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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격, 한국의 멋> 공연이 있었습니다. 작년에는 10월 초에 청와대 야외공연이었고 크레즐, 민은경님과 협연했던 기억이 아직도 새록새록하네요

해오름 외부는 야외 행사 준비 중입니다.

저는 '대한민국은 공연중' 패키지로 국립심포니와 국립발레' 공연도 예매했었는데 지방이라 지인에게 나눔했습니다 ㅠ 좋은 공연이었다고 하더군요

(김수인 솔로곡 화조도 키워드는 '사랑하지 않는 이에게 사랑을 구하지 말지어라')

셋리스트는 이렇습니다. 이소연님과 수인이는 1부.

1부 첫 협연인 <춘무>는 요즘 스테이지파이터로 내적 친밀감이 매우 깊어진 국립무용단의 박준명, 박수윤 무용수가 협연했습니다. 두 분 다 곡 분위기에 몸을 무척 잘 쓰시고 관현악단과 잘 어울리는 게 인상적이었어요.

1부 두 번째 순서로 이소연님이 고운 한복에 너무 예쁜 머리 뒤꽂이 차림으로 나와서 뮤지컬 서편제의 '살다보면'을 불렀는데 국악끼가 거의 없이 뮤지컬 넘버를 담백하고 깔끔하게 부르셨어요.

생각해 보니 소연님이 국악풍 아닌 걸 부르는 건 아마도 아프레걸 이후 두번째였는데 노래 잘하는 사람은 뭔 장르를 해도 잘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 한번 깨달았어요.

세번째 순서로 수인이가 22년 광대전 흥보 박타는 대목(아래 영상)에서도 입었던 톤다운 자색 두루마기+황색 바지(의상 매치 감각이 너무 좋음) 살짝 비치게 입고 등장.

https://youtu.be/FKi4QBEZaZU?si=wuf4T5BeZVYCGORJ

머리는 반깐반덮이네요...근데 오늘 왜이렇게 잘생겼셨지?*_* 본업인 소리 오늘따라 너무 잘 하심+생글생글 눈 접고 웃음이 이쁨+실제로 잘생기기도 함의 상승효과 아닐까 싶네요 ㅎㅎ

유노이아 부산에 처음으로 화조도 커버를 선보인 이후 화조도를 여러번 했는데요, 처음의 충격과 섬세한 떨림, 감정 소화는 첫 무대가 최고였고 객관적인 목소리 컨디션은 오늘이 최고였습니다

아니 처음부터 키를 높게 잡고 시작하는데 클라이막스까지 거침없이 뚫어버려요;

2절 '너를 사랑하지 않는 이에게 사랑을 구하지 말지어다' 파트가 클라이막스인데 기존에 절절하게 애끓는 정서로 풀어낸 것도 좋았고 이번에 시원하게 뚫어버리는 것도 좋았어요

국립국악관현악단 협연 한 번으로 보내기엔 너무 아쉬운데 화조도 협연 버전 녹음을 하든 꼭 남겼으면 좋겠어요 ㅠ 원작자 심규선님이 보셨으면 해요.

솔로 무대 후 잠시 들어갔다가 소연님과 수인이가 같이 나왔어요

소연님의 본인 소개 후에 조신히 받아 소개를 마무리하고 날씨에 민감한 '날씨의 아이' 답게ㅋ "요즘 날씨가 많이 추워졌는데요, 날씨가 추워졌지만 '대한민국은 공연 중'입니다.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격에 걸맞게 아름다운 노래 들려드리겠습니다"하는데 아주 언변이 청산유수임

솔로 곡 소개 후 소연님이 흥보-흥보 아내로 박타는 대목을 부르겠다며 추임새 부탁으로 문을 여심

이 공연은 협연이라 광대전 때보다 기승전결 구조를 더 확실하고 극적으로 만들었더라구요.

중간에 수인이가 눈을 반달처럼 접고 생글생글 웃으면서 흥보마누라의 귀여운 연하남 모먼트가 수시로 나오길래 재밌었구요,

특히 '잘난 사람은 더 잘난'에서 소연님이 수인이를 콕 찝자 '임자 참'하는 표정으로 수인이가 눈 또 접고 웃는데 귀여워어어...ㅠㅠ

오늘 흥보 박타는 대목은

국관협 연주를 가리지 않을 만큼 동작이 크지는 않았지만 섬세하고 확실한 두 사람의 합이 착착 맞는 발림(버선코 들어올림, 부채 촥같은 동작도 딱딱 맞음), 같이 연습을 많이 했음이 확 드러나는 소리 합이 무척 마음에 들었습니다

호응도 좋고 두 소리꾼도 만족했어요

역시 거너릴과 에드먼드

세종과 소헌왕후

흥보와 흥보마누라

착착 맞는 커플

2부에선 올해 초연이고 전 처음 들었던 '무늬'도 좋았고 2부의 백미였던 김덕수 사물놀이패(...3n년째 보고 있는데 협연이 아주 멋졌고 엄청난 환호를 받았습니다.

105분이라고 예고했지만 인터미션 포함 거의 두 시간으로 끝났구요, 만족스러운 공연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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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를 보게 된 알파와 오메가였던 김수인(극중 이택균)의 뭇 여성을 후리는 사진 ㅋㅋㅋ

장르 공연
국가 한국
등급 전체관람가
러닝타임 107분
출연       이소연, 김지숙, 김미진, 김수인, 조유아, 이연주, 민은경, 유태평양, 조영규

#명색이아프레걸 을 보았습니다 한국전쟁 후가 배경이구요, 한국 최초의 여성감독 박남옥이 '미망인' 영화를 찍는 과정에 대한 창극입니다. 극중극인 미망인에 대한 내용, 박남옥의 인생사까지 총 세 가지 이야기가 교차하고 최승희, 손기정, 윤심덕 에피까지 등장해서 꽤 복잡합니다

박남옥 역의 이소연 배우는 꽤 힘들었을 것 같아요. 세 개의 이야기 구조에서 끊임없이 이야기를 끌고 나가야되거든요. 이소연 배우가 안 나오는 장면은 없다고 보면 됩니다.

사전에 리뷰를 좀 보았는데 예상대로 호불호가 좀 갈리더군요. 주인공 박남옥의 영화 미망인도 수절 도덕을 깨고 아이를 버릴 생각도 하며 마지막 살인까지 저지르지만 끝내 반성도 징벌도 없는 엔딩으로 당시 정서와는 꽤 엇맞았지요(아, 영화의 마지막 10여분은 소실되었기 때문에 창극 작가가 창작한 엔딩이라고 합니다. 아마도 이 엔딩보다는 순한 맛이긴 하지만 가부장제를 저버린 것에 대해 반성이 없어서 당시에 외면받은 건 비슷할 거 같습니다)

박남옥도 어릴 때, 영화 스탭 시절부터 여성이라는 선입견과 제한으로 고군분투하고 영화에 빠져 가정과 아이를 돌보지 못했다고 극중 말미에 남편에게 버림받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씩씩하고 전투적으로 마무리합니다

그리고 입단 1년차의 김수인배우는 극중 영화의 주연 배우 이택균으로 나옵니다. 반반한 얼굴에 여성들 후려가며 사는 백수날건달 옴므파탈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영화 배우 본체 자체도 성격이 비슷한 거 같아요 ㅋㅋㅋ

왜 부유한 유부녀나 과부한테 원조받아가며 살면서도 자존심은 세우는 키링남 있잖아요, 김수인의 이택균은 딱 그런역입니다. 배우로서도 여성 중심 영화의 액세서리 역할에 좀 불만 있고 투덜투덜. 아쉬운 게 있다면 이택균 피살씬이 직접 나왔으면 좋았을걸(거 취향 참...)

여기서 김수인은 2대8의 머리가 좀 불만이긴 한데 풋풋하고 귀여운 면이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보다 덜 마른 시절이라 어우 피지컬이...

다시 창극 얘기로 황급히 돌아가자면, 국립창극단-국립국악관현악단-국립무용단 무대라 연주와 특히 무용이 대단합니다. 프로 무용수들의 몸짓, 특히 박남옥 분신 역의 무용은 일정 경지를 넘었더군요. 장르는 다르지만 한영애 라이브 느낌이 났습니다.

국립무용단 무대도 꼭 봐야겠다-로 결론이 났습니다.

덧. 아, 여기서 아프레걸은 일제시대로 치면 신여성같은 느낌입니다. 같은 단어를 극 중에서 여성은 아프레걸을 긍정적이고 자립적인 느낌으로, 남성은 한없이 부정적인 의미로 지칭하는 게 역시나 싶았어요 ㅋㅋ

덧2. 여기서 박남옥과 아프레걸에 대해 부정적으로 보는 남성만 있는 건 아닙니다. 촬영기사는 그녀의 능력을 믿어주고 유일하게 존경을 담아 '감독님'이라고 부르는 남성이지요. 하지만 그는 재일 출신이라 역시나 마이너라는 게 뭔가 시사하는 바가 있는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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