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목 복잡골절 환자의 핀 제거 및 입원기-빌런이 살기좋은 사회
안녕하세요,
이번에도 쓰잘데기 없이 길어질 거라 세 줄 요약부터 먼저 갈기겠습니다.
- 작년 9월 말에 불면증에서 파생된 현기증으로 낙상, 발목이 여러 조각나서 1차 수술, 올해 초에 핀 제거 2차 수술, 지난 주에 3차 수술함
- 예상보다 병원은 친절했지만 같은 병실 빌런 할매들 때문에 불면증도 도지고 괴로워서 조기 퇴원함
- 그러나 괴로운 김에 돈도 벌고 연수도 받고 빌링도 하는 등 훌륭한 사람이 됨(...)
제 고질병에는 불면증과 기타등등이 있는데요, 작년 9월 말에 이게 도져서 현기증이 일어나 집안에서 낙상했었습니다. 119에 실려가서 가장 가깝고+응급실에 정형외과 전문이 있는 종합병원인 모 중급 로컬 종합병원에서 수술과 입원을 했었죠. 그 때 여러 모로 인상깊어서 이런 후기를 남겼습니다.
발목 복잡골절 환자의 모 종합병원 입원기-로컬 종합병원 현실 또는 절망편
안녕하세요. https://kiel97.tistory.com/entry/%EB%B0%9C%EB%AA%A9-%EB%B3%B5%EC%9E%A1%EA%B3%A8%EC%A0%88-%ED%99%98%EC%9E%90%EC%9D%98-%EB%AA%A8-%EC%A2%85%ED%95%A9%EB%B3%91%EC%9B%90-%EC%9E%85%EC%9B%90%EA%B8%B0-%EB%A1%9C%EC%BB%AC-%EC%A2%85%ED%95%A9%EB%B3%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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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 수술에서 발목뼈 고정 용도로 박아넣은 핀은 총 네 개가 있었는데요, 올해 1월 초에 그 중 제일 긴 걸 제거하는 수술을 하고 잠깐 입원했었습니다.
발목 복잡골절 환자의 모 종합병원 재입원기-환장은 증세와 기간의 함수
https://kiel97.tistory.com/entry/%EB%B0%9C%EB%AA%A9-%EB%B3%B5%EC%9E%A1%EA%B3%A8%EC%A0%88-%ED%99%98%EC%9E%90%EC%9D%98-%EB%AA%A8-%EC%A2%85%ED%95%A9%EB%B3%91%EC%9B%90-%EC%9E%85%EC%9B%90%EA%B8%B0-%EB%A1%9C%EC%BB%AC-%EC%A2%85%ED%95%A9%EB%B3%91%EC%9B%90-%ED%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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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저는 다른 로컬 재활 전문 병원에서 재활을 하면서 세월을 보냈습니다. 여름 쯤 저의 상태는 하루에 3~4천보 이상 걷거나 계단을 3층 이상 내려오면 시큰거리고, 비가 오면 이물감과 통증이 심해지는 상태? 그러면서도 팬싱 갈라는 참 잘 다녔구나 나새끼...(좀 변명을 하자면 어지간한 거리는 택시로 다 해결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9월 11일 월요일에 해당 종합병원 정형외과에서 남은 핀 세 개를 제거하는 수술, 그니까 3차 수술(이번에도 수술 예약은 커녕 진료 예약도 잡을 수 없었습니다. 도대체 이 병원은 예약을 왜캐 싫어하는 걸까요)을 앞두고 목발과 반깁스, 입원에 필요한 물품을 주섬주섬 챙겨서 병원으로 향했습니다. 자기 손으로 목발을 챙기고 향하는 중년 여자를 보는 세상이란...일단 엔간한 분은 비켜 주고 좀 화들짝 놀라는 눈치였습니다 아니 웨 저 여자는 목발을 안 짚고 이고 지고 가는 거지...
오래간만에 만난 담당의 분은 올해 초에 새카맣게 빽빽하던 머리가 도로 많이 빠져 있었습니다. 작년에 2달 반 정도 긴 휴가를 내셨길래 터키에 머리 심으러 갔다 오셨나 짐작했던 게 틀린 거 같았습니다. 아니면 생착률이 별로였거나(...) (다 돼먹지 않은 제 농담이구요, 아마 건강 이슈인 거 같습니다) X레이 찍고 나서 몇가지 문진하고 나서 혈액 소변 코로나 검사 거치고는 바로 입원함. 수술 시간은 화요일 오전인데 정확한 시간은 또 잡히지 않았습니다. 뭐 하나 취소되면 더 당겨질 수도 있으니 그렇다더라구요. 이미 이 병원을 1년 겪어본 저는 ㅇㅇ 그렇군 하고 그냥 생각하고 맘.
원래 아픈 사람도 많고, 붓싼 자체가 노령화가 매우 빠르게 진행중인데다 이런저런 일에도 불구하고 이 병원이 인기가 있는 편이라 병실은 거의 만실이었습니다. 제가 들어간 방도 4인실인데 꽉 차 있더군요. 한 분은 사람좋고 늘 웃는 분이셨는데 다른 두 분이...
- 밤에 소리를 엄청나게 크게 내시는 중증 치매 환자
- 의료진들에게 엄청나게 거칠고 상스럽게 언제나 화내는 환자
셨습니다. 후자는 ㅇㅇ 그냥 화가 많으시군 하면 그만이었는데 전자는 제 수면에 꽤 영향을 미쳐서 그 다음날 제가 뭐라고 말도 안 했는데 바로 바꿔주더군요. 아마 입원 시 신고한 신경정신과 약으로 파악된 모양입니다.(이번은 지난번과 지지난번 입원과는 다른 구역이었는데 그래서 긍가 아니면 올해 내내 있었던 친절 캠페인 때문인가 간호 간병 서비스는 괜찮은 편이었습니다. 아 물론 기대치가 낮아서도 있지만) 근데 그 병실에는 엄청난 수동 공격 빌런이 계셨습니다.
- 자신 외에는 관심이 없고 자신의 병세와 기타 등등 상황에 대해 엄청난 자기 연민을 가지고 계심
- 사소한 일부터 큰 일까지, 심지어 불합리하거나 들어줄 수 없는 사항까지 모두 같은 병실에 계신 다른 분들에게 '이런 이런게 있어야겠는데...'라고 넌지시 던지고, 안 들어주면(접니다) 나쁜 사람을 만듭니다.
- 제 소니 노이즈 캔슬링 헤드폰을 뚫는 엄청난 성량과 하루에 20시간 내내 말씀하시는 입담을 가지고 계십니다(전 좀 말수가 적은 편이라 경이로울 지경이었습니다)
- 전도사님이셨는데 본인이 좀 아프시다 싶으시면 큰 소리로 밤 열두시에도 통성 기도와 찬양을 부르셨습니다 전 엔간하면 참는 편인데
조용히 좀 해주세요. 잠을 못 자겠어요.
내는 잠을 한 잠도 못 잔다. 그게...(본인의 불면의 역사 한참 얘기하심)
여기서 붓싼 **구와 **구 일대에서는 내가 불면 대장이라고 생각하던 제 불면 부심이 건들려졌습니다. 아니 할매는 최소한 수면제 장기 복용은 안 하잖아여. 못 자서 평생 직장을 지 발로 차고 나온 적 있어여?
그래서 매우 건조한 말투로 '그건 제 알 바가 아니죠'라고 말하였습니다.(생각해 보니 싸가지가 없었군요;)
사실 뭐 그 분은 병실의 다른 두 분과 간호사, 간호조무사, 요양보호사, 기타 인력들에게 엄청나게 시켜먹고 있었기 때문에 늘 헤드폰을 쓰고 엄근진 인상으로 랩탑을 두드리고 있는(생각보다 이 주에 일이 좀 많이 들어왔습니다) 저한테 뭘 그리 많이 푸시하진 않았습니다. 다만 절 못 자게 만든다거나 수술로 부어오른 제 발목을 냉찜질하는 아이스팩을 본인 두통을 가라앉힌다고 뺏어가시거나, 헤드폰을 뚫고 목소리가 들린다거나, 어쩌다가 한번씩 부른 간호 간병 인력을 먼저 잡아채 가신다거나, 본인이 추위를 느끼시니 9월 중순에 에어콘을 다 끄고 창문을 늘 닫게 만드는 그런 사소한...
...그리고 그 분의 그 모든 불합리한 요구는 거의 다 받아들여졌습니다...
처음엔 교양있게 말씀하시다가, 본인이 원하는 게 좀 늦어진다 싶으면 엄청나게 소리를 지르면서 화를 내시며 더 상부에다 조치를 취하겠다고 위협하시는 분이셨는데 그 실현 여부와는 상관없이 일이 커지는 게 귀찮아서인지 엔간한 의료 인력이나 같은 방에 있는 사람들은 다 들어줬습니다. 그래서 그 분은 더 spoiled해 지시고, 더 무리한 걸 요구하시고...
일단 뭐 개성의 차이겠거니 하다가 잠을 못 자고 몽롱해지니 아 이거 병 고치겠다고 입원했다가 소듕한 수면 패턴이 흔들리면 안 대게따 싶어서 1인실로 옮길까 생각을 해 봤는데...
이 병원이 1인실만한 가치가 있을까 생각해봤는데 '그건 아니다'라는 결론이 나서 하루 일찍 퇴원하겠다고 담당의 회진때 얘기하자 이미 할매를 파악하고 있던 담당의는 동정 어린 시선으로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리고 뭐 웹툰이나 왓챠 정주행이나 할까 생각하던 저는
-엄근진 모드로 헤드폰 쓰고 번역하기
-그간 미뤄 놨던 번역 인보이스 만들고 발송하기
-제가 재능기부하는 단체에 '굳이' 환자복과 병실을 보여주며 영상회의하기(아 휴게실 나가서 했음)
-연간 60시간 해야 하는 회계사 의무 연수 듣기(11/60 나감)
등등을 해치웠습니다. 와아 훌륭해졌어...
그리고 퇴원하는 날, 할매는 저에게 '거 퇴원하면서 남는 거 있으면 나 주소'라고 하셨지만 정말 물티슈 한 장까지도 탈탈 털어썼는지라 없다고 그랬더니 매우 저를 나쁜 사람 만들었음.
이번 입원의 교훈: 돈 많이 벌어서 나이 더 들면 1인실에 입원하도록 하자
아 수술이랑 경과 얘기를 빼먹었네요. 수술은 척추 마취로 1시간 좀 넘게 진행되었구요, 의식은 있지만 하지 감각은 없는 상태라 수술 끝나고도 6시간 정도 금식-절대 안정을 취해야 했습니다. 3일째부터 살살 바닥에 땅을 디디고 반 깁스한 채로 보행할 수 있게 되었구요, 이제는 여전히 발목 안정 목적으로 반 깁스한 채로(아마 다음주 화요일쯤 실밥 풀면서 뺄 듯) 자연스럽게 보행할 수 있습니다. 이제 제 길고도 긴 골절 여정도 끝나가네요.
...할매...여전할 거 알아요...여전하세요...
-끗-