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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7일(토) 오후 5시~7시(2막 사이 인터미션 15분 포함) 
을숙도문화회관 대공연장
예술감독 이칠성
지휘 윤상운
연출 김성경
음악코치 김보혜, 최승희
피가로 바리톤 이승민
로지나 소프라노 왕기헌
알마비바 백작 테너 장지현

비 걱정을 할 게 아니라 더위 걱정을 할 날씨입니다

세비야의 이발사 입장 
오케스트라 조율 중
진리의 중중블
...실은 앞앞열까지는 예매 불가였지만 암튼...;;
로컬오페라사랑단;으로 여러 번 와봤는데(또 mb적 모먼트) 양호한 곳입니다

240727 세비야의 이발사 요약
- 한여름밤에 딱 맞는 명랑한 희극 오페라
- 집단적 독백 변주 반복 존웃
- 누군가가 느껴지는 재기발랄 자막
- 케미요정 피가로
- 지금의 자신에게 딱 맞는 작품, 배역을 맡아 한없이 행복하게 열연한 이승민
(이번 프로필: 계속 추가되는 그의 커리어)

세비야의 이발사는 나눔 오페라단이 작년에 했던 '피가로의 결혼'의 프리퀄쯤 되는 작품입니다. 알마비바 백작이 여색에 미친 자가 아니라 사랑에 빠진 청년이었을 때(그때도 싹수는 좀 보였;) 로지나가 남편의 외도에 지친 귀족 부인이 아니라 발랄한 아가씨였을 때, 피가로가 백작의 하인이 아니라 자유인, 온 마을의 재주꾼 해결사였던 시절...그러니까 모든 등장 인물들이 청춘이고 가능성이 많았던 시절이죠. 그래서 피가로의 결혼(사실 이 오페라도 어이구; 개막장; 싶으면서도 밝고 재밌음)보다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볼 수 있습니다.

세비야의 이발사 원래 버전은 인터미션 포함 3시간에 가까운 길이인데요, 이번 나눔 오페라단 버전에서는 인터미션 15분 포함 두 시간으로 편집했습니다. 대중에게 한결 가까이 가자는 취지로 보나, 비슷한 컨셉의 지역 오페라 사례를 보나 공감가는 분량입니다. 2막 내용을 한결 축약해서 집중해야 바로 파악할 수 있어요. (근데 오페라 내용상 워낙 약간 뭐랄까...얼레벌레 막 헛소동 식으로 굴러가는데 마지막은 해피엔딩이고 당사자는 거의 다 만족하니까 굳이 중간의 트릭을 다 파악하지 않아도 됩니다)

아참, 꼴에(...) 몇 번 봤다고 나눔 오페라단 주역들이 이제 막 반가움
특히 로지나 역 왕기헌 소프라노님의 화려한 기교가 녹아든 '방금 들린 그대 음성' 아리아는 크으 이맛에 이태리 오페라 듣지 하는 뽕에 차오르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작년 '지상 최대의 오페라 갈라'에서 들었던 바질리오의 '비방은 산들바람을 타고' 아리아가 베이스 러버;인 제 심금을 울렸었는데 이번에도 좋았음

내용은 워낙 유명하니까 뭐...그래도 요약하자면 알마비바 백작과 로지나 아가씨가 이발사 피가로의 조력을 받아 로지나 후견인 바르톨로의 방해를 물리치고 결혼에 성공하는 희극입니다(가만 이거 시뇨르 부르스키노하고 비슷하쟈나; 하긴 뭐 요약하면 다 비슷하긴 하지만). 로지나의 재산을 노리고 그녀와 결혼하려는 후견인 바르톨로가 집에 가둬놔서 로지나는 규중에 있고, 백작은 쉽사리 접근할 수 없는데 이를 이어주는 게 피가로예요. '나는 이 거리의 만능 재주꾼' 아리아에서 나오다시피 17세기 이발사는 이발 뿐 아니라 온갖 심부름에 해결사 노릇을 다 했거든요.

아, 어제도 잠깐 얘기한 건데 1막 초입에 첫 등장하면서 나오는 '나는 이 거리의 만능 재주꾼' 아리아에서 피가로 이승민은 1층 객석 맨 뒷쪽 문을 열고 들어오면서 오른쪽 통로로 컨페티(비슷한;)를 날리며 세로 가로 통로 동선 다 엄청 넓게 쓰며 무대 밖에서 거의 다 부르며 들어옵니다 래퍼 동선임. 승민이의 장기인 리듬감과 속사포같이 빠른 가사 소화 능력이 잘 드러났던 아리아였구요, 피가로 등장부터 백작과 로지나의 연애는 본격적으로 풀려감

여기서 재밌는 건 같은 무대에서 같은 곡을 부르면서 각자 딴 꿍꿍이를 풀어놓는 '집단적 독백'이 반복 변주되는 겁니다.

(바르톨로 집 잠입 계략 짤 때)
알마비바: 오 로지나와 내 사랑을 이룰 수 있다면
피가로: 이번 일은 돈이 짭짤하겠어
(돈미새 자유인이었던 피가로 ㅠㅠ)
이 얘기를 같은 리듬과 선율로 맞춰가면서 가는 거라 가수는 겁나 힘들고 결과물은 즐겁죠 이게 로지나와 피가로의 2중창에서도 반복 변주됩니다.

이 오페라에서 볼만한 포인트 중의 하나는 피가로는 누구와 붙여놔도 케미가 좋다는 건데, 특히 방자-춘향 포지션인 로지나와 '이상하다? 왜 얘들 사이에 남녀 케미가 더 좋지?'하는 겁니다
앙큼상큼발랄한 귀족 아가씨와 규방을 자유롭게 드나드는 자유인 평민 남자가 만들어내는 케미가 있어요.
로지나는 백작과 사랑을 꿈꾸고, 피가로는 로지나에게 연애 트릭을 가르쳐주려다 순진해 보이던 그녀가 한 수 더 위라는 걸 알고 감탄하며 부르는 2중창은 그래서 더 매력있습니다

집단적 독백의 백미는 1막 뒷부분에서 집행관이 찾아왔을 때 6중창 부분인데 여섯 명이 각자 다 자기 하고 싶은 말만 함
이 6중창 부분이 한없이 소화하기는 어려운데 그걸 듣기 무겁지 않게 풀어내는 게 중요하거든요. 그 어려운 걸 잘 해냄.
딴소린데 셰익스피어 희극 '십이야'가 비슷한 아무말 대잔치인데 연애는 좌충우돌하다 끝은 좋은 내용이거든요, 둘 다 여름밤에 감상하기 좋은 작품이라는 공통점이 있군요.

아, 그리고 자막 ㅋㅋㅋ 이승민 참여 후 나눔 오페라단 작품 뿐 아니라, 서울에서 한 '코지 판 투테'까지 센스가 '수상하리만큼 닮은'(이 자막도 너무 밈;)걸 보면 이승민이 참여한 게 분명합니다.
'럭키비키' '쇼츠' 등 단어 뿐 아니라 특히 피가로 때 엄청나게 현란해지는 텍스트 애니메이션 존웃

이번에 연기든, 노래든, 비주얼이든 다 훌륭했지만, 승민이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가장 좋았던 건 지금의 자신에게 잘 맞고 훌륭한 극과 배역을 맡아 최선을 다하면서 행복한 기운이 너무 뿜어져 나왔다는 겁니다. 그게 보는 사람마저 행복하게 만들었어요. 

이렇게 받고만 살아도 될까...8월에 자주 봅시다 :)

공연 끝난 후 백만명 정수리를 뚫고 보인 그의 쌍따봉. 난 니 키가 커서 참 좋단다.

덧. 그리고 사인받은 이야기
공연 잘 봤구요 진짜 좋았어요
-하하 네 
즤 동네에서 바로 와서 보니 더 좋네요
-아...부사아안///??
그렇습니다 그의 형들에게 저는 부산갈매기이고 그에게는 사람도 갈매기도 아닌 그냥 부산 ㅋㅋㅋ
서울 공연도 하고 싶다고 해서 '제가 가서 보면 돼요'라고 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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