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사(겸 세무사)가 보는 상속세 및 증여세 개편안
- 제가 회계사 겸 세무사인 이유는 옛날옛날 회계사에게 세무사 자격증이 자동부여되었던 시절에 합격했기 때문입니다-_-*(아, 자동부여 폐지 후 합격한 회계사도 세무 업무 다 가능합니다. 다만 '세무사'를 간판과 명함에 못 쓸 뿐)
- 미리 셀털 좀 하자면 저는 자유시장경제 100% 신봉은 아니고 수정자본주의 쪽입니다
- 그리고 부모가 자녀를 낳았으면 최대한 유산을 남겨주는 게 '의무'가 아니라고 보는 쪽입니다(좀 더 셀털하자면 저는 스물 이후로 제가 벌었고 상속받을 돈은 1도 없을 예정임)
최근 정책으로 상속세 및 증여세 부담을 경감하는 방안을 추진 중입니다. 현재 정확하게 정해진 안은 없으며 정확한 건 7월에 나올 기획제정부 세법개정안에 포함될 것이지만, 작년부터 여러가지 군불을 땐 논조와 기사를 종합해 보면
- 2024년 초반: 유산취득세로 전환·과표구간 조정·최대주주 할증 경감
- 2024년 6월 현재: 최고 세율 50%에서 30%로 하향(할증 세율 제외)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소득공제 금액 상향이나 과표구간 조정에는 찬성합니다만, 최고 세율 30% 하향에는 반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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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부동산 가격 급등 등의 영향으로 상속세 납부인원은 급증해 왔습니다만 사망자 대비 상속세 납부 인원은 2023년에도 6%에 불과합니다.
응? 상속세 세율 이거 아니었어? 한다면 상속세 소득공제란 게 있습니다. 세금 매기기 전에 최소 5억원~배우자가 상속할 경우 30억원, 그리고 각종 공제를 더하면 세금을 안 매기는 공제 금액은 훨씬 늘어납니다.
다른 자료를 보면 이렇습니다. 2023년 대한민국 상위 10% 가구의 순자산은 10.3억원입니다. 최근에 시니어들에게 부동산 등 자산가치가 더 높아졌기 때문에 전체 가구 평균은 별 의미가 없다고 하실 수 있겠습니다만, 2022년 시니어 평균 순자산과 가구당 평균 순자산도 금액은 5%도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즉, 가구 순자산은 나름 상속재산의 대용치로 말이 안 될 수준은 안 된다는 얘기죠. 또한 평균의 마법(초고액 자산가가 포함되면 평균은 중앙값보다 훅 올라갑니다)도 감안해야겠죠.
즉 각종 공제 등으로 실제로 상속세를 1원이라도 납부하는 사람들은 평균 가구 순자산이 10억원 내외일 것이고, 이는 전체의 6%에 불과합니다. 그리고 공제액을 감안하면 30% 초과하는 세율을 부담하는 경우는 총 순자산 금액이 40억을 초과하는 경우일 겁니다.
https://www.chosun.com/economy/economy_general/2023/03/16/AKUGK6GPHNHOXJQWV3ROI6Q7HQ/
2023년 상위 1% 부자의 순자산은 33억원입니다. 즉, 최고세율을 50%에서 30%로 파격 인하할 경우 이익을 보는 계층은 상위 1%보다 더 위라는 얘기죠. 물론 상위 1% 보다 더 초상위에게 편의를 봐 주는 것은 나름의 의의는 있습니다. 이 나라처럼 초상위에게 부를 집중하는 경우에는 낮은 상속세율을 찾으려 해외로 이주하는 것을 막을 수도 있으니까요(...근데 한국에서도 충분히 세금을 아낄 수 있는 방법이...아 아닙니다...)
그래서 제가 지지하는 방안은 20여년째 고정되어 있는 각종 증여세/상속세 소득공제 금액을 상향하거나 하위 세금 구간을 늘리는 겁니다. 그 동안 물가상승률은 89%이었으니 향후 버퍼 두고 두 배 상향하는 것도 고려해 볼 수 있겠죠. 이게 상속세를 내는 6%~1% 상위층들에게 충분한 배려가 될 겁니다.
아 물론 증여세는 상속세보다 훨씬 빡빡하긴 하죠
그러면 10년 단위의 자녀 증여세액 공제를 5천만원에서 상향하고+최근 도입된 결혼/출산공제(추가 각각 1억원)을 적용하면 20세부터 85세까지 엔간한 구간의 부의 이전은 가능합니다.
-끗-
덧: 솔직히 말하자면, 최고세율을 30%로 하향하는 것에 하위 99%의 국민이 찬성한다면 저는 민도에 절망을 느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