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존재

240809 프린트베이커리 강원아트투어-박수근미술관, 강릉시립미술관, 솔올미술관

키엘97 2024. 8. 17. 20:28
728x90

7월 말에 트위터의 아트 인플루언서 '미술관 다니는 청년'(https://twitter.com/youthful_museum)님이 강원도 아트 투어를 프린트 베이커리와 함께 기획하는 것을 알게 되고 저보다 훨씬 미술관 및 전시회 매니아인 남친분-_-에게 연락해서 동의를 받고 예약했습니다. 프린트베이커리(https://www.printbakery.com/)는 처음 알게 된 곳인데 아트 플랫폼이네요.

1인당 13만원으로 서울 잠실에서 출발하여 양구 박수근 미술관과 강릉 솔올 미술관을 보고 당일 밤에 서울로 돌아오는 무박 1일 일정(+중식 제공)이었구요, 추진 과정에서 강릉시립미술관 전시회가 추가되었습니다.

저는 부산 사는 사람이라 당일 네 시에 일어나서(...전날 거의 못 잠;) SRT 5시 첫차를 타고 집결지인 종합운동장에 8시 20분 전까지 갔구요, 8시 반에 출발했습니다. 주중 일정이라 버스 한 차 다 차겠나...했는데 우등 전세 버스 세 대를 꽉 채운 여러 연령대의 분들을 보고 미술 열기에 대해 다시 감탄.

이 투어에 여러 모로 가점을 드리고 싶은 건

- 각 버스마다 기획사 프린트 베이커리의 전문성을 갖춘 직원이 한 분씩 탑승해서 친절하게 안내해 주셨고

-  투어 티켓과 필수 용품이 담긴 패키지를 배부해 주었고

- 투어의 A to Z가 담긴 상세 정보를 노션으로 공유해 주었으며

- 투어 전용 아트 뮤직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어서 버스 안에서 들을 수 있어서 여러 모로 세심한 배려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노션에서 공유한 일정표. 여행이 그렇다시피 아주 칼같이 지켜진 건 아니지만 대체로 맞게 돌아갔습니다.

휴게소 한 번 들렀다가 첫 목적지인 강원도 양구에 열한시 전에 도착. 양구는 군부대 소재지로만 들어보고 와 본 적이 없습니다; 양구에 오면 10년 젊어진다더군요. 젊어졌는지는 잘 모르겠...젊어졌더라도 일단 그 다음날과 다다음날 인스파이어 아레나에서 너무 빡센 일정이라 다시 늙었을 것...

양구 박수근 미술관은 매우 넓습니다. 또한 경내에 컨셉에 따라 여러 미술관이 흩어져 있기 때문에 한 시간 반 동안 다 둘러보기에는 조금 빡빡해서 어린이미술관 등은 스킵했습니다, 자차로 오신 분은 양구 여행을 겸하여 반 나절은 보시는게 좋을 듯 합니다. 

도착해서 미술관 소속 학예사님의 뮤지엄 설명을 들었는데요, 박수근 화백의 작품이 국내외 여러 컬렉터에게 다 있다 보니 여러 이슈로 인해 드로잉 위주로 있었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천천히 사 모으고+이건희 등 여러 기증을 받아 지금의 컬렉션이 갖추어졌다고 하네요.

건축도 박수근 화백의 화풍을 많이 고려했다는 설명도 흥미로웠습니다(건축 매니아 남친분이 좋아했음-_-) 

이런 식으로 박수근 화백의 그림을 곳곳에서 느낄 수 있었음.

더웠어요...더운데 사진은 참 이쁘게 나오더군요.

현대미술관에서는 박수근미술상 수상작가인 노원희 화백 작가전 중이었음.

한국 현대에 대한 날선 비판을 볼 수 있었던 재밌는 전시였습니다.

전 미디어 아트 별로 안 좋아하는데 이 뮤지엄의 미디어아트는 좋았음.

바닥을 밟아 가면 낙엽으로 물들어가요.

더워...더운데 이뿨...

사계절이 각각 다르겠구나 싶었습니다.

딱 하나를 골라야 한다면 가야 하는 박수근기념전시관

최근에 이 뮤지엄 컬렉션에 추가된 '가족'

따님이라는군요.

직접 보는 것과 레플리카나 사진으로 보는 게 별 차이가 없는 그림도 있고, 천지차이인 그림도 있는데 박수근 그림은 후자입니다. 직접 보면 그 질감...우와...

그러나 비싸.. 리움이나 국중박 가야 볼 수 있죠...(박수근 화백의 그림을 아꼈던 박완서 작가는 그의 그림이 경매가로만 회자되는 현실을 안타까워하는 칼럼을 남겼고, 기념전시관에서 전문을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영업 비밀을 선선히 공개하는 분들은 대체로 '공개해도 못 따라할 거'라는 자신감이 있으신 분들이더군요.

잘 보았습니다.

노릇노릇 구워지며 버스로 돌아감.

자연과 하나가 된 듯한 지극히 한국적 정원.

그리고 점심 시간에 되어 전체를 전세낸 식당에 중식을 먹으러 갔습니다(투어 비용에 포함) 미술관 다니는 청년님이 홍보하시면서 '먹을 것에 진심'이라고 하셨는데 그러신 듯함.

남친분-_-의 평에 따르면 절대 다수가 여성분이라 그런지 제육이 남아돌고 리필을 안 한 게 인상적이었다고...

냠냠.

오후에 두 번째로 들른 곳은 강릉시립미술관의 김선우 전시회. 김선우 작가는 멸종된 도도새만 그리는 것으로 유명한 화가입니다.

인간도 언젠가는 멸종하겠거니...

약간 현대의 루소 같더군요.

세 번째로 간 곳은 올해 문을 열었지만 건축과 전시회 컨셉으로 이미 엄청나게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솔올미술관.

사실 워낙 넓고 커서 제가 한 샷에 담기는 힘드니 적당히 https://sorolartmuseum.org/ 공식 홈페이지를 참고하시길.

커피 맛있었음.

곳곳의 중문을 열고 나가면 아름다운 풍경과 지옥의 열기가...

중정에서 바라본 솔올미술관.

나선형으로 올라가는 구조가 독특합니다.

솔올미술관은 전시회 내 촬영을 금지하고 있으며, 별도로 도슨트가 없는 컨셉입니다. 대신 별도의 회의실에서 즤를 위해서 학예사님이 미술관과 이번 전시회에 대하여 상세한 프레젠테이션을 해 주어서 도움이 되었음. 아, 그리고 전시회는 해외 작가+컨셉에서 일맥상통하는 국내 작가를 별도 전시실에서 전시하는 컨셉인데 지금은 아그네스 마틴과 정상화 작가가 진행 중입니다.

https://sorolartmuseum.org/exhibition/

 

전시 - 솔올미술관

한국미술과 세계미술을 연결하는 솔올미술관의 전시를 만나보세요

sorolartmuseum.org

 

아그네스 마틴은 요양원에서 힘겹게 그림을 그린 만년의 시리즈가 좋았고, 정상화 작가는 처음 알게 된 분인데 첩첩이 쌓아올리는 사각 흙 질감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전시회 끝나고 들른 안목해변.

그리고 자유 시간동안 먹은 석식 짬뽕라면. 반주 시켰더니 동행한 그-_-가 매우 부끄러워함. 견뎌라.

안목 해변에서 사진 찍고 산책하다 출발, 다시 먼먼 길을 가서 도착하니 열시 반에서 열한시 사이. 휴 힘들다.

총평하자면, 서울에서도 자차와 시간 없이는 가기 힘든 양구와 강릉의 뮤지엄을 압축된 당일치기 일정에서 돌아볼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유니크하고 괜찮은 투어였습니다. 물론 찌는 듯한 날씨와 하루에 뮤지엄 세 개...이게 과연 가능? 싶었는데 저도 10일에 12개국 패키지 도는 한국인의 영혼이라 ㅎㅎ 좋았어요.

다음 아트 투어도 충분히 갈 의향이 있습니다,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