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2월 24일 수요일, 당일치기로 밀양에 다녀왔습니다.

밀양역에 도착하자 영화 '밀양'의 메인 포스터가 있습니다. 밀양역 앞에서도 주인공 신애(...였나)가 신앙을 가지고 사람들과 동화되려고 교회 사람들과 함께 노래부르고 전도하는 장면을 찍었다네요. 그런데 전도연이고 송강호고 지금 보니 참...젊네요;;;(저는 밀양 포스터 중에서 전도연이 넘어져서 울 듯한 표정을 짓는데 뒤에 송강호가 이 사람을 일으켜줄까 하며 쭈삣쭈삣 손을 내밀고 같은 눈높이로 쪼그린 걸 제일 좋아합니다.)

밀양역에는 별로 볼 게 없습니다. 택시를 타고 바로 밀양시 외곽에 있는 위양지로 갑니다.

이건 제가 어제부터 카카오톡 지도 첨부가 잘 되니께 신나서 지도첨부를 남발하는 거구요, 실제로 이 지도에 별다른 정보가 있는 건 아닙니다. 태워주신 기사님께서 오히려 정보를 많이 주셨습니다. 이팝나무와 밤나무가 많이 심겨져 있고, 5월달에 이팝나무꽃이 절정일 때면 전국에서 사진기사들이 몰려드는데 밤차를 타고 밀양역사에서 노숙을 하면 택시기사들이 기다렸다가 위양못(=池 못 지)로 실어다 준다고요. 

때를 잘못 잡긴 했어요. 일단 메인인 5월도 아니고 날씨도 꽤 흐립니다. 사실 그렇게 보자면 겨울 국내 여행은 갈 만한 데가 거의 없습니다.

넘어질 듯 넘어질듯 못에 위태롭게 기댄 이팝나무가 꽤 볼만했습니다. 봄이 되면 저기 주렁주렁 꽃이 피려니.

위양못 자체가 신라시대 때 만든 저수지고 역사가 깊어서 긍가 나무들도 꽤 수령이 오래된 편입니다.

그나저나 지금은 못 크기가 신라시대에 비해 좀 줄어든 편이라고. 한국사 거의 모든 소실의 원흉 임진왜란(+일제시대) 때 훼손된 걸 복구시키긴 했는데 원래 크기만 못하다고 그래요.

그리고 늙은 나무를 괴롭히고 있는 진상 관광객 1.

실은 여기가 포토 스팟입니다. 주중이지만 관광객이 아주 없는 것도 아니라서 여기서 꽤 사진도 찍고 그랬어요.

아름다운 숲 대회는 가끔 이런 쪽 구경 갈 때마다 보는데 취지가 참 좋습니다(꼴에 국립삼림연구원 팔로잉하고 숲 사진 구경하는 게 취미인 인간)

이건 밤나무였는데 거의 못으로 넘어가기 직전입니다.

반대쪽으로 넘어와서 보는 정자도 괜찮습니다.

그리고 여기는 한강 밤섬 .. 아니 위양못 안의 대나무숲 섬입니다.

요기서 잘 나가는 세도가 중에 안동 권씨가 유명한 건지 안동 권씨의 사택이 안에 있습니다. 그리도 수많은 안동권씨가 기금을 모아서 우리 조상님 만세하는 비도 세워놨고.

아늑하게 잘 보수된 것으로 보아 종중에서 잘 관리하는 모양.

이렇게 위양못을 한 바퀴 돌고 잘 놀다가 다시 택시를 불러서 밀양 시내로 돌아갔습니다. 아참 위양못에 가신 분들은 입구 초입의 카페 위양 가셔도 한옥 스타일이라 창에서 못 바라보며 커피 한잔 하시는 것도 괜찮을 듯 합니다.

동행이 제가 영남사람이라고 밀양에는 뭐가 특산물이냐고 물어봤는데 제가 길가의 중국집의 블루베리 탕수육 메뉴를 가리키며 '블루베리...'라고 기운없이 말하니 그게 뭐냐고 면박을 받았는데 진짜 특산물에 블루베리가 있었습니다. 그쵸...여기저기 넘쳐나면 블루베리로 탕수육도 만들어보고 그런 벱이죠...

한국 3대 누각 중 하나인 영남루는 밀양 북쪽-구도심쪽에 위치해 있습니다. 거기 그 위에는 단군과 몇대조를 모셔놓은 천진궁도 있고, 그 위엔 밀양관아도 있고, 옆으로는 아랑각과 밀양읍성도 있습니다. 영남루는 촉석루를 레퍼런스로 지었다고 하네요. 저는 이로서 남한에 있는 2대 누각은 다 가 본 셈입니다.(북한은 뭐...언제 가면 가고 아니면 말고)

일단 크기에 압도됩니다.

신발을 벗고 올라가면 밀양강이 잘 보입니다. 밀양부사_뷰.

촉석루와는 달리, 여기는 누각에 신발을 벗고 슬리퍼만 제때 신으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습니다. 마침 안에 먹을거리 싸오신 밀양 시민분들이 작은 파티 중이셨어요. 눕거나 주정만 부리지 말라고 주의문이 있습니다.

여기엔 현판이 무지하게 많습니다. 그 중에는 XX대 영남부사 모씨의 아들 모모씨가 일곱살 때 쓴 현판이 있는데요, 굳이 일곱살에 썼다고 표시도 해놓고 꽤 좋은 자리에 붙여 놨습니다. 어른과 거의 구분이 가지 않을 정도로 잘 쓴 글씨긴 했는데요... 역시 자식 자랑 주접은 신분과 시대를 가리지 않는 모양입니다.

 바닥이 꽤 삐걱거려서 살살 다닐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렇게 영남루 구경은 끗.

단군을 모신 천진각으로 가 봅니다.

그리고 조금만 걸어가면 밀양 관아.

매화가 송이송이 핀 걸 보니 봄이 가까운 모양입니다. 빨리 봄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겨울에 몸이 안 좋아져서 이거 원...

관아 안인데 지붕이 꽤 특이해서 한번.

밀양루의 진가는 밀양강을 건너서 밤에 야경으로 볼 때 제일 잘 드러납니다. 조명도 쏴 주고 그런다네요. 날씨도 그리 좋지 않고 아직 낮이었지만 밤엔 없던 풍류가 생겨나겠구나 싶었습니다. 

이제 시내에서 볼 건 다 봤네_뭐하지.

일정이 과하게 짧긴 하지만 그건 밀양의 볼 만한 표충사나 얼음골, 터널 등이 밀양시가 아니라 밀양군의 동서남북에 퍼져 있고, 차로 다녀야 할 정도이기 때문입니다. 밀양시 자체도 인구에 비해 꽤 넓게 퍼져있는 편이라 다니기 좀 상그럽고.

영화 밀양에 보면 '밀양이 어떤 곳이에요?'라는 전도연의 물음이 있습니다. 거기 송강호의 대답을 조금 버무려서 대답하자면,

-햇볕 잘 들어오고 땅은 평지고

-사람들은 돼지국밥하고 밀면 먹고 부산말씨 쓰고

-시내에는 신호등이 없어서 차들도 행인들도 요령껏 피해다니고

-관광하려면 차로 다녀야 하는 곳

이라고 말해드리겠습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