호 쇼핑에 눈 반짝이며 인사하고 갔어요 ㅋㅋㅋ

원하는 팬들에게 바비칸 배경으로 사진 찍었는데 팬 얼굴이 너무 커 보이지 않게 본인 얼굴을 앞으로 해 줘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

-보너스 - 아아 리어는 갔지만 저는 런던 리어를 보내지 않았습니다> 타래
바비칸 시어터의 창극 리어는 배우들의 호연, 탁월한 음향, 양악의 보강으로 화룡점정이 된 연주 등 여러 미덕이 있으나 아쉬운 점은 대사가 포함된 프로그램 북이 없다는 것입니다
한국 리어는 무려 풀버전 플북이 있었거든요

관객의 절대 다수였던 영국 관객이 언어 격차를 해소할 수 있게 자막이 있었습니다만 무대 양옆이 아니라 꼭대기에 있었고, 최대 두 줄이라 장중한 대사를 한번에 이해하기 어려울 때도 있었을 겁니다
실제로 주위 로컬들이 고개를 천장으로 뽑아 자막을 수시로 보는 걸 목격하였음

그리고 런던 플북에는 창극 리어를 관통하는 노장사상(영어로는 노자를 Lao Tzh라고 하더군요)을 설명했으면 물이여 넘버와 오프닝에서 리어의 은퇴선언; 올버니의 욕지귀거래나 막능귀거래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하지만 한국 리어에서 제법 나오는(특히 광대의 모든 대사와 에드먼드의 아아 나는 사랑이 넘치는 사나이 등) 매운맛 블랙 유머는 제법 영국 스타일이라 문화와 언어 차이를 뛰어넘고도 먹혔다고 봅니다

...그래도 광대가 아저씨-라고 부르는 건 uncle이 아니라 old man이면 어땠을까...

직설적인 블랙 유머 말고 곱씹어야 되는데 역시나 매운 맛인 블랙 유머 중에는 거너릴과 리건의 '은퇴한다고 했잖아 아빠' 송인 '저 푸른 낙락장송 아래 풀도 안 난다 아하이요' 뒷부분을 글로스터가 부르면서 등장하는 게 있습니다
리어가족과 글로스터가족은 세대 갈등과 불신과 배신 면에서 평행우주인데, 글로스터가 낙락장송을 부르며 등장하면서 읽는 게 '늙은이들의 폭정을 어디까지 참을 것이냐'하는 에드거(실은 에드먼드. 몽드는 에드거의 말이라고 하면서 자기가 하고 싶은 얘기를 여러번 합니다)의 편지거든요

이런 곰삭아야 제맛나는 고추장 블랙 유머가 어디까지 먹혔나도 궁금해요
그리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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