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존재

베르디의 오페라 맥베스-플라시도 도밍고와 안나 네트렙코가 나와요!

키엘97 2023. 4. 18.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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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 심리인지 모르겠지만 의식의 흐름에 맞게 반말로 작성함.

- 오전에는 아이다, 저녁에는 맥베스를 보니까 꽤 피로했다. 예전에는(그니까 근 20여년 전) 밤새며 영화 세 편 내리 보는 것도 가능했고 도그빌 세시간도 거뜬하게 봤는데 역시 감상도 체력이 있어야 할 일.

하루에 여러번 보는 거 하니께 연뮤덕 이 분이 떠오르는데 이 분도 젊어서 가능할 일일지도.

https://youtu.be/GO68z0Wp1uU

 

- 얼마나 대충 봤냐면 어디서 누가 지휘했고 누가 나왔는지도 가물가물. 아 근데 맥베스가 너무 눈에 익은데 그리고 지휘자고 겁나 유명했는데...

http://kevinncompany.com/macbeth_2018?ckattempt=1 

 

맥베스

맥베스 예고편 베를린 국립오페라 극장 실황 장르 : 오페라 실황 개봉일 : 2018.10.07 상영시간 : 164 분 상영

kevinncompany.com

찾았다. 베를린 국립오페라에 지휘자 다니엘 바렌보임, 맥베스 플라시도 도밍고, 레이디 맥베스 안나 네트렙코. 우와 나는 정말 쩌는 걸 봤었군.(걍 틀어주는 대로 봤음) 그리고 한국인 베이스 연광철도 뱅쿠오로 나옴.

 

- 무대나 복장, 전쟁신 모두 20세기식으로 바꿈. 그러고 보니 시대에 맞게 고증한 오페라를 본지 꽤 오래 되었다. 하긴 그들에게는 사골이다(여기서나 듣보지 베르디 맥베스는 꽤 서양에서는 알려진 오페라임) 보니 뭐 이것저것 변주를 줘야 되겠지. 최근에 적벽을 (유튜브 실황으로) 봤었는데 적벽대전도 동북아시아에서는 사골이라서 꽤 많이 현대화를 시켰다. 그러나 조조가 동네북인 건 여전(...) 

 

- 베르디가 셰익스피어를 대단히 존경해서 이 오페라를 만들었다던데, 원작과 크게 다른 부분이 세 부분 있음. 첫 번째는 들판의 세 마녀가 아니라 전쟁터의 시체들을 뒤지는(...) 수십명의 마녀떼들로 나옴. 아마 장대한 합창을 만들기 위해서라고 생각함. 그리고 수십명이 같은 짓을 하니께 마녀가 실존 인물이 아니고 맥베스 마음 속의 충동이라는 생각이 더 들었음.

 

- 두 번째는 던컨 왕이 안 나옴. 버전에 따라서 정말 말도 안 하지만 나오기는 하는 버전이 있다던데 여기서는 그냥 침대 안에서 자고 있어서 진짜 사람인지 그냥 죽부인인지도 모르겠음(...) 이 부분은 좀 갸웃하는데 맥베스에게나 맥베스 부인에게나 살인에 가장 큰 장애물은 그들을 대하는 던컨 왕의 호의, 신뢰, 사람 좋음 뭐 등등 때문인데(심지어 맥베스 부인 눈에는 죽은 아버지와 닮아서 결정적인 순간에 주저하게 됨) 던컨을 빼버린 이유가 궁금함. 그러나 이미 베르디는 죽은지 한참 돼서 알 수 없음. 안 그래도 주요 등장 인물도 적은디...

 

- 세번째는 맥베스 부인이 너무 늦게 죽고 자신을 조종하는 흑마법사(...) 부인의 죽음으로 멘탈이 붕괴된 맥베스가 그리 자세히 나오지 않는다. 그리고 맥더프가 맥베스를 조롱하는 마지막 부분이 임팩트가 너무 없음

 

- 뭐 계속 마음에 안 드는 점만 얘기하는 것 같은데 유명 오페라 값은 했음. 그리고 플라시도 도밍고와 안나 넵트렙코의 이중창이 엄청 많이 나오는데 겁나 좋았음. 그리고 공포와 죄책감 속에서 둘이 적나라하게 베드신을 벌이는 장면이 나오는데 둘다 섹시밤이다 보니 너무 그럴싸했음. 정말 맥베스와 맥베스 부인은 저랬을 거 같음.

 

- 근디 플라시도 도밍고가 저 때 77세였다던데 던컨 왕보다 더 나이 든 거 아닌가(...) 그러고 보니 왕이 된 후 지친 맥베스의 연기는 기막히게 했다.

 

- 이 오페라는 피로감이 꽤 센데 아무래도 살인은 초반에 있고 맥베스와 맥베스 부인이 각각 따로, 또 같이 죄책감과 고뇌, 환영에 시달리는 장면이 너무 리얼해서 피로하다. 뭐 내가 살면서 큰 죄를 지은 적도 없는데 감정 이입이 꽤 됨.

 

- 교훈은 '사람은 적성대로 살자'가 되겠다. 맥베스는 살인자가 될 그릇도 아니었고 왕의 재목도 아니었다. 그는 그냥 대영주로 남아서 호시탐탐 왕을 가재눈으로 흘겨보는 것까지가 적성에 맞다. 괜히 마누라 말에 휘둘려서(누칼협;) 적성에 안 맞는 일을 너무 크게 저질러서 망했다.

-끗. 아 잘 봤다 다음 오페라는 언제 하나-

덧. 마리아 칼라스가 1957년에 레이디 맥베스를 했대서 찾아보았다.

https://youtu.be/WWoyTFYSrCM

진짜 위압적이다. 존무...덜덜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