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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역에서의 닭껍질튀김 먹부림을 할 당시에도 사장님께 "여기서 맥주 한 캔만 사와서 바로 먹고 갈 수 있을까요?"하고 되나 안 되나 간을 보았지만 얄짤없이 "그러믄 안 되지~"를 답을 듣고(저도 안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혹시나 되나 안 되나 찔러본 거라서 전혀 상심하지 않았습니다. 제 종특이 '되나 안 되나 경계선이 애매모호하고 자의적 판단이 가능한 건 찔러본다'라는 거라서) 산본역으로 이동해서 뭔가 20대 초반 타겟 감성 주점에서 '우리 길은 이게 아니다'라고 판단, 바로 나와서 흔한 비어킹에서 맥주 한잔 반씩 마셨습니다. 그 와중에 소문만 듣던 백종원의 롤링파스타 산본점에서도 들어가자마자 맥주 있냐고 묻는 진상을 또 부렸는데요(되면 파스타나 도리아 안주로 해서 먹으려고 했음), 와인만 있다고 해서 바로 나갔습니다. 그날은 와인 마시면 영 뒤끝이 안 좋을 것 같더라구요. 그나저나 롤링파스타...가보고 싶다...

저는 두 달간 일하느라 술을 거의 먹지 못했습니다...정말 술이 마시고 싶었어요.

그리고 나서 나머지 일행과 조우, 저녁 여섯시경 미리 점찍어놓은 이곳으로 옮겼습니다. 산본역에서 거의 붙어있는 곳이에요. 구공탄곱창 군포산본점인데 서울 경기에 지점이 꽤 있는 곳인듯 합니다.

가자마자 시킨 베스트 메뉴 곱창반+막창반 그리고 치즈 추가. 곱창은 양념이 디폴트인데 저같은 맵찔이도 잘 먹을만큼 거의 맵지 않았습니다. 냄새도 안 나고 소주 술안주로 무척 좋았습니다. 그리고 치즈는 시킬때는 반신반의했는데 무척 잘 어울리더만요. 나중에 볶음밥 먹을 때도 좋았고.(저 나고 자랄적 갱상도는 마지막에 죽이나 볶음밥으로 후식먹는 문화가 그리 많지 않았어서 처음 상경했을 땐 아니 서울것들은 뭘 먹어도 마지막에 전분걸쭉한 죽으로 말아먹는대 하고 마뜩찮았는데 이제는 뭐 그냥 잘 먹습니다 어허허)

사실 이 글을 쓰게 된 계기는 맛도 맛이지만 중간에 있었던 에피소드때문입니다. 이제 곧 출마자 외에는 아무도 관심없는 총선이잖습니까(어차피 전 4월에 거의 놀 거라서 선거일이 언제인지도 잘 모름) 그래서 후보님이 가게 안으로 썩썩 들어와서 즤 앞으로 바로 오셨습니다. 이시국에 보기 드물게 젊은이들이 빈 테이블 없이 꽉 찬 집이었는데 왜 하필 저희였는지 모르겠습니다. 누가 봐도 선거권이 있어보여서?

여튼 본인의 정체를 밝히시고 한 표를 달라는 간단한 운동을 하시고 약력이 기재된 선거용 명함을 내미셨습니다. 어허허 웃길래 뭐 싫은 소리를 많이 할 수도 없고 근데 전 지역상 찍을 수도 없고 정치관상 찍을 의향도 없어서 빨리 끝내고 싶었어요. 명함을 제게 주시길래 '괜찮습니다'라고 정중히 거절했더니 이 분, 표정이 싹 바뀌면서

"받아두는 게 좋을 텐뒈에에에↗↗?"

하는 거였습니다. 저는 그간 사회생활에서 겪은 온갖 개저의 에센스가 훅 냄새를 끼치는 것을 정면에서 맡는 기분이었습니다. 앞에서 가장 아양을 떨면서 잘 보여야 할 그 때 순간을 못 참아서 떼 자신의 본모습을 내보이며 나는 사실 을이 아닌 것을 알지않느냐라며...아아 입맛이 썼습니다. 빨리 소주로 이 몸을 정결케 해야겠다...

간신히 승질을 참고 그 분이 나가는 꼴을 배웅하며 먹지 않았어도 될 술을 엄청 들이켰습니다.

누가 조국의 미래를 묻거든 고개를 들어 관악을 보게 하라.
존나 어둡다.

덧. 구공탄 곱창집은 가성비 맛집이고 어딜 가나 평타 이상 하는 집이므로 곱창 러버들에게 추천합니다. 사 준 **님 감사.

덧2. 아니!근데! 제가!어디가서! 다짜고짜 반말 들을 연배는 아니잖습니까! 도대체! 여성유권자를! 얼마나! 알로! 보길래!(어려보이고 싶냐 등등을 원천차단하자면, 제 건너편에 앉은 일행이 많이 봐야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초 동안입니다)


덧3. 선거철에 10만장 뿌리는 선거용 명함 받아서 뭐가 좋은데요. 할인쿠폰보다 못한 명함 따우 지구나 아프게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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