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존재

24년 6월 2일 국립국악관현악단 '애주가' 프로젝트-항우가 따라준 술 마신 썰 푼다

키엘97 2024. 7. 6. 09:02
728x90


주요 정보는 포스터에 다 있습니다. 타이핑하기 귀찮;

5월의 어느 날, 최애 정보 뭐 없나 하고 하이에나처럼 X(구 트위터)를 어슬렁거리다가 국립극장에서 국립관현악단이 술판...아니 애주가 음악회를 한다길래 바로 예매하러 갔더니 이미 다 매진...아니 저도 만만찮은 술쟁인데 다들 어디서 보고 다 가는 거여;(알고보니 매년 하는데다 꽤 팬층이 탄탄한 공연) 결국 나중에 취소표 잡아서 갔습니다.

https://youtu.be/B1xLltfhDf4?si=glN4p0dKyKaXp36x

요건 나중에 올라온 영상. 분위기를 감잡을 수 있습니다.

오픈할 때 해떨어지기 전이라 좀 햇볕이 따갑습니다. 진리의 중중블로 일행과 함께 착석.

들어올 때 예약자 이름 확인하고 입장 팔찌, 그리고 안주인 막걸리 과자(실제 막걸리 맛은 안 나고 두부처럼 심심하고 은근 매력적인 맛이었지만 외관에 비해 칼로리 쩔;), 햇볕 가리개 모자, 방석 등이 들어간 웰컴 키트, 그리고 가장 중요한 '술과 바꿀 수 있는 엽전 일곱 닢'을 줍니다. 

여기가 국순당하고 파트너십을 해서 국순당이 공연장 이곳저곳에 부스를 설치하고 공연 전후 및 도중(아 도중에는 시야 안 가리게 조심해야 함;)에 술을 받으러 갈 수 있습니다. 한 사람당 엽전 일곱 닢씩 지급받으니 일곱 잔을 마실 수 있는데(못 마시는 사람은 미개봉 백세주 두 병으로 바꿔갈 수 있음)...전통주가 생각보다 알콜 도수가 꽤 셉니다. 그리고 전 후술하겠지만 항우 겸 나라보스한테 술을 또 받아서 엄청 마심. 

첫잔은 권해주는 대로 국순당 생막걸리.

요건 좀 더 진하고 구수한 옛날 막걸리. 밀도가 좀 더 높습니다.

 

국립국악관현악단 연주는 대체로 빠르고 생기에 찬 곡들(술판이 쫌 그렇;) 지휘자님께서는 '어제(토요일)에 오신 분들은 내일이 없는 것처럼 마시던데 오늘(일요일) 오신 분들은 내일 출근을 생각해서 좀 덜 마시는 것 같다'라고 예리한 통찰을 보여 주셔서 절 슬프게 했습니다 ㅠ

그리고 국립국악관현악단 연주 두 곡이 끝난 후 등장한 자알생긴 소리꾼 정보권(국립창극단 창극 '패왕별희'에서 객원으로 항우 역 맡고 창극 살로메에서 제<-; 메나드가 목놓아 부르는 나라보스로 나옴)과 이날치 보컬 신유진 소리꾼이 저 뒤에서부터 관객 여기저기 술을 따라주셔서 저도 튀어나가서 받았음(이런 건 꼭 빠르지;) 

그리고 실제로 두 분이 권주가 부름 ㅋㅋㅋ 아 알콜중독의 나라에서 이렇게 대놓고 술을 권해도 되나 싶긴 한데 전 참 좋네요.

메인 무대 반대편의 보조 무대에서 공연합니다.

태평소 연주가 매우 인상적이었음. 플북에 태평소가 서태지와 아이들의 '하여가'(1993년)에 들어갔다고 해서 그 후에 태어난 아가(직장인임;)이 눈을 휘둥그레 뜨면서 저한테 그래써여?하고 물어봤음.

응 ㅎㅎ 그랬단다...

이게 떠먹는 막걸리인데 질감도 좋고 맛도 기막히며 사르르 녹지만 도수 엄청 높음. 앉은뱅이 술. 결국 한 컵 더 먹음.

생백세주와 토닉을 섞은 하이볼. 이 땐 엄청 맛있게 두 잔 먹었는데 나중에 엄청 열받는 일이 있어서 그냥 백세주 사와서 토닉이랑 말아먹었더니 그 맛이 안나고 다음날 숙취쩔;

기분이 문제인가 생백세주가 문제인가...

지휘자님 술 엄청 세심. 지금껏 원샷하고 머리에 턴 게 몇 잔이여...근데 지휘 겁나 잘하심.

그리고 높으신분도 연행... 아니 나오셔서 원샷 하심.

앵콜에 항우..나라보스...정보권과 신유진이 멘트치는 장면입니다.

재미졌어요. 내년에도 가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