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가지 물건으로 다시 쓰는 여성 세계사-'그거' 맞습니다
100가지 물건으로 다시 쓰는 여성 세계사
매기 앤드루스,재니스 로마스 (지은이),
홍승원 (옮긴이)
웅진지식하우스 2020-03-02
원제 : A History of Women in 100 Objects (2018년)
보통은 목차 가져올 때 중제목까지만 들고 오지만 이건 아이템 자체의 기억을 되살리려고 100가지 사건을 복기하려고 소제목까지 들고 오겠습니다.
Ⅰ 몸과 모성, 섹슈얼리티 _ 여성의 경험을 미리 결정지어온 것들
01 | 인류의 할머니 - 루시의 뼈 16
02 | 임신과 출산 - 빌렌도르프의 비너스 20
03 | 사생아를 낳는다는 것 - 런던 고아원의 토큰 24
04 | 수유와 분유 - 테라코타 젖병 29
05 | 포르노그래피와 여성의 대상화 - 호텐토트의 비너스 엽서 34
06 | 마스터베이션 - 의료용 바이브레이터 39
07 | 위생용품 - 생리대 44
08 | 여성의 광기를 대하는 태도 - 포윅 정신병원 환자 기록 48
09 | 아기를 데리고 다니는 방법 - 중국의 아기 포대기 52
10 | 무통분만 - 루시 볼드윈 산과마취기구 56
11 | 여성 성기 절제 - 쇼디치 시스터즈의 퀼트 60
12 | 애정 관계에서의 강간 - 데이트 강간 경고 포스터 64
Ⅱ 아내와 가정주부 _ 사회의 기대와 변화의 순간들
13 | 베이킹과 요리 - 빵 굽는 인형 70
14 | 여성의 목소리를 잠재우는 법 - 잔소리꾼 굴레 74
15 | 로맨틱한 사랑의 영원한 상징물 - 타지마할 79
16 | 여성 음주에 대하여 - 호가스의 진 골목 84
17 | 재산이 결혼에 미치는 영향 - 캐롤라인의 도자기 상자 89
18 | 파경과 이혼 ? 아내 판매 광고 93
19 | 기혼 여성의 재산권 - 포셋 부인의 가방 97
20 | 가사의 전문가들 - 비튼 부인의 살림 요령 101
21 | 정부가 여성을 지원할 때 - 전쟁미망인 연금신청서 105
22 | 전쟁과 식량 부족 - 캐나다의 통조림 기계 109
23 | 가정 폭력 - 위민스에이드 슬로건 114
24 | 지역사회의 빈곤 여성 지원 - 빈민법과 푸드뱅크 118
25 | 여성을 위한 신용카드 ? 바클리 카드 123
26 | 티타임의 즐거움 - 찻잔 세트 128
Ⅲ 과학과 기술 _ 가사의 기쁨과 슬픔, 그리고 해방
27 | 직물과 옷 만들기 - 실 잣는 여성이 그려진 고대 그리스 화병 134
28 | 배수시설의 중요성 - 로마시대 수전 137
29 | 출산에서의 의료적 개입 - 산과겸자 141
30 | 고단함의 해방 - 재봉틀 145
31 | 최초의 여성 교수 - 마리 퀴리의 책상 149
32 | 진화론의 기초 - 플레시오사우루스 화석 153
33 | 세탁기의 전신 - 빨래 방망이 157
34 | 찍고 찍히는 여성들 - 카메라 161
35 | 가전의 혜택 - 냉장고 165
36 | 외로움을 여가로 - 에코 SH25 라디오 169
37 | 원치 않는 임신을 피하다 - 피임약 173
Ⅳ 패션과 의상 _ 여성이 스스로를 표현하는 방식
38 | 아름다움의 이상 - 청동기시대 화장품 상자 180
39 | 종교와 혐오 - 베일과 히잡 185
40 | 신발의 정치 - 구두와 전족 190
41 | 유혹 또는 구속 - 코르셋 194
42 | 결혼식의 진화 - 빅토리아 여왕의 흰색 웨딩드레스 198
43 | 격차와 혁명 - 알렉산드라 황후의 티아라 203
44 | 영원한 제국의 허상 - 레이디 커즌의 공작 드레스 207
45 | 역경에 직면한 독창성 - 제2차 세계대전 노끈 모자 211
46 | 패션과 자유 - 메리 퀀트의 망토 215
47 | 섹슈얼리티의 이상 - 메릴린 먼로의 원피스 219
48 | 여성 동성애자 운동 - 레즈비언 해방 배지 223
49 | 성형과 자기결정권 - 실리콘 가슴 228
Ⅴ 소통과 이동, 여행 _ 참여 혹은 탈출의 수단
50 | 여성과 지성 - 여성 잡지 234
51 | 성희롱으로부터의 보호 - 여성 전용칸 238
52 | 도피와 모험 - 와르카 마스크 242
53 | 행로의 개척 - 포장마차 246
54 | 새로움과 불확실함 사이 - 라자 퀼트 250
55 | 페미니스트 순교자 - 에밀리의 왕복 티켓 254
56 | 대화와 통신 - 공중전화부스 258
57 | 글로 지키는 관계 - 제1차 세계대전의 러브레터 262
58 | 운동의 자유 - 프랜시스의 자전거 267
59 | 용맹한 비행 - 리틀 레드버스 271
60 | 이동의 자유 - 미니 276
Ⅵ 노동과 고용 _ 정체성의 발견
61 | 여성의 공예 - 바이외 태피스트리 282
62 | 인종과 착취 - 노예 소녀 매도증서 286
63 | 가장 오래된 직업 - 해리스 리스트 290
64 | 남장과 트랜스젠더 - 제임스 배리 박사의 초상화 294
65 | 낙농업과 목축업 - 착유용 삼각의자와 멍에 298
66 | 집안일 - 하인 호출벨 302
67 | 새로운 직업의 예고 - 타자기 306
68 | 법과 질서의 수호 - 여성 경찰 완장 310
69 | 역할의 전문화 - 간호자격증 314
70 | 산업의 장벽 - 왕립 셰익스피어극장 318
71 | 위험한 노동 - ‘여성들이여, 공장으로 오라’ 포스터 322
72 | 교육과 지도 - 몬테소리의 지폐 327
73 | 끝나지 않는 투쟁 - 동일 임금 접시 332
Ⅶ 창작과 문화 _ 관념에 도전하는 법
74 | 영아 살해와 복수 - 고대 그리스 연극 메데이아 338
75 | 연대와 영감 - 유디트와 홀로페르네스 343
76 | 낭만적인 우정 - 랭골렌의 귀부인들 347
77 | 페미니즘의 탄생 - 메리 울스턴크래프트의 우표 351
78 | 예언과 종교 - 조애나의 상자 355
79 | 여성 문학 - 브론테 자매의 동상 359
80 | 인간성과 연민 - 노예제도 반대 메달 364
81 | 그룹 활동과 스포츠 - 소녀단 배지 368
82 | 흑인 여성의 소울 - 스트레인지 프루트 앨범 372
83 | 대량 학살 - 안네 프랑크의 일기 377
84 | 여성과 장애 - 앨리슨 래퍼의 동상 381
85 | 출판의 혁명 - 새장에 갇힌 새가 왜 노래하는지 나는 아네 385
86 | 낙태의 권리 - 지옥의 일주일에서 389
Ⅷ 여성의 정치 _ 그리고 살아남다
87 | 가장 오래된 여성 권력자 - 하트셉수트 여왕 신전 396
88 | 여왕의 저항 - 부디카 동상 400
89 | 신념을 위한 투쟁과 죽음 - 잔 다르크의 반지 403
90 | 음모와 암투 - 메리 1세의 사형 집행 영장 406
91 | 주술과 박해 - 마녀 잡는 망치 410
92 | 여성참정권 운동의 첫 성공 - 1893년 뉴질랜드 청원 414
93 | 여성 정치범의 대우 - 강제 급식 도구 418
94 | 민족주의와 페미니즘 - 콘스탄스의 햇살 깃발 422
95 | 인도주의적 저항 - 이레나 센들로바의 병 426
96 | 미국 민권운동 - 로자 파크스의 머그샷 430
97 | 여성의 정치 - 바버라 캐슬의 일기 435
98 | 평화의 시위 - 그린햄 커먼 철조망 439
99 | 여성의 노동조합운동 - 갱 폐쇄 반대 피켓 443
100 | 리더와 권력 - 훼손된 마거릿 대처 조각상 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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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체와 정신은 영향을 주고받는다더니, 요즘 체력이 떨어져서 책도 엔간한 건 읽기 힘듭니다. 몇 번의 실패를 맛보고 이 책과 '교양인을 위한 로스쿨-1일 1페이지 법의 역사'(이 책은 미묘)를 도서관에서 빌렸는데요, 두 책 다 주제가 제가 흥미있어하는 쪽이고 각 주제가 2~3페이지 내외로 똑똑 떨어지기 때문에 집중력이 떨어져도 볼만하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전자는 완독에 성공하고 후자는 아직 고전 중. 둘 다 일단 반납하고 후일을 기약해야겠습니다.
이 책은 세계사 고등학교 수준의 지식만 가지고 있으면 어디든 펴서 읽을 만 합니다. 그런데 세계사에서 맥락없이 기술되었던 작은 사건들의 이면에 있었던 배경이나 의도적으로, 또는 비의도적으로 지워진 이야기들을 알 수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저는 고등학교 때 20세기에 들어서 각 국가에서 여성에게 '주어졌다'고 들었거든요? 아무 노력 없이 그냥 전세계가 민주주의로 나아가다 보니 그냥 주어진 선물같은 건줄 알았어요. 알고 보니 서프레제트 운동처럼 여성 참정권 운동자들이 55번 주제처럼 영국 왕의 말 앞에 몸을 던져 죽어서까지 체포와 탄압, 멸시를 딛고 쟁취한 거더라구요. (딴 책에 있습니다만 서프레제트들에 대해서는 '드세고' '뚱뚱하고' '못생기며' '피해 의식으로 가득하며' '남자에게 사랑받지 못한다'라는 선전 포스터로 대표되는 통념들이 퍼져 있었습니다. 뭐랑 비슷하군요) 조금 덜 격한 얘기로 가자면 '포셋 부인의 가방' 얘기가 있습니다. 1867년에 영국의 기혼녀 포셋 부인은 본인의 가방을 도둑맞았는데 재판에서 도둑의 죄가 '남편의 재산 1파운드 18실링 6펜스가 들어 있는 포셋 부인의 가방을 훔친 것'이라는 것을 목도하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결국 그녀는 여성참정권 운동의 리더가 되었죠(재산권은 법으로 보장받을 수 있고 법을 고치려면 정치참여권이 있어야 하니까요).
여성주의 역사를 직접적으로 다루고 있는 주제는 의외로 그리 많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Ⅲ 과학과 기술 _ 가사의 기쁨과 슬픔, 그리고 해방에 나와 있는 여러 가지 가사와 관련된 물품은 역사적으로 가사와 육아를 수행하는 주체가 압도적으로 여성이었기 때문에 미시생활사와도 상당 부분 겹칩니다. 그리고 현대 과학의 수혜를 받은 각종 가사 물품들이 여성의 짐을 어떻게 덜어주었는가와 또다른 관리의 짐을 어떻게 지웠는지에 대해서도 나옵니다. 아참, 꼭 객체인 것은 아닙니다. 세탁기를 발명한 플로렌스 파파트를 비롯해서 상당한 가사 물품 발명가 중에는 여성도 꽤 있거든요.
20세기가 되어 여성의 사회 진출 부분에서 비슷한 레토릭이 나옵니다. '어떤 물건이 획기적으로 발명되었다'-'처음에는 이런저런 문제 때문에 남성이 오퍼레이터를 선뜻 맡으려고 하지 않았다'-'상대적으로 임금이 싸고 꼼꼼한 여성들이 일을 맡게 된다'. 전화 교환원이나 타자수, 2차 대전 당시 공장 노동과 같은 경우 이런 씁쓸한 이면이 있지만 여성의 경제적 독립에 큰 역할을 했다는 점은 분명합니다(그리고 일부 남성에게서 본연의 여성 일에서 벗어났다는 못마땅한 시선을 받은 것도;)
아참, 공동 작가가 둘 다 영국 여성이며 여성사에서 영미쪽이 참정권을 비롯해서 상당한 지분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영미 중심으로 기술되어 있다는 비판을 받을만 합니다. 하지만 흑인 여성, 아랍 여성, 아시아 여성, 장애인 여성처럼 삼중고의 마이너함을 지고 있는 여성들에 대해서도 짧지만 깊이있게 다루려고 노력한 점은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있게 읽었던 부분은 76 | 낭만적인 우정 - 랭골렌의 귀부인들 부분입니다. 미혼 여성을 미완결된 존재로 보고, 여성이 남편에게 종속된 존재로 보던 시절에 교외에 집을 마련해서 죽을 때까지 서로 의지하며 살았던 독신 여성 두 명의 삶이에요. 당시에 각계의 명사들이 이들의 집을 방문하고 교류할 만큼 정서적으로도 풍성하고 만족스러운 삶을 살았던 것 같습니다. 제가 갈 길에 이런 선례가 있다면 좀 힘이 생기죠.
저는 만족스럽게 읽은 책입니다. 의견이 분분할 수도 있겠지만 추천.
덧. 아참 딴 얘긴데 4.12~4.18까지 전국 도서관 주간이라 빚잔치...아니 연체 도서 대출 정지 해제 행사를 했거든요? 저도 이 책들 때문에 일주일 정도 연체가 되어 있는지라 씐나서 빌린 작은 도서관에 물어봤더니 '작은 도서관은 해당 외입니다'하는 쟈가운 대답이...뿌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