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의 마지막 밤에 제가 전전전직장에서 제일 존경하는 상사를 오래간만에 만나러 갔습니다. 그와 저는 2009년에 주 100시간 일하며 구를 시절에 만났는데 그가 말하는 걸 듣자니 뭐랄까 업무의 신세계가 열린 기분이었음...물론 호불호가 쫌 갈리는 사람이었지만 저랑은 업무 스타일이 아주 잘 맞았고 성격이 65% 정도는 맞아서(저는 그의 운동집착증을 이해하지 못했으며 그는 저의 알콜중독을 이해하지 못했음) 잘 지냈습니다.
여튼 이제 은퇴를 몇 년 앞두고 백오피스로 물러난 그 양반이 부산으로 당일 출장 와서 부산역 인근에서 보자고 해서 한두시간 쯤 식사를 할 때 어딜 갈까 생각해 봤는데
신발원-웨이팅 쩔어서 어르신 모시고 가기 적당치 않음, 만두 먹고 꺼져라 분위기라 이야기하기 힘듬
장성향(올드보이 만두집 거기요)-스토리텔링은 좋은데 자리 잡기가 쫌 힘듬
평산옥-제가 무척 사랑하지만 국수와 수육 말고는 없음
오스테리아부부-꽤 걸어야 함.
그리하여 이번에 새로 뭘 하나 뚫어보자 싶어서 이런저런 평으로 검색해보다가 '천리향 고향만두'를 픽하게 되었습니다. 일단 좀 허름하고 아주 싹싹하지는 않다는 게 단점이고 맛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이 평이 좋더군요. 그리고 웨이팅은 그리 없다는 점에서 가산점.
(회사 양반하고 먹어서 사진은 없습니다)
매장- 위아래로 길쭉한 홀에 식탁이 다섯 개쯤 있는 작은 가게입니다. 별도 룸은 없음. 노포 분위기가 납니다. 제가 사랑하는 블루리본이 줄줄이 붙음.
접객- 사장님 한 분이 주문 받고 요리하고 서빙하고 다 합니다. 중국어 쓰시는 분이라 이야기가 길어지면 ??이 되셔서 애로사항 때문에 친절하지 않다고 하는 모양. 그냥 주문만 하고 먹기에는 별 무리 없었음.
가격- 꿔바로우 18,000원, 가지튀김 18,000원. 비싸진 않습니다.
맛- 꿔바로우는 중국식 꿔바로우 75%+한국식 탕수육 25% 정도였고 단 맛은 적고 새콤한 맛이 더 있었습니다. 맛있었어요. 가지튀김은 안에 만두 소가 꽉꽉 들어간 가지만두였는데 소의 맛과 가지 튀긴 정도 모두 베스트. 인기메뉴라더니 정말 그렇네요.
양- 맛이 괜찮아서 둘 다 열심히 먹어보았으나 1/4쯤 남김. 조금 많은 편.
좀 격식있는 곳을 원하시면 홍성방이나 암튼 차이나타운 내 회전식탁 돌리는 곳으로 가시고(아 이 저렴한 표현...) 친구들끼리 캐주얼한 분위기면 여기도 괜찮은 선택이 될 듯 합니다.
덧. 여담인데 전 상사 양반이 저 보자마자 눈을 휘둥그레 뜨고 '야 너 살 진짜 많이 쪘다 몰라보겠네'로 인사를 대신했...말 안 해도 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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