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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하는 말: 제가 한국 남성 직장인에게 할 말이 없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어차피 안 들을 거잖아여 ㅋㅋㅋㅋ '아니 근데'를 순도 100%로 전제하는 자들에게 할 말 따위 없습니다 ㅋㅋㅋ 

언제나처럼 길게 쓸 거니까 요약 먼저 쓰겠습니다

- 한국 대부분의 직장에서는 여성의 능력을 의심스러워하는 게 디폴트임

- 그렇다고 언제나 본인의 존재 의미를 증명하려고 안달복달했다가는 번아웃 지름길임

- 대상과 시기, 업무의 경중을 파악하고 한 방을 터뜨리고 잘 어필하는 게 훨씬 경제적임 

 

뭐 공시랑공시랑 하고 싶은 말이 많은 거 보니께 내년에 40대 후반으로 넘어가면서 정말 꼰대로 숙성되어 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실은...

https://www.bbc.com/korean/international-63674561?at_medium=RSS&at_campaign=KARANGA 

 

우크라이나의 여군들, '제 가치를 끊임없이 증명해야 돼요' - BBC News 코리아

지난 5년 동안 우크라이나군 내 여성의 수는 두 배 정도 증가했다. 하지만 여전히 남성의 세계에 뿌리내리기 위해 싸우고 있다.

www.bbc.com

열흘 전에 BBC에서 이 기사를 읽고 빡쳤습니다. 아, 저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서 우크라이나를 지지합니다. 하지만 자국 남성의 출국을 제한할 만큼 전투 병력이 급한 상황에서도 자원하는 여성 병사가 끊임없이 자기 가치를 증명해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린다는 건 참 기시감이 드는 상황이었습니다. '그거 다 자기가 느끼는 피해 의식 아니냐'라는 관점에 대해서는 이렇게 '피해를 입었으니까 피해 의식이 생기지 개생키야 너같으면 매일 죽네사네 하는 급박한 지경에서 한가하게 없는 피해의식을 키울 거 같냐'라고 답변해 드리겠습니다.

https://twitter.com/guinnesisbest/status/1595223741239152641

실은 이 트윗에 나온 것처럼 제가 하는 얘기도 '좌절된 욕망의 자기 투영'이 맞습니다. 쉽게 말하자면 '난 이랬다가 조땠는데 넌 그러지 말렴'이라는 소립니다. 특히 이런 경향에 위험한 여성 유형은 '자기 검열이 강한 완벽주의 성향' 입니다. 사실 '자기 검열'과 '완벽주의'는 붙어다닙니다. 그리고 과거에 타인으로부터 많은 의심과 검열을 받은 적이 많을 겁니다.

 

저의 마르지 않는 에피소드 샘, 전전직장(전직장도 실은 쫌 있긴 한데 거긴 시효가 아직 안 지나서 ㅋ) 얘기를 꺼내보겠읍니다. 20년전, 첫 직장 첫 팀에 발령받아 갔을 때 팀장님이 그리팅;으로 '나 인사부에 여자 주지 말랬는데 여자가 왔다야'라고 했다는 건 지난 번에도 써먹었을 테니 아실 테고, 그 다음에 바로 물어본 게 있었습니다. 이연법인세.

 

음, 이연법인세를 설명하는 건 이 글에서는 1도 쓸모없구요, 회계에 대해서 중급 이상의 이해를 가지고 있어야(그리고 중급회계 2까지 졸지 않고 수강했다는 얘기기도 합니다) 물어보자 바로 얘기할 수 있겠죠. 근데요...전 그 회사에 회계사로 들어갔어요. 존내 어려운 이연법인세 조정을 실제로 제대로 풀어야 붙는 시험요. 그걸 상고 출신의 분이 '기죽이기' 질문으로 물어보신 겁니다. 

 

하지만 저는 이미 '퍼소우나 논 그라타'(그니까 '넌 비호감임') 선언을 받고 이미 정신이 혼미해진 다음이라 그걸 또 성실하게 답을 했구요(하긴 뭐 그 상황에서 신입사원이 들이받아도 쫌 그래요) 원하시는 대로 매일매일을 열심히 살았습니다. 

 

문제는요, 제 16년간의 전전직장 생활동안 그런 일이 잊을 만하면 벌어졌다는 겁니다. 제 존재가치를 의심해서 끊임없이 제 가치를 증명해야 하는 상황요. 쫌 방심할 만하면 아주 ㅈ같은 상황에서 훅이 들어왔어요. 그걸 또 다 받아주고 꼬박꼬박 존재증명을 하다가...네, 그러다가 번아웃이 왔습니다.

 

여러분의 시간과 열정은 소중합니다. 그 한정된 자원을 모든 상황에서 모든 일에, 모든 대상에 쓸 필요는 없습니다. 여기서 '대상'을 거르는 게 1차적으로 중요한데 왜냐하면 사람은 잘 안 바뀌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이 여성이라는 이유로 편견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뭘 어쩌든 옆에서 술 따르는 남자한테 고과 줍니다.(아까 얘기한 그 팀장도 제 성과 한참 안 되고 늦게 들어온 남자 직원 밀어줬음 ㅋㅋ) 그리고 사람에게 기대를 버리고 마음 속에서 버리면 예상치 않은 상황에서 훅 들어와도 타격감이 줄어듭니다. 또 하나, 세상이 느리긴 하지만 꾸준히 바뀌고 있는데 그런 편견을 계속 '티 내는'(저는 여기서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고 안 그랬습니다. 개명한 꼰대라면 자기 내면의 편견을 숨길 줄 압니다) 사람이라면 어차피 일정 이상 크게 가기 글렀습니다. 크게 가는 새끼도 있다고요? 글쎄요, 위로 갈 수록 '개명한 꼰대'가 '대놓고 빻은 꼰대'보다 많습니다.

 

자, 이제 대상을 걸렀습니다. 그리고 일과 상황을 봅시다. 어느 게 중요한지 잘 모르겠다고요? 처음엔 잘 안 보이는 게 정상입니다. 그 안목은 아무도 여러분에게 일정 이상의 기대를 안 하는 신입 때 기르면 됩니다. 그 때도 매일매일이 전쟁이라구요? 어차피 여러분은 균질하지 않은 잣대 속에서 살아남고 뽑혔습니다. 이미 거기서 존재 의미는 일정 이상이 증명되었습니다. 인사 잘 하고 출퇴근 잘 하고 잘 살아남으면 됩니다. 그리고 축적한 안목으로 '중요할 때' '집중해서' 성과를 보여주면 됩니다. 그리고 그 성과를 잘 포장해야겠죠. 그 성과에 대해서 '아무것도 아니에요'가 아니라 한국식 겸손함의 미덕을 보이면서도 잘 포장하는 기술도 성공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키워야 합니다.

 

저는 아마 20년 전의 저를 만나면 이 얘기를 해 주고 싶은데요, 아마도 그 때 다시 돌아가도 그럴 거지 시포요 ㅋㅋㅋ 20년 전 **회사 **부의 빻음은 지금에서는 무슨 전설 급이니까요. 하지만 이 짤은 전해 주고 싶어요. 

 

 

그렇습니다 우리 존재 화이팅. 나 빼고 다 ㅈ밥이에요.

 

-끗-

 

트위터에서 즐기는 달리

“나는 20대에게 별로 할 말이 없다. 그냥 살아만 있으라는 정도. 그리고 인생은 어떻게든 후회니 당장의 성과에 대한 강박을 버리란 정도? 돌아보면 그 시절 내게 언니 오빠들이 했던 조언도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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