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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시작은 7월 14일로 거슬러올라갑니다. 아니 알고 보면 나름 즐겁게 보냈다고 생각했던 지난 몇 달 동안도 병은 커져가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어쨌든 불면증, 무기력증, 장기 종양 기타등등 제 잠재적 위험요소 발병은 7월 중순쯤입니다.

입이 보살이라고 구 직장 퇴사 후 상태를 설명 할때 종종 '사고 침수 차량'이라는 표현을 쓰곤 했는데요, 겉보기에는 멀쩡해 보이나 언제 퍼질지 모르는 상태를 제법 잘 비유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입방정 중 상 입방정이었습니다. 4년전, 그리고 가장 심각한 상태였던 2년 전에도 그랬다시피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습니다. 아마 일과 상당히 관련이 있을 걸로 추정은 됩니다. 알바 자리의 종특-시즌에는 주중 주말 없이 주야장천 일한다-라는 게 이제는 저랑 맞지 않았었을 수도 있었겠구요, 상사 분이 여러 모로 저와 합이 최악이었던 ** 출신의 어떠한 피지컬의 분이었는데 그런 그루핑 자체가 자라 보고 놀란 제게 솥뚜껑쯤만 봐도 식겁하게 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반기 검토 시즌 도중에 퍼져서 무급 휴가 중인데요, 경과 봐서 일을 그만두는 쪽도 고려 중입니다.

일상은 단조롭습니다. 입원할 만큼은 아니라 1주일에 한두번 통원치료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2년 전에 마지막 다녔던 병원에서 챙겨온 소견서와 처방전을 들고 고향에서 예전에 다녔던 병원에 갔더니(이쪽 병력으로는 여섯번인가 옮겼을 겁니다. 딱히 옮기는 걸 좋아하진 않는데 당시 직장과 거주지 변동 때문에 참 많이 옮겼네요;) 의사 선생님께서는 아직도 절 기억하고 계셨고 상담 이력도 남아서 1주 간격대로 조정해보면서 총 3주간 복약을 해 봤는데, 안타깝게도 수면은 더 악화되더라구요. 그러면서 체력은 급속히 갉아먹고 멘탈도 안 좋아지고 악순환이 되길래 열흘 전에 병원을 바꿔봤습니다. 이번 처방은 잠은 그럭저럭 재워주는데 기상 후에도 시체처럼 늘어지게 하는 부작용이 있습니다. 닷새 쯤 지나니까 천천히 오전 중 무기력 문제는 나아지고 있어서 조금 더 힘을 내 볼 생각입니다.

몸도 무리하게 쓰면 위험한지라 가벼운 산책을 끊어서 하면서 해바라기하고, 필라테스를 요령껏 저강도로 하고 있습니다. 몸을 지나치게 윽박질러서 질책할 문제도 아니지만, 몸 하자는 대로 늘어지면 더 하강나선을 타고 내려갈 문제니 잘한다 잘한다 달래 가면서 살고 있어요.

작년에 썼던 얘긴가요, 이렇게 글을 쓸 수 있을 때까지 한 달 걸렸습니다. 그나마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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