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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1일~22일에 춘천문화예술회관에서 공연한 창극 '내 이름은 사방지' 공연을 보고 왔습니다. 이 공연은 10월에 과천에서도 했는데요, 당시 공연 후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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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극 '내 이름은 사방지' 과천 공연 감상-팔척장신 미남 겸 미녀

왼쪽부터 홍백가 역의 박애리, 사방지 역의 김수인, 남자 역이라면 다 했는데 사이비교주로 남은 유태평양, 여자 역 다 했는데 다 큐티섹시했던 전영랑. 사방지 감상: 극 이름답게 김수인 1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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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보실 수 있습니다.

1. 11월 21일 첫번째 공연

첫 번째 날의 베스트 샷. 비결은 1열 중블입니다. 평생 처음일세.

아오 이 공연 조명이 세서 사방지 얼굴 하얗게 날아가거나 누렇게 뜨거나...물론 전 동영상 찍은 후 무지성 캡처 갈겨서 무보정으로 올리기 때문에 예쁘게 살리지 못했습니다;


죄다 흔들리고 안 맞는데 주관적인 제 취향이라...
-오늘 루방지 눈에 반짝반짝 별 박음
- 화사해요 화사해
-그 와중에 본체 특유의 밑 내려까는 서늘한 표정에 치임

(대충 이런 표정)

공연 얘기를 좀 해 보자면...

사방지는 큰 수정은 없었는데 과천 버전이랑 미세하게 대사가 바뀌었으며 몸짓 동선도 조금씩 바뀌었습니다 사방지의 남자 버전(자신을 사랑해 주는)과 여자 버전(모두에게 사랑받는) 그리고 사방지가 둥글게둥글게 손을 잡고 아하하 웃으며 빙글빙글 돌 때 찡하더군요

아 그리고 과천보다 무대와 객석 사이 가 매우 간격이 넓고 무대에서 내려오는 계단이 없습니다 홍백가가 무대에서 훌쩍 내려와서 대사치길래 어케 들어가려나 했는데 한 걸음에 그 높은 무대를 훌쩍 타고 넘음 멋져요 ㅠㅠ

아 근데 홍백가 역의 박애리님 뮤지컬 시카고의 여자교도소장 마마 모튼 맡으면 겁나 잘하실 거 같지 않나요? 허스키하게 마마 단독 넘버 부르며 깃털춤 추는 거 상상되어버림....

음 저도 사방지 무대 크기가 지금보다 2/3 정도로 줄었으면 더 좋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만 지역문화상생사업이라 과천과 춘천에서 대극장에 오를 수 밖에 없는 사정은 감안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리고 며칠 전에 탄복한 명 트윗처럼 국악인은 각각이 4시간짜리 1인극을 소화 가능하고 여기 나온 네 분이 제각각 다른 매력으로 탑을 찍는 분들이라 흡입력으로 먹고 들어가는 부분이 많아요

사방지는 오두미교의 열세번째 제자인데 이 교는 노골적으로 기독교 교리를 여기저기 차용하고 있습니다. 기독교에서 12는 천계의 완전 숫자고 13은 가롯 유다 등을 상징하는 불길하고 괴이쩍으며 악마의 숫자입니다. 고로 처음부터 사방지는 방주에 올라가지 못할 운명이었음
(그래도 돈도 바치고 몸도 바치고 마음도 바쳤는데 곰교주는 너무해따)

사방지가 화쟁선비의 잘린 머리를 들고 걸어다니다가 묻어주는 장면에서 마르그리트 드 발루아가 떠올랐습니다. '여왕 마고'에서도 나오는데, 애인 라몰이 정쟁에 휩쓸려 죽자 위험을 무릅쓰고 잘린 머리를 청해서 손수 묻어줍니다. 소설 '적과 흑'에서도 이 장면은 변주됩니다. 피와 미인...좋지요.

사방지의 아름답고 슬프며 박복한 인생을 반추하며 감상에 젖어 있다가 파모 쓰고 말끔하게 메컵 지운 채로 에헤헤 잘 보셔써여 하는 아름다운 청년 김수인 동영상을 보면서 마음이 평안해졌습니다
무대에선 음기충천하면서 오프에선 어쩜 저렇게 몸건강 마음건강이냐...대단타


2. 11월 22일 두번째 공연

이날 커튼콜 컨셉은 프리마 돈나. 이날은 우블. 죄다 하얗게 날아가고 초점 안 맞고 해서 쫌 속상했는데 사방지 특유의 슬프고 처절하도록 화사한 느낌이 잘 살아서 좋았습니다.

 

공연 얘기를 쫌 하자면...

세상 오래 살고 볼 일이야 내 평생에 유태평양과 김수인의 트월킹을 볼 줄이야 ㅋㅋㅋ

사방지 1막에서 그 어엄청난 가사의 노래 있잖아요 그거 부르면서 용ㄷ...암튼 그 가사에서 수인이와 태평양씨가 라이트한 트월킹을 했구요 그 다음 여자랑 놀아나(...)는 가사에선 박애리씨와 수인이가 쫌 끈적한 동선이 있었습니다
저 진짜 신기한 구경했음 ㅋㅋ 오래 살아야지

사방지는 소재와 전개가 파격적이고 호불호 갈리며 불편할 수는 있지만 설명은 의외로 바로바로 해 주고 친절한 편입니다 홍백가의 '나같아서 그렇고 너같아서 그런다'라거나 사방지의 남자 버전과 여자 버전, 두꺼비 비유 등이 그러하지요. 하긴 설명까지 난해했으면 해체주의 창극될뻔.

방주 탈 때 퍼시픽 교주님이 계속 사짜 말투 쓰다가 사방지한테 너 방주 못 탐 하고 정색할 때 진짜 웃겼어요. 
왜 욕쟁이 할머니가 컨셉으로 구수한 쌍욕하다가 외상 달라고 하면 싹 안면몰수하고 표준말로 '죄송한데 저희 가게는 일시불만 받아요'할 때 기분이랄까요.

사방지는 연신 시련을 겪으면서 독한년, 나쁜년이 되어야겠다고 결심하지만 홍백가의 장기말로 이용당할 뿐입니다. 홍백가는 포식자인 전갈, 사방지는 피식자인 두꺼비죠. 둘 다 시작은 밑바닥인데 차이가 나는 이유는 둘의 천성에 차이가 나서도 있지만 상황과 시대 인식 차이 때문도 있습니다.

홍백가가 사방지에게 독한 년이 되어라고 했을 때 그(그녀)가 한 일은 자신을 질시하는 하녀들의 기를 눌러주기 위해 가장 약자인 언청이 하녀를 공격한 겁니다. 정작 자신이 홍백가의 큰 그림에서 어떻게 이용당하고 있는지는 전혀 모르죠. 왜 굳이 '간성이지만 남자에 가까운' 그를 수절과부 독수공방에 밀어넣었을까?

그러니까 사방지는 인터섹슈얼(어지자지;)로서 성적인 독특함과 매혹(어...이런쪽 수요도 꽤 있습니다; 광대패에서 그런 쪽으로 꽤 이용당했을 것;)적인 외모가 있는데 그걸 뒷받침하는 시대 인식과 공격력은 평범한 대중에 가깝습니다. 예쁜데 무른 여자가 어떤 박복한 팔자가 되는지는 뭐...말하지 않겠습니다;ㅁ;

2-1. 11월 22일 퇴근길 후기

제가 생전 첨으로 누군가의 퇴근길이라는 걸 해치지 아나요 거리두고 해 봤는데요 까먹을까봐 그냥 잡담식으로 쓰레 이어갈게요 아 우리 애는 왜 이렇게 얼굴이 쪼끄매서 거리 두고 보면 잘 보이지도 않고 날은 어둡고...아참 그 전에 태평양님도 봤음 관객들이 옴마옴치 사바하라고 하니까 맑고 힘있는 옴마옴치 무반주로 해주심

공연 끝난지 얼마 안 돼서 옷 싹 갈아입고(어제 영상에서 본 거랑 같았던 듯?) 화장 말끔히 지우고 생글생글 웃으면서 나오시...(아 처음 뵈었더니 내외를 하게 되...)던데요 멀리서 보기에도 피부가 반들거려서 클렌징 뭐 쓰냐고 물어볼걸 머리가 하얘져서 까먹...

대사 잘 안 나와서 속상했다고 하는데 음 세 번인가(정확할 겁니다, 전 좀 집요한 면이 있어서) 타이밍을 살짝 놓친 적이 있긴 했죠. 근데 워낙에 사방지 대사량이 으마으마해서...

갓 들고 가던데 내일 대전 공연에서 쓸 갓이라고 하더라구요 가을에(아참 가을 아니지 하고 혼자서 중얼중얼하는데 귀엽;) 너무 추워보이지 않게 내일 공연 옷 골랐다고 합니다 내일의 꽃;은 어사 출두..'크레즐 출두야'라고 센스터지게 덧붙여주심

사방지 두 의상 중에서 뭐가 마음에 더 드냐고 물어보니께 '해녀 의상요'하고 허를 찌름 아 맞다 루방지 옷 세 벌이었다...농담이고 후반의 자주색 벨벳 옷이 더 좋았대요. 초반에는 막 얻어터지고 했는데 후반에는 자기대로 좀 산 거 같다고(그냥 전 자주색이 더 이뻐서 좋음)

해녀 장면을 정말 좋아한대요 그 때가 사방지가 유일하게 밝게 산 때라 일부러 더 밝게 (연기)한 점도 있다고. 그리고 옴마옴치도 너무 좋아한다고 ㅋㅋㅋ 태평양형이 너무 잘한다며 갑자기 퍼시픽유 남팬모드 되심 ㅋㅋㅋ

그리고 팬들이 내일 보자고 하니께 눈이 휘둥그레지는 것도 귀엽; 아 그리고 서울 돌아가는 사람들 여기서 바로 가는 사람들 분분하니까 다 들어주고 챙기고 하는 것도 좋아 보였습니다(니가 뭔들..) 에헤헤 감솹합니당 심지어 순박해 보이기까지하는 본체를 보니 사방지를 성불시킬 수 있을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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